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520화 (517/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김 집사는 첫째 백준경을 보내고 바로 둘째 백준호를 맞았다.

“이, 이건 뭐야?”

“헤헤헤헤....”

김 집사가 아직 마약에 쩔어서 해롱거리고 있는 백준호를 보고, 그를 여기로 데려 온 경호원들을 쏘아봤다. 하지만 경호원들인들 어쩌겠나? 백준호의 상태가 이 모양 이 꼴인 걸 말이다. 그들이 무슨 백준호에게 마약을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고.

“쯧쯧....회장님. 또 화내시겠네. 안 그래도 혈압 올라가 계신데....아무래도 주치의보고 가지 말고 여기 더 있으라고 해야겠군. 뭣들 하나 들고 따라 오지 않고.”

백 회장에게 이미 둘째 백준호가 왔다고 보고가 들어간 상태. 여기서 시간 끌어 봐야 고작 10분 정도였다. 그 이상 시간을 끌면 김 집사가 날벼락을 맞을 상황인지라, 여기서 김 집사가 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다.

10분 만에 백준호를 원 상태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해서 지금 이 상태로 백준호를 데리고 백 회장 앞에 데리고 갈 수밖에.

단지 걱정이라면 이런 백준호를 보고 백 회장이 어떤 처분을 내릴까 였다. 아마 백 회장이 생각했던 처분보다 몇 단계 더 센 처분, 아니 처벌이 내려질 공산이 컸다. 그래서 김 집사는 백준호를 보고 혀를 찼던 거다. 하필 이럴 때 마약을 왜 처해서는....

“흐헤헤헤헤....”

잠시 후 백승렬 회장의 서재. 앞서 심미나와 백준경이 무릎을 꿇었던 바로 그 자리에, 백준호가 억지로 무릎 꿇렸다. 그런데 그들과 상태가 이상한 쪽으로 많이 다르자, 백 회장이 김 집사를 쳐다봤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말이다.

“둘째 도련님께서....약을 좀 하신거 같습니다.”

“약? 무슨 약? 설마....마약은 아니겠지?”

“그, 그게....”

차마 백 회장 쪽은 쳐다 보지도 못하는 김 집사. 뭐 그걸로 대답은 이미 충분했다.

“이런 개....”

제대로 화가 난 백승렬 회장이 책상에서 벌떡 일어나서, 책상 위에 팬 꽂이를 백준호를 향해 집어 던졌다.

휙!

퍽!

운도 지지리도 없는 백준호. 백 회장이 아무렇게나 던진 그 금제 팬 꽂이에 머리를, 그것도 이마를 맞아 피를 철철 흘렸다.

“으헤헤헤헤....”

그런데도 좋다고 해롱거리는 백준호.

“저, 저....”

그런 그를 보면서 백 회장의 얼굴이 시뻘게지다 못해서 하얘지려 할 때 김 집사가 나섰다.

“회장님. 더 열 내시면 위험하십니다. 최 박사님?”

그리고 준비해 둔 주치의를 불러서 백 회장을 살피게 했다. 백승렬 회장도 주치의까지 나서자 더는 열을 내지 않고, 주치의가 시키는 대로 크게 호흡을 하며 안정을 되찾는데 집중했다. 그러면서 김 집사에게 말했다.

“저 새끼 정신병원에 넣어.”

“네?”

“약이 그렇게 좋으면 약빨 받고, 저렇게 평생토록....살게 해 주라고.”

“그, 그래도....”

“지금 내 말을 거역하겠다는 건가?”

“아, 아닙니다. 그렇게 시행토록 하겠습니다.”

“꼴 보기 싫으니까, 저 남해 쪽 섬에 있는....그 정신병원이 좋겠군.”

말이 꼴 보기 싫다지, 그냥 자기 눈에 다시는 띠지 않게 만들라는 얘기였다. 콕 집어서 남해 섬에 있는 그 정신병원을 얘기한 것도 그렇고.

“알겠습니다.”

김 집사는 백 회장의 지시를 받고 뒤돌아서서 바로 지시를 내렸다.

“데리고 나가세.”

