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525화 (52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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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서진그룹 본사 회장실 옆에 딸린 회의실에서, 서진그룹의 핵심 인사라 부를 수 있는 존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명진 회장이 식물인간이 된 마당에, 명확한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장남인 김학수와 김 회장 부인인 차미진이 소집한, 이 회의에 10명의 서진그룹 계열사 대표를 비롯한, 본사를 대표하는 이사급 간부들은 한 명 빠짐없이 다 참석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 빠진다는 건, 곧 회장이 될지 모를 김학수에게 반기를 드는 것과 같았으니까.

“김학수 본부장님과 서진 장학재단 차미진 이사장님 오십니다.”

그룹 내부 인사 중 가장 먼저 김학수, 차미진 라인으로 갈아 탄 경호실장이 회의실 문을 열고 먼저 들어오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활짝 열린 문 안으로, 김학수와 차미진이 나란히 등장했다.

“가서 앉으렴.”

차미진이 회의실 가장 상석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김학수가 그녀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인 뒤, 그쪽으로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겼다. 그걸 보고 흐뭇하게 웃던 차미진. 그녀가 이내 얼굴에 웃음 끼를 싹 지우고, 대충 회의실 끝에 비어 있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장남이자, 차기 서진그룹의 회장이 될 김학수가 회의실에 참석한 핵심 인사들을 어떤 식으로 휘어잡는지 팔짱을 낀 체 차분히 지켜보았다.

그렇게 한 시간 뒤, 회의실 안이 잠시 격론이 일었지만, 이제는 누가 뭐래도 회의실의 주인이 되어 있는 김학수의 외침에, 회의실 안에서 누구도 더는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만! 시끄러우니까 다들 입들 다무세요.”

“....”

그때 힐긋 회의실 끄트머리에 앉아 있던 모친 차미진을 쳐다보는 김학수. 그런 그의 눈과 차미진의 눈이 마주치자, 차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보고 김학수가 미리 준비해 온 말을 꺼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백준열과 더 이상 싸우는 건,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해서 저는 백준열 측에 먼저 연락을 해서, 화해의 손을 내밀까 합니다.”

사실상 차기 회장인 김학수가 백준열과의 싸움을 먼저 포기한다고 백기를 든 것이다.

그러자 회의실 안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았다. 하지만 누구도 감히 차기 회장인 김학수에게 뭐라고 말하는 자가 없었다. 그랬다간 바로 김학수에게 찍힐 테니 말이다.

“이일은 오늘 바로 시작해서 가급적 빨리 매듭짓는 걸로 하겠습니다.”

김학수는 이번 일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아아! 그리고 비서실 개편 좀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을 추진하려면 비서실의 도움이 필요한데, 보시다시피 이 자리에 민영석 실장은 보이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러니까 김명진 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 2인자였던 민영석 비서실장 목부터 치겠다는 소리였다.

“민 실장을 대신해서, 구조 본부 실에 장철우 과장이 임시로 비서실을 맡도록 할 테니, 다들 장 과장에게 협조 부탁드립니다. 아아. 장 실장이지 참.”

김학수가 자신의 최측근을 임시라지만 비서실장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그가 오늘 하려고 작정했던 백준열 측과의 접촉부터 바로 시도하게 했다.

“장 실장은 백준열 측에 지금 바로 연락을 넣어보고 그 반응을 봐.”

“네.”

“자아. 오늘은 이 정도에서 일면식은 끝냅시다. 다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고, 가급적 빠른 시일 내 날을 잡아서 회장 자리에 오를 테니, 그때 취임식 때 보도록 합시다.”

김학수는 이 자리에서 이제 자신이 서진그룹 회장임을, 서진그룹 핵심 인사들 앞에서 확실히 못 박기라도 하고 싶었던지, 장황한 말로 오늘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 * *

차미진은 처음에는 자신의 장남 김학수가, 회의실에서 서진그룹 핵심 인사들을 상대로 잘 대처하는 걸 흐뭇하게 지켜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차미진의 얼굴에서 웃음 끼가 점점 사라졌고, 끝에 가서는 얼굴이 살벌하게 일그러졌다.

그런 그녀가 막 회의가 끝나면서, 회의장 안에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따라 일어나며 혀를 찼다.

“쯧쯧....이러니 내가 나서야 하는 거지.”

웅성대는 사람들의 소음 때문에 그 소리가, 그녀 근처 있던 사람에게 들리지 않았지만, 차미진은 좀 전 지켜 본 김학수의 모습에서, 확신 찬 얼굴 표정을 지었다.

바로 이 회사는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말이다. 차미진은 바로 경호실장을 불렀다.

“네. 이사장님.”

“회장실로 가요.”

