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561화 (55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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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윤신혜는 기가 찼다. 지금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의 전세금은 전부 그녀의 부모, 그러니까 친정에서 대 준 돈이었다. 그러니까 최지훈은 지금 이혼을 핑계로, 그 전세금을 싹 다 자신이 챙기려 들고 있었다. 정작 이혼의 귀책사유는 자신이 다 싸 저질러 놓고서 말이다.

“하아....”

윤신혜는 당장이라도 자신의 두 눈을 파내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렇게 사람 볼 줄 모르는 눈으로 그 동안 너무 거창한 꿈을 꿨고, 또 인생의 목표를 지향해 온 것이다.

정작 자신과 함께 그 꿈을 꾸고, 인생을 살아가야 할 동반자가, 사람 새끼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걸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은, 그나마 천만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만약....’

둘 사이에 아이라도 있어 봐라. 윤신혜는 이게 더 잘 된 일일지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끓어 오르는 화를 가라앉히며 차분한 목소리로 최지훈에게 말했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집에서, 지훈씨가 산거라고는 커피메이커 뿐이잖아.”

최지훈은 커피를 밥 보다 더 좋아했다. 그래서 웬만하면 자기 돈은 잘 쓰지 않는 그가, 커피메이커 만큼은 자기 돈으로 샀다.

“그거 내일 여기로 보내 줄게. 지훈씨 옷가지들과 정리해서 같이.”

그러니까 지금 최지훈 보고 그녀가 살고 있는 집에서 나가라는, 아니 쫓아내겠다는 소리였다.

“뭐, 뭐라고?”

이혼 해주는 대신 위자료로 전세금을 달라는 자신의 말은 귓등으로 듣고, 그를 쫓아내겠다고 말하는 윤신혜에 최지훈이 발끈했다. 하지만....

“자기가 변호사니까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법으로 하자고. 법으로.”

윤신혜는 그 말 후 시부모들에게는 인사도 하지 않고 휑하니 시댁을 나섰다. 변호사가 아닌 윤신혜도 이대로 이혼 소송가면 누가 불리할지 알았다. 그러니 최지훈은 어차피 그녀의 요구를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윤신혜는 이혼하면 남이 될 사이 이기에 시부모님들 앞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격식 따윈 차리지 않고 자기 할 말을 다 한 후 뒤돌아서 시댁을 나섰다.

“저, 저....”

“아니. 어떻게 사람이....”

그런 그녀를 향해 시부모들이 대 놓고 험담과 뒷담화를 해댔지만, 윤신혜는 그들의 아들이 짖는 거처럼, 그들도 짖어대는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시댁 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대기 중인 청와대 차량에 탑승했다. 윤신혜는 택시를 타고 시댁에 올 생각이었는데, 모친이 그녀가 간다니 청와대 차량을 내 준 것이다.

“여보!”

뒤 늦게 그녀를 쫓아 나온 최지훈. 아마도 생각해 보니 이대로 그녀를 보냈다가는 좆 된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가 그녀가 탄 차로 뛰어오는 걸 보고도, 윤신혜는 무덤덤하니 운전석을 향해 말했다.

“출발해요.”

“네.”

청와대 차량은 윤신혜의 말에 곧바로 차를 출발시켰고, 뒤쫓아 온 최지훈이 다급히 차체를 두드렸지만 그대로 가버렸다.

“이씨....”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의 최지훈. 그가 떠나버린 아내를 태운 차량을 잠시 넋 놓고 쳐다보다, 이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 그에게 홀연히 문자 메시지 한 통이 날아왔다.

디로링!

“뭐야?”

무심코 그 문자 내용을 확인한 최지훈. 그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허어....”

바로 중앙지검에서 내일 다시 조사 받으러 나오라는 통보 문자였던 것. 그러니까 최지훈에 대한 검찰의 기소 의지가 아직 끝난 게 아니었고, 설상가상 아내가 이혼까지 하자니, 자신의 처지가 더 궁색해져 버린 최지훈.

거기다가 자기 아내의 든든한 뒷배였던 대통령 장인이, 당장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러면 진짜 나가린데....”

자신의 처지가 정말이지 좋지 않음을 깨달은 그는, 좀 전에 아내에게 전세금을 달라고 말한 자신의 입을, 바늘이 있으면 당장 꿰매 버리고 싶었다.

* * *

삼명호텔 라운지 커피숍에서 서지연이 무릎을 꿇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겨우 일으켜서 황급히 그 커피숍을 나왔다. 그리고 내 뒤를 따라 나온 그녀에게 말했다.

“일단 생각 좀 해 볼게. 시간을 좀 줘.”

그러며 그녀가 내게 준 기획서를 따로 챙겨 들었다.

그걸 보고 서지연도 힐끗 내 눈치를 살피며 그러라고 했고, 우리는 살짝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내가 먼저 내가 묵고 있는 객실 층에서 내렸다. 그녀는 대표실에서 들러 잠깐 일 좀 보고 퇴근할 거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서지연과 헤어져서 내 방으로 향했다. 그러며 살피니 위층 상황에 별 변화가 없었다.

