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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532화 (52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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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양태석의 오른팔인 정준호.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는 태석파의 2인자 자리를 완벽히 꿰차지는 못했다.

태천파가 붕괴 되었다가 다시 태석파로 봉합 되는 과정에서, 아직 조직의 형태나 구조가 완전히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총 보스 양태석이 직접 나서서, 열심히 설치고 다니고 있으니 곧 안정은 되찾을 테지만, 그 과정에서 물러터진 양태석이, 기존 태천파 세력에 너무 많을 걸 양보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로인해 정준호를 비롯한 양태석의 친위 세력들은 생각보다 얻는 게 많지 않았다.

그 때문에 안 그래도 조직 내 분위기가 좋지 않은 데, 양태석은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

물론 그것까지 총 보스인 양태석이 알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2인자를 꿈꾸는 정준호로서는, 그로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하종균? 이제 별 좆같은 새끼가 다 설치네.”

정준호는 양태석의 기대를 받았던 양재동 일대의 조폭 두목 하종균이, 지금 어디 있는지부터 수소문했다. 그랬더니 30분도 안 돼서 기가 찰 소식이 전해져 왔다.

“뭐? 그러니까 지금 양재동 일대를 강원도 촌놈들에게 뺏겼단 거야?”

도저히 믿기 어려운 얘기였다. 서울 최대 조폭 조직인 태석파에 속해 있는 조직이, 어떻게 촌놈들에게 무너질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두목이 누군데?”

“박칠석이라고....”

“뭐? 박칠석이?”

녀석이라면 정준호도 알았다. 양태석과 인연이 있는 작자였다.

그러고 보니 양태석에게 들어 본 거 같았다. 박칠석이 최근에 서울에 상경했다고 말이다. 그것도 뒷배를 물고서. 그 뒷배가 다름 아닌 양태석의 뒷배와 같았다. 그러니까 이건 박칠석이 같은 편을 친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나 정준호가 아는 박칠석은 그런 무분별하게 생각없는 짓을 저지를 생 양아치는 아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봐.”

그래서 자세한 내막을 캐 보게 했다. 그랬더니....

“하아....하종균인지 뭔지, 진짜 쓸모라곤 전혀 없는, 아니 그냥 조직에 해충이었어.”

하종균의 지시로 놈의 밑에 수하들이 먼저 박칠석을 쳤다는 거다. 그에 박칠석이 반격하면서 싸움이 시작됐는데, 막상 붙자 박칠석과 그 밑에 수하들에 의해, 하종균의 조직원들이 탈탈 털려버린 것이다.

“쪽팔리게....”

양태석과의 관계도 있었고 박칠석도 그리 호락호락한 자가 아니었기에, 정준호는 섣불리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일단 보고는 드려야지.”

이런 걸 숨기고 보고 안했다가 ,자칫 이 사실을 양태석이 뒤늦게 알게라도 된다면, 그의 눈 밖에 날지 몰랐다. 이제 재정비 되어가는 조직에서, 빠르게 세력을 키워 나가고 있는 정준호에게 있어, 그건 정말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었다.

“아직은 아니야.”

뭐가 아직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정준호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서 양태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하종균이 무슨 멍청한 짓을 저질렀고, 또 박칠석에 대해서도 사실대로 전부 다 얘기를 했다.

“....네. 네. 알겠습니다.”

그랬더니 양태석이 또 멍청한 소릴 지껄였다. 양재동을 포기하라나?

그냥 박칠석에게 넘기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에 대해 정준호는 이제 더 이상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양태석이 이렇게 정에 약하게 굴수록, 모든 게 자신에게 더 유리해 진다는 걸, 정준호도 깨달아버렸으니 말이다.

“그래. 이렇게 쭉 3년 만 가자.”

3년 뒤에 정준호는 태석파를 완전 자기 손에 넣을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2인자에서 자연스럽게 1인자가 되는 거지. 후후후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슬그머니 올라간 정준호의 입 꼬리. 그 후로도 그 입 꼬리는 한 동안 내려 올 줄 몰랐다.

* * *

하종균에게는 불행한 일이겠으나, 정준호에게는 기꺼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하종균이 숨어 있는 곳을 알아냈다고? 좋아. 지금 거기로 애들 보내. 모시고 오긴 개뿔, 어디 하나 작살내도 좋으니까, 목숨만은 붙여서 잡아 와.”

정준호가 새로 개편 된 조직의 기동타격대인 사신대에 지시를 내렸고, 그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저기다.”

사신대를 정준호가 갖기까지는 큰 산이 하나 있었다. 바로 기존 사신대의 두목이었던 손대명이, 쉽사리 그 조직을 내 놓으려 들지 않았던 것. 하지만 정준호가 누군가? 기어코 총 보스인 양태석을 설득시켜서 사신대를 손에 넣었다.

그 일을 두고 손대명과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가 되어버렸지만. 뭐 상관없었다.

