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534화 (53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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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으아아아아....”

놀란 얼굴의 포차 주인이 그 녀석을 쏘아보자, 녀석이 덜컥 겁을 집어 먹고서는 되레 비명을 지르며, 포차 주인의 배에 꽂아 넣은 칼도 그대로 두고 헐레벌떡 내뺐다.

“으으으윽....”

포차 주인은 자기 배에 꽂힌 칼을 내려다보고 창백해진 얼굴로, 자신의 호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냈다. 빨리 119에 연락하려 한 거다.

지금은 경찰보다는 자기부터 살아야 하니, 119구급대를 부르는 게 먼저였다. 하지만....

퍽!

누가 포차 주인의 손에 들려 있던 핸드폰을 쳤고, 119까지는 누르고 통화 버튼만 누르면 되는 상황에서, 포차 주인의 손에 쥐어져 있던 핸드폰이 훌훌 날아서 길바닥에 떨어졌다.

콰직!

근데 그걸 또 누가 짓밟았다. 그게 누군지 포차 주인이 쳐다봤더니....이 동네 양아치들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포차 주인의 배를 찌르고 내 뺀 녀석이, 다른 양아치 손에 잡혀서 다시 그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준명아. 하던 거마저 해야지. 일을 하다가 말면 어떡해? 자자. 일단 니가 꽂은 칼부터 빼라.”

“아, 안 돼. 하지마.”

여기서 칼을 뽑으면 피가 철철 나올 건 자명한 일. 사색이 된 포차 주인이 외쳤다. 하지만....

퍽! 푸우욱!

“커어어억!”

누가 포차 주인의 뒤통수를 때리면서 동시에 발로 그의 옆구리를 찼다. 그 덕분에 포차 주인의 옆구리에 꽂친 칼이 손잡이 앞까지, 깊숙이 포차 주인의 배에 박혔다. 내부 장기가 칼날에 손상을 입은 듯, 앞서 와는 비교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이 옆구리에 일었다. 포차 주인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이러다 진짜 죽는다.’

그때였다. 양아치들이 포차 주인의 배에 칼을 꽂은 애송이 녀석을 때리기 시작했다.

“빼라고. 빼. 이 개새끼야.”

“크으윽....큭....큭....”

그렇게 계속 두들겨 맞던 애송이 녀석이 어쩔 수 없이 포차 주인 앞으로 다가왔고....

“아, 안 돼....”

쑤우우욱!

포차 주인이 애처롭게 고개를 흔들었지만, 질질 짜고 있던 애송이 녀석은 매정하게 한 손을 내 뻗어서, 포차 주인의 배에 깊숙이 박혀 있던 칼을 단번에 뽑았다.

피슈우우우!

옆구리에서 왈칵 피가 뿜어져 나왔고, 포차 주인이 본능적으로 그걸 손으로 틀어막았지만, 그런다고 막을 수 있는 상처가 아니었다. 옆구리에서 꾸역꾸역 피가 새어 나오는 가운데, 주위 양아치들이 칼을 뽑은 그 애송이 녀석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준명이 최고.”

“준명이 남자다아이.”

“자자. 한 병 마셔. 쭈우욱.”

그렇게 십여 분 쯤 시간이 흘렀을까? 쓰러진 포차 주인이 의식이 점점 더 희미해져 갈 무렵,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포차 주인의 흐릿해진 눈에 피 묻은 칼을 든 애송이 녀석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경찰에 자수하는 장면이 보였다.

경찰은 현장에서 그 애송이 녀석을 체포 했다.

“끄으윽....”

하지만 그 사이 쓰러져 있던 포차 주인의 간당간당하던 목숨 줄도 끊겼다.

“여기 피해자다. 근데....헉!”

뒤늦게 포차 주인을 발견한 경찰이 나름 응급처치를 취하고, 119 구급 대를 불렀지만, 그걸로는 이미 숨이 끊긴 상태의 포차 주인을 되살려내지는 못했다.

