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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530화 (52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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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해 있는 피닉스 골프장까지 가는 동안, 나는 세 통의 전화 통화를 했다. 그 중 2통은 걸려 온 전화였고, 그 2통 중 한 통이 김 비서가 건 전화였다.

김 비서를 통해서 내가 횡단보도에서 구해 준 사람의 동생과 인터뷰가 오후 3시에 잡혔다.

그 다음으로 내가 통화 한 사람이 바로 양태석이었다. 그 과묵한 양태석이 내게 먼저 전화 했을 리는 없으니, 내가 그에게 전화를 건 거다.

-네. 대표님.

“알아보라는 거 어떻게 됐어요?”

좀 많이 이른 감은 있었지만, 나는 어제 양태석에게 부탁했던 것부터 물었다.

어차피 양태석과는 일상적인 대화는 불가능했다. 그러니 이렇게 빨리 볼 일부터 보는 게 맞았다. 그게 양태석으로서도 속 편할 거고. 나도 느꼈다. 양태석이 나와 길게 통화하는 걸 퍽이나 부담스러워 한다는 걸.

-김 비서 일말이군요. 죄송합니다. 제게 아직 올라 온 보고가 없어서, 거기에 대해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네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지금 바로 알아보고 연락 드려도 될까요?

“뭐 그러세요.”

나도 딱히 김 비서에 대해 알아보라고 한 걸, 지금 전화상으로 양태석의 입을 통해 들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양태석에게 전화를 건 것은....

“MK엔터테인먼트에 김만규 대표라고 알아요?”

-MK엔터테인먼트의 김만규라....아아. 김천규의 형 말하시는 거로군요.

“맞아요. 아무래도 조만간 거기와 트러블이 일어날 거 같은데....괜찮겠어요?”

채시연 영입을 두고 나는 귀찮은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일을 양태석에게 맡겨도 될지를 두고 지금 그의 간을 보고 있었다. 그랬더니....

-괜찮고 말고 할 게 있습니까? 대표님께서 원하시면....그 길로 처리되는 거지요.

양태석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말한 내가 다 뻘쭘 해졌다.

“그 김천규....야쿠자와 엮여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내가 먼저 우려를 표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태석은 여전히 태평했다.

-이 바닥이야 원래 그런 곳 아닙니까? 야쿠자도 낄 때와 끼지 말아야 할 곳 정도는 알 거라고 봅니다만.

태석파의 총 보스가 되어서 그런가? 양태석이 이전에 비해서 확실히 더 대범해 진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그 배신자 새끼는 잘 있어요?”

-네? 배, 배신자 새끼라니....

내 입에서 나온 배신자라는 말에, 그 무덤덤하던 양태석의 목소리가 살짝 격앙이 됐다.

“그 외 하종균인가 뭔가 하는 새끼 말입니다.”

저번에 중국집에서 양태석과 같이 있었던, 태석파의 조직 중간 간부로 보이던 썩은 악취를 풀풀 풍기던 그 새끼가, 아직까지 양태석의 뒤통수를 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녀석이 양태석 주위에 있는 거부터가 문제였다.

뒤통수야 맞아도 털고 일어나면 되지만, 놈이 양태석의 목줄이라도 문다면....

해서 나는 가급적 양태석이 빨리 그 놈을 곁에서 쫓아내거나 없애 버렸으면 했다.

그래서 양태석이 불편해 할 걸 알면서도, 이렇게 대 놓고 녀석을 싸잡아 배신자 새끼라고 한 거다.

-종, 종균이가 대표님께 뭐라도 잘못을 한 겁니까?

“그건 아닌데, 곧 양 전무에게 크게 잘못을 저지를 예정이죠.”

-네?

내 말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았다. 그건 나도 알지만 적어도 내가 양태석에게 말할 때, 굳이 그런 상식선을 지켜가며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맞다면 그게 맞는 거다. 양태석은 그저 내가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됐다.

어차피 모든 건 양태석이 다 알아보고 나서, 그게 아니다 싶으면 그 즉시 내게 연락을 취해 오게 되어 있었다.

“그런 줄 알고 녀석을 잘 살펴봐요. 그리고 김천규라는 양아치 새끼는 양 전무가, 이번 주말 안에 처리해 버릴 수 있으면 해 버리면 좋겠고.”

다음 주 월요일 되면 MK엔터테인먼트의 김만규가 김천규를 찾게 되어 있었다.

그때 가서 김천규를 부랴부랴 제거하려 드는 거 보다, 이렇게 미리 제거해 놔 버리면, 거추장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테니 나야 좋겠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이 이상 양태석과 할 말이 없었던 나는 그와 통화를 이쯤에서 끝내기로 했다.

“그럼 또 봐요.”

-네.

그렇게 양태석과 통화를 끝낸 뒤, 나는 마침 내 손에 들려 있는 핸드폰으로 오늘 뭐가 이슈인지를 살폈다. 그랬더니....

