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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560화 (55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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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원상벽은 지금 대통령이 그만큼 화가 나서 홧김에 해 본 말이고, 실제 백준열을 사로잡으면 삼명그룹 측과의 협상에 그를 유리하게 써 먹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통령이 정치판에 굴러먹은 세월이 얼만데....

하지만 그건 원상벽이 대통령을 잘 몰라서 그랬다.

원상벽의 전화를 받고 나서 대통령이 살기등등한 목소리로 그 앞에 있는, 오늘 청와대 경호팀의 당직책임자인 경호본부장에게 말했다.

“지금 즉시 청와대 경호원들 데리고 가서 백준열이, 그 개새끼 잡아서 내 앞에 끌고 와!”

국정원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대통령은 그걸로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청와대 경호원들까지 동원해서 백준열을 잡아오게 시킨 것이다. 그뿐 아니라 검경도 움직였다. 아직까지는 그의 수족인 민정수석을 시켜서 말이다.

“대통령님. 이제 그만 관저로 가시지요.”

대통령을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며 비서관이 말했다. 대통령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 그러다 비서관의 말을 듣고는 길게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가족들은?”

그 물음에 비서관이 바로 대답했다.

“한 시간 전에 만찬을 끝내시고 다들 관저로 가셨습니다.”

“그래? 이거 집 사람도 알지?”

“네. 영부인 비서가 보고한 것으로 압니다.”

“가족들에게 괜한 걱정을 끼쳤군.”

대통령이 마뜩찮은 얼굴로 말했다. 대통령도 여느 가장과 같았다. 자기 가족이 제일 우선이었고, 가장으로서 자기 가족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지금은 편하게 쉬러 관저로 갈 때가 아니란 것 정도는 대통령도 알았다. 그래서....

“나는 괜찮네. 괜히 자네가 귀찮아졌어.”

“귀찮다니요?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님 곁을 지킬 수 있어 영광입니다.”

지금 대통령 곁에 있는 비서관은 그와 같이 일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대통령의 진면목을 알지 못했다. 그걸 알기에 대통령도 가급적이면 비서관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 중이었고.

“영광은 무슨....혼자 있고 싶군.”

“네. 그럼....”

대통령은 비서관이 집무실을 나가자, 손으로 거칠게 입가를 쓸며 턱을 훑었다. 그리곤 그의 입에서 그의 진짜 본심이 터져 나왔다.

“백준열 개새끼....삼명그룹과 함께 지옥의 구렁텅이에 처박아 주마.”

이제 대통령은 삼명그룹과 자신이 이 땅에 공존해서 살아 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진짜 생사를 걸고 박 터지게 싸우는 것 밖에 남지 않았다.

대통령은 그 선빵으로 당장 백준열을 잡아 죽일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가급적 빨리 백준열을 잡아야 했다. 그래서 국정원에 이어 청와대 경호원들까지 동원한 것이었고. 하지만....

“뭐? 놈이 있는 곳을 아는 데 못 잡아?”

세상일이란 게 모두 그의 뜻대로 되지만은 않았다. 그가 대통령임에도 말이다.

곳곳에서 항명을 해 왔고, 청와대가 빠르게 고립이 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언론들이 일제히 국정원 게이트라며, 현직 국정원 요원을 증인으로 내세우고, 대통령과 청와대를 압박했다.

“저, 저....”

그 국정원 요원은 놀랍게도 대통령의 각종 비리의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

대통령이 없애라고 했고 없앤 줄로만 알고 있었던, 바로 그 삼명그룹에서 가지고 있던 그의 비리에 대한 증거들이었다. 그 증거들이 줄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 시작하자....

“....끝났군.”

더 버틸 수조차 없어진 대통령이 자포자기한 체, 자기 입으로 말했다.

그에게 남은 건 대통령 직을 내려놓고, 성실히 조사를 받고 처벌을 받는 거 뿐이었다.

“관사로 가지.”

“....”

자신을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비서관을 스쳐 지난 대통령은, 어깨를 축 늘어트린 체 걸어서 자신의 가족들이 있는 관사로 향했다. 그래도 대통령이랍시고 경호원들이 붙었다.

하지만 비서관은 그런 그를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는 비서관의 본분에 따라 대통령을 수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게서 고개를 돌려서 청와대 출입문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그의 목에 걸려 있던 청와대 직원패스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 * *

청와대 영빈관 2층의 여자 화장실. 그곳에서 자신의 핸드폰으로 보내져 온 출처 불명확한 동영상 파일을 확인하기 시작한 대통령의 딸, 윤신혜.

동영상 파일의 제목부터가 영 불길했었다. ‘최지훈 동영상’이라니. 마치 자신의 남편이 연예인 스캔들 동영상의 주인공 같지 않은가? 그랬는데....

“뭐, 뭐야?”

