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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채시연이 너무 안 되어 보여서 일까? 백준열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또 그런 백준열의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채시연도 본능적으로 움직였고 둘은 누가 먼저랄 거 없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흑흑흑흑....”
그리고 채시연은 백준열의 품에 안겨서 펑펑 울었다.
톡! 톡! 톡! 톡!
그런 그녀의 등을 백준열이 가만히 다독거렸고. 그렇게 2-3분쯤 시간이 지나면서 둘도 정신을 차렸다.
‘뭐야?’
‘어머머....’
백준열은 지금 자신이 채시연을 너무도 다정스럽게 안고 있는 게 당황스러웠고, 채시연 역시 그녀대로 이제 두 번 보는 남자의 품에, 이렇게 폭 안겨 있는 자신에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게 또 신기한 것이, 둘 다 서로 안고 있는 게 전혀 불편하지가 않았다. 마치 연인 사이처럼 말이다.
‘몸매 진짜 죽이네. 거의 김 비서 급이야.’
백준열은 수컷, 남자로서 안고 있는 글래머러스한 채시연의 몸매를 여실히 느끼며 전율하고 있었고, 채시연은 백준열의 품이 마치 엄마 품 같이 따뜻하고 정감이 넘쳤다.
거기다 백준열의 몸에서 나는 묘한, 그렇지만 싫지 않은 냄새에 그녀 페르몬이 끌어 오르기 시작하면서, 몸속에서 욕정 불길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 했다.
‘미, 미쳤어.’
자신의 애인인 R드래곤이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말이다.
그렇게 둘의 머릿속의 생각이 복잡해지면서, 둘의 안고 있는 시간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시간이 10분에서, 20분으로 넘어가면서 이제 둘은 서로의 심장 소리는 물론이고, 숨소리에도 온통 촉각을 곤두세울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부자연스러움을 먼저 깬 것은 백준열이었다. 아무래도 남자인 자신이 이 어색함을 풀어야겠다 싶었던지, 그가 자신에게 안겨 있던 채시연에게 말했다.
“이제 진정 됐으면....그만 나오죠?”
“네? 아아. 네에....”
채시연은 그녀 등에 닿아 있던 백준열의 두 팔이 풀리는 걸 느끼자, 알아서 그의 품에 안겨 있던 자신의 몸을 뒤로 뺐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각자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고, 서로 얼굴을 한 번씩 쳐다는 봤지만, 계속 쳐다보지는 못하고, 각자 시선을 좌우로 돌렸다. 그러면서 백준열이 무심하게 한마디 내 뱉었다.
“R드래곤을 진심으로 사랑했었나 봐요?”
“그, 그게....진심까지는 아니고....”
어째선지 백준열 앞에서 채시연은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에게 다른 남자를 사랑하거나 했었다는 말을, 왠지 하기가 싫었다.
‘뭐, 뭐지?’
채시연은 지금 이순간, 자신에게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뭘 하든 명확하게 하려하고 사는 편이었다. 이거저거 재고 따지는 그런 성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그녀를 주위 사람들은 단세포 생명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그녀의 그런 성향 탓인지 그녀는 뭘 해도 하나만 잘하려 했다. 그건 연애도 마찬가지고.
좋아하는 남자가 있으면 딱 그 남자만 좋아했다. 물론 그보다 더 좋은 남자가 나타나면, 그 남자와는 바로 헤어졌다. 그리고 좋아진 그 남자와 만났다. 지금이 그랬다.
어제 밤까지만 사랑했던 R드래곤. 지금은....
‘멋있어.’
지금 보니 눈앞의 남자는 여태 그녀가 만나온 그 어떤 잘 생긴 남자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거기다가 딱 봐도 그들이 가지지 못 한 어마무시한 부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었다.
특급 호텔 VVIP룸이 진짜 죽여준다는 말만 들었지,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그녀로서는 이곳이야 말로 지상천국이었다.
‘근데....뭐하는 사람이지?’
백준열에 대한 좋아하는 마음을 스스로도 확인한 순간, 채시연은 그에게 급 관심이 생겼다.
* * *
채시연의 몸매는 정말 최고라 할만 했다. 만약 간밤에 나나미와 그 네 번의 빠구리를 하지 않았다면, 나도 그녀의 유혹을 참아내지 못했을 거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R드래곤과 채시연이 이곳 호텔에서, 그 짓을 한 지 아직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 채시연을 지금 여기서 자빠트린다는 건, 사람으로 할 짓이 못됐다. 무엇보다도 채시연의 슬픔을 이용해서, 내 사심을 채우는 짓은 내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해서 나는 채시연과 한 빠구리가 충분히 가능함에도, 지금은 그러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래서 내게 안겨 있는 채시연을, 내 품에서 떼어 놓았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얼굴이 빨게 져서 내게 물었다.