이곳 본사에 올 때도 그랬지만, 차미진은 누구 보란 듯 경호실장을 앞장세우고 움직였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고. 그렇게 회의실에서 먼저 옆방인 회장실로 자리를 옮겨 온 차미진이, 회장실에서 김학수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김학수는 자신에게 어떡하든 잘 보이려는, 그룹 핵심 인사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느긋하니 회장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하하하. 어머니. 보셨죠? 다들 저한테 조금이라도 잘 보이려고....”

한껏 상기된 얼굴의 김학수가 입에 귀에 걸려서 모친인 차미진에게 다가오다가, 그녀의 싸늘한 얼굴을 보고서 이내 얼굴에서 웃음을 지웠다. 그리고 긴장한 기색으로 돌변한 김학수가 ,조심스럽게 차미진이 앉아 있는 응접 소파 맞은편에 앉으려 하자, 차미진이 빠르게 말했다.

“상석에 앉으렴.”

차미진이 일부러 비워 놓은 응접 소파의 상석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김학수가 앉으려다 말고, 다시 몸을 일으켜서 차미진이 말한 응접 소파 상석 자리에 앉았다.

차미진은 여기서 자기가 뭐라고 해 봐야, 그게 김학수에게는 잔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해서 좋은 날 굳이 잔소리 할 필요 없다는 생각에, 끓어오르는 화를 속으로 억누르고 아들에게 물었다.

“그래서 백준열 쪽은 어떻게 됐는데?”

모친에게 폭풍 잔소리 들을 걸 각오 하고 있었던 김학수. 근데 모친이 잔소리 대신 불쑥 일적으로 물어 오자,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다가 오히려 잘 됐다 싶었다.

자신이 백준열을 어떻게 설득 시키는지 모친에게 보여줘서, 이번 기회에 그녀에게 확실하게 믿음의 점수를 따 낼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에.

“좀 전에 장 실장이 그쪽에 연락해서, 백준열이와 다이렉트로 통화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이제 제가 녀석에게 전화해서 불러 낸 다음, 잘 타이르기만 하면 됩니다.”

“뭐?”

백준열을 상대하는 걸 무슨 모자란 친구 만나는 듯 생각하는 김학수를, 차미진이 어처구니없이 쳐다봤다. 하지만 김학수는 자신 있었다.

일단 오늘 밤에 백준열을 거기서 만나기만 하면, 녀석과 잘 얘기해서 녀석과의 싸움을 여기서 끝내게 만들 수 있다고 말이다.

“너....”

“어머니. 이일은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제가 다 알아서 해보겠습니다.”

해서 차미진이 무슨 말을 꺼내기 전에 김학수가 먼저 말했다.

그런 자신만만해 보이는 김학수의 모습에, 차미진은 잠시 복잡한 눈으로 자신의 아들을 쳐다보다, 이내 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아아....좋다. 하지만 내일까지 결과물이 있어야 할 거야. 아니면 이일에서 널 손 떼게 만들테니 그런 줄 알아라.”

그 말 후 자기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차미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고해라.”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뭐라도 하려는 김학수를 회장실에 남겨 두고, 차미진은 먼저 서진그룹 본사를 나왔다. 그리고....

“이사장님. 어디로 모실까요?”

“청와대로 가.”

혹여 있을지 모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차미진은 자신이 쓸 수 있는 최선을 패를 챙기러 파란 지붕의 집으로 향했다.

* * *

차미진이 떠나고 회장실에 덩그러니 홀로 남은 김학수.

“아아....”

그는 감회 섞인 얼굴로 방 안을 쭉 둘러 봤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가 앉아 있는 이 자리의 주인은 그가 아닌 그의 아버지 김명진 회장이었다. 하지만 하루사이 그 주인이 바뀌었다.

“싹 바꿔야겠군.”

이 방은 전적으로 아버지 취향의 인테리어로 꾸며졌다. 김학수와 김명진 회장은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듯이 취향도 180도 틀렸다.

김학수는 내일 당장 이 방부터 고치게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장철우 실장이 진짜 어렵게 구했다는, 백준열과 다이렉트로 연락이 가능하다는 개인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백준열과 5분 여 간의 짧다면 짧은 통화 시간을 가졌다.

“허어. 역시 보통 새끼는 아니네.”

녀석과 통화를 끝낸 뒤 김학수의 입에서 그 말이 절로 흘러나왔다. 김학수는 그가 보자고 하면 백준열이 바로 만나 줄 거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백준열은 호쾌한 성격의 남자를 좋아했고, 또 여자라면 사족을 못 썼다.

