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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533화 (5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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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안동재는 김만규의 동생인 김천규가 보내 준 녀석이었다. 그 밑에 10여명 쯤 애들 붙여서 말이다.

김천규는 서울에서 유명한 양아치, 자기는 조폭 두목이라는데 주위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생 양아치로 여겼다. 그런 김천규 밑에 애들이니 당연히 안동재도 그렇고, 그 밑에 애들도 다 양아치들이었다.

연예기획사는 어디든 마찬가지지만, 고질적인 인력난이 존재했다. 바로 현장에서 연예인의 모든 걸 챙기고, 살펴줘야 하는 역할의 매니저. 그 중에서 로드 매니저는 특히 힘들었다.

이제는 다들 아는 거지만 매니저만큼 힘든 직업도 없다. 하는 일은 많은데 거기에 비해 받는 돈은 적으니 누가 그 일을 하며, 설혹 한다고 해도 얼마 버티지 못했다. 그건 MK엔터라고 해도 예외일 수는 없었고. 그 중에서 제대로 된 로드 매니저는 구하려 해도 구할 수가 없었다.

답답했던 김만규는 그 얘기를 동생에게 했다. 그랬더니 김천규가 보내 준 게 안동재와 밑에 애들이었고, 김만규는 그들을 전부 매니저로 고용해버렸다. 그러자 MK엔터가 자연스럽게 조폭 연예기획사가 되어버렸다.

조심하라고 했지만 양아치들의 습성이 어디 가겠나? 안동재와 그 밑에 녀석들이 험악하게 굴면서, MK엔터에 대한 이미지는 점점 더 좋지 않게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빼고 나머지는 다 좋았다.

소속 연예인들도 대표인 김만규의 말이라면 무조건 들었고, 경쟁 연예기획사들도 MK엔터 눈치보기 급급했다. 거기다 지상파 방송국이 아닌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 쪽에서는, MK엔터의 입김이 제법 먹혀들었다.

그게 다 매니저 실장이 안동재의 역할이 컸다. 양아치인줄로만 알았던 그가 제법 로비를 할 줄 알았던 것이다. 물론 그 로비에는 폭력적인 면도 섞여 있었지만, 김만규 입장에서 그런 거 까지 일일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김만규는 늘 그렇듯 채시연의 재 계약 문제도 안동재에게 맡겼다. 그럴 것이 작년부터 시작해서 그가 재계약하길 원했던 연예인의 경우, 그걸 안동재에게 맡겼더니 100% 재계약을 성사시켜왔다.

물론 안동재가 무슨 수를 썼는지에 대해서 김만규는 별 관심이 없었다. 딱히 알고 싶지도 않았고.

MK엔터 대표인 김만규에게는 그 결과만이 중요할 뿐이었다.

“으음....우리도 아이돌 좀 키워내야 하는데....”

안동재와 통화 후 혼자 대표실에 있던 김만규는, 작년부터 고민 중이던 아이돌 육성 문제를 다시 입 밖으로 꺼냈다.

다른 경쟁 연예기획사들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제대로 키워내기만 하면 한몫 단단히 잡는 걸 보고 배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낫질로 힘겹게 벼를 수확하는데, 옆집 사람은 콤바인으로 한 번에 벼를 탈곡까지 해 버리는 걸 지켜보는 기분이랄까?

당연히 김만규도 콤바인이 탐났다. 하지만 그 콤바인을 확보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재가 필요해. 안동재 같은 조폭새끼 말고, 이 바닥에 대해 제대로 아는 인재 말이야.”

하지만 이미 조폭 엔터로 소문이 더럽게 나 버린 터라, 여기 들어 올 인재가 없었다.

올해 초부터 열심히 구인광고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경력직으로 여기 오겠다는 사람은 한 달에 한 명 있을까 말까했다. 그것도 조사해 보면 다 뒤가 구린 녀석들이었다.

전 회사에서 횡령을 했거나 짤릴 정도의 대형 사고를 친....

그런 폭탄을 MK엔터에서 받아 줄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보니 올해도 거의 다 가고 있는데, MK엔터에서 영입한 경력직, 그러니까 실장급 인사는 한 명도 없었다.

“안 오면 오게 만들지 뭐.”

김만규는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는 현재 너무도 콤바인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동생에게 얘기해서 억지로라도 그 콤바인을 갖기로 마음먹었다.

김만규는 자기 핸드폰 전화번호부에서, 동생인 김천규를 찾아서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통화 연결 음이 울리고....

-왜?

동생 김천규가 퉁명스럽게 그의 전화를 받았다.

* * *

최근 김천규는 성격이 예민해져 있었다. 그럴 것이 서울 최대 조폭 조직인 태천파가 붕괴 되면서, 주변 모든 게 리셋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이전 태천파가 있을 때 그들은 생 양아치 김천규를 건드리지 않았다. 왜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듯 말이다.

