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547화 (92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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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주말 아침에 가족들과 식사 후 JYB엔터의 김효석 실장은 출근 준비를 했다.

그런 그의 옆에 그의 아내가 착 달라붙어 그를 챙기며 말했다.

“옮긴 회사가 주말 근무 안해서 좋아했더니....”

삐죽 입을 내미는 아내를 보고 김효석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미안. 직급이 오르다보니 일이 더 늘어나서. 대신 월급이 꽤 올랐어.”

김효석의 월급이라는 말에 아내의 튀어나온 입이 바로 쏙 들어갔다. 그리곤 초롱초롱 눈빛을 빛내며 궁금한 듯 그에게 물어왔다.

“얼마나 올랐는데?”

“한 백만 원쯤 더 올랐을 걸.”

“뭐? 지금 월급에서 백만 원이나?”

그 말을 하며 아내가 열심히 눈알을 굴리는 걸, 전면 거울을 통해 보고 김효석이 피시식 웃으며 말했다.

“또 뭔 꿍꿍인데?”

“어?”

“애들 학원 어디 더 보낼까, 그 생각 중이었지?”

남편이 자신의 생각을 바로 맞춰서일까? 김효석의 아내가 움찔하며 말했다.

“아, 아니야. 학원은 지금 보내는 걸로도 충분해.”

“아니긴. 그런데 말이야. 나는 그 돈....우리 노후를 위해 모았으면 해. 당신도 알다시피 요즘 시대에 애들이 우리 노후를 챙겨주는 건 불가능한 일 일 테니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직장인들이 서울에서 집 한 채 장만하기 정말 어려웠다.

그런 마당에 부모님을 모신다? 지나가던 개가 웃을 소리였다. 그렇게 보면 김효석의 말이 맞았다.

자신들의 노후는 자신들이 챙겨야 했다. 하지만....

“애들 수학 과외 붙이면....”

두 자식들 모두 누구 머리를 닮았는지 수학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 수학 성적만 좀 끌어 올려 주면 둘 다 in서울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은 데 말이다.

김효석도 그걸 알았기에 아내의 심정이 백번 이해가 갔다. 그래서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해. 돈이야 내가 더 열심히 일해서 벌면 되지.”

“정말?”

자기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이 10년 중 김효석이 그녀 생일날 사 준 옷이란 걸 아내는 알고 있을까? 그 생각을 하면서 환하게 웃는 얼굴로 자신의 넥타이를 매어 주는 아내의 두툼한 허리를 두 팔로 슬쩍 끌어안는 김효석.

“어머. 이이가 진짜....애들 보면 어쩌려고....”

그리곤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아내를 보고 김효석은 바로 이런 게 행복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면서 이런 기분이야 말로 자신이 주말임에도, 이렇게 군말 없이 일하러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었다.

“다녀올게.”

“빨리 와요. 저녁에 당신 좋아하는 꽁치찌개 짜글짜글하게 끓여 놓을 테니까.”

“아냐. 오늘 저녁은 그냥 나가서 먹자. 당신 좋아하는 돼지갈비로다가.”

“하지만....”

“월급도 올랐는데, 축하 파티는 해야지. 그 정도는 괜찮아.”

“그래요. 그럼.”

김효석은 아내에게 그들 가족들이 자주 가는 단골 돼지갈비 맛집에, 미리 예약을 해 놓으라고 아내에게 신신당부를 하고서는 출근길에 올랐다. 거기가 워낙 맛집이라서 예약 해 놓지 않으면 막상 거기 가서 발걸음을 돌려야 할지 몰랐으니까.

* * *

JYB엔터에서 요즘 가장 많은 일을 해 내고 있는 사람이 바로 특수 제 1부문장 차은석이었다.

그런 그녀의 과중한 일을 절반 가까이 덜어 준 게 김효석이었고. 그런데 그 절반만 쳐내는 것도 장난이 아니었다.

특히 백준열 대표가 별거 아닌 거처럼 툭툭 던져 주는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오늘 김효석이 주말임에도 출근하게 된 것도, 바로 어제 백 대표가 던져 준 일 때문이었다.

이번 주에 웬만한 일은 다 처리하고, 몇 개 남아도 그건 다음 주로 넘겨 마무리 지어도 충분했다. 하지만 어제 백 대표가 던져 준 따끈따끈한 일은 그럴 수가 없었다.

“채시연과 계약이라....”

채시연이 누군지 김효석도 잘 알았다. 그녀와 계약을 하는 것에 대해서 김효석도 찬성이었고.

비록 발 연기에 방송국과 트러블이 있는 그녀였지만, 섹시한 트렌드의 그녀는 광고 쪽으로만 돌려도, 지금 계약하려는 그녀 몸값의 수십 배는 벌 수 있었다. 그러니 연예기획사라면 어디라도 채시연이라면 군침을 흘릴 만 했다.