검경은 이미 철수 했는데, 국정원과 청와대에서 나온 자들은 여전히 나를 잡겠다며 버티고 있었고, 그런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삼명그룹 경호원들은, 내가 묵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로얄스위트룸 복도를 빈틈없이 채운 채 묵묵히 서 있었다.

“경호원들 고생이 많네.”

벌써 두 시간 넘게 서 있었다. 물론 경호원들이 워낙 많아서 화장실가고, 휴식이 필요하면 번갈아가며 쉬는 거 같았지만.

어째든 국정원과 청와대에서 나온 자들만 없어도, 경호원들이 지금 하고 있는 생고생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됐다. 해서 나는 오늘 고생한 경호원들이, 소고기 회식을 할 수 있게 회식비 일체를, 내일 지급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내 방으로 들어간 나는 푹신한 소파에 앉았고, 잠시 위층의 상황을 견신 시스템이 「개 짖는 소리」 스킬을 통해 살피다가, 별 다른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자 이내 옷을 벗고 씻었다.

씻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캔 맥주 하나 꺼내 마시던 나는, 경호실장에게 핸드폰을 넘길 때 양태석에게서 받은 김 비서에 대한 보고서 파일을,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핸드폰으로 재전송 시켰고, 그 보고서 파일을 열어봤다. 그랬더니....

“으음....”

김 비서가 어떤 자에게 복수를 하려 하는 지에 대해, 양태석이 상당히 상세히 조사를 해서 그 정보를 내게 보내 놨다.

“쯧쯧....진짜 별거 아닌 놈인데....”

앞서도 내가 생각했었던 대로였다. 백준열 입장에서 김 비서의 철천지원수는, 언제든 손써서 그가 원하는 대로 복수를 할 수 있는 자였다. 하지만 지금의 김 비서로는 복수는커녕, 그자에게 도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물론 내가 그녀를 돕는다면 그녀가 원하는 대로 복수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롯이 자기 혼자 힘으로 복수를 하길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태석은 보고서에 특히 그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경거망동하는 걸 경계라도 하려는 거처럼 말이다.

“양태석이 김 비서를 꽤나 챙기는군.”

물론 나는 알았다. 양태석이 김 비서를 이성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양태석이 그런 자였다면, 오히려 내가 더 반겼을 거다.

그 정도 욕망이 있는 작자라면, 자기 밑에 조직원들도 알아서 잘 관리를 했을 테니까. 왜 자기 것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한데 양태석은 조폭 두목을 하기에 사람이 너무 올곧았다. 그리고 수하들을 너무 믿었다.

세상에 어디 믿을 놈 없어서, 조폭 새끼들 따윌 믿는단 말인가? 그래서 양태석이 태천파를 물려받아서, 태석파의 총 보스가 된 지금, 나는 그의 조직에 대해서 나름 챙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박인호 대표나 김효석 실장 같이 능력도 출중하고,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자가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이왕이면 조폭 조직 쪽으로 잘 아는 자로 말이다. 인재 찾아내는 건 또 내 장기가 아니던가?

나는 조급하게 굴지 않고 곧 그럴 인재가 내 눈앞에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면서, 마시던 캔 맥주를 마저 다 마시고, 빈 캔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그 뒤 냉장고로 가서 새로 캔 맥주 하나를 더 꺼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조용히 혼자 있다 보니 진동 소리가 제법 크게 내 귀에 들려왔다. 알다시피 지금 저 핸드폰은 삼명그룹 비서실장에게 받은 대포폰이다. 그러니까 저 대포폰으로 걸려 올 전화는 삼명그룹 쪽 전화라는 얘기.

나는 소파테이블에 올려 둔 핸드폰 쪽으로 가서 슬쩍 그 대포폰을 살폈다. 그랬더니 전혀 뜻밖의 인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윤재구 회장?”

바로 제주도에 은거 중에 있으며, 엘베를 자신의 죽은 애견 새끼를 뱄다고 여전히 믿고 있는, 바로 그 어르신이었다.

* * *

윤재구 회장 덕분에 나는 TVM, 문성일보를 쉽게 인수 할 수 있었다. 그 TVM, 문성일보 덕분에 나는 대통령을 상대로, 굴하지 않고 싸울 수 있었고. 그러니 이번 싸움의 승리에는, 분명 윤재구 회장의 지분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것 말고도 서진제약과 삼명호텔 지분까지 넘겨받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윤재구 회장은 내게 있어서 산타클로스 같은 분이었다. 그런 분의 전화를 내 어찌 안 받을 수 있으랴.

“여보세요?”

-날세. 윤재구.

“네. 잘 지내셨습니까? 경황중이라 전화도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죄송합니다.”

-죄송은 무슨. 진짜 경황 중이었는데....괜찮겠나?