그런데 그런 태천파가 무너지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김천규라는 똥을 주변 조폭들이 된장인 줄 알고 건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게 꼭 똥인지 된장인지 확인하려는 듯 말이다.

그러면서 김천규의 나와바리에 이런저런 문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 모든 건 김천규에게 보고가 됐다. 현장에서 알아서 처리해도 될 사소한 거 까지 전부 다 말이다.

“C팔....”

그러니까 김만규가 겪고 있는 인재난을 동생인 김천규 역시 겪고 있었던 것이다.

이럴 때 태천파 대신 그 자리를 꿰찬 태석파에서 좀 나서 주면 될 텐데, 그쪽과는 접점이 없었다. 오히려 현재 태석파의 중간 간부들과 김천규는 사이가 나빴다. 그래서 괜히 그쪽을 건드렸다가 벌집 건드린 결과를 초래할지 몰랐다. 때문에 그쪽 눈치 보는 것도 김천규 입장에서는 피곤해 죽을 일이었다.

그런 그에게 형인 김만규가 오랜 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평소라면 반갑게 받았을 전화였다.

그에게 있어 핏줄이라야 김만규가 유일했으니까. 자신과 달리 연예기획사 대표로 잘 먹고 살고 있는 형이었다. 물론 사업하는 사람이니 몇 번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김천규가 돈을 대고, 주먹도 좀 써 주자 쉽사리 헤치고 나왔다. 재작년에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해서 자기 밑에 녀석들도 보내줬었고.

“뭐?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그 연예기획사 실장을 작업 하란 거야?”

그런데 오늘 형인 김만규가 황당한 소리를 했다. 자기가 찍어주는 모 연예기획사 에이스급 실장의 약점을 잡아서,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MK엔터로 데리고 오란 거였다.

‘이 형이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물론 조폭 생활하면서 상대의 약점을 찾아 협박하는 건 심심찮게 해봤고, 또 지금도 하고 있었다. 약점이 없으면 사람을 사서 연기를 시켰다. 그 다음 그 사람을 이용해서 상대의 약점을 만들어 냈다.

그걸 알기에 자기 형도 그에게 이런 황당한 부탁을 해 온 걸 테고.

하지만 그럴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형이 부탁하는 건, 김천규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천규야. 너도 알겠지만 난 아이돌 꼭 키워보고 싶다. 당연히 그 아이돌로 성공하고 싶고. 그래서 말인데 꼭 좀 부탁하마.

그의 형이 이렇게 대 놓고 그에게 아쉬운 소리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그로서도 형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었다.

‘그래. 까짓 해 주자.’

생 양아치인 그가 못할 게 뭐가 있겠나? 생각해 보니 또 못할 것도 없었다.

그게 방금 김천규에게 있어 형의 부탁을 들어줘야 할 이유가 되었다.

그렇게 결정이 내려지자 김천규는 형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 바로 밑에 수하들을 불렀다. 이런 쪽으로 일을 잘 하는 녀석들로 말이다.

“현주 기획이라고....삼성동에 위치한 연예기획산데....거기 심재욱 실장에 대해 샅샅이 캐 봐. 약점 있으면 가져오고 없으면....연기 하는 애들 불러서....”

김천규는 수하들에게 형이 부탁한 걸 맡기며 속으로 생각했다.

‘심재욱인가 뭔가 하는 녀석....뒤가 구려야 할 텐데.’

그럼 형의 부탁 들어 주기가 그만큼 더 빠르고 수월 할 테니까. 하지만 늘 그렇듯 세상일이란 게 결코 쉽게 풀리고, 돌아가지 않는 법이었다.

이날 밤 김천규는 수하로부터 심재욱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 결과 현주 기획의 에이스 심재욱 실장은 약점이 거의 없는 깨끗한 인물이었다.

“C팔....”

이러면 없는 약점을 만들어 내야했다. 그만큼 김천규의 골치만 더 아프게 됐단 얘기였다.

* * *

전화를 받고 나서 김천규는 술이 당겼다. 그래서 대충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그러자 그의 집에 머물고 있던 그의 수하들이 우르르 따라 나서려 들었다.

“됐어. 너희 둘만 따라 와.”

김천규의 지목을 받은 두 명의 조폭들이 김천규의 뒤를 따르는 가운데, 김천규는 집에서 가까워서 그가 자주 가는 단골 포차로 향했다.

그의 집에서 걸어서 5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영원포차. 인근에서 그나마 김천규의 입맛을 저격한 곳이었다.

거기로 거침없이 들어간 김천규는, 그가 늘 앉던 한쪽 구석진 자리에 가서 앉았다.

“여기 양념 꼼장어하고 오뎅탕, 소주 한 병.”