“저어....뭐하시는 분이세요?”
“네?”
“어제도 그렇고....제가 계속 도움만 받는 거 같아서....누구신지 알면 이 은혜 꼭 갚으려고요.”
“아닙니다. 은혜는 무슨....”
나는 채시연의 말에 그럴 거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채시연은 생각보다 더 끈질겼다.
“그래서....이름과 뭐하시는....”
“아아. 네....저는....제 이름은 백준열이고, 하는 일은 엔터 대푭니다.”
잠깐 채시연에게 내 정체를 밝히는 걸 주저하던 나는, 그냥 그녀에게 내가 누군지 사실대로 밝혔다.
“네? 누, 누구시라고요?”
“저는 JYB엔터 대표 백준열입니다.”
“허억! 그 개새끼!”
역시나 채시연도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백준열의 이전 기억 어디에도 채시연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도 그녀에 대해 모르고. 그 말은 그녀와 나는 전혀 모르는 사이란 소리였다. 그런 사이에 채시연이 아무리 놀라도 그렇지, 상대를 개새끼라고 한 건 일단 예의가 아니었다.
“죄, 죄송해요.”
그 정도는 채시연도 아는지, 바로 사과를 해 왔다.
“아닙니다. 그 소리 뭐 하루 이틀 듣는 것도 아니고....”
그때 채시연이 엉뚱한 질문을 해 왔다. 듣는 내가 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근데 왜 개새끼래요?”
“네?”
“사람들한테, 왜 그런 소리를 듣고 사냐고요?”
그걸 몰라서 묻는....게 맞았다. 채시연은 진심으로 내가 왜 사람들에게 개새끼로 불리는 지 궁금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그런 그녀를 보고 나도 막 대놓고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정답이야 내가, 아니 이전 백준열이 하도 개새끼처럼 살았으니까 그렇지. 였다.
하지만 그 정답을 차마 내 입으로 말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답 대신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는 채시연씨는 방송국에서 왜 그러셨습니까?”
채시연의 방송국 태도 논란은, 이때까지도 여전히 해명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로인해 채시연의 연기자로서의 이미지는 진작 쓰레기통에 쳐 박힌 상태였고. 이대로 둔다면 채시연을 연기자로 볼 일은 없어질 터였다.
“아니. 그건....”
뭐라 내 앞에서 변명을 하려던 채시연. 그런 그녀가 갑자기 이채 띤 눈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랬군요.”
마치 나를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는 듯 그녀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는데, 그 눈빛이 좀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당신은....개새끼가 아니에요. 그러니 굳이 변명하려 하지 않은 거뿐인 거죠.”
‘....뭐래?’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갑자기 채시연 눈에 콩깍지라도 쓰였는지 몰라도, 그녀가 나를 너무 좋게 봐 주고 있었다. 뭐 어째든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나는 그냥 얼렁뚱땅 지금 상황을 넘어갔다.
“네. 뭐....”
“저도 그렇거든요. 억울하지만, 언제고 진실은 밝혀질 테니까요.”
채시연이 말하는 걸로 봐서 그녀도 자신의 방송국 태도 논란에 대해서 억울한 면이 많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거야 내 알바 아니고, 또 딱히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가 내 소속사 연예인도 아니고 말이다. 그녀가 다음 말을 하기 전까지는....
“그런데 저 JYB엔터로 가도 돼요?”
“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내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저 전속 계약 이번 달까지거든요. 그리고 지금 소속사와 재계약 아직 안했고요.”
“....”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지. 나는 마른 침을 꼴깍 삼킨 뒤 채시연에게 말했다.
“조건이 뭡니까?”
* * *
채시연은 드라마 출연 안 시키고, CF쪽으로만 돌려도 소속사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였다.
때문에 현재 채시연의 소속사에서 아직 그녀와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건, 사실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분명 뭔가 있었다. 그녀가 됐건, 그녀 소속사가 됐든 얽히고설키고 또 꼬인 게 틀림없이 있었다.
그렇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게 뭐든 상관없었다. 그딴 거야 다 끊어 버리면 그만이니까.
중요한 건 채시연의 몸매가 최고란 거고, 나는 지금은 아니어도 이내 그녀를 따 먹을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채시연을 내 여자로 만들기 위해서, 그녀를 내 회사에 넣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녀와 대화 중이었다.
“....라서 계약금을 받기는 좀 그런데....그래도 계약금으로 1억 정도는 받았으면 좋겠어요. 곧 전세 만기 되는데, 거기 전세금을 글쎄 1억이나 올려 달래지 뭐예요.”
채시연이 힐끗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거기 집값 원래 얼만데요?”