김 집사의 말에 백준호를 여기까지 데려 온 경호원들이, 다시 백준호를 챙겨서 저택 지하 창고 쪽으로 갔고. 거기서 김 집사가 구체적인 지시를 그들에게 내렸다.

“지금 싣고 전남 목포로 가게. 목포 외항부두에서 배 타고 외달도에 들어가면, 거기 성심 정신병원이라고 있어. 미리 그쪽에 연락해 둘 테니, 거기 병원에 넘기고 바로 서울로 돌아오면 되네.”

김 집사의 지시를 거듭 확인한 경호원들은, 백준호를 차에 태우고 바로 전남 목포로 출발했다.

* * *

백준호는 심한 갈증과 함께, 계속 눈을 자극하는 빛 때문에 짜증이 치밀었다.

“C발....물, 물 가져 와!”

대개 이렇게 소리치면 알아서 누가 와서 그의 수발을 들어 주었다. 그때 커튼부터 치라고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그가 소리치고 몇 분이 지나도 조용했다.

“뭐하는 거야? 물 가져 오라니까!”

백준호는 더 크게 소리를 쳤다. 하지만 이번 역시 주위 반응이 전혀 없었다.

“에이 씨....”

백준호는 결국 감고 있는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눈을 떴는데 몸이 그의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마치 뭔가에 몸이 꽁꽁 묶여 있기라도 한 거처럼 말이다.

“뭐, 뭐야? 여긴 어디고....이거 왜 이래?”

그리고 그의 그런 생각은 현실에 그대로 적용이 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가 눈을 뜬 곳은 천정과 벽면이 온통 다 하얀 방이었고, 그 역시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하얀 옷이 좀 이상했다. 팔이 교차 되어 묶여 있었는데 어째선지 그 팔을 풀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의 몸 역시 마치 침대와 일체형으로 고정 되어 있는 것처럼, 그가 몸을 움직이자 침대가 들썩거렸다. 그때였다.

“깨셨군요.”

하얀 가운을 걸친, 벗겨진 대 머리에 흰 이를 드러내며, 진짜 재수 없게 웃는 중년 남자가 백준호 얼굴로 자기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그리고는 쑥 손을 내밀어서 백준호의 눈을 억지로 벌리고 동공을 대충 살피더니 뒤쪽을 향해 말했다.

“정신 차린 거 같으니까, 약 넣어요.”

그 말 후 바로 백준호에게서 뒤돌아서 하얀 방을 나가 버리는 하얀 가운의 중년 남자.

그러자 체구 좋은 남자가 주사기를 들고 백준호에게 다가왔다.

“뭐, 뭐야? 그, 그거 뭔데....설마 나한테 그걸 주사하려는 건 아니지?”

하지만 백준호가 뭐라고 떠들던 말든 남자는 백준호의 팔에 그 주사 바늘을 찔렀다.

“야! 무슨 짓이야? 여긴 어디고 나에게 왜 이러는 건데!”

백준호는 버럭 소리쳤다. 하지만 주사액을 다 주입시키고 주사기를 뽑으며 남자가 하는 말소리가, 백준호 귀에 ‘웅웅’ 거리며 들려왔다.

“바로 진정이 될 겁니다. 푹 주무세요.”

그 말을 다 듣고 나서 천정이 빙빙 돌기 시작하더니, 정말로 잠이 들어 버리는 백준호. 그런 그를 보고 남자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모르지만....참 불쌍한 인간이네. 이렇게 매일 잠에서 깨면 또 이런 식으로 억지로 자야 할 테니....쯧쯧쯧....차라리 죽는 게 낫지.”

백준호를 보고 혀를 차고 또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던 남자도, 이내 뒤돌아서 그 방을 나가고, 잠시 후였다.

철컥! 촤르르르! 쿠웅!

밖에서 겹겹으로 문 잠그는 소리가 선명하게 방안에 울려왔다. 이어서 찾아 온 정적.

하지만 이내 그 정적을 창밖을 지나가던 갈매기 울음소리와 세찬 파도소리가 깨버렸다.

* * *

특실에서 나온 김 비서와 같이 씻었다. 생각 같아선 샤워 실에서 한 빠구리 더 하고 싶었는데, 벌써 퇴근 시간이 다 됐다. 나야 내 욕정을 푼다지만 김 비서는 지금 녹초가 된 상태.