그는 늘 시키던 메뉴를 그대로 습관적으로 읊었다. 그러자 포차 주인이 재빨리 소주와 밑반찬을 먼저 내왔다. 김천규는 그런 포차 주인은 쳐다보지도 않고, 포차 테이블에 소주병이 오르자마자, 바로 그 차가운 소주병을 잡아서 뚜껑을 열었다.

쪼르르르!

그리곤 소주잔에 가득 소주를 붓고 먼저 한 잔 쭉 들이켰다.

“크으....”

빈속이라 그런지 목을 타고 넘어가는 소주의 알코올이, 훨씬 더 빨리 몸으로 퍼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때였다.

털썩! 털썩!

그러니까 김천규가 앉아 있던 포차 테이블의 전면, 그의 수하 둘이 서 있었는데 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쓰러져서 포차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걸 보고 놀라 눈이 동그래진 김천규.

그때였다. 포차 안으로 딱 봐도 조폭들로 보이는 자들이 기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C팔....”

김천규의 입에서 바로 욕설부터 튀어나왔다. 동시에 벌떡 몸을 일으킨 김천규는 근처 포차의 창문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창문을 열고 밖으로 도망치려 한 건데....

“어어....”

그런데 그의 몸이 그의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분명 창가로 가야 하는데 비틀거리며 게걸음을 치다, 그만 먼저 쓰러져 있던 자기 수하에 걸려 그대로 포차 바닥에 자빠졌다. 그런 그 주위를 빠르게 조폭들이 에워쌌고....

퍽! 퍼퍽!

그 안에서 둔탁한 소리가 일었다. 그리곤 포위망이 풀리면서 기절한 모습의 김천규가 보였고, 조폭들 중 두 명의 손에 쥐어져 있는 작은 절구 방망이가 보였다. 아마도 저 절구 방망이로 김천규의 머리를 내려쳐서 기절시킨 모양이었다.

그때 포위망 뒤에서 그런 김천규를 아무 느낌 없이 쳐다보고 있던 조폭이,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형님. 김천규 잡았습니다. 네. 네. 거기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누군가와 간단히 통화를 한 그 조폭이 다시 호주머니 속에 핸드폰을 넣으며 말했다.

“차에 실어.”

그러자 조폭들이 김천규와 그 수하들을 들고 우르르 포차 밖으로 나갔다.

그 뒤 포차 안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는데 한 사람은 이곳 포차 주인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좀 전 전화 통화 후 조폭들에게 명령을 내렸던 그 조폭이었다.

“저 진짜 아무 문제없는 거죠?”

초조, 불안한 얼굴로 포차 주인이 조폭에게 묻자 그 조폭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말라니까 진짜. 저 인간 여기 다시 올 일 없을 테니까.”

“그, 그 말은....”

조폭은 포차 주인이 더 확실히 알아먹게 엄지를 세워서 자기 목을 그어 보였다. 그제야 포차 주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휴우우....”

보아하니 포자 주인이 김천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거 같았다. 하긴 자신이 납치 되는 걸 포차 주인이 도왔단 것을 김천규가 알면, 포차 주인은 그 길로 죽은 목숨이었다.

“자. 여기....”

하지만 위험한 일에는 그에 상응하는 큰 대가가 따르기 마련. 포차 주인은 조폭이 건네는 두툼한 돈 봉투를 받으며 좀 전 지어보였던 불안, 초조한 얼굴을 싹 지우고 탐욕에 물든 얼굴로 연신 마른 침을 삼켰다. 그런 그에게 조폭이 선심 쓰듯 말했다.

“원래 주기로 한 것보다 몇 장 더 넣었으니....”

조폭이 손을 입으로 가져가서 입을 지퍼 채우는 시늉을 해 보였다. 그걸 보고 포차 주인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쇼. 이 입으로 오늘 일을 말하는 일은 없을 테니.”

포차 주인의 그 말에 흡족해 하며 조폭이 포차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바로 얼굴에 웃음기를 싹 지운 조폭.

그가 뒤돌아서 포차 안에서 돈 봉투에 들어 있는 돈을 보고, 좋아 죽는 포차 주인을 향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뚫린 입으로 무슨 말을 못 할까?”

의미심장한 그 말 후 조폭은 바지 주머니 속에 두 손을 집어넣고, 유유히 포차를 벗어나 줄줄이 늘어서서 대기 중인 차들 중 하나에 올랐다. 그리고 그 차들이 하나 둘씩 출발하면서, 포차 근처에 늘어 서 있었던 차들이 전부 사라지고 나서 얼마 안 가서였다.

“룰루루루루....”

오늘 포차 장사를 일찌감치 접고 집으로 갈 생각으로 포차를 정리하고, 막 포차 문을 잠그던 포차 주인.

푹!

“커억!”

까까머리에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길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몸을 돌려세우더니 포차 주인의 옆구리를 냅다 칼로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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