“메가 밀리언(Mega Million)?”

미국의 한 도시의 복권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온 핸드폰 화면을 보고, 내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 * *

인터넷 월드 뉴스에 나온 건 바로 미국 슈퍼 로또로 불리는 메가 밀리언의 당첨금이 또 이월이 됐다는 얘기였다. 그러니까 지금 미국에 메가 밀리언 광풍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었던 것이다.

“뭐야? 그러니까 다음 당첨금이....”

3개월간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누적된 당첨금 총액이 무려 16억 달러(이때 당시로 약 1조 8216억 원)이었다.

백준열의 기억에 따르면 이는 작년 파워 볼 당첨금이었던 15억 9000만 달러(약 1조 8105억 원)보다 많은 액수였다. 더욱이 이때는 파워볼 당첨금을 세 명이 나눠 가졌다.

내가 아니라도 누구나 욕심이 날 만했다. 하지만 메가 밀리언의 다섯 개 숫자를 맞힐 확률은 2억 5889만 850분의 1, 그리고 여섯 개 숫자를 모두 맞히는 잭팟에 당첨될 확률은 3억 257만 5350분의 1이란다.

그 확률 얘기가 나오는 기사를 읽고 나는 바로 생겼던 욕심을 접었다. 그런데....

“어? 가, 가만....”

이때 나는 다음 주에 메가 밀리언의 당첨 번호 여섯 숫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딱 봐도 이 비현실적인 확률을 뚫고, 복권 역사상 최고의 당첨금을 획득한 행운의 주인공이, 바로 다음 주에 탄생했으니까.

그 메가 밀리언 당첨 번호 여섯 숫자를 모두 맞힌 사람은 단 한 명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주유소 편의점에서 복권을 구매한 그 당첨자의 신원은 일체 밝혀지지 않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댈라웨어, 조지아, 캔자스, 메릴랜드, 노스다코타, 오하이오, 텍사스와 함께 당첨자 신분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말이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 여섯 숫자를 알고 있냐고?

‘당시 신문에 나온 당첨 복권을 봤으니까.’

그리고 그 번호는 내 주민등록번호 맨 앞과 맨 뒤에 숫자를 뺀, 나머지 수와 일치 했으니까.

“허얼....”

거의 2조에 달하는 당첨금이다. 아무리 부자인 나도 살짝 패닉 상태가 찾아왔다.

하지만 다음 주에 당첨자는 나온다. 내가 같은 번호의 복권을 살 경우 그 당첨금은 반 토막 나게 될 것이고. 그 생각이 들자 바로 정신이 정상적으로 되돌아왔다.

“가만....”

근데 또 생각을 해보니 내가 굳이 당첨금의 절반을 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주유소 편의점에서 복권을 구매한 당첨자에게 떼어 줄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같은 당첨번호의 복권을 100장을 사게 될 경우, 아니 정확히는 99장을 사게 되면 그 사람이 가져갈 당첨금은 1/100로 줄고, 대신 내가 99/100를 가져 갈 테니까. 999장을 사면 999/1000을 가져가고, 9999장을 사면 9999/10000을 챙기고 말이다. 만 장이라야 한 장 당 2천원 꼴이니까 2천만 원이면 됐다.

근데 이때는 아직 미국 복권이 국내에 상용화 되지 못한 상태였다. 아마 내년부터는 한국에서도 미국의 슈퍼로또를 할 수 있게 된다.

“귀찮게....”

그러니까 복권을 사려면, 나는 다음 주에 무조건 미국으로 날아가야 했다. 그렇다고 당첨번호를 아는데, 그걸 날려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그러니까 나는 다음 주에 무조건 미국 출장을 가야 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 내 핸드폰이 울렸고, 누군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그 누군가가 누군지 바로 확인했다.

“어?”

그랬더니 강원도 조폭두목 박칠석이었다. 왜 내가 서울에 자리 잡으라고 내 소유 빌딩 관리와 함께, 은연중에 그 인근 나와바리 정리를 미션을 던져주었던.

한데 녀석이 무슨 일로 이 시간에 내게 전화를 다 걸어 온 건지 의아해하며, 나는 그 전화를 받았다.

* * *

어제 백준열과 통화 후, 양태석은 여느 때처럼 바쁜 일상을 보냈다. 그래서 오늘이 주말인줄도 사실 몰랐다.

평소처럼 일어나서 운동하고 식사한 후, 어제 마저 하던 조직 일을 챙기느라 말이다. 그러다 백준열에게 또 전화가 걸려왔다.

“김 비서 때문인가?”

어제 자신에게 김 비서의 복수 대상에 대해 알아보라더니, 그게 누군지 어지간히도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보고가 아직 밑에서 올라오지 않은 상황. 그래서 사실 양태석도 김 비서의 복수 대상이 누군지 아직 몰랐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야지 어쩌겠나? 양태석은 백준열의 전화를 받았고, 역시나 백준열이 그것에 대해 물어왔다. 해서 사실대로 아직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대뜸 배신자 새끼 운운하는 백준열.

