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543화 (5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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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소방대원들 생각대로 구급차에 실려간 환자들의 보호자들, 그러니까 환자들의 배우자들은 심히 쪽팔렸다. 그래서 둘 다 일부러 앰뷸런스에 타고 환자들과 같이 병원으로 가지 않았다. 물론 앰뷸런스가 작아서 그들이 다 탈 공간도 없었기도 했었고. 어째든 그들을 보내고 나서 범효석이 장혜원을 보고 말했다.

“사모님. 우리....골프 계속 치죠?”

“그, 그럴까요?”

여기서 그들이 갑자기 라운딩이 취소하면, 세인들은 그 이유를 궁금해 할 것이고, 어떡하든 그 이유를 알려고 들 터였다. 그러면 막는다고 막아도 결국에는 그 이유가 탄로 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배우자들이 골프장에서 놀아먹은 게 밝혀진다면, 두 사람 모두 쪽팔린 건 둘째 치고 체면 구기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사업하는 범효석 입장에서는, 그게 사업적으로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건 장혜원 역시 마찬가지 인 게, 안 그래도 시아버지인 박정명 회장의 눈 밖에 난 남편 박성철이, 이번 일로 자칫 후계구도에서 배제 되는 사태라도 벌어진다면....

해서 두 사람은 각자 머릿속으로 복잡한 계산 끝에, 남은 골프 라운딩을 다 소화하고 여길 떠나는 걸로 가닥을 잡았다.

그렇게 남은 라운딩을 그들이 소화하면서, 14번 홀에서 두 사람이 확연히 김빠진 상태로 묵묵히 골프를 치고 있을 때였다. 이미 그들 머릿속에서 골프 타수 따윈 지워지고 없었다.

우우우우웅!

카트 두 대가 14번 홀에 나타났다. 아무래도 그들 라운딩 바로 뒤에 팀이, 이쪽이 아직 라운딩을 중임을 모르고 여기 나타난 것이다. 그걸 보고 범효석의 캐디가 그쪽으로 뛰어가는 걸 보며, 장혜원은 레이디 존에서 막 티샷을 날렸다.

따악!

다행히 그녀가 때린 공은 비록 비거리는 짧아도 페어웨이 안에 떨어졌다. 그걸 확인하고 장혜원이 흡족하니 고개를 끄덕거릴 때였다.

“어? 장혜원?”

누가 자신의 이름을 언급했고, 그 소리에 시선을 그쪽으로 돌린 장혜원. 그런 그녀 눈에 그녀의 중학교 동창인 백준열이 웃으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게 보였다.

“아아....”

정신이 없어서 아까 클럽 하우스에서 그와의 만남을 깜빡 잊고 있었던 장혜원.

그녀가 얼떨떨해 하며 한 손을 들었을 때, 그런 그녀 눈에 백준열 좌우로 다가 서는 두 미인들이 보였다.

“혹, 혹시 민혜주 프로 아니십니까?”

그때 장혜원과 같이 라운딩 중이었던 범효석이, 민혜주를 알아본 듯 반가운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아네. 라운딩 중이신데 실례했습니다.”

원래 백준열 일행은 자기 앞에 라운딩 돌고 있는, 복상사 팀을 추월해서 바로 16번 홀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백준열이 장혜원을 알아보면서 카트를 멈춰 세웠고, 라운딩 중인 팀에 이렇게 끼어드는 건, 큰 결례인 걸 아는 프로 민혜주가, 혹시 그로 인해 문제가 생길까 저어해서 먼저 범효석에게 사과를 한 것이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 보다....두 분은 어떻게 아시는 사이신지?”

그때 누가 사업가 아닐랄까, 범효석이 노련하게 백준열과 장혜원을 번갈아 보면서, 대화의 물꼬를 터나갔다.

“저의 중학교 동창이에요.”

장혜원이 바로 대답을 했고, 그 대답에 생각이 난 듯 범효석이 말했다.

“아아. 아까 아내에게 들었습니다. 사모님 중학교 동창을 만났다고. 그런데 그 동창이 남자였을 줄은 몰랐습니다.”

살짝 짓궂은 얼굴의 범효석. 그런 그를 보고 장혜원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희정이가 제 동창의 성별까지 남편에게 밝히지는 않은 모양이네요.”

“그러게요.”

장혜원의 뼈 있는 농담에 범효석이 씁쓸하게 웃으며 멋쩍게 대답을 했다. 그때 백준열이 두 사람을 보고 말했다.

“여기....두 분이 답니까?”

“네?”

백준열의 물음에 당황한 범효석과 달리 그의 마을 알아들은 장혜원이 말했다.

“어어. 우리끼리 치고 있어.”

“그럼 같이 치죠?”

“뭐?”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백준열의 뜻밖의 제안에, 장혜원과 범효석 모두 당황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봤다.