* * *

살인 사건이 일어난 포차에서 대략 1킬로쯤 떨어진 상도동의 한 번화가 룸살롱.

“자자. 마셔!”

“마시고 죽자! 브라자!”

불과 한 시간 전에 살인 사건 현장이 있었던 동네 양아치들. 그들이 비싼 양주를 시켜놓고 물 마시듯 입속에 그걸 틀어넣고 있었다. 그때 양아치들 중 하나가 눈치를 살피다 옆에 양아치에게 물었다.

“우리 진짜 이래도 되는 거야?”

“왜? 겁나냐?”

“아, 아니. 그건 아닌데....”

“야. 신경 꺼. 막말로 우리가 그 아저씨 죽인 거 아니잖아?”

“그, 그렇지.”

“준명이가 찔렀고 녀석이 죽였어. 그게 팩트야. 우리는 그걸 목격한 증인이고. 뭐 증인이라고 굳이 티내거나 나설 거 까진 없겠지만....”

그때였다. 둘이 쑥덕거리는 게 눈에 거슬렸던지, 동네 양아치들 중 우두머리 격인 녀석이 버럭 소리쳤다.

“야이 씹새끼들아. 지금 뭐하는 거야? 그렇게 따로 놀 거면 니네 여기서 나가!”

“아, 아니야. 현중아.”

“그래. 배가 고픈 데 안주로 배 채울만한 거 없나 얘기 중이었어.”

“C발. 그런 건 바로 말해야지. 여기 우리 애들 라면 좀 끓여 줘. 되지?”

아예 이곳 룸살롱 마담을 옆에 끼고 술을 마시던 중이던 동네 양아치 김현중. 그가 자기보다 10살은 족히 더 많아 보이는 마담의 가슴을 주물거리며 말하자, 마담이 살짝 애교 섞인 신음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아하아아앙....되지 그럼. 잠깐만.”

마담이 김현중을 밀치고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안 그래도 짧은 미니스커트 속에 마담의 흰 팬티가 보였고, 거기 시선이 꽂힌 양아치들이 침을 질질 흘렸다. 그걸 보고 김현중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하. C발 새끼들. 존나 꼴리나 보네. 마담. 여기 아가씨들 넷 만 넣어 줘.”

김현중은 생각 같아서는 여기 있는 양아치들 쪽수대로 아가씨를 부르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 술값에 아가씨 비용을 고려하면, 그가 아까 죽어가는 포차 주인의 호주머니 속에서 챙긴 돈으로는 부족함이 있었다.

물론 그 돈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기 만 2차 가고 또 그 동안 밀린 외상값 다 갚으려면, 오늘 여기서 쓰는 돈은 5백을 넘겨선 곤란했다. 그러니까 호스티스 4명만 불러서 홀딱 쇼나 보여주고, 급한 놈은 여기서 딸딸이 치게 해 주면 될 일이었다.

“자자. 아가씨들 들어오면 얘기하기 그러니까 지금 다시 한 번 얘기하는데....우리는 아까 그 포차에서 일어난 일 모르는 일이다. 다 준명이가 한 일이고, 우리는 그냥 거길 지나간 거뿐이다. 알겠지?”

김현중은 본격적으로 놀기 전에 다시 한 번 자기 밑에 양아치들의 입을 단속했다. 그런 그의 말에 벌써 흥분한 양아치들이 일제히 큰소리로 대답을 했다.

“네에!”

김현중은 포차 주인의 옆구리를 걷어차서 그를 직접적으로 죽게 만들어 놓고도, 그에 대해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 같은 걸 느끼지 않았다. 어차피 뒈질 인간 좀 더 빠르게 죽게 해 준 거뿐이었다. 그 대가로 곧 죽을 인간의 호주머니 속에서 돈 봉투를 챙겼고. 그때 룸의 문이 열리고 끓인 라면이 줄줄이 룸 안으로 들어왔다.

“와아....”

“냄새 봐라. 죽인다 죽여.”

겨우 라면 하나에 좋아 죽는 자신의 똘마니들을 보면서 김현중을 히죽거리며 웃었다.