어차피 사신대가 없는 손대명은, 기존 태천파 중간 간부나 다를 게 없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양태석이 그에게 종로를 맡겼지만, 그래 봐야 손대명은 조직의 서열 10위 밖이었다.

콰직! 쾨지직! 콰쾅!

“허억!”

자신이 숨은 곳을 찾아내서 무식하게 빠루 세 개로 오피스텔 문짝을 간단히 뜯어 내버리고, 곧장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태석파 조직원들을 보고, 하종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서 문을 잠가봐야 소용없는 짓이었다. 오피스텔 철제 문짝도 뜯어 버리는 놈들이 화장실 나무문쯤이야....

당연히 경찰 부르기엔 늦었고. 그렇다고 창밖으로 뛰어 내릴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여기는 21층이었으니까. 자신은 그냥 독 안에 들어 있는 생쥐일 뿐이었다.

“좋아. 따라가지.”

그래도 조폭 두목이랍시고, 의연함을 잃지 않은 하종균. 하지만....

퍼억!

“크아아아악!”

그 꼴이 그다지 보기 좋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빠루 든 조폭 중 하나가 냅다 들고 있던 그 빠루로 하종균의 무릎을 세차게 후려쳐 버린 것. 그로인해 극심한 고통에 무릎을 잡고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버린 하종균을 향해 뒤에 나타난 누군가가 말했다.

“얌전히 데려가게 적당히 손 좀 봐.”

그 말에 조폭들이 우르르 하종균을 에워싸더니 그를 짓밟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종균의 입이 조용해지자 물러났다. 조폭들에게 그게 적당히 손 본 거인 모양이었다. 완전 기절한 하종균을 챙겨 든 조폭들은 그대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실어.”

그리곤 대기 중인 승합차에, 조폭들에게 밟혀 너덜너덜해진 하종균을 짐짝처럼 던져 넣었다.

“출발!”

그렇게 어딘가로 실려 간 하종균. 원래 그는 양태석을 보고 죽을 운명이었다.

양태석이 녀석을 잡아오라고 정준호에게 시켰으니까. 근데 갑자기 양태석이 생각을 바꿨다. 그딴 새끼 볼 시간에 딴 일을 하나 더 처리하겠다나 뭐래나?

해서 하종균에 대한 처벌권이 전적으로 정준호에게 넘어왔다. 근데 정준호의 생각도 양태석과 같았다.

“그 새끼 그냥 바다에 던져 버려.”

그래서 하종균의 운명이 좀 바뀌었다. 서울 중심으로 향하던 그를 태운 승합차가, 갑자기 방향을 왼쪽으로 꺾으면서 인천항으로 향한 것이다.

통통통통!

인천 앞바다에 통통배 한 척이 떴고, 그 배에 하종균이 실려 있었다.

“으으으으....”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통통배는 연안을 벗어나서,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망망대해에서 엔진을 끈 채 둥둥 떠 있었다.

“뭐, 뭐야?”

정신을 다 차린 하종균은 자기 몸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벽돌을 보고 기겁했다.

자기가 무슨 벽돌 포도도 아니고.

“자자. 빨리 던지고 낚시나 하자고.”

그때 조폭 둘이 선실 안에서 나왔고 곧장 하종균의 머리와 다리를 잡았다.

“아, 안 돼. 하지 마.”

하종균이 발버둥을 쳤지만, 그의 몸은 거의 빈틈이 없을 정도로 밧줄로 꽁꽁 묶인 터라, 그저 벌레가 꿈틀거리는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그의 머리와 다리를 잡고 번쩍 그를 들어 올린 두 조폭들은, 그를 먼저 선체 난관 위에 올렸다.

그때 선실에서 두 명의 조폭들이 더 나와서는, 하종균을 꽁꽁 묶고 있는 밧줄 사이사이에 연결 된 벽돌을 챙겼다.

그러니까 선체 난관 밑에 벽돌을 나란히 놓아서, 하종균이 바다 속에 빠지면 알아서 벽돌들도 같이 바다 속으로 원활하게 들어갈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런 모습이 하종균을 더 미치고 안달복달하게 만들었다.

“살, 살려 줘. 제발....시키는 거 뭐든 다 할게. 아니. 돈, 돈 줄게. 나 100억도 넘게 있어.”

하지만 무정한 조폭 새끼들은 하종균이 떠드는 소리를 무슨 옆 집 개소리로 듣는 모양이었다. 일체 대꾸도 없다가....

“잘 가쇼!”

“안 돼!”

첨벙! 풍덩! 풍더더더더덩!

먼저 하종균의 몸이 바다에 빠지고, 뒤이어서 선체 위 벽돌들이 난관을 넘어 바다 속으로 우르르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정작 떠오른 하종균의 몸과 달리 벽돌들은 바다 속으로 쭉 내려갔고, 그와 같이 하종균의 몸도 딸려서 바다 깊숙이 그 모습이 사라졌다.

“자아. 이제 낚시하자.”