그래서 원래는 둘이 같이 씻으면 김 비서가 나를 씻기고 그녀가 뒤에 씻었는데, 오늘은 그 반대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먼저 김 비서를 씻겨서 샤워 실 밖으로 내 보내고, 그 뒤에 내가 씻고 나온 것이다.

그 사이 자기 자리로 돌아간 김 비서는 퇴근 준비를 끝내 놓고 있었다. 나도 이대로 퇴근하면 됐고.

“앞으로 고민 있으면 나한테 말해. 혼자서 끙끙 앓지만 말고 말이야.”

나는 퇴근하면서 제법 의미심장한 말을 김 비서에게 전했다. 예전과 달리, 내가 진지하게 그녀 고민을 들어 줄 준비가 됐다는 걸, 그녀에게 확실히 밝힌 것이다.

김 비서도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생각하고 판단하겠지. 어째든 그녀가 원할 때 도와주는 게 맞는 거 같았다. 왜 어려울 때 돕는 게 진짜 우정이라지 않은가? 물론 김 비서와 나 사이는 우정보다 더 깊고 끈적끈적한 사이지만....

그냥 내가 알아서 그녀 복수를 대신해 줄 수도 있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 그녀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니 그녀 복수에 한 손 거두는 정도로 돕는 게 맞았다.

그래도 김 비서의 복수 대상이 누군지 정도는 미리 파악해 둘 필요는 있었기에, 나는 퇴근하는 길에 양태석에게 전화를 할 생각이었다. 그쪽으로는 역시 양태석을 이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었으니까.

“....”

내 그 말을 김 비서는 묵묵히 듣고 침묵했다. 그녀에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해서 나는 그녀를 두고 먼저 퇴근길에 올랐다.

“어?”

근데 지하 주차장에서 문대식을 만났다.

“벌써 다녀왔어?”

“네. 다들 상태들이 좋아서....특히 대표님이 꽂아 주신 위로금에 다들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다행이네. 그럼 따로 보고 할 건 없겠군?”

그러니까 다쳐 병원으로 실려 간 경호팀원들 중, 내가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중한 경호팀원은 없냐는 물음이었다.

“네. 방금 마지막 수술실 들어간 녀석도, 수술 잘 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럼 됐어. 문 팀장. 오늘 고생했어. 바로 들어가서 쉬어.”

“고맙습니다.”

평소라면 그럴 수 없다며 끝까지 나를 따라 나섰을 문대식이었다. 한데 오늘은 순순히 내 말을 듣는 게, 그도 오늘 힘들긴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대표님. 잘 모셔.”

“네. 팀장님.”

그렇게 나는 문대식이 붙여 준 경호팀원 두 명과 같이, 한 차에 탑승해서 JYB엔터 사옥을 나섰다.

* * *

차 백미러를 통해서 퇴근하는 나를 쭉 지켜보고 서 있는 문대식이 보였다. 아마도 내가 먼저 퇴근하는 걸 보고나서 퇴근하려는 거겠지.

“그러고 보면....백준열이가 인복은 있어.”

나는 혼잣말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문대식도 그렇고 양태석도, 비록 조폭이지만 의리를 아는 사나이 중 사나이가 아니던가?

원래 그런 자들이 오래 못 사는 법이긴 한데, 그거야 내가 오래 살게 만들어 주면 될 일이었고. 나는 차가 도로에 접어들자 바로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양태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부탁 할게 좀 있어서요.”

양태석은 긴말이 필요없어서 좋았다.

-네. 말씀하십시오.

“김 비서 말인데....”

내 얘기를 차분하게 전부 듣고 난 양태석이, 김 비서의 복수 대상에 대해 즉시 알아보고 내일까지 연락 주겠다고 했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김 비서가 남도 아니고.

그때였다. 뜬금없이 견신의 전언이 내 머릿속을 울려왔다.

-디링! 투견 양태석이 당신의 새로운 면모에 반했습니다. 그의 자발적 충성심 지수가 50%를 넘겼습니다. 당신의 투견 중 처음입니다. 그 최초의 업적에 기뻐하며 견신이 당신에게 특별히 아이템 하나를 선물합니다. 지금 바로 보시겠습니까?[Y/N]

나는 일단 양태석과 통화부터 끝냈다.

