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522화 (51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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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그래서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빠르게 박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초 급한 전화가 아니면 내게 전화를 걸어 올 박 비서도 아니니, 이러는 건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었다.

-대표님. 좀 전에 서진그룹 본사에서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답니다.

“비상대책회의?”

-네. 저희와 싸움을 계속 이어나갈지, 아니면 여기서 그만둘지를 두고서요.

“그래서?”

-김명진 회장 쓰러진 건 알고 계시죠?

“어. 지금 코마 상태라더군.”

-아아! 그래서 그런 회의가 갑자기 열린 거로군요.

박 비서는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실까지는 알아도, 그 뒤의 일은 전혀 몰랐던 모양이었다. 아마 김 회장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누군가 시켜서 조사를 시켜 놓은 상태일 것이다.

-여하튼 그 비상대책 회의결과, 저쪽에서 저희와 싸움을 그만두기로 결정 했다는 정봅니다.

“누구 마음대로?”

-그러게요. 아마 그쪽에서 대표님께 연락이 갈 거 같아서, 제가 그 전에 미리 알고 계시라고 이렇게 연락드리는 겁니다.

“알았어. 아아. 그리고 서진그룹 인수전에, 다크호스를 내가 한 명 영입했어.”

-다크호스요?

다크호스는 원래 역량은 알 수 없으나 뜻밖의 결과를 낼지도 모르는 말을 말했는데, 그게 고사성어화 되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할 때 부르는 말이 됐다.

“어. 민영석 실장 알지?”

그러니까 내게 있어서 민영석 실장은 이번 서진그룹과 싸움에서 나의 다크호스라 할만했다.

-당연히 알죠. 김명진 회장의 오른팔이자 서진그룹 2인자....잠, 잠깐만요....혹시 그 다크호스가 민영석 실장입니까?

“어. 민영석 실장 연락처 지금 문자로 보낼 테니까, 둘이서 한 번 작품을 만들어 봐.”

-이야아....뭐 그분이 돕는다면 서진그룹 인수야 거저먹기죠. 어서 그분 연락처 보내 주십시오.

한껏 흥분한 박 비서가 말했다. 어지간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하긴 전장에서 전향한 적장만큼 든든한 우군도 없을 테니까. 그 적장이 적군의 머리와 같은 군사(軍師)라면 뭐 이건 두 손 들고서, 더 더욱 환영할 일일 테고.

“알았어.”

그렇게 텐션 오른 박 비서 영향 때문인지 나까지 따라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나는 기분 좋게 박 비서와 통화를 끝내고, 민영석 실장의 핸드폰 번호를 박 비서에게 보내주었다.

박 비서라면 민영석 실장과 잘 짝짜꿍해서 서진그룹을 별 무리 없이 잘 인수할 수 있을 거다.

통화 후 남은 음식이 차려져 있는 식탁 쪽을 보니 별로 입맛 당기지 않았다.

해서 그쪽에서 시선을 거두고 거실 소파에 앉아서 TV를 켰다.

그랬더니 TV화면에 뉴스가 나왔다. 딱히 뭘 볼 생각으로 튼 TV가 아니라 그런지, 나는 한 동안 넋을 놓고 멍하니 뉴스를 봤다.

지이이잉!

그때 소파 옆에서 진동이 일었다. 어째 조용하나 싶었다. 일단 확인하니....어랍쇼? 국제전화다.

“뭐지?”

나는 좀 더 자세히 전화번호를 확인했고, 그 결과 일본의 나나미가 내게 전화를 걸어 온 걸 알 수 있었다. 내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졌다.

“이 여자가 왜?”

따로 그녀에게 어떤 메시지를 준적은 없었다. 합작 드라마를 같이 하고 싶다든지, 그녀에게 이성적으로 관심이 있다는 걸로 말이다.

뭐 눈이 맞아서 한 빠구리 한 건 사실이지만, 나나미 성격 상 그것 가지고 구질구질하게 굴 여자는 아니라고 봤는데....

잠시 당황한 기분이 들었지만, 나는 그녀가 내게 지금 이 시간에 전화 건 이유가 궁금해서, 일단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 * *

나나미와 통화는 당연히 일본말로 이뤄졌다. 백준열이야 일본어를 워낙 잘하니....

“하이. 하이....뭐, 뭐라고요? 지금 어디라고요? 아니. 어제 일본 가지 않았어요?”

나나미가 지금 한국, 그것도 서울에 있다니, 내가 놀랄 밖에.

“네? 힐튼 호텔이요?”

그것도 하필 나와 같은 호텔이다. 서울에 힐튼 호텔이 두 개 있지 않으니 말이다.

“네. 지금 만나자고요?”

뭐 이런 경우 없는 여자가 다 있단 말인가? 이 시간에 그녀가 만나자고하면 내가 만나줘야 하나?

뭐 물론 나나미가 예쁘고 섹시한 건 맞다. 하지만 난 이미 김 비서, 그 앞에는 정민지와 빠구리를 한 상태.