그에 맞춰서 백준열과 통화를 했는데, 돌아 온 대답은 바쁘다는 것이었다. 진짜 바쁜지, 아니면 핑계인지 모르지만, 어째든 실무 진끼리 접촉하는 건 성사 시켰다.

“만나는 거야 내일이든 모레든 상관없지만....”

오늘 직접 통화 해 본 결과 김학수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백준열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그래 봤자 지. 일단 거기만 가면....”

거기는 정상적인 사람이 들어가면 다들 개가 되게 만드는 곳이었다. 한데 개새끼 백준열이 거기 들어가면 어떻겠는가? 김학수는 확신했다.

“장 실장에게 거기 모레까지 예약 잡아 놓으라고 한 건, 정말 잘 한 일이었어.”

회원제로 운영 되는 곳이었지만 거기도 예외는 있었다. 바로 그들이 인정하는 VVIP고객에 한해서는 언제든 출입이 가능하다는 거 말이다. 그리고 백준열은 거기 가기만 하면, 바로 VVIP고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놈이었다.

“이상해. 그런 놈이 어째서 아직 거기 회원이 아닌지 말이야.”

거기 문을 연지 몇 달이 된 걸로 아는데, 백준열은 아직 거기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거기 갔다면 당연히 거기 VVIP고객이 됐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김학수도 거기 VVIP고객이지만, 백준열에 대해들은 바는 여태 없었다.

“뭐 어째든 내게는 잘 된 일이지. 흐흐흐흐. 덕분에 백준열과의 문제도 해결 볼 수 있게 됐고 말이야.”

잠시 고민하던 김학수. 그가 결심한 듯 말했다.

“이왕 예약해 놓은 거 어쩌겠어? 나라도 가야지.”

김학수는 그 길로 자기가 아는 잘 노는 친구 몇 명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오늘 백준열과 같이 가려 했던, 요즘 서울에서 제일 잘나가는 룸살롱 아방궁으로 향했다.

아방궁은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특급 룸살롱으로, 거기 단골인 재벌 회장들이 제법 많다는 입소문 때문인지, 일약 재계에서 유명해진 곳이 되었다. 해서 김학수도 당연히 가봤는데, 그날 바로 거기 회원이 됐다.

회원은 자리 예약이 가능했기에 김학수는 내리 사흘을 예약했고 그 중 첫날을, 친구들과 신나게 제대로 즐기기로 했다.

한데 따지고 보면 오늘은 김학수의 부친인 김명진 회장이 코마 상태에 빠진 날이 아니던가?

이런 날 자신의 장남이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줄 김명진 회장이 안다면, 아직 무덤까진 안 갔지만 코마 상태로 누워 있는 그가 벌떡 일어날 일이었다.

* * *

푹신한 침대 위에서 백준열은 나나미 옆에 누워 있다가 이내 그녀 위에 올라타며, 그녀의 또 다른 최대 성감대인 목을 공략했다.

“아흐흐흑....아아아아....”

그러자 나나미가 금방 몸이 달아올랐고, 백준열은 그런 그녀를 정신없이 몰아쳐서 다시금 절정의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크으으윽!”

그리고 백준열 자신도 세 번째로 나나미의 보지 깊숙이 자신의 정액을 쏟아냈다.

“....헉헉헉헉!”

그렇게 사정 후 백준열은 나나미에게서 떨어져서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거칠어진 호흡을 고를 때 나나미가 말했다.

“준열상. 저 한국으로 올까요?”

이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소리란 말인가?

‘니가 왜 한국에 와?’

그 말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오려는 걸, 백준열은 가까스로 참고 입안으로 도로 삼켰다.

나나미의 갑작스런 그 제안에 백준열이 피식 웃었다. 생각해 보니 여자 입에서 먼저 그 얘기가 나온 거 자체가, 나나미가 얼마나 자신에게 푹 빠졌는지, 반했는지를 보여주는 거 아니겠는가?

조국과 가족, 거기다가 자신의 미래까지 다 버리고 타국에, 오로지 자기 하나보고 온다는 건데 말이다.

“후후후후....”

기분이 급격히 좋아진 백준열. 그가 대답 대신 나나미의 가장 민감한 성감대가 있는 바로 그곳, 그녀의 두 가랑이 사이로 머리를 가져갔다.

“준, 준열상! 아흐흑....아아아아....”

거기서 백준열이 뭘 어떻게 했는지, 나나미는 밀어닥치는 강렬한 자극에 연신 몸을 퍼덕거렸다.

“아흐흐흑....아으으응....아....좋아....미, 미치겠어....아아아아....준열상.....아이시떼루요(愛してるよ, 사랑해요).....”

이제 아주 백준열의 애무에 녹아난 나나미는, 대 놓고 그를 사랑한다며 말하며 발작적으로 몸을 흔들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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