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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그 당시 그 배신한 요원이 김종훈을 보고 그랬다. 자신은 결코 아니라고. 이건 다 누군가의 음모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때 김종훈은 묵묵히 자신이 맡은 바 임무를 다 했다. 그 요원이 배신한 걸로 판단한 위선의 결정을 믿었다. 지금 여기 그와 같이 있는 국정원 동료들처럼 말이다.
그러니 저들이 자신을 처리하는 하려 할 때 심정은, 아마도 그때 당시 자신과 같을 것이다. 위에서 그렇다니 묵묵히 자신의 일을 다 하려 하겠지. 하지만....
“이렇게 순순히 죽어 줄 수야 없지.”
자신은 당시 그 배신한 요원과 달랐다. 얼마든지 여기서 빠져 나갈 자신도 있었고. 또 빠져 나가도 잘 숨어서 안 들키고 몇 년 정도 살 수도 있었다.
그 사이 정권이 바뀌면 자신과 같은 특수 요원이야, 얼마든지 다시 신분이 복권 될 것이고.
“어디 두고 보자.”
그때 김종훈은 지금의 복수를 제대로 갚아 줄 생각이었다. 물론 그 전에 여기서 무사히 빠져 나가는 게 먼저일 테지만.
김종훈은 아직까지 자신에 대한 감시가 타이트하지 않은 지금이, 이곳을 빠져 나갈 적기라고 봤다.
만약 위에서 그를 제거하라는 지시가 내려지거나, 제거하기 위해서 사람을 보내기라도 한다면, 그에 대한 감시는 이렇게 물러 터지지 않을 터였다.
그런 김종훈의 판단은 시기적절했다. 왜냐하면 바로 그때 안가에 있는 국정원 요원들 중, 그 책임자라 볼 수 있는 심리 전단 팀 소속 장효조 과장에게, 국정원의 기조실장으로부터 연락이 왔으니까.
-장 과장. 김종훈이 거기 잘 있지?
“네. 저희가 잘 데리고 있습니다.”
-좋아. 한 시간 쯤 뒤 처리조가 거기 갈 거야.
“네?”
처리조가 뭔지 모를 장 과장이 아니었다. 처리조가 여기 온다는 건, 그들이 지금 보호하고 있는 김종훈을 제거한다는 얘기였다.
-감시 강화해. 놈이 눈치 차리지 못하게. 무슨 말인지 알지?
“네. 그런데....김 과장. 여기서 버리기 아까운....”
-장 과장. 결정은 당신이 하는 게 아냐. 괜히 주제넘은 소리하다가 장 과장도 김종훈 꼴 당하지 말란 법 없어.
예전부터 장효조는 기조실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말을 해도 꼭 이런 식으로 재수 없게 하니 말이다. 장효조는 자신의 말이 기조실장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단 걸 깨닫자 바로 입을 닫았다.
“네. 조심하겠습니다.”
-시키는 거나 제대로 하라고. 꼭 일 못하는 게 남 걱정은 많아요.
기조실장도 장 과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마찬가진 모양이었다. 투덜거리다 이내 먼저 전화를 끊어 버리는 기조실장.
“C발....”
괜히 자신의 핸드폰에게 욕설을 내 뱉던 장효조. 그가 손에 들려 있던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 속에 쑤셔 넣고 뒤돌아서 근처에 있던, 자기 밑에 국정원 요원을 손짓으로 불렀다. 그러자 그 요원이 그에게 쪼르르 다가왔고, 그 요원에게 장효조가 말했다.
“박 대리. 김종훈이 감시 체제를 병에서 을, 아니 갑으로 바꾼다.”
“네. 과장님.”
장효조의 지시를 전달하려고 박 대리가 한쪽으로 뛰어가면서,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 전화를 거는 걸 보고, 그는 정장 상의 자켓 속에 넣어 두고 있던 담배를 꺼냈다. 그때였다.
탕! 타앙!
안가에 총성이 울렸고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장효조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는 손에 들려 있던 담배를 버리고, 곧장 총성이 울린 쪽으로 뛰어가면서 상체 옆구리에 차고 있던, 권총집에서 권총을 꺼내 자연스럽게 총알을 장전했다.
탕! 탕! 탕! 탕!
“크아아악!”
그리곤 그 권총을 들고 총성과 비명성이 울리기 시작한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 * *
김종훈은 안가에 있는 자신의 방 안으로, 그의 방 밖에서 지키고 있던 국정원 요원 둘을 간단히 불러들였다.
“아악! 피....피가....”
손가락을 날붙이에 그어 피를 낸 다음 그 피를 얼굴에 칠하고는 다 죽어 가는 사람처럼 구니 국정원 요원 둘이 허둥지둥 거렸다. 그래도 2인 1조로 한 명이 김종훈을 상태를 살필 동안, 다른 요원은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보고하려 했다. 하지만....
푹!
“컥!”