내 몸이 무슨 섹스 머신도 아니고,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기계도 계속 돌리면 고장이 나는 법이다.

지금 나는 쉬어야 할 때고, 딱히 나나미를 만나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다. 근데....

-디링! 일본 여배우 나나미와 빠구리 3세트를 완성하세요. 완성 시 개지수 3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뭐?”

견신 시스템이 내 휴식에 태클을 걸어왔다. 그로인해 평정심이 깨졌고 신경이 확 날카로워진 나는 나나미와 통화 중임을 잠시 깜빡하고 있었다.

-준열상.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제가 잘 알아듣지를 못해서....

다행히 무의식중에 튀어 나온 말이라 한국말로 했고, 나나미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나는 재빨리 일본말로 그녀에게 말했다.

“아뇨. 별말 아니었어요. 누가 뒤에서 저를 부르는 거 같았는데 아니었네요. 지금 힐튼 호텔이라고 했죠?”

-네.

“제가 지금 힐튼 호텔에 누굴 좀 만나고 있거든요.”

-어머! 그래요?

“몇 호실에 묵고 계시는 지 말씀해 주시면, 제가 30분 뒤 거기로 갈게요.”

-3, 30분이요?

‘너무 빠른가?’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30분을 한 시간으로 늘이려 했다. 하지만....

-알았어요. 저 1705호실에 묵고 있으니, 정확히 30분 뒤에 여기로 오세요.

나나미가 내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 버렸다. 그만큼 내가 보고 싶다는 건가?

“네. 뭐 그러죠.”

오히려 전화 받은 내가 어리둥절해 하면서, 나나미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먼저 끊었다.

그리고 곧바로 프런트로 전화를 걸었다. 식사 말고 또 룸서비스 시킬 일이 생긴 것이다.

“여기 입을 옷 좀....네. 외출용으로...”

오늘 입었던 옷을 입고 나나미를 만나러 갈 수는 없는 노릇. 그나마 샤워를 한 건 다행이었다. 씻을 시간은 단축했으니.

그러니까 내일 입을 출근복을 오늘 밤에 입게 생긴 거다. 여기 약속이 있어 왔다는 거짓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장 차림으로 나나미를 만날 수밖에 없었다.

빨리 가져 오라고 하니, VVIP라 그런지 룸서비스가 10분을 넘기지 않았다. 나는 부랴부랴 그 옷을 챙겨 입고 VVIP룸을 나섰다. 그리고 귀찮지만 VVIP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17층으로 올라가야했다.

* * *

VVIP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간 백준열. 그런 그의 눈에 아까 봤었던 채시연이 또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뭔가에 쫓기듯 곧장 앞만 보고 직진 중이었다. 그러니 백준열을 보지 못하는 건 당연했고.

“왜 저러지?”

그랬더니 잠시 후 나름대로 변장을 하긴 했는데, 백준열이 봐서 딱 R드래곤으로 보이는 남자가 뒤이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고, 그런 그에게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바로 따라 붙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 근처 로비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들어가고 몇 초 되지 않아서 도로 나왔다. 그리곤 태연하게 호텔 로비를 가로 질러서 호텔 밖으로 나갔다.

“어? R드래곤 아냐?”

“맞는 거 같은데 ? 와아. 저 사람들....”

백준열이 알아 볼 정도니, 호텔 안의 다른 사람들도 그를 알아보는 건 당연한 일. 특히 힐튼 호텔에 투숙 중인 일본, 중국인 손님들이, 제일 적극적으로 R드래곤에게 다가갔다.

그런 그들을 R드래곤의 매니저가 제지를 했고, 그 사이 호텔 밖으로 나간 R드래곤은, 그 사이 호텔 입구에 도착한 빨간 페라리 차에 황급히 탔고, 견신 시스템의 개 능력 *멀리 봅니다.*를 언제든 쓸 수 있는 백준열의 눈에, 페라리 운전석에 앉아 있는 채시연이 포착됐다.

R드래곤은 그걸 들키지 않으려고 빠르게 조수석 문을 열고 탔고, 페라리는 날렵하게 호텔을 빠져 나갔다.

“저 찬가 보네.”

그러니까 R드래곤이 채시연과 여기서 즐길 거 즐긴 뒤, 채시연을 시켜 먼저 주차장에 자기 차를 빼서 오게 하고는, 호텔을 빠져 나간 것이다. 그럼 매니저와 잠깐 커피숍에 들어간 건?

‘그거야 알리바이를 만든 거고....’

조만간 호텔에 왜 갔냐는 말이 나올 테니, 그때 매니저와 R드래곤이 문제가 된 그날, 그 시각 여기 호텔 커피숍에서 같이 있는 걸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그 정도 이슈야 간단히 넘어갈 일이 될 테니까. 그런데 어쩌나? R드래곤은 내일 새벽에 죽는데....

‘좀 전에 그 페라리를 타고 저 먼 하늘나라로....’

