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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으으음....”
눈이 부셔서 일단 잠에서 깼다. 그 다음으로 느껴지는 타들어가는 목마름.
“으으으으....”
나는 다 죽어가는 신음소리와 함께, 침대에서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좀비처럼 터덜터덜 걸어서 냉장고로 간 다음, 그 안에서 시원한 생수 하나를 꺼내서 급한 갈증부터 해소시켰다.
“벌컥벌컥....아아....이제 좀 살 거 같네. 아아아아함!”
그때까지 눈을 다 뜨지 않고 있었던 나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나서야 완전히 두 눈을 떴다. 그러자 삼명호텔의 전망 좋은 로얄 스위트 룸의 통창에서 눈부시게 비춰 오는 환한 빛을 보고, 나는 지금이 정오쯤 됐음을 깨달았다.
마침 시선을 소파 테이블로 돌렸더니, 거기 새벽녘에 경호실장에게서 도로 받은 내 핸드폰이 보였다.
이 방에 들어오기 전에, 나는 경호실장에게서 받은 대포폰을 그에게 돌려주고, 원래 내가 쓰던 핸드폰을 되돌려 받았다. 그렇게 내 핸드폰을 손에 쥐고 이 방에 들어와서 곧장 침대로 향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거추장스런 핸드폰을 소파 테이블에 올려놓은 듯 했다.
나는 곧장 소파 테이블로 가서 내 핸드폰을 챙겨들었다. 그러자 뭘 건드렸는지 핸드폰 화면이 밝혀지면서, 시간부터 내 눈에 들어왔다.
“12시 10분....”
내 생각대로 정오를 살짝 넘은 시간. 그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건 대통령이었다.
나는 즉시 핸드폰으로 인터넷에 들어갔다. 바로 내가 주로 쓰는 포탈사이트에 접속이 되었고....
“하아....”
그 사이 어젯밤에 견신 시스템의 「개 짖는 소리」 스킬을 통해 대통령과 청와대의 반응을 도청, 감청해서 알게 된 내용 그대로, 대통령은 오전에 긴급 기자 회견을 열었고, 대통령 직을 내려놓고 그의 비리에 관한 한 모든 조사를 겸허히 받겠다고 했다.
“내가 이겼네.”
큰 산 하나를 넘은 느낌이었다. 그때 배에서 신호를 보내왔다.
꼬르르르~
나는 뭘 먹을까 생각하며 로얄 스위트 룸에 비 되어 있는 룸서비스 책자를 챙겨들고 소파에 앉았다. 이어 그 책자의 레스토랑 서비스 페이지를 찾을 때였다.
“내가 잠들었을 때, 그거 시스템이 떠든 거 맞지?”
나는 그 말을 하면서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자는데, 미션 완수에 대한 보상을 지급한 건 아니겠지 생각했다.
-....
그랬더니 견신 시스템이 아무 반응도 없었다. 내가 견신 시스템에 대해 생각하면 시스템은 그 말을 알아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무반응이라는 건....
“에이씨....진짜 이럴 거야?”
내가 버럭 화를 내자 견신 시스템이 다급히 말했다.
-아니 전에는 하도 빨리 처리 해 달라고....그래서....
그 말에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건가? 내가 서지연과의 미션을 완수하고 나서, 위층인 여기서 잘 때까지 견신 시스템은 얼마든지 보상을 할 수 있었다.
그때는 뭐하다가 내가 쓰러져서 잠들자, 그제야 보상을 하느냐 이 말이다.
견신 시스템의 이런 불성실한 모습, 아니 차별에 이골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건 문제였다.
“견신에게 단단히 항의를....”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견신 시스템이 떡 하니 내 눈앞에 바뀐 내 상태 창을 띄웠다.
이름: 백준열(Lv13)]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4Up), 「개좆」(5Up)], 「개목걸이」(4Up), 「개코」(4Up), 「개방울」(4Up), 「개 알약」(역 4Up-1일 15회, 외상과 일부 내상(체내 2기 종양, 선천질환, 1일 2회) 한정), 「개불알」(5UP), 「개똥」아이템(역 2Up)
[보유 스킬(중 하나 역 스킬 화 가능): 「말하는 개」(일,4Up), 「충견」(일,4Up), 「개 끗발」(역,4Up), 「개호구」(역,4Up), 「만능 오프너」(일,5Up-모든 문(한 번이라도 본적이 있는 문)), 「개 멋져」(일,4Up), 「개 짖는 소리」(일,역, 5Up)
[인벤토리: 개톤백(In), 역 아이템 1회 이용권(3장), 역 스킬 1회 이용권(4장), 「1회용 개 물약-종양치료제」(3개)
[특성: 개(6차UP진행중)]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친화력이 뛰어납니다.*
[개지수: 00]
견신 시스템의 의도는 일단 적중했다. 왜냐하면 바뀐 내 상태창의 내용들이, 내 이목을 확 잡아끌었으니까.