김종훈은 자신의 손가락을 그은 날붙이로, 자신에게 바짝 접근한 요원의 목을 그어 경동맥을 터트렸다. 그러자 그 요원이 질겁하며, 자신의 목에서 철철 터져 나오는 피를 손으로 막고 쩔쩔 매는 사이, 벌떡 몸을 일으켜서 아직 핸드폰을 들고 두 눈 동그래져서 자신을 보고 있는 국정원 요원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퍽!
“크으윽!”
그 주먹에 맞아 비틀거리는 국정원 요원. 하지만 김종훈의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바로 이어진 그의 주먹이 그 요원의 복부를 가격했고, 허리가 직각으로 굽혀진 그 요원의 안면으로, 김종훈의 굵직한 허벅지가 올라왔다.
콰직!
턱뼈가 아작 나는 소리와 함께 두 눈에 흰자위를 드러내면서 맥없이 쓰러지는 국정원 요원. 그렇게 순식간에 국정원 요원 둘을 처리한 김종훈은, 지금 자기 앞에 쓰러진 국정원 요원의 상체, 옆구리 쪽을 더듬어서 권총집 안에 권총을 꺼냈다. 그리고 굳이 자신이 제압한 국정원 요원을 죽이지 않고 권총만 챙겨서 거길 나왔다. 하지만 느슨하다고는 하지만 안가의 감시 체제를 김종훈 혼자서 뚫을 수는 없었다.
“뭐야?”
주차장으로 이동 중 들켰고 김종훈은 바로 총을 쐈다. 그가 쏜 총에 허벅지를 맞은 국정원 요원이 쓰러지자, 김종훈을 그쪽 방향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쓰러져서도 품속에 권총을 꺼내려는 그 국정원 요원의 머리를 권총으로 때려 기절 시킨 뒤, 그 요원의 호주머니를 뒤졌다.
그랬더니 상의 자켓 호주머니 속에 자동차 키가 나왔다.
김종훈은 그 키를 챙겨 들고, 이제는 안가 바깥 주차장이 보이는 쪽으로 내달렸다. 그런 그를 발견한 다른 국정원 요원들이 그를 향해 총을 쐈다.
“크윽!”
그 중 총알 하나가 김종훈의 왼팔을 스쳐지나갔다. 그 사이 김종훈은 주차장에 차들 중 한 대 뒤로 몸을 숨겼다.
불쏘시개로 왼팔을 지지기라도 한 작렬감에 김종훈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권총을 쥔 오른손 말고, 왼손에 들린 자동차 키의 차문 열림 버튼을 눌렀다.
철컥!
그러자 운 좋게 그가 숨은 차 옆 차에서 차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종훈은 자신을 향해 접근해 오는 국정원 요원들에게 총질을 해댔다. 그러자 국정원 요원들이 그 총알 세례를 피해 몸을 숨겼고, 그 순간 뛰어서 옆 차에 탔다. 그리고 시동을 걸었다. 그걸 보고 국정원 요원들이 그를 향해 사격을 해 왔는데, 김종훈은 그대로 차를 후진 시켰다가 좌회전해서 차를 돌린 뒤, 그대로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타타타타타탕!
그런 그가 탄 차를 향해 국정원 요원들이 총질을 해 댔지만, 김종훈이 탄 차는 빠르게 국정원들 시야에서 멀어졌다.
“쫓아!”
그때 다른 국정원 요원들과 총질 중이었던 장효조가 외쳤다. 그러자 국정원 요원들이 타고 온 차로 달려갔고, 그 사이 장효조가 침중한 얼굴로 바지 호주머니 속에 핸드폰을 꺼냈다.
“C발....”
그리고 걸기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다가 결국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 사이 3대의 차량이 김종훈이 타고 달아난 차를 쫓아서 질주를 하고 있는 것이 장효조의 눈에 보였다.
* * *
김종훈은 당연히 국정원 요원들이 그를 쫓아 올 걸 알았다. 그리고 공권력은 그들 편이었다. 즉 고속도로에 들어가는 순간, 그의 행적이 낱낱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국도와 지방도로 움직이되, 한 시간 이상 같은 차를 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뒤를 쫓아오던 국정원 요원들의 차는 애초에다 따돌린 상태. 일반 요원들인 그들은 특수 임무에 특화 된 자신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렇게 강원도에서 경기도로 넘어가서, 양평군의 한 한적한 주유소에 차를 댄 후, 차에 기름을 넣고 난 김종훈.
꼬르르르륵!
배가 고팠다. 그러고 보니 안가에 들어가고 여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
그런 그의 눈에 주유소 바로 옆에 위치한 중국집이 보였다.
“꿀꺽....”
군침을 삼킨 김종훈은 차를 몰아 그 중국집 주차장에 차를 대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짬뽕과 탕수육을 시켜서 그걸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후우우....”
최후로 남은 짬뽕 국물까지 다 마사자, 배가 빵빵하게 불러왔다. 그때였다. 손님이라고는 그 말고 아무도 없던 중국집 안으로 누가 들어왔다.
깔끔한 정장 차림에 체구가 상당히 좋은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그를 보는 순간 김종훈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허리 뒤춤에 꽂아 둔 권총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그 정장남이 큰소리로 외쳤다.