곧 죽을 두 사람을 직접 봐서일까? 백준열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기다리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걸 보고, 백준열은 잽싸게 엘리베이터 안에 탔다. 그리고 탄 손님들 중 맨 마지막으로 17층을 눌렀다.

다섯 명 쯤 탔는데 다들 내리고 맨 마지막에 17층에서 내린 백준열. 그는 엘리베이터에서도 보이는 1705호실로 곧바로 걸어갔고 초인종을 눌렀다.

디로링! 철컥!

그러자 안에 나나미가 바로 객실 문이 열었다.

“어서와요. 준열상.”

그리곤 환한 웃음과 함께 날 반겼다. 왜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막상 나나미를 보게 되자, 그녀를 보러 여기까지 온 귀찮음과 좀 전에 R드래곤과 채시연을 보고 들었던 찜찜한 기분까지, 거짓말처럼 싹 백준열의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그 만큼 나나미의 상큼한 얼굴과 티 없이 맑은 웃음이, 백준열을 바로 무장해제 시켜 버린 것이다.

* * *

나나미가 백준열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차고 넘쳤다. 그래선지 몰라도 막상 나나미와 만나자, 그녀에 대한 관심도가 확 올라가는 건 나도 어쩔 도래가 없었다.

‘자자. 자중 좀 하자.’

그래도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나나미가 열어 준 객실 문 안으로 들어갔다.

‘오오!’

그런데 경황중이라 몰랐는데 막 안으로 들어가서 나나미를 보니 그녀가 샤워를 했는지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그래선지 그녀 몸에서 향긋한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나로서는 그 냄새에 흥분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보고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나나미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서 계시지 말고 앉으세요.”

“아네.”

나는 나나미가 권하는 객실 소파에 앉았다. 내 VVIP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객실 치고는 꽤 넓었다. 그래서 앉을 수 있는 공간도 넉넉했고.

내가 살짝 얼빠진 얼굴로 소파에 앉자, 그녀가 내 맞은 편 소파에 앉으면서 슬쩍 다리를 꼬았다. 그러자 드러난 그녀의 늘씬한 오른쪽 다리가, 단번에 내 눈을 사로잡았다.

나나미의 장점은 섹시하지만, 그 섹시함을 감추는 거였다. 그게 무슨 소리냐면 좀 전 내가 왔을 때, 문을 열어 줄 때에 그녀는 가운 차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걸 알지 못했다.

그 만큼 그녀의 얼굴이 단연 돋보였으니까. 그런데 말이다. 그녀가 살짝 가운의 앞섬을 벌리고 나를 맞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나는 그녀의 얼굴보다는 그녀의 속살에 더 관심을 가졌겠지. 하지만 나나미는 가운으로 꽁꽁 자기 몸을 싸매서 속살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좀 전에 다리를 꼬고 앉으면서, 자신의 한 쪽 다리만을 드러냈다. 아마 예전의 백준열이었다면 그런 그녀 다리에 입이 헤벌쭉 벌어져서는 질질 군침을 흘렸겠지. 하지만 나는 다르거든.

“근데 무슨 일로 나를 보자고 한 건지....”

나는 태연하게 나에게 한 것처럼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런 나를 보고 갑자기 돌변한 내 행동과 태도에, 나나미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그게 여실히 얼굴로 드러났다.

“그, 그게....아니 그러니까....”

그녀는 상황이 그녀 예상 밖으로 변하자 당황해 하면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우물 쭈물거렸다. 딱 봐도 나나미는 자기 몸으로 나를 유혹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를 맞는데 걸리는 시간이 30분이면 충분했던 거다. 평소처럼 샤워하고 가운 걸치고 나를 맞으면 끝이니까. 물론 그 과정에서 야시시한 속옷과 향수 정도는 뿌렸겠지만.

“나는 한일합작드라마에 관심이 없습니다. 아니 싹 사라졌습니다.”

그녀가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난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바로 답이 나왔다. 그래서 나나미에게 내 생각이 어떤지 확실히 말했다. 그랬더니....

“그러니까 왜 그 관심이 사라진 건데요? 설마 저에게 관심이 없어진 건가요?”

나나미가 정색을 하며 내게 따지듯 외쳤다.

“어머....”

그래놓고 정작 자신이 보인 반응에 ,자신이 놀란 듯 나나미가 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그녀를 보고 나는 꼬고 있던 다리를 풀면서 말했다.

“나나미. 당신에 대한 관심이야 지금도 많습니다. 이걸 보시면 아시겠지만....”

나는 나나미에게 보란 듯 내 다리를 쩍 벌렸다. 그러자 내 바지 앞쪽에 불룩하게 작은 동산 하나가 생겨 있었다.

“어머머머....혼또(本当, 진짜야)?”

내 가랑이 사이에 시선이 꽂힌 나나미. 동그랗게 뜬 그녀가 무슨 최면에라도 걸렸는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반쯤 넋 나간 얼굴로 내게 서서히 다가오는 걸 보고, 내 입 꼬리가 절로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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