“그럼 내일 연락 주세요.”

-네. 아아! 아까 얘기는 들었습니다. 항상 몸 보중 하십시오.

“그래요.”

양태석도 참 과묵하다. 다른 자 같았으면 나에게 잘 보이려고 벌써 전화해서 호들갑을 떨었을 텐데. 그래도 나와 통화 하다가 끝에 오늘 내가 겪은 테러에 대해 언급을 하며 내 걱정을 해 주었다.

나는 그렇게 흐뭇하게 웃으며 양태석과 통화를 끝낸 후, 속으로 외쳤다.

‘예스. 그러니까 특별한 아이템이 뭔지 어서 알려 줘.’

나는 이번에는 정말 쓸 만한 아이템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아서, 견신 시스템의 대답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랬더니....

‘뭐?’

어째 느낌이 쎄 했다. 왜냐하면 아이템의 명칭부터가 영....

‘「개똥」?'

지랄 맞게 아이템의 명칭이 무슨 개똥이란 말인가? 문득 개똥도 약에 쓰려니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하지만....

“오오....”

내가 새로 획득한 「개똥」아이템은, 일단 내가 생각했던 그 개똥과 맥락은 같이했다.

왜냐하면 「개똥」의 능력이 바로 상대가 가장 아끼는 물건, 귀중품을 정말 개똥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였으니까.

즉 「개똥」아이템은 역기능, 즉 상대에게 적용 되는 아이템이었고, 잘 생각해 보면 상당히 유용한 능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내 적이 가장 아끼는 물건, 귀중품을 개똥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그걸 확인한 적이 그 개똥을 보고 놀랄 모습을 상상해 보라. 얼마나 통쾌, 상쾌 하겠나? 하지만....

‘여기에도 맹점은 있군.’

그러니까 「개똥」아이템을 쓰려면 상대가 가장 아끼는 물건이나 귀중품이 뭔지 먼저 알아내야 한다는 거다. 여기서 제일 골치 아픈 말이 바로 ‘가장’이다. 상대가 뭘 가장 아끼는지 어떻게 알겠나? 본인이 얘기해도 진짜는 그게 아닐 수도 있는 거고 말이다.

‘그렇지만....’

내게는 그걸 확실히 알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바로 「개목걸이」아이템 말이다.

「개목걸이」아이템을 써서 상대로 하여금 진실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과 귀중품이 뭔지 알아낸 다음, 「개똥」아이템을 써서 그걸 개똥으로 만들어 버리면 됐다.

‘좋아. 아주 훌륭해.’

내가 이번에 견신이 특별히 선사한 「개똥」아이템에 만족감을 드러낼 때였다. 견신 시스템이 내 눈앞에 바뀐 상태창을 띄웠다.

이름: 백준열(Lv11)]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3Up), 「개좆」(4Up)], 「개목걸이」(3Up), 「개코」(4Up), 「개방울」(3Up), 「개 알약」(역 3Up-1일 15회, 외상과 일부 내상(체내 2기 종양, 선천질환, 1일 2회) 한정), 「개불알」(4UP), 「개똥」아이템(역 Up)

[보유 스킬(중 하나 역 스킬 화 가능): 「말하는 개」(일,3Up), 「충견」(일,4Up), 「개 끗발」(역,3Up), 「개호구」(역,3Up), 「만능 오프너」(일,3Up-모든 문(보이는 문에 한정)), 「개멋져」(일,3Up), 「개 짖는 소리」(일,역, 4Up)

[인벤토리: 개톤백(In), 역 아이템 1회 이용권(3장), 역 스킬 1회 이용권(4장), 「1회용 개 물약-종양치료제」(3개)

[특성: 개(5차UP진행 중)]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친화력이 뛰어납니다.*

[개지수: 60]

나는 상태창의 보유 아이템 항목에서, 새로 생긴 「개똥」아이템(역 Up)을 바로 찾아서 확인했다.

개 알약에 이어서 아이템 중에서는 두 번째 역기능 아이템을 획득한 건데, 나는 아무래도 이 아이템을 앞으로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