일단 미션 완수로 인해 보상으로 개지수 +50포인트를 획득하면서, 나는 레벨 업을 할 수 있었다. Lv12에서 Lv13으로 말이다. 그로 인해 보유 아이템과 보유 스킬 중에 업그레이드가 된 것이 있었다.
우선 보유 아이템 중에서 「개좆」아이템과 「개불알」아이템이 각각 5UP을 달성했고, 「개똥」아이템은 2Up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했다. 그리고 보유 스킬은 「만능 오프너」가 4UP에서 5UP이 됐다. 그러면서 내 눈에 보이는 모든 문을 열 수 있었던 기존의 능력을 넘어서, 이제는 안 보여도 모든 문을 열수 있게 되었다. 단지 내가 전에 한 번이라도 봤던 적이 있는 문으로 한정이 됐지만 말이다.
그렇게 새롭게 생겨난 새로운 능력들에 대한 정보들이, 내 머릿속에 주르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마 이것도 견신 시스템의 수작이겠지. 나의 불만을 최대한 희석시키기 위한. 하지만 그 수작 역시 내게 먹혀들었다. 아무래도 새로 생긴 능력들에 대해, 나로서 궁금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꼬르르륵~
그 궁금증도 결국 내 원초적인 식욕이란 욕구의 벽은 넘지 못했다. 뭐라도 먹어야겠고 그러려면 룸서비스로 주문을 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새로운 능력들을, 대충 흘려들으며, 눈으로 아침에 먹을 메뉴를 살폈다.
“아침부터 고기가 진리지.”
안 그래도 새벽까지 빠구리 하느라 기력을 많이 소진 시킨 나로서는, 체력과 정력 회복을 위해서 스테미너 증진에 좋은 음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스테이크는 시킬 생각이었다. 근데....
“오오! 장어!”
그런 내 눈에 장어요리가 보였다. 스테미너 하면 역시 장어가 아니겠나?
그때였다. 백준열의 알고보면 쓸모가 있는 잡식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스테미너 음식 Top3?”
나야 남자에게 좋은 음식이 고기류와 뱀탕, 장어, 복분자, 전복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백준열의 잡식에 따르면 그것 말고 3가지가 더 있었다. 그것들 보다 더 효능이 뛰어나다는 음식들이 말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굴. 세기의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하루 4번 즐겨 먹었다는 굴은, 테스토스테론의 분비와 정자 생성을 촉진시켜 주는 아연이 풍부하단다. 그리고 또 하나는 마늘. 마늘은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정력이나 원기 보강을 위한 스테미너 음식으로 널리 이용 되었으며, 알리신이라는 성분이 특히 피로회복, 정력 증강에 탁월하다나?
마지막으로 스테미너 음식들 중에서 최고로 뽑히는 게 바로 토마토다.
토마토에는 리코펜이라는 성분이 다량 함유 되어 있어 강력한 항산화 기능과 함께, 무려 정자수를 70%UP을 시켜주고, 전립선 질환 발병률을 45%DOWN시켜 준단다.
“와우....”
그렇다면 당장 먹어야지. 나는 스테이크와 장어요리 중에 마늘이 다량으로 들어간 장어구이와 토마토 파스타, 그리고 굴이 들어간 전채 요리를 룸서비스로 시켰다.
* * *
국정원 3차장 밑에 심리전단장인 최일호는, 또 자기에게 와서 푸념을 늘어놓는 심리전단 1팀장 김혁수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앞서 안 된다고 했는데 자기 말을 뭐로 듣고 또 이러는지, 최일호로서도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김 팀장. 그만 좀 하지. 나도 안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게 여기서 철수가 하고 싶거든, 자네가 차장님께 전화를 드리던지. 나한테 이러지 말고.”
그때였다. 갑자기 눈빛이 싹 돌변한 김혁수. 그가 힐끗 최일호의 뒤쪽을 쳐다보더니 이제 됐다는 듯 말했다.
“네. 네. 뭐 그러시던지.”
“뭐?”
갑자기 자신을 대하는 김혁수의 태도가, 무성의하고 예의가 없어졌다.
당연히 김혁수보다 거의 20살 가까이 나이가 많았던 최일호로서는, 그런 김혁수의 태도가 마음에 들 리 없었다. 그래서 한소리 하려는데 언제 왔는지 국정원 요원 둘이, 그의 등 뒤에서 그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그의 양 옆에서 그의 양팔을 붙잡았다. 명백하게 그를 제압하는 모습. 당연히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를 최일호가 아니었다.
“뭐, 뭐야?”
왜 갑자기 국정원 요원 둘이 자신을 붙잡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은 최일호가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였다.
“이, 이거 놔!”
