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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오늘 내가 갈 여자 집은, 바로 멜로 퀸에서 액션 퀸으로 연기 변신을 시도하기로 막 결정을 내린 손진아의 집이었다.
그런데 손진아는 지금 한국에 없다. 팬 사인회 때문에 중국에 가 있으니까.
그녀가 출연한 영화 ‘산적’이 중국에서 뒤 늦게 히트를 치면서, 중국 배급사에서 긴급 요청이 들어 온 것이다.
당연히 가야지. 이때만 해도 거기 갔다 오기만 해도 소속사에 들어오는 수익이 100억 단위를 넘어가는 데 말이다. 그러니까 손진아는 내 회사 돈 벌어 주러 중국에 간 거다.
그러니 그녀 소속사 대표인 내가, 그녀가 중국 갔다고 뭐라 할 수 없는 노릇인 거고.
‘역시....’
나를 태운 차는 손진아가 사는 집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손진아가 중국 간 게 경호팀까지 아직까지 전달되지 않은 거다. 당연히 이건 경호팀의 실수다. 즉 경호팀장인 문대식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는. 하지만 오늘은 내가 입이 열 개라도, 문대식에게 뭐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어쩔 수 없지.’
“지금 가려는 곳 말고. 그냥 근처 특급 호텔로 가요.”
“네?”
“저기 힐튼 호텔 보이네. 저기로 그냥 가.”
운전석의 경호팀원은 약간 어리바리 했는데, 다행히 그 옆 조수석의 경호팀원이 내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그래서 현재 위치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힐튼 호텔로 차가 움직였고 호텔 입구에서 내린 나는, 두 경호팀원들에게 말했다.
“수고했고 그만들 퇴근해요.”
당연히 내일 출근은 여기서 할 거니, 저들이 문대식에게 알아서들 보고를 하겠지. 그렇게 나는 곧장 힐튼 호텔 안으로 들어갔고, 로비를 쭉 가로 질러 프런트로 갔다.
“백 대표님!”
다행인지 프런트에 나를 알아보는 호텔 직원이 있었다. 그래서 별 말하지 않고 바로 VVIP방을 배정 받아서, VVIP전용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VVIP전용 엘리베이터는 VVIP 방 키, 그러니까 카드를 엘리베이터 버튼 위에 센스에 가져다 대야만 사용이 가능했다.
예전에는 이게 신기했었는데, 지금은 써 본 터라 익숙하니 엘리베이터 버튼 위에 카드를 갖다댔다. 그러자 꺼져 있던 엘리베이터 버튼의 불이 들어왔,고 나는 올라가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1층에 있었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는 그 열린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때였다.
“잠깐만요!”
누가 소리를 치더니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발을 디밀었다.
촤르르르! 틱!
그러자 그 발에 엘리베이터 문이 걸리면서, 닫히던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렸다.
휙!
그리고 그 열린 문으로 웬 모자 쓴 여자 하나가 안으로 쏙 들어왔다. 근데 모자에다가 선글라스 까지 착용한 여자는, 큐티 하면서도 섹시함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청바지에 흰 티 차림이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몸매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였다.
그 자신감만큼이나 여자는 긴 다리에 쭉쭉빵빵한 몸매를 자랑했다. 하지만 성질머리는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C발....문 좀 열어주면 손가락이 부러지기라도 하나. 보기와 달리 영 매너는 꽝이네.”
누구 들으라고 한 소린데....그래도 그렇지, 엘리베이터 안에 그녀 빼고 나 한 사람뿐인데, 대 놓고 이런 말을 지껄이다니. 그때였다.
“어? 여기 왜 누르는 층이 2개뿐이지?”
당연히 엘리베이터 안 입구 오른 쪽이나, 아니면 왼편 밑에 있어야 엘레베이트 층을 누르는 버튼이 달랑 29층과 30층뿐이자, 그걸 보고 황당해 하는 섹시한 청바지에 성질 더러운 여자.
이미 올라갈 층수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내가 센스에 방키를 갖다 댔을 때, 엘리베이터가 이미 올라 갈 층, 그걸 자동으로 인식한 상태니까. 그래서 엘리베이터는 30층을 향해, 그것도 초고속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 * *
VVIP전용 엘리베이터는 초고속으로, 일반 엘리베이터 보다 3배는 빨랐다. 그러니까 10층 쯤 올라갈 때 걸리는 시간에, VVIP전용 엘리베이터는 내가 묵을 VVIP룸이 있는 30층까지 단숨에 올라갔다.
딩동!
-30층입니다. VVIP고객님. 다시 한 번 저희 힐튼 호텔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 나는 소리도 일반 호텔 이용객과 달랐다.
촤르르르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는 내 앞을 막아서고 있는, 섹시한 청바지에 성질 더러운 여자 옆을 그냥 스쳐 지나서 30층에 내렸다. 하지만 섹시한 청바지에 성질 더러운 여자는 어리둥절해 하며, 그 엘리베이터 안에 계속 타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밖에서 내가 물었다.