“여기 간짜장 하나요.”
그 말에 김종훈은 움찔하며 권총으로 향하던 자신의 손을 다시 비어있는 짬뽕, 탕수육 그릇이 놓여 있는 테이블 위로 올렸다.
그때 그 옆 자리에 떡하니 앉은 정장남. 그가 힐끗 김종훈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여기 괜찮습니까?”
그 말을 하면서 김종훈이 먹어 치운 짬뽕과 탕수육 그릇을 보고, 그 정장남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간짜장 말고 짬뽕 시킬 걸 그랬나?”
김종훈은 보기보다 말 많은 정장남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카운터로 걸어가면서 외쳤다.
“여기 계산이요.”
계산이란 소리에 주방에 있던, 이곳 중국집의 주인장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후다닥 뛰어나왔다. 그리곤 카운터 안으로 들어가서 말했다.
“이만 천원입니다.”
그 말에 김종훈이 바지 뒷주머니 속에서 그가 앞서 훔친 차의 주인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그 지갑 안에서 막 만 원짜리 세 장을 꺼내는 데....
“김종훈씨. 쫓기나 봐요?”
자신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은 정장남의 그 말에, 김종훈이 재빨리 자신의 바지 뒤춤에서 권총을 꺼냈다. 그리곤 총구를 그 정장남에게 겨누며 외쳤다.
“너 누구야!”
그때였다. 중국집 안으로 시커먼 정장에 권총을 든 남자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그 수가 얼추 20명을 넘었고, 그런 그들이 일제히 김종훈을 향해 정확히 권총의 총구를 겨눴다. 그걸 보고 김종훈의 동공이 크게 흔들릴 때였다.
그때까지도 태평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정장남이 김종훈에게 말했다.
“반갑습니다. 나는 삼명그룹 경호실 소속 김창규 과장이라고 합니다. 아아. 참고로 저들은 당신이 나를 인질로 잡아도, 눈 하나 까닥하지 않고 당신과 나 둘 다에게 총을 쏠 겁니다. 그게 여기 오기 전에 본사에서 저들과 나에게 내려진 특별 지시니까요.”
분명 자신이 죽음과 연관 된 얘기이건만, 김창규라는 작자는 너무나도 태연자약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김종훈이 눈살을 찌푸리자 그걸 본 듯 김창규가 말했다.
“그쪽은 죽으면 그만이지만, 나는 죽으면 내 가족을 삼명그룹에서 잘 돌봐 주거든.”
그 말 후 김창규가 근처 검은 정장남 중 하나에게 물었다.
“내가 여기서 죽으면 위로금이 얼마 나오지?”
그러자 김창규에게 질문을 받은 검은 정장남이 바로 대답했다.
“이런 상황이라면....100억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그 대답에 김창규가 싱긋 웃으며 김종훈을 보고 살짝 얄밉게 말했다.
“우와! 100억이라네?”
김종훈은 마치 자신을 쏴 달라는 뉘앙스마저 풍기는 김창규를 보고 어처구니없어 하다가 결국 그를 겨누고 있던 총구를 내렸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내가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지?”
김종훈은 확신했었다. 누구도 자신의 도주로를 추적해 올 수 없을 거라고 말이다. 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했으니까.
하지만 삼명그룹 측에서는 마치 그가 여기 나타날 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한 두 명도 아닌 20명도 넘는 인원을 보내서, 그가 달아날 수 없는 덫을 미리 쳐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 물음에 대한 김창규의 답변은, 역시나 김종훈의 예상대로였다.
“나야 모르지. 위에서 그러라기에 그 지시를 따른 것 뿐.”
그 대답을 하면서 김창규가 고개를 짓을 했다. 그러니까 자기 쏠 거 아니면 들고 있는 권총을 버리라는 제스처였다.
김종훈은 잠시 갈등을 했지만 결국 들고 있던 권총을 바닥에 내려놓고,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를 향하던 20여개의 총구가 내려지고, 그 중 두 명이 그에게로 다가와서 그의 두 손을 뒤로 젖힌 뒤, 케이블 타이로 손목을 묶었다. 그때 김종훈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 전화를 거는 김창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잡았습니다. 네. 네. 바로 본사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김창규의 입에서 본사란 말이 나왔고, 그걸 엿들은 김종훈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왜냐하면 바로 그를 처리하는 게 아니라서 말이다. 어째든 삼명그룹 본사로 가는 동안, 또는 삼명그룹 본사 안에 있는 동안, 그는 어째든 살아 숨 쉬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그가 살 수 있는 기회는 반드시 있을 것이다. 김종훈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고. 하지만....
푹!
“어?”
그의 목에 주사바늘이 꽂혔고 주사액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방심했다.’
김창규에 집중하다가 그만 당장 그의 주변에서, 그에게 무슨 짓을 저지르려 하는지를 살피지 못했다.
약효는 빨랐다. 바로 머리가 핑 돌면서 삽시간에 그의 의식이 끊기고, 그의 몸이 맥없이 허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