“네. 괜찮습니다. 제 뒤에 누가 있는지 잘 아시잖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보아하니 윤재구 회장이 내가 걱정이 돼서 이렇게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그가 새삼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건, 대통령 비리에 관한 뉴스를 보도한 TVM의 배후가 바로 나란 걸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마 지금까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극소수 일거다. 왜냐하면 청와대도 그렇고 삼명그룹에서도, 그게 세상에 알려지는 걸 철저히 막고 있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재구 회장이 그 사실을 안다는 건, 그에게 나름의 정보통이 있다는 거다. 그것도 상당히 우수한 정보조직이 말이다.

내가 그런 확신을 하는 데에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지금 내가 윤재구 회장과 통화 중인 핸드폰, 즉 삼명그룹 비서실장이 임시로 쓰라고 준, 이 대포폰의 번호를 윤재구 회장이 과연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염려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아무 생각 없이 그런 일을 했겠습니까?”

지금 윤 회장이 내게 해 주는 걱정은, 사실 전혀 그럴 필요 없는 걱정이었다. 나는 그 점을 확실히 윤 회장에게 말로 전달했고, 그런 내 말에 윤 회장이 적잖게 안도해 하며 말했다.

-뭐 그렇다면 다행이고.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하거든 언제든 전화 주게.

원래 힘들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내게 윤재구 회장이 그런 모습을 보여 주니, 뭐랄까? 좀 많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와 달리 나는 그를 이용해 먹을 생각만 했으니 말이다. 해서 나도 앞으로 윤재구 회장을 도울 수 있으면,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을 이때 하게 되었다.

-아아. 그리고 최 사장 말인데. 자네가 거뒀다며?

‘최 사장?’

그게 누군지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윤 회장이 아는 자이니 그와 연관 된 자 위주로 생각했고, 그랬더니 바로 한 사람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바로 흥신소 대표인 최철기. 나는 그가 인재임을 한 눈에 알아보고, 그를 벌써 JYB엔터에서 일하게 만들어 놨다.

“최철기씨 말씀이신군요?”

나는 확인 차 윤 회장에게 물었다. 그러자 윤 회장이 맞다며 그가 상당히 유능한 인물이니, 앞으로 잘 키워 보라고 했다. 그러며 덧붙인 말에 나도 좀 놀랐다.

-자네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만....전에도 자네처럼 사업 잘하는 몇 사람에게 그를 소개 했는데....다들 그가 조폭 출신인 걸, 꺼리는 거 같더라고.

아마도 윤 회장은 내가 최철기에 대한 뒷조사를 다 하고, 그를 내 직원으로 삼은 줄로 아는 듯 했다. 하지만 나는 아닌데. 오히려 그가 조폭 출신인 게 좋았다.

물론 그걸 나는 티 내지 않았다. 그렇지만 전화 중인지라 얼굴에는 미소를 만연하게 짓고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안 그래도 양태석 때문에 조폭 조직 쪽으로 잘 아는 인재를 찾았는데, 그 인재가 바로 최철기 였다니....’

이제 보니 정작 등잔 밑이 어두운 거 나였다. 그렇게 좀 훈훈해진 마음으로 윤재구 회장과 통화를 끝냈는데, 핸드폰이 바로 울렸다. 확인하니 이동훈 실장이었다. 나는 그 전화를 바로 받았다.

“네.”

-도련님. 막 국내 언론을 움직였습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내가 묻자, 이 실장이 차분히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내가 위치정보를 제공해줘서, 잡을 수 있었던 국정원 요원에 대한, 이 실장의 애기를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김종훈인가 뭔가 하는 그 국정원 요원이 그럼....”

-네. 대통령 비리 증거의 원본을 따로 보관해 뒀더라고요. 그걸 지금 터트릴 겁니다.

“허얼....”

이러면 대통령은 끝장이었다. 앞서 내가 뉴스에서 터트린 건, 녹취록으로 그건 그저 말뿐인 대통령의 비리였다. 한데 그 비리의 진짜 증거들이 곧 폭로 될 거라니....

* * *

이동훈 실장과 통화 후, 그의 말처럼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에서 대통령 비리에 대한 특종 뉴스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뉴스에서 김종훈이라는 국정원 요원이 내 놓은, 진짜 비리 증거들이 공개 되면서, 대통령은 완전히 사면초가에 내 몰렸다.

그런 가운데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에 대해 어떤 반응도 내 놓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나는 견신 시스템이 「개 짖는 소리」 스킬을 통해 대통령과 청와대의 반응을 도청, 감청했다. 그리고 알게 됐다.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내려오기로 결심한 걸 말이다.

“내일 아침에 기자 회견을 연다라....”

그것까지 알게 된 나는, 딱히 더는 그쪽 얘기를 들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대통령과 싸움은 내 승리였다. 해서 견신 시스템의 「개 짖는 소리」 스킬로 그쪽을 살피는 걸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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