“단순한 새끼들....”

그 라면을 허겁지겁 먹으며 비싼 양주를 소주 마시듯 하는 녀석들을 보면서, 사실 술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차피 생색내기 위해서라도 여기서 쓸 돈이었다. 그래서 김현중은 자신도 라면을 먹으면서 양주를 같이 마셔 봤다.

“오오!”

그랬더니 의외로 라면에 양주가 잘 어울렸다. 특히 국물이 끝내줬다.

그렇게 라면을 다 먹고 나서 룸 안으로 4명의 헐벗은 여자들이 들어왔다.

“우와아아아....”

그때부터 룸 안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여자 하나에 양아치 둘이 달라붙었고, 보기 민망한 짓을 거침없이 저지르기 시작했다. 그 덕에 여자들이 힘들어 했지만, 그녀들은 유흥업소 호스티스로 자신의 돈 값을 묵묵히 해 나갔다.

그렇게 두 시간 뒤, 김현중은 취한 양아치들은 근처 모텔로 보내고, 술이 쎄서 더 마시겠다는 녀석들에게 2차 가라며, 술값으로 20만원을 쥐어 주었다.

그리곤 자신은 마지막까지 룸에 남았다가, 술값을 현금으로 계산한 뒤 평소 눈여겨 봐 둔 이곳 호스티스와 같이 2차로 호텔로 향했다.

죽은 포차 주인은 안 됐지만, 어차피 세상은 이런 거 아니겠는가?

누군가의 목숨 값이,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한낱 유흥비로 날려 버릴 돈에 불과하고 말이다.

* * *

서초동에 위치한 세브란스병원. 그곳 장례식장 건물 안에서 초췌한 얼굴의 중년 남자가 밖으로 나왔다. 그는 나오기 전에 이미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고, 바깥 공기를 코로 흡입하기 무섭게 손에 쥐고 있던 라이트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우....”

그리곤 깊게 폐부까지 담배 연기를 빨아들였다가, 입 밖으로 길게 연기를 내 뿜었다.

그 뒤 이제 좀 살겠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아....C팔 호로 개새끼!”

하지만 이어진 그의 입에서 거친 육두문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필 이때 쳐 죽어가지고....”

장례식장에서 결코 해선 안 될 소리를 거침없이 내뱉는 중년 남자. 그는 바로 R드래곤이 속해 있는 연예기획사인 YH(영현)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영현이었다.

그 자신이 1세대 아이돌 출신이기도 한 그는, 재작년에 상장하면서 연예인 출신 CEO중에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주식 부자가 되었다.

한데 R드래곤의 음주 교통사고 사망 직후, 그의 회사 주식이 거의 반 토막 나 버렸다.

그러니 지금 그가 화를 내고 욕을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고인이 잠들어 있는 곳에서 이런 식으로 대놓고 욕을 한다는 건, 역시나 그의 인격을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아닌 척 하고 살고 있지만, 이영현은 순 개새끼였다.

아이돌로 활동할 때도 위아래도 없었고, 싸가지는 밥 말아먹었으며 특히 매니저와 코디를 무슨 자신의 종처럼 부렸다.

그 때문에 멤버들 간의 갈등뿐 아니라 소속사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어지간하면 아이돌들은 의리로라도 소속사와 재계약을 했는데, 이영현의 아이돌 그룹은 소속사에서 재계약 제안조차 하지 않았다. 그게 다 이영현 때문에 말이다.

그렇게 이영현은 원래 몸담았던 소속사에서 나와서 독립을 했고, 당연히 그의 연예계 생활은 꼬였다. 그때 이영현은 깨달았다. 지금의 자신으로는 안 된다고. 해서 그는 얼굴에 가면을 썼다.

예의 바른 척, 배려, 이해 심 많은 척, 친절 다정한 척 등등, 평소 그가 하지 않았던 척을 했고, 그로인해 그 주위로 사람이 모여들었다.