최지훈이 제대로 한편의 포르노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두 여자, 아니 세 여자들과 함께 말이다. 그 그 헐벗은 세 여자들 중에는 윤신혜도 아는 여자도 있었다.

요즘 그녀가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의 주연 여배우였다.

“이이....”

그 여배우가 자신의 남편에게 뒤치기를 당하며 좋아 죽겠다는 듯, 연신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는 걸 보고 윤신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질끈 깨물은 입술에서는 핏물이 흘러나와 그녀의 턱 밑으로 뚝뚝 핏방울을 떨어트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듯 윤신혜의 시뻘겋게 충혈 된 눈은 그녀 손에 들린 핸드폰 화면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아예 눈도 한 번 깜빡이지 않고 핸드폰 동영상을 넋 놓고 보고 있던 윤신혜.

툭!

더는 못 보겠는지, 아니면 충격에 핸드폰 들고 있을 힘도 없어졌는지, 윤신혜의 손에 쥐어져 있던 핸드폰이 화장실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아아앙....아흐흐흑....헉헉헉헉....

그러던 말든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에서 남녀의 달뜬 신음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윤신혜는 완전 실성한 사람처럼 멍하니 한 동안 서 있었다.

주르르!

그때 그녀의 두 눈에서 굵은 두 줄기 눈물이 흘렀고, 파리한 얼굴의 그녀는 비틀거리며 화장실 밖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 뒤로 그녀가 화장실 바닥에 떨어트린 핸드폰에서, 여전히 켜 놓은 동영상이 이상야릇한 소리를 계속 흘려대고 있었다.

이때 윤신혜의 남편인 최지훈은 좋았던 만찬 분위기가 갑자기 식자 어리둥절해 하며 눈치를 살폈다.

장인인 대통령이야 언제든 국정을 돌봐야 하는 양반이니 바빠서그렇다 쳐도, 장모인 영부인의 표정이 저렇게 일그러지는 건 결코 좋은 일은 아니었다.

이내 대통령에 이어서 영부인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비서와 같이 식사 자리를 빠져 나가버렸다. 가타부타 아무런 말도 없이 말이다.

남은 가족들로서는 당황스럽고, 지금 자리가 가시방석 같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화장실에 갔던 윤신혜가 돌아왔다.

“여보. 아버님, 어머님이 갑자기....”

화장실 가기 전 까지만 해도 최지훈에게 다정하고 상냥하기 이를 때 없는 아내였다. 그런데 화장실 갔다가 온 그녀는....

“이 손 치워!”

“뭐?”

“이 더러운 손 치우란 말이야!”

아내가 자신의 손을 무슨 혐오스런 바퀴벌레인양 털어내면서, 동시에 그 털어낸 손으로 최지훈의 따귀를 올려붙였다.

쫘악!

순간 식사 자리에 남은 가족들이 전부 화들짝 놀라며 그들 부부를 쳐다봤다.

“여, 여보....”

지금 처한 상황이 가장 당혹스러운 건 최지훈이었다. 자신의 아내, 윤신혜가 자기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빤히 그녀를 쳐다봤다. 그러자 윤신혜가 그의 다른 쪽 뺨을 다른 손으로 때렸다.

짜악!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최지훈의 고개가 홱 옆으로 젖혀졌다. 그때 윤신혜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개새끼는 백준열이 아니라 너야. 이 개새끼야!”

윤신혜의 입에서 백준열이라는 이름이 거론 되자, 최지훈은 눈알을 굴리며 마른 침을 삼켰다. 아무래도 아내가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해 뭔가를 알아차린 거 같았다. 그렇다면....

최지훈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아내에게, 아니 식사 자리에 있는 다른 가족들이 듣게 외쳤다.

“미안하다. 다 내 잘못이야.”

그 말 후 최지훈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후다닥 식사 자리를 빠져 나갔다. 그런 그를 보고 그의 아내 윤신혜가 악다구니를 치며 외쳤다.

“어디가? 이리 못 와?”

하지만 최지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휑하니 영빈관을 빠져 나갔고, 윤신혜는 망연자실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기운이 빠진 듯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신혜야!”

그런 윤신혜를 보고서 식사 자리의 가족들은, 그제야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모여들었다.

* * *

삼명그룹의 2인자라 볼 수 있는 이동훈 비서실장. 그는 국정원 요원인 김종훈을 확보하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내일까지 갈 거 뭐 있어.”

대한민국에서 삼명그룹이 못 할 일은 없었다. 주말이고 밤이었다. 하지만 삼명그룹이 부르자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들이 호응했다.

이동훈은 그런 언론에 김종훈에 대해 흘렸다. 그리고 김종훈이 자신의 비장의 한 수를 꺼내 놨다. 모처에 있는 자기 가방을 좀 찾아와 달라고 해서, 그 부탁을 이동훈이 들어줬었다.

아무래도 그 가방 속에 그것들이 들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허어. 그건....”