“1층으로 다시 내려갈래요?”
“....”
그러자 그녀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면서 쪽팔려서 그런지 몰라도 자신의 얼굴이 내게 안보이게 하려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띠익!
나는 VVIP룸 방 키를 엘리베이터 버튼 센스에 갖다 댔다. 그러자....엘리베이터 안에 좀 전에 올라 올 때 켜지지 않았던, 1층부터 지하 3층까지 버튼에 불이 들어왔다.
섹시한 청바지에 성질 더러운 여자는 잽싸게 1층 버튼을 눌렀고, 잠시 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서 VVIP전용 엘리베이터가 다시 1층으로 쭉 내려갔다.
“아아!”
그때였다. 나는 뒤늦게 섹시한 청바지에 성질 더러운 여자가 누군지 알아 차렸다.
“채시연....”
작년부턴가? 청바지 모델로 유명해지면서, 그 길로 연기까지 도전해서 올해 MVC의 수목 미니시리즈에 여주인공을 맡았다가, 연기논란에 태도 논란까지 더해져서 비난여론이 일자, 현재는 자숙 중으로 알고 있었는데....
“여기에 있네?”
딱 봐도 저 차림에 호텔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잡아탔다는 건....
“남자가 있다는 거지.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채시연은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아이돌 멤버이면서, 히트곡 제조기인 R드레곤과 뜨거운 사이였다. 그리고 이 맘 때쯤이던가?
R드래곤과 새벽에 광란의 질주를 즐기다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때 그녀가 입고 있었던 옷차림에 대한 기사를 나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하얀 티에 CK청바지....”
바로 좀 전에 섹시한 청바지에 성질 더러운 여자가 입고 있었던 옷차림과 똑같았다.
“어쩐다?”
나는 잠시 고민을 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내려가서 채시연을 찾는다고 해서, 그녀를 찾을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없었다. 설혹 그녀를 찾는다고 해도....
“내일 새벽에 차 사고로 죽을 테니까 차는 절대 타지 마세요. 라고 하면 채시연이....날 미친놈으로 보겠지? 에이. 몰라.”
해서 나는 그냥 발걸음을 돌렸다. 내가 회귀, 빙의 했다고 해서 오늘, 내일 죽을 운명의 사람을 다 살릴 수는 없는 노릇. 막말로 채시연이 내 소속사 연기자라면 또 모를까.
"R드래곤의 그 재능이 아깝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R드래곤 역시 다른 소속사 아이돌 멤버니, 내가 일부러 나서서 구하기는 사실 어폐가 있었다.
* * *
R드래곤은 현재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빅4 중에 한곳인 YH(영현)엔터테이먼트를 대표하는 보이그룹 블랙홀의 멤버로, 블랙홀의 모든 음반에 작사, 작곡, 편곡을 도맡았다.
그의 음악성은 음반 발매 후 타이틀곡부터 수록 곡까지 모든 곡을, 차트에 줄 세우기하면서 그 능력을 증명을 하고 있었다.
블랙홀은 대한민국 Boy Band에서 최초로 연간 순위 1위를 기록한 그룹답게, 지금 이 시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아니 내일 새벽에 R드래곤이 사고로 죽고 나서, 그 잘나가던 보이그룹은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걸 그룹 쓰리 앤 투가 나오기 전까지, YH(영현)엔터테이먼트는 빅4에서 제외 되는 수모를 겪게 된다.
이런 사실을 다 알고 있는 나로서는 R드래곤의 그 재능이 아까울 수 밖에. 하지만 내게는 그를 구할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 막말로 내가 그를 구한다고 쳐도, 그가 지금의 소속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내 회사로 옮겨 올 것도 아니고 말이다.
“생명의 은인, 말이 좋아서 은인이지, 이 바닥 연예인에게 그 정도 빚이야 모른 체 하면 그만이지.”
영세 소속사 사장이 연예인 하나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신인시절부터 자기 모든 걸 걸고 정말 어렵게 키워 이제 겨우 빛을 볼 때쯤이면, 그 은혜도 모르고, 그 연예인은 더 큰 소속사로 옮겨 버린다.
미안하다. 그 동안 고마웠다는 말만 남기고. 그게 일상인 곳이 이곳 연예계였다.
그러니까 내가 힘들게 R드래곤을 구해도, 내가 녀석에게 들을 말은 딱 한 마디였다.
고맙다는 말, 그 뿐이다.
내가 고작 그 소리 들으려고, 여기 이렇게 안락하고 넓고 좋은 VVIP룸에서, 룸서비스로 최고급 요리를 주문해서 저녁을 먹는 걸 마다하고, 미쳤다고 개고생을 하러 나선단 말인가?
“R드래곤. 미안해.”