“8억인가 9억 할 걸요.”
“거기 꼭 살아야 합니까?”
“네. 정이 많이 들어서....”
“그럼 거기 사 줄게요.”
“네?”
내가 대뜸 그 집을 사주겠다고 하자 화들짝 놀라는 채시연. 그거 얼마나 한다고 곧 내 여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채시연에게 내가 그 정도 돈도 못 쓰겠나?
“그것 말고 다른 조건은 없어요?”
“네. 그것만 해결 되면....나머지는 회사에 일임할게요. 뭐 계약서는 봐야겠지만....”
말이야 회사에 일임한다지만, 그래도 최종적으로 회사 측에서 제시한 계약서를 보고, 그게 마음에 들어야 거기 사인을 하겠다는 게 채시연의 뜻이었다.
내가 봤을 때 채시연은 우리 회사 B급 계약서만 줘도 좋다고 사인을 할 거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고, A급 조건의 계약은 제시해 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채시연에게 물었다.
“지금 적을 두고 있는 소속사가 어디라고요?”
“MK엔터테인먼트요.”
“MK?"
“네. 대표님 이름이 만규거든요. 김만규!”
자기 소속사 대표 이름을 말해 놓고,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환하게 웃는 채시연.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를 보고 따라 웃지 못했다. 왜냐하면 김만규가 대표로 있는 연예기획사라면 나도 잘 알았으니까.
김 비서를 통해서 접한 서울에 있는 중소 연예기획사들 중에서, 김만규가 대표로 있는 소속사는 그만큼 유명했다. 좋은 쪽이라기보다는 나쁜 쪽으로 말이다.
근데 그게 김만규 본인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그의 동생인 김천귶, 그 인간이 바로 서울에서도 유명한 생 양아치, 조폭 두목이었던 것이다.
그게 어느 정도냐면 천하의 양태석도 김천규를 상대하는 것만큼은 꺼려했다.
그럴 것이 김천규는 바로 일본의 야쿠자와 긴밀하게 손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양태석은 김천규보다 녀석의 뒷배인 야쿠자를 건드리는 걸 꺼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그때 양태석은 태천파에 속해 있었고 지금은 아니다.
그러니 상황이 달라진 건 맞았다. 거기다가 내게는 철수라는 처리자가 있었다.
‘까짓 신경 거슬리면....’
철수로 하여금 김천규만 쓱 제거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이제 내게 조폭 두목 하나 묻는 것에 대해서, 전혀 심적 부담 같은게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놈은 가급적 빨리 없애주는 게, 여러 사람 구원하는 일이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 * *
나는 일단 채시연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제 아침이고 좀 있다가 내 경호팀원들이 여기 올 것이다. 오늘이 주말이어도 주말조 경호팀원들이 나를 경호하러 올 테니까. 거기에 문대식이 끼어 올 가능성이 컸다.
문대식이 채시연을 보는 거야 문제 될 건 없었다. 내가 누구랑 있던 문대식이야 별로 신경 안 쓰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고.
문제는 그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인데, 특히 내가 정한 내 여자 말고, 다른 여자와 자고나서 그 다음 아침이면, 문대식이 나를 보는 눈이 평소와 달랐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뜻 한심하게 바라보는 그 눈빛이 나는 정말 싫었다.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지 않냐고?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더 신경 쓰이고, 더 보게 된 달까?
그러니 내가 여기서 채시연을 보내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채시연을 보내고 나서, 나는 잠시 멍 때리고 앉아 있었다.
여기서 더 잠을 자기도 애매하고 또 뭘 하자니 너무 아침이었다. 이 시간에 할 거라고는 운동 밖에 없는데, 몸 쓰는 건 하기 영 귀찮고....
“아아....”
그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게, 바로 어젯밤에 민혜주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
“오늘 오전에 골프 치기로 했었지.”
그녀가 오늘 같이 골프 칠 골프장이 어딘지 문자 메시지로 보내 준다고 했었다. 나는 뒤늦게 그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피닉스 골프장? 아. 맞다. 9시까지 오라고 했지.”
내가 지도 검색을 해 보니 여기서 거기까지 가는데 차로 한 시간 반 걸렸다.
그러니까 민혜주와 약속 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적어도 여기서 7시 30분에는 출발해야 한다는 얘기.
“이거 시간이 별로 없잖아.”
나는 바로 프런트에 연락해서 아침 식사를 주문했다. 지금 주문해서 룸서비스로 음식이 오면 그걸 천천히 먹고, 옷 챙겨 입고 골프 치러 나서면 확실히 시간적으로 쫓길 일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프런트에 아침 식사 주문할 때, 골프 치러 갈 때 입을 옷도 같이 챙겨 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