백준열 대표가 어떻게 채시연을 알아서, 그녀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는지까지, 자세한 내막은 김효석도 몰랐다.

“뭐 만나보면 알겠지.”

김효석은 어쩔 수 없이 출근한 자기 밑에 직원 한 명을 데리고 채시연을 만나러 약속 장소로 향했다.

“뭐야?”

그런데 채시연이 약속 시간이 지나도 약속 장소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효석은 곧장 채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전화도 받지 않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었다. 이러면 또 얘기가 달라졌다.

계약하기로 한 여배우의 계약 당일 잠적. 이건 오랜 시간 연예계에서 굴러 온 김효석에게 있어서 안 좋은 쪽으로 촉이 왔다. 김효석은 즉시 백준열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백준열은 다행히 김효석의 전화를 바로 받았다.

“대표님. 채시연씨 말인데....”

김효석이 쭉 현 상황을 설명하자 그가 말했다.

-내가 좀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네.”

그렇게 통화 후 김효석이 직원과 같이 리필한 커피를 다 마셔 갈 무렵, 백준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네. 대표님.”

-채시연 말인데. 아무래도 전 소속사에서 손을 쓴 거 같아요.

“네에?”

-그래서 말인데....

대개 이럴 경우 계약은 접는다. 하지만 백준열은 아니었다. 김효석이 생각지도 못한 말을 그가 버젓이 했다.

-한 시간 뒤에 누가 채시연을 데리고 거기 갈 겁니다. 그럼 그녀와 바로 계약을 하세요.

“네? 아네. 알겠습니다.”

누가 뭘 어떻게 해서 채시연을 한 시간 만에 여기 데려 온다는 지에 대해서, 김효석은 백준열에게 감히 물을 수가 없었다. 대표인 그가 그렇다니 그는 그 지시를 충실히 따르기만 하면 됐으니까.

그렇게 백준열과 통화를 끝낸 뒤, 시간을 확인한 김효석이 같이 있던 직원에게 물었다.

“이 근처에 뭐 먹을 만한 게 있어? 아아. 돼지갈비 빼고.”

김효석의 말에 직원이 근처 순두부찌개 죽이는 데가 있다고 했고, 두 사람은 거기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리고 정확히 한 시간 뒤에, 김효석이 다시 채시연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갔을 때였다.

“헉!”

딱 봐도 조폭스런, 살벌하게 생긴 자들이 채시연을 데리고 그 자리에 나타났고, 그녀를 두고 휑하니 사라졌다.

그 뒤 김효석은 채시연과 원만하게 전속 배우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채시연 배우님. 저희 JYB엔터의 식구가 되신 걸 환영합니다.”

“고마워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김효석은 채시연과 악수 후, 그녀에게 바로 같이 있던 직원을 붙여주며 말했다.

“채시연씨 집까지 잘 모셔드리고 곧장 퇴근해.”

“네.”

김효석의 바로 퇴근이란 말에 직원이 신나하며 채시연과 같이 약속 장소를 나갔고, 잠시 계약서를 살펴 본 뒤 김효석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긴 한데. 뭐 대표님이 어련히 알아서 처리하셨을까.”

며칠 전 김효석은 차은석 부문장에게서, 이 회사를 다니는 데 있어서 유의미한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러니까 백준열 대표님이 뭘 해도 놀랄 거 없다는 말을 말이다. 그러면서 그녀가 그랬다.

“우리에게 불가능한 일도 그분은 척척 해 내시니까요. 그걸 보고 궁금해 하거나 의문 같은 건 가지지 마시고. 괜히 자괴감만 들뿐이니까요. 그저 오늘도 대표님이 다 알아서 하셨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세요.”

차은석은 백준열 대표를 무슨 슈퍼맨 같이 생각하는 거 같았다.

김효석은 자신보다 먼저 이 회사에 들어와서, 최고라고 인정받고 있는 차 부문장의 조언을 절대 허투루 생각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말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JYB엔터 본사로 곧장 향했다.

거기서 계약서를 잘 보관한 뒤, 곧바로 퇴근해서 가족들과 같이 예약해 둔 돼지 갈비 집으로 간 그는, 실컷 갈비를 뜯고 술도 한잔 마시고는 집으로 돌아가서, 두 다리 쭉 뻗고 편하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남은 주말을 집에서 푹 쉰 김효석은 완전 재충전을 하고서, 월요일 아침에 기분 좋은 얼굴로 출근길에 올랐다.

* * *

서울로 향하는 차 안.

새근새근, 내 품에 안겼던 장혜원이 그대로 내 품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아마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하긴 오늘 그녀가 겪은 일을 보통 사람은 평생 겪어보지 않고서 살아가니까. 남편의 일도 그렇고, 중학교 동창인 나와의 일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뭐 그렇게 하면 될 거 같군.”