나도 이때 만큼은 진심으로 R드래곤에게 사과를 했다. 그 후 룸서비스로 내가 먹을 요리를 쭉 주문했다. 오늘은 이태리, 프랑스 쪽으로다가....
“....그리고 와인은 화이트로, 물론 최고 비싼 녀석으로다가.”
백준열의 철학인데 원래 제일 비싼 음식이 제일 맛있는 법이란다. 비싼 명품일수록 더 빛나고 멋있어 보이듯 말이다.
룸서비스 주문을 끝내고 나는 바로 씻으러 욕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씻고 나와서 냉장고 안의 시원한 캔 맥주 한 잔을 마시며 호텔 밖 전경을 넋놓고 바라보고 있을 때, 기다리던 룸서비스가 드디어 왔다.
이태리를 대표하는 요리인 라자냐(lasagna)와 리소토(risotto)는 당연히 시켰고, 거기에 비스테까 알라 피오렌티나(bistecca alla fiorentina)를 추가로 시켰다.
라자냐는 이탈리아 파스타 요리 중 하나로, 반죽을 얇게 밀어 넓적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자른 파스타를 속 재료와 함께 층층이 쌓아 오븐에 구워 만든 요리고, 리소토는 쌀을 버터나 올리브유에 살짝 볶은 뒤 육수를 붓고 채소, 향신료, 고기, 해산물 등의 부재료를 넣고 함께 졸여낸 부드러운 식감의 이탈리아 쌀 요리다.
비스테까 알라 피오렌티나는 토스카나(Toscana) 주 피렌체 지방의 전통요리로 이탈리아식 티본 스테이크로, 오늘 따라 고기가 당기는 내가 작심하고 고른 메뉴였다. 그리고 다음으로 바로 프랑스 요리로 넘어가는데, 다들 알다시피 프랑스 요리는 세계적으로 고급 요리로 명성이 높고, 터키 요리, 중국 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많이 주목받고 있지 않은가?
당연히 파스타를 시켰고 거기에 코트 다뇨(Cotes d'agneau)라고 양 갈비 스테이크를 추가 시켰다. 역시 고기가 당겨 시킨 건데, 소고기는 이미 시킨 터라 양고기로 고른 거다.
“자아. 먹어 볼까?”
나는 식사 시작 전에 와인을 따서 잔에 따른 뒤 포크와 나이프를 챙겨 들었다. 와인은 프랑스산으로 뭐라 이름이 제법 길었는데 계산서에 가격이 7천 달러로 적혀 있었다. 한화로 8백만 원 좀 넘는 금액이었다.
“비싸네.”
하지만 재벌 3세 백준열의 기준에서는 그리 비싼 와인은 아니었다.
백준열이 마셔 본 화이트 와인 중 가장 비싼 건, 1811년산 샤토 디켐으로, 당시 녀석의 한 병 가격은 18만 달러로, 그는 미국의 한 특급 호텔에서 특식 게 요리와 곁들여서 그 와인을 마셨다. 우리나라 돈으로 2억 천만 원이나 하는 걸 말이다. 뭐 당시 계산 할 때 요리 값보다 와인값이 더 비쌌으니....
“뭐 그 와인이 비싼 이유가 나폴레옹 전쟁 때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아하고 손상 없이 숙성되었기 때문이라나? 허얼....”
나는 먼저 이태리 본 스테이크를 즐겼다. 그리고 그에 곁들여서 라자냐와 리소토를 먹었다.
내가 시킨 요리 하나하나가 1인이 먹기 충분한 양이었다. 때문에 내가 시킨 건 어차피 다 먹을 수 없었다.
“음음....”
그리고 그 음식들을 먹을 때 마다 곁들이는 화이트 와인의 맛은....내 입에서 절로 흥에 겨운 흥얼거림이 나올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특히 프랑스식 양 갈비 스테이크와 같이 먹을 때 그 풍미가 더 확 살았다. 육고기와는 레드 와인이 더 잘 어울린다던데 말이다. 의외로 화이트 와인이 나한테는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았다. 물론 레드 와인 중에 비싼 녀석과 먹는다면 또 얘기가 달라 질 거 같지만.
“아아....배부르다.”
음식을 대부분 남긴 상태에서 내 배가 먼저 불렀다. 이미 예상했던 바지만, 너무 많이 시킨 거다. 하지만 평소보다 먹는 양이 좀 줄었다.
“혼자라서 그런가?”
그러고보니 같이 먹을 때는 지금 보다 좀 더 많이 먹은 거 같기도 하고....그때였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핸드폰 진동음이 소파 쪽에서 울려왔다. 왜 안 오나 싶었던 내 핸드폰에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귀찮지만 몸을 일으켜서 소파로 가서 거기 벗어 둔, 내 바지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바로 핸드폰을 살피며 누군지 확인하니....
“박 비서네?”
블랙머니 박 비서의 전화는 무조건 받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