* * *

장혜원은 백준열을 보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왜 그런지는 그녀도 몰랐다. 그래선지 몰라도 백준열이 같이 골프 치자는 제안에 선뜻 그러고 싶었다. 그리고 범효석 역시 평소 같이 라운딩 해 보고 싶었던, 민혜주 프로와 같이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벌써 마음이 홀라당 넘어간 상태였다.

“그, 그래도 될까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범효석이 먼저 장혜원에게 물었고, 장혜원도 그러고 싶었던 터라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어차피 몇 홀 남지도 않았는데....”

장혜원의 승낙에 범효석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불과 30분 전에 자기 아내가 딴 놈과 거기가 결합 된 체, 앰뷸런스에 실려 간 남편의 모습과는 확연히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반면 장혜원을 백준열과 골프 치는 게 좋아서 범효석처럼 저렇게 웃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 편을 짜죠. 민 프로는 당연히 열외고, 저와 혜원이가 한 팀 먹고 나나미와 범 대표님이 한 팀이 되시죠?”

백준열이 적극적으로 장혜원을 감싸 돌자, 장혜원은 자기도 모르게 스멀스멀 웃음꽃이 얼굴에 피어올랐다.

그렇게 14번 홀에서 Join한 백준열 일행과 장혜원, 범효석은 남은 5홀로 내기 골프를 시작했다.

백준열은 자기 약속 때문에 빠른 라운딩을 지향했고, 그 결과 한 시간 만에 17번 홀까지 골프 라운딩을 진행시켰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18번 홀. 내기라 그런지 몰라도 생각보다 범타와 실수가 많이 나왔다. 그래서 17번 홀까지 백준열 쪽과 범효석 쪽 모두 시원찮은 결과가 나왔는데, 그런 그들을 보고 민혜주가 제의했다.

“그냥 마지막 18홀에서, 한 홀만으로 승부를 보는 걸로 하죠?”

“그럴까요?”

“그럽시다.”

범효석도 승부욕이 대단했다. 나나미는 두 말할 거 없고. 해서 백준열과 장혜원은 끝까지 방심하지 말자며 결의를 다진 채, 같이 카트를 타고 18번 홀로 향했다. 그렇게 18번 홀에 도착한 그들에게 범효석이 다가와서 말했다.

“네 사람 다 티샷을 쳐서 홀컵에 가장 가까이 붙이는 사람이 있는 쪽이 내기에서 이기는 거 어때요?”

백준열은 그 제의에 바로 옆에 장혜원을 쳐다봤다. 그랬더니 장혜원이 좋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죠.”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내기 방법이 결정 되었고, 가위 바위 보로 누가 먼저 칠지 순서를 정했다.

“오예!”

제일 먼저 칠 사람은 바로 정해졌다. 다들 빠를 냈는데 혼자 묵을 낸 범효석. 그 결과에 장혜원이 기뻐하며 웃는 걸 보고 백준열도 따라 웃었다. 당연히 그런 백준열을 민혜주와 나나미가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봤고.

“에이...”

하지만 바로 이어진 가위 바위 보에서, 장혜원이 걸리면서 실망한 그녀는 마지막으로 나나미와 백준열이 한 가위 바위 보에서 백준열이 이기자, 그 자리에서 폴짝 뛰며 기뻐했다. 마치 백준열이 이긴 게 자기가 이긴 거처럼 말이다.

그런 그녀를 백준열이 좀 전과 달리 묘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그 시선은 금세 거둬들였기 때문에, 그가 그렇게 그녀를 본 걸 알아본 사람은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 * *

우리 앞쪽에서 라운딩 중인 팀이 끝까지 애를 먹였다. 해서 우리는 13번 홀에서 바로 16번 홀로 건너뛰기로 했다. 그렇게 막 14번 홀을 지나쳐 갈 때였다.

“잠깐만....여기 세워요.”

“네?”

내가 탄 카트를 운전 중이던 캐디가 흠칫 놀라 뒤를 돌아봤다. 그런 그녀에게 내가 확실히 말했다.

“세우라고.”

“네.”

누가 뭐래도 오늘 캐디들의 물주는 나였다. 해서 내 캐디도 내 말에 절대 복종했다.

그렇게 앞서 달리던 카트가 라운딩 중인 14번 홀의 한쪽에 멈춰 서자, 뒤따라오던 나나미와 민혜주를 태운 카트도 우리 카트 뒤로 다가와 멈춰 섰다.

“무슨 일이죠?”

민혜주가 바로 카트에서 내려서 내 쪽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카트에서 내려, 곧바로 라운딩 중인 우리 앞 팀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그건 사람 이름이었고 그 이름을 듣자마자, 그 이름의 주인공이 나를 쳐다보고 놀란 얼굴 표정을 짓더니 이내 손을 들어 보였다.

내가 부른 이름은 장혜원으로 내 중학교 동창이었고, 그녀와 같이 라운딩 중인 범효석이라는 식품회사 대표와 나는 인사를 나눈 다음, 같이 라운딩 돌자는 제안을 했다. 내가 그렇게 한 이유는....