그 사이 나는 그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을 끝냈다. 바로 그때였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내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양태석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오전에 그에게 부탁을 한 게 있었다. 그러니까 골프장에서 3번 홀로 이동 중이었을 거다. 내 회사 김효석 실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었다.

“뭐지?”

주말이라서 그가 내게 전화해 올 일은 없었다. 김 비서라면 또 모를까. 해서 나는 그의 전화를 바로 받았다. 그랬더니 어제 내가 맡긴 채시연과의 계약 문제로, 김효석 실장이 전화를 건거였다.

“네? 채시연이 연락도 안 돼요?”

채시연이 계약하기로 하고 약속 펑크 낸 것으로도 모자라서, 연락 자체가 되지 않고 있단다. 당연히 무슨 문제가 생긴 거였고. 나는 알아보겠다고 하고, 일단 김효석 실장과 통화를 끝냈다.

그때 나는 내 견신시스템의 5UP된 「개 짖는 소리」스킬의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자 채시연에 대한 도청, 감청이 가능해졌고, 그녀가 지금 어디에 어떤 상태로 있는지 알게 되었다.

“MK엔터대표 김만규. 동생 따라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싶은 가 보네.”

나는 이미 김만규의 동생인 양아치 김천규를 없애라고 양태석에게 얘기해 놓았다.

아마 김천규는 그때 당시 저승 행 특급 열차 티켓을 끊었거나, 이미 탑승 중일지도 몰랐다. 뭐 어째든 그때 나는 골프장 3번 홀에 들어서기 전에, 잠깐 몸을 빼서 양태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양 전무. 김만규가 아무래도 먼저 손을 쓴 거 같아요.”

-네?

“그게 오늘 우리 회사랑 계약하기로 한 채시연이라고....”

내가 쭉 설명을 하자 그걸 다 듣고 난 양태석이 말했다.

-그 여자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아신다니 바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 말에 내가 「개 짖는 소리」스킬의 능력을 사용해서 알게 된, 현재 채시연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양태석이 말했다.

-마침 아는 곳이군요. 여기서 가깝기도 하고. 한 시간 안에 그 여배우를 구해서, 계약하기로 한 곳에 데려다 주도록 하겠습니다.

양태석의 호언장담에 나는 그러라고 하고서, 내친김에 MK엔터 김만규도 처리해 버리라고 했다.

그렇게 양태석과 통화를 끝내고 나는 바로 김효석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한 시간 뒤에 누가 채시연을 데리고 오면 계약을 하라고 전했다.

그런 일이 있고 벌써 시간이 6시간 넘게 흘렀다. 아마도 지금 걸려 온 양태석의 전화는 그 알에 대한 결과 보고 일 가능성이 컸다. 나는 그런 양태석의 전화를 받았다.

“네.”

-대표님. 말씀 하셨던 채시연이라는 여자는, 약속 장소에 제 시간에 보냈고, MK엔터 김만규가 있는 곳을 알아내서 지금 그쪽으로 애들을 보냈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MK엔터 김만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내 심기를 건드린 그 놈을, 이 땅 위에서 계속 나와 같이 숨 쉬고 사는 걸 용납지 않았다.

“네. 잘 처리하세요.”

-네. 그리고 배신자 녀석도 정리가 됐습니다.

내가 봤을 때 양태석이 지금 이 시간에 내게 전화를 건 것은, 오늘 오전에 내가 그에게 부탁했던 일에 대한 결과보고 보다는, 자기 휘하에 배신자 하종균을 깨끗이 정리했음을 내게 알리고 싶어서였다.

그 만큼 양태석은 내가 자기 밑에 수하를 두고 배신자 운운한 것을 꽤나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하여튼 성격하곤....쯧쯧쯧. 어디 이래서야 조폭 두목 노릇 오래 해 먹겠나?’

양태석의 리더십은 나도 인정하는 바였다. 능력도 출중하고. 하지만 그는 주위 사람을 너무 믿었다. 그러다 믿는 도끼에 발등 여러 번 찍혔는데도, 그는 여전히 찍혀 줄 발등이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 * *

지금 양태석과 통화하면서 나는 건빵 열 개를 한 번에 입에 넣고, 우걱우걱 씹는 느낌이었다. 입이며 혓바닥까지 침이 다 말라 버린 채 말이다. 뭐 계속 씹다보면 결국은 입에서 나온 침으로 인해 건빵도 촉촉한 반죽 상태로 내 목으로 넘어가긴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말라버린 내 입의 텁텁함 느낌이 그다지 기분 좋을 리 없었다.

그렇게 내가 불쾌함을 뒤로 하고 막 양태석과 통화를 끝냈을 때였다. 들고 있던 내 핸드폰이 다시 울렸고, 확인하니 이번에는 서진그룹의 민영석 실장이었다.

아마도 민 실장이 오늘 서진그룹 실무 진 쪽과 사전 접촉한 후, 그 결과를 내게 보고하려고 전화한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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