하종균을 빠트려 놓고 조폭들은 그 자리에서 한 시간 가량 낚시를 하다가, 이내 자리를 옮겼다. 하긴 그 자리에서 낚시가 제대로 되는 게 이상할 일. 다행히 옮긴 자리에서 물고기들이 잘 잡혔고, 조폭들은 배터지게 싱싱한 활어 회를 먹을 수 있었다.

* * *

양태석은 김 비서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혀를 찼다.

“쯧쯧쯧....”

김 비서의 팔자가 너무 기구했다. 동시에 그녀가 왜 개새끼로 불리는 백준열 밑에서 그렇게까지 하며 버티고 있는지, 이제야 알 거 같았다.

그녀는 자기 손으로 복수를 하고 싶어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복수 대상은 양태석이 봤을 때, 그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자가 결코 아니었다. 물론 백준열 대표가 나선다면야 별거 아닌 놈이었지만.

그런데 재미있는 건 여태 모른 척 하고 있었던 백준열 대표가, 자신에게 시켜 이렇게 알아보라고 한 거다.

“설마....복수를 대신 해줄 생각이신가?”

백준열이 왜 생각을 바꿔 먹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건 양태석이 봤을 때 퍽 바람직한 일이었다.

백준열의 지시만 있다면 양태석은 얼마든지 김 비서의 복수를 위해서 나서 줄 수 있었다.

그때 정준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 정준호를 통해서 정겨운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박칠석이?”

서울로 상경해서 대체 뭐하고 있나 했더니, 어느 새 양재동에 똬리를 튼 박칠석.

당연히 양태석은 박칠석과 싸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이쪽에서 실수를 했다니, 그에게 양재동 나와바리를 넘기는 선에서, 해결을 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녀석에게 전화를 했는데, 뭘 하는지 도통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뭐 어쩔 수 없지. 내일 걸자.”

쿨한 양태석이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박칠석이 아닌 백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네. 김 비서에 대한....”

양태석은 김 비서에 대해 알아 본 바를 먼저 입으로 간단히 백준열에게 말한 뒤, 자세한 정보는 파일로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자 백준열이 그렇게 하라고 하며,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은근슬쩍 말했다.

-그 배신자 새끼는 어떻게 됐어요?

“적절하게 조치를 취해 뒀습니다.”

그 일을 자신의 오른팔인 정준호에게 맡겼으니, 정준호가 어련히 알아서 잘 처리 했겠지.

-잘 했어요. 그리고 이왕 칼 빼든 거 쓸모없는 잔가지들은 좀 쳐 내세요.

“네. 뭐 잘 알겠습니다.”

대답은 했지만 당연히 양태석은 백준열이 시켰다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사람은 아니었다. 그 눈으로 확인하고 그게 맞아야만 칼을 휘둘러도 휘둘렀다. 그러니까 백준열이 그런 양태석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등잔 밑이 어둡다고, 내 옆 사람을 조심하고요.

“네.”

오늘 따라 잔소리가 긴 백준열에 양태석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싫은 티를 눈치라도 챈 듯, 백준열이 몇 마디 더 하고 통화를 끝냈다.

-조만간 식사나 같이 합시다.

그 조만간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양태석은 왠지 그 식사자리가 다음 주중쯤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준열이 김 비서의 원수가 누군지 알고 나서, 어째 가만있을 거 같지 않아서 말이다.

* * *

MK엔터테인먼트 대표 김만규.

그는 자신의 소속사 배우인 채시연이 블랙홀 멤버 R드래곤과 그렇고 그런 사이란 걸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그녀에게 뭐라고 하지 않은 건, 언제고 그걸 이용해 먹기 위해서였다. 한데 그걸 써 먹지도 못했는데, R드래곤이 교통사고로 덜컥 죽어버렸다.

“C발....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써 먹는 건데....”

채시연이 일으킨 발 연기와 방송국 태도 논란의 경우, 그걸 희석시키거나 막는데 R드래곤과 스캔들은 애당초 써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랬다간 채시연의 백치미 넘치는 섹시, 청순 이미지도 아작 나 버릴 테니 말이다.

그래서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끌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신인 여배우의 논란 쯤 지워질 테니 말이다.

“어? 뭐야? 다음 주에 채시연과 계약이 끝나잖아?”

주말에 딱히 할 일도 없어서 나온 회사. 대표실에서 자신의 비밀금고 속에 넣어 둔 소속 연예인들의 계약서를 쭉 살피던 김만규는, 채시연과 계약 종료시점이 바로 다음 주란 걸 알고서, 바로 MK엔터테인먼트 매니저 실장인 안동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동재야. 채시연이 계약이 다음 주에 끝이네?”

-그래요?

대표도 모르는 일을 매니저 실장인 안동재가 알리 만무했다. 그 정도로 그가 MK엔터 일에 열성적인 것도 아니었고.

“어어. 빨리 그년 잡아다가 계약 새로 해야겠다.”

-알겠습니다.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그래. 니만 믿는다.”

-네. 들어가십시오. 형님, 아니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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