-디링! 당신의 첫사랑을 만났습니다. 이대로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죠. 견신께서 첫사랑과 교배, 아니 빠구리에 성공할시 개지수 20포인트를 지급하신답니다. 어떻게 견신의 이번 미션을 받아드리겠습니까?[ Y/N]

14번 홀에 막 접어들었을 때 견신 시스템이 불쑥 미션을 제안했다. 근데 그게 견신의 미션이었다. 때문에 나는 생각하고 자실 것도 없이 바로 속으로 ‘예스’를 외쳤다. 그 뒤 카트를 멈춰 세웠고 말이다.

그 뒤 임기응변으로 나는 골프 내기를 성사시켰고, 나와 중학교 동창인 장혜원과 한 팀을 먹는데 성공했다.

같은 팀이 되어야 그만큼 빨리 장혜원과 친해 질 것이고, 또 그 유대 관계가 내기가 끝난 뒤에도, 그녀와 나 사이에 이어질 것이 아닌가? 그런 허물없는 관계가 곧 애정의 싹을 틔울 단초가 되어 줄 것이고.

그렇게 시작 된 내기 골프에서 우리는 18홀에서 티샷 한번으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홀컵에 가장 가까이 붙이는 사람이 있는 팀이 이기는 걸로 말이다.

“어라?”

근데 그 마지막 18번 홀에서, 내가 장혜원의 예기치 않았던 묘한 매력에 빠져서, 잠시 넋을 놓고 있었을 때였다.

따악!

가위 바위 보에 져서 제일 먼저 티샷을 날린 범효석. 그가 친 샷이 멋진 궤도를 그리며 깃발을 항해 날아갔고, 백스핀 먹은 공이 홀컵에서 2미터 안쪽으로, 상당히 가까이 붙은 체 멈췄다.

“젠장....”

“어머머....”

“도떼모 스고이데스(とてもすごいです, 너무 대단해요) 효석상!”

그걸 지켜보던 나와 장혜원은 각자 탄식을, 범효석과 같은 편인 나나미는 대 놓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곧장 범효석에게 달려가서 하이파이브를 하며 그를 칭찬했다. 그러자 입이 귀에 걸린 범효석이 나를 슬쩍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 거리더니, 나나미와 같이 티 박스를 나왔다. 그리고 다음 순서인 장혜원이 티 박스에 들어섰다.

“화이팅!”

장혜원이 나를 향해 골프채를 들지 않은 왼손의 주먹을 꽉 쥐어 보이며 외쳤고, 그런 그녀를 보고 웃으며 나는 불끈 두 주먹을 쥐어 보였다.

* * *

내가 봐도 긴장한 티가 역력한 장혜원.

‘어렵겠네.’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내 편이긴 하지만 장혜원에게 크게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기대를 장혜원은 저버리지 않았다.

부웅! 딱!

장혜원이 친 공은 티 박스와 그린 사이에 있는 연목으로 쭉 날아가서 퐁당 빠졌다.

“하하하하. 이거 우리가 이겼다고 봐야겠는데요?”

두 명 중 한 명이 헤저드로 공을 날렸으니, 범효석의 말이 딱히 틀린 건 아니었다. 그렇게 다 이겼다고 실실 웃는 범효석이, 티 박스에 들어서는 자신의 편인 나나미를 향해 소리쳤다.

“나나미. 화이팅!”

“화이토(ファイト)!”

범효석의 외침에 귀여운 표정으로 따라 파이팅을 외치는 나나미. 하지만 나나미의 티샷은 그린에 올리긴 했지만, 홀컵에서 거리는 10미터가 훌쩍 넘어보였다. 그렇게 승부의 추가 한쪽으로 확 기울어진 체, 마지막으로 내가 티 박스에 들어섰다.

“준열아. 파이팅!”

살짝 두 볼이 상기 된 장혜원이 나를 향해 열심히 응원을 해 주는 가운데, 나는 티 박스에서 연습 스윙을 했다.

부웅! 부웅!

제법 힘이 실린 내 스윙에서 나는 소리가, 확실히 주위에 위화감을 조성시켰다. 그런 가운데 나는 티 박스에서 나는 제대로 된 스윙을 했다.

따악! 슈우우우웅!

잘 맞은 공이 생각보다 더 뻗어나갔고, 나는 속으로 너무 세게 친 거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방향은 좋았다. 적어도 헤저드 행은 아니었다.

“어어!”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티샷이 그린에 온 했는데 원 바운드 되었다가 투 바운드에서 깃대를 맞추더니, 튕겨 나오지 않고 그대로 밑으로 뚝 떨어져 내려 버린 것.

팅!

그러면서 홀컵 안으로 바로 들어가 버린 공. 그러니까 내가 그 어렵다는 홀인원을 쳐 버린 것이다.

“우와아아....”

“미쳤다.”

“저, 저게 들어가다니....”

짝짝짝짝....

주변 사람들과 캐디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내기에 승리한 나는 두 팔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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