인격을 빼고 나면 연예인으로써 그의 실력은 탄탄했으니까.

그렇게 시작 된 것이 영현 엔터테인먼트였고, 지금은 누구나 인정하는 대한민국 최고 엔터테인먼트社가 됐다. 그랬는데 그가 가장 믿었던 녀석이 그에게 똥물을 끼얹은 것이다.

사실상 영현 엔터테인먼트를 지금의 자리까지 올려 놓은 일등 공신이라고 해도 무방한 아이돌 블랙홀의 멤버 R드래곤.

녀석이 기어코 매니저의 말을 듣지 않고, 미친 음주 난폭운전을 벌이다가 전봇대를 들이받고 뒈진 것이다.

그로인해 영현 엔터테인먼트가 입은 피해는 실로 컸다. 특히 블랙홀에 잡혔던 중국과 일본, 동남아의 굵직굵직한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가 되었고, 블랙홀 자체가 해체 위기에 놓이고 말았다.

하긴 R드래곤 없는 블랙홀은 팥이 들어 있지 않은 찐빵이었으니 말이다. 누가 간도 되어 있지 않은 허연 밀가루만 먹으려고 빵을 사겠나?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였다. 그의 바지 호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이영현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입에 물로 손을 호주머니 속에 넣어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누구 전화인지 확인하자마자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어. 그래. 찾았어?”

전화건 상대에게 다짜고짜 묻는 이영현. 그런 그에게 상대가 바로 대답을 해왔다.

-아뇨. 녀석이 어제 작업한 컴퓨터도 뒤져봤는데....그 작업했었던 곡들 싹 다 지웠습니다.

“C팔 개 좆같은 새끼. 그걸 왜 지워?”

-자기 것을 누가 손대는 걸 끔찍이 싫어하는 녀석의 성격은 대표님도 잘 아시잖습니까?

“알지. 아주 잘 알지. 그러니까 그 결백증이 언제고 문제가 될 거라고 했잖아? C팔 좆도. 그럼 하이츠 애들 줄 곡은 물 건너 간 거네?”

-그, 그렇다고 봐야겠죠.

블랙홀에 이어서 차기 보이그룹을 준비 중이었던 이영현. 그는 올해 초부터 계속 R드래곤에게 부탁을 해 왔다. YH엔터의 차세대 보이그룹 하이츠가 데뷔 때 쓸 곡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말이다.

앨범 전체를 부탁한 것도 아닌 딱 한 곡이었다. R드래곤은 여태 그 한 곡 때문에 대표인 이영현의 상투를 잡고, 그의 머리꼭대기 위에서 놀 수 있었다. 그리고 이영현도 더는 참을 수 없는 인내의 한계 지점에 다다랐을 때, 그러니까 바로 어제 이영현에게 R드래곤이 말했다.

하이츠의 데뷔곡을 드디어 완성했노라고 말이다. 그 곡을 월요일에 공개하겠다며.

근데 그 데뷔곡이 R드래곤의 죽음과 함께 날아가 버렸다. 그러니까 하이츠는 R드래곤의 유작이나 마찬가지인 곡을 들고,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는 데뷔 기회를 날려 버린 것이다.

대표로써 이영현은 속이 쓰리다 못해 문드러졌고 곧 돌아버리기 직전 상태였다.

그런 그에게 자신의 동생이자, YH엔터의 부대표인 동생 이영명이 말했다.

-형. R드래곤 집을 좀 뒤져 보는 건 어떨까요?

“집?”

-네. 녀석이 집에서도 곡 작업을 했잖아요?

“아아. 맞다. 집. 그래. 녀석의 집에 그 곡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것 말고 다른 곡들도 있을 수 있죠.

이영명의 다른 곡들이란 말에, 이영현의 얼굴이 삽시간에 탐욕스럽게 변했다. 죽은 놈에게는 미안하지만 R드래곤이 죽은 지금 그가 남긴 곡은 무조건 히트 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곡이 몇 곡 된다고 생각해 보라. 이건 돈방석에 앉는 일만 남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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