그것들은 바로 삼명그룹에서 가지고 있었던, 대통령 비리 정보에 대한 증거들이었다.

놀랍게도 김종훈이 국정원에 넘긴 증거들은 다 사본이었고, 원본은 따로 보관해 뒀던 것.

그 원본 증거들을 김종훈이 삼명그룹에 만들어 준 기자 회견 자리에서 꺼내 놓았고, 그걸로 모든 건 끝났다.

언론은 대통령과 청와대에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들은 침묵했고 그렇게 밤의 시간이 흘러 날이 밝았다.

일요일 아침. 대통령이 직접 기자 회견장에 나왔고, 초췌한 얼굴의 대통령이 비탄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이다.

그로인해 대통령 다음 서열인 국무총리가 임시로 대통령 직무를 대리하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생각보다 대한민국은 조용했고,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여느 주말처럼 평온한 가운데 시간이 흘렀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 되었다. 그러나 어제는 폭풍전야였다. 진정한 폭풍이 바로 월요일 오전부터 대한민국 정치판에 거세게 휘몰아쳤다.

여야가 충돌했고 국정은 전반에 걸쳐서 혼선이 빚어졌다. 그렇지만 오후부터 그 혼란스러운 국정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국무총리가 전격적으로 삼명그룹을 찾았고, 거기서 삼명그룹 백승렬 회장과 만난 뒤, 거짓말처럼 정국이 빠르게 진정 된 것이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 긴급하게 열린 국무회의에서 곧 있을 총선에 대선도 같이 치르자는 안건이 나왔고, 그 안은 바로 국회에 상정 되었다. 그리고 여야의 동의에 그 안이 바로 가결 되면서, 총선과 대통령 재 보궐 선거가 같이 치러지게 되었다.

대통령을 제외한 선출직 공무원은 재 보궐 선거로 뽑는 경우, 잔여임기만 임기라고 규정되어 있으나, 대통령은 임기 관련해서 규정이 없었다. 때문에 이번에 치르는 대통령 재 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대통령은 임기 5년이 보장 되었기에 여야 모두 필사의 각오로, 꼭 승리할 후보를 내기 위해서 벌써 당정 안팎이 시끄러웠다.

그런 가운데 여야의 원내 대표들은 은밀하게 삼명그룹 백승렬 회장과 접촉을 시도했다.

백승렬 회장이 힘을 실어 주는 쪽이 대선 뿐 아니라 총선에서도 유리한 마당이니, 여야 정당에서 그의 눈치를 보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로인해서 안 그래도 어마 무시했던 삼명그룹의 자국 내 영향력이 더욱더 막강해져 버렸고, 대통령을 하야 시키고 정국을 이런 식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진 백승렬 회장의 후계자, 백준열의 삼명그룹 내 입지는 더할 나위 없이 공고해졌다고 볼 수 있었다.

* * *

대통령의 딸인 윤신혜. 그녀는 자신의 부친인 대통령을 쏙 빼 닮았다.

특히 성격이 내성적으로 자기 속내를 절대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인권 변호사로 일하던 최지훈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것은, 다 생각이 있어서였다.

‘내가 평강공주가 되는 거지.’

그러니까 별거 없는 최지훈을 그녀가 키워서, 자신의 부친처럼 청와대 제일 높은 자리에 앉히는 것. 그리고 그녀는 그런 남편 옆에서 영부인으로 나란히 서는 것. 그것이 윤신혜의 꿈이자, 인생의 최종 목표였다. 그랬는데....

“하아....”

그 꿈과 인생의 목표가 어그러졌다. 자기 밖에 모르는 바보 온달인 줄 알았던 남편 최지훈이, 알고보니 순 개새끼였던 것이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함부로 좆 대가리를 놀려대는....

그런 개새끼와는 자신의 꿈도 인생의 목표도 함께 할 수 없었다.

다른 가족들은 식사 후 관사로 향했다. 하지만 윤신혜는 청와대를 나왔다. 그리곤 곧장 시댁으로 향했다. 왜냐하면 보나마나 남편이, 아니 그 개새끼가 거기 가 있을 테니 말이다.

“여, 여보....”

그녀 예상대로 최지훈은 시댁에 있었다. 시부모의 등 뒤에 숨어서, 그들을 방패삼아 윤신혜의 눈치를 보면서. 윤신혜는 그래도 아직은 시부모였기에, 그 점을 존중해서 말했다.

“저희 이혼하기로 했어요.”

당연히 시댁은 난리가 났다. 시부모들은 어떡하든 윤신혜의 마음을 되돌리려 했다. 최지훈이 무릎을 꿇고 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하지만 윤신혜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때였다.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대통령의 비리를 까발렸고....

“그래. 이혼해라.”

갑자기 시부모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리고 개새끼 한 마리가 짖었다.

“좋아. 이혼해 줄게. 대신 지금 살고 있는 집말인데. 거기 전세금은 다 내가 가지도록 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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