그게 무슨 소린지 바로 양태석이 반문하자 그가 그랬다. 양태석 밑에 하종균이 곧 그를 배신할 거라고 말이다.

‘자기가 무슨 예언가나 점쟁이도 아니고....’

그 말을 듣고 양태석도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백준열이 누구던가? 비록 재벌 3세이긴 했지만 양태석은 잘 알았다. 지금 그 자리까지 오롯이 백준열, 본인 힘으로 올라갔다는 걸 말이다.

그런 백준열이 한 말이기에 양태석도 마냥 그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더욱이 백준열이 자기보고 자신 있게 알아보라고 하지 않나? 해서 양태석은 하종균에 대해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랬더니 점심 먹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하종균에 대한 보고가 들어왔다. 김 비서에 대한 보고는 아직 인데 말이다.

“뭐? 종균이가?”

밑에서 알아보기 무섭게 하종균에 대한 좋지 않은 얘기들이 너무 많아서, 뭐부터 어떻게 보고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얘기에 양태석이 말했다.

“그 놈 곧 배신 할 거라던데?”

“그야 당연하고요. 이미 저희 조직의 테두리 밖에 있더라고요. 진짜 어이가 없어서. 그래 놓고 조직 재건 지원금은 꼬박꼬박 다 받아 갔더라고요.”

“허어....”

이러면 백준열의 말이 맞았다. 일그러진 양태석에게 그의 오른팔인 정준호가 말했다.

“제 선에서 정리하겠습니다.”

“....”

양태석은 대답하는 것도 귀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정준호를 보고 말했다.

“준호야. 너 김천규 알지?”

“양재동 쓰레기 김천규요?”

“어. 그 새끼....처리해.”

양태석의 그 말에 바로 눈빛을 반짝이는 정준호. 그가 확인 차 양태석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김천규 정리하란 거죠?”

“어. 가급적 조용히....김천규만 제거하는 쪽으로 다가.”

양태석은 정준호와 김천규 사이의 악연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때문에 정준호가 일을 키워서 김천규 뿐만 아니라 김천규 주변, 그러니까 김천규의 따까리들에게까지 폭넓게 피를 뿌리는 걸 저어했다. 그래서 굳이 김천규만 제거하라고 자기 입으로 직접 말한 것이다.

“네. 뭐....”

양태석의 그 말에 정준호가 떨떠름하니 대답을 했다. 그로서는 상당히 불만인 지시였으므로. 그런 정준호를 보고 양태석이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하아아....준호야. 우리 이제 손에 피 좀 그만 묻히자.”

양태석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를 정준호가 아니었다. 당연히 그가 우려하는 바도 잘 알았고.

“네. 녀석만 없앨 테니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저도 이제 피 보는 건 싫습니다.”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정준호에게 양태석이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맙다.”

그런 양태석을 보며 정준호은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속에서 뭔가 울컥 치미는 게 있었다. 그게 뭔지 이때 정준호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게 뭔지는 그도 곧 알게 될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조폭이라면 누구나 생길 수밖에 없는 비열한 야심이었으니까.

그 비열한 야심 때문에 조폭 세계에서 진정한 의리란 존재하지 않고, 배신과 불신이 판치는 복마전이 되어 버린 것이고.

* * *

일찍이 태천파로부터 독립할 생각이었던 하종균이었다. 그런데 태천파가 무너지고 태석파로 거듭나게 되면서 하종균은 독립할 시간을 더 뒤로 늦춰야 했다. 무엇보다 태석파 총 보스인 양태석이 그를 좋게 보면서, 조직 내 그의 권한이 이전에 비해 월등히 늘어난 마당에, 벌써 조직을 떠나는 건, 어리석은 선택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뭐? 물류 창고로 간 애들이 여태 소식이 없어?”

어제 다 처리 되었어야 할 일이었다. 당연히 양재동 물류 센터로 보낸 자기 밑에 조직원들이 강원도 촌구석에서 올라온 양아치들을 퇴치 했을 거라고 봤다. 그래서 일부러 확인도 안했는데....

오전에 조직 사무실에 와 보니, 어제 물류 센터로 간 조직원들이 여태 깜깜 무소식이란 게 아닌가?

“그럼 진즉 내게 연락 했어야지!”

“그게 어젯밤부터 계속 연락 드렸는데....”

“뭐? 아아....”

하종균은 그제야 어젯밤에 술에 취해서 자신이 살림 차려 준 호스티스 집으로 가서, 그 짓 하느라 온통 정신이 팔려서, 자기 핸드폰 전원을 끈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니, 역시나 전원이 꺼진 채로였다.

“에이 C...."

당장 핸드폰 전원을 켠 하종균. 그가 버럭 소리쳤다.

“뭐해? 다들 연장 챙기지 않고.”

하종균은 이 길로 바로 그 강원도 촌구석에서 상경한 양아치들을 치러 갈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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