최일호 뿐 아니라 심리전단 2팀장과 3팀장, 그리고 외부지원단장까지, 지금 여기 나와 있는 국정원 소속 고위 간부들이, 전부 국정원 요원들에 의해 제압당한 상태였다. 하지만 유일하게 심리전단 1팀장인 김혁수만 아무렇지 않게 서 있었다. 그렇다면....
“김혁수. 너....”
김혁수가 배신을 한 거다. 하지만 김혁수 혼자서 여기 있는 국정원 요원들을 다 컨트롤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만....”
그러고 보니 같은 국정원 요원들이었지만, 지금 최일호의 눈에 보이는 요원들은 낯이 설었다. 그 말은....
“설, 설마....”
김혁수는 그제야 최일호가 눈치를 챈 거 같자,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맞아요. 여기 있던 요원들은 다들 저한테 회유 되어 각서 쓰고 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요원들은 1차장님 쪽 요원들이고요.”
“너, 너....”
최일호는 배신감에 눈을 부라리고 부르르 턱을 떨었지만, 그런다고 지금 그가 처한 처지가 뒤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데리고 가요.”
그런 최일호에게서 시선을 거둔 김혁수가 그렇게 말하자, 최일호을 제압 중이던 국정원 요원 둘이 어딘가로 그를 데리고 갔다.
그나마 사태 파악이 빠른 심리전단 2팀장인 하용석과 3팀장인 유병선은 김혁수를 보자, 그에게 애원을 하기 시작했다.
“김 팀장님. 저 좀 살려 주십시오.”
“혁수야. 나 애들 아직 초등학생이다.”
하지만 외부지원단장은 그런 눈치도 없었다. 확실히 능력보다는 뒷배로 지금 그 자리에 올라 간 작자다웠다.
“김혁수. 너 이 새끼. 이러고도 네놈이 무사할 거 같아?”
김혁수는 길게 한 숨을 내 쉰 뒤, 먼저 심리전단 2팀장인 하용석과 3팀장인 유병선을 보고 말했다.
“이렇게 된 거 나도 심히 유감스러워. 하지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그 말 후 시선을 외부지원단장 쪽으로 돌린 김혁수.
“나는 무사 할 테니 걱정 마시고. 먼저 가십시오. 저는 한 50년 뒤에 거기 갈 테니까.”
그렇게 말한 김혁수는 턱짓을 했고, 그들을 제압하고 있던 국정원 요원들이 그들을 어딘가로 끌고 갔다.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를 세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살기 위해 계속 떠들었지만 김혁수는 이미 귀를 닫았고, 매정하게 그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 * *
최일호는 삼명호텔의 한 객실 방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그 앞에 비닐이 객실 방바닥에 깔렸다. 그것의 용도를 모를 최일호가 아니었다. 피가 튀어 객실 바닥에 묻는 걸 막기 위해서 저러는 거다. 그게 무슨 뜻이겠나? 자신을 고문하던지, 아니면 죽이려고 저렇게 사전에 손을 쓰는 거다.
“C발....”
뭐가 됐건 최일호에게는 그야말로 인생 최악의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객실 바닥에 깔린 비닐 위에 무릎 꿇려진 것은 그가 아니었다. 뒤이어 끌려 들어 온, 심리전단 2팀장인 하용석과 3팀장인 유병선, 그리고 외부지원단장이었다.
처처척!
그런 그들 뒤로 소음기가 장착 된 권총을 든 요원들이, 권총의 총구를 그들 머리에 겨눈 채 섰다.
“미, 미친....”
설마 했다. 이렇게 즉결 처분을 한다고? 하지만 그들은 최일호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바로 권총 방아쇠를 당겼다.
피슛! 피슛! 피슛!
세 발의 총성, 하지만 소음기 때문에 그 소리는, 그 장면을 보고 버럭 소리치는 최일호보다 크지 않았다.
“야이 미친 새끼들아. 어, 어떻게 사람을....”
하지만 최일호는 하던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타깃만 바뀌었을 뿐, 그 역시 회사를 배신한 자들을 이런 식으로 즉결 처분 한 적이 있었으니까.
그래도 자신과 10년 넘게 일해 온 간부들의 죽음 앞에 최일호가 부들부들 떨며 분노해 있을 때, 그런 그의 반응에는 별 관심도 없다는 듯, 객실 안의 국정원 요원들은 무슨 쓰레기 치우듯 좀 전 총살한 세 명의 시신을 치웠다.
그런 그들의 무덤덤한 모습에서 최일호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을 하게 됐다.
여태 사람을 죽이는 쪽에 있다가 이렇게 자신이 죽을 상황에 처하자,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습해 오면서 자신이 그 동안 죽인 자들이 주마등처럼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때 그 객실에 나타난 대공수사팀장 공형석. 그가 동료 간부의 죽음 앞에 살짝 얼이나가 있는 최일호를 보고 말했다.
“이제 된 거 같네. 거기로 데리고 가.”
공형석의 말에 최일호를 제압하고 있던 두 명의 국정원 요원들이, 그를 끌고 객실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