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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514화 (51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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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백준호에게 일어난 일이 똑같이 백준경에게도 일어났다. 삼명물산 비서실장이 백준경에게 대표 자격이 정지되었음을 통보하자....

“준호 이 병신새끼....”

백준호가 짠 음모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음을 직감한 백준경.

그는 별 미련 없이 삼명물산 대표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삼명물산을 나설 때 그 역시 차량이 제공 되지 않았고, 경호원도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백준호와 달리 길바닥에서 추태를 보이지 않고 조용히 콜택시를 부른 백준경. 그는 그 택시를 타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가 집 앞 가까이 도착했을 때....

“뭐, 뭐야?”

그의 집 주위가 경찰차와 군대 차량으로 빙 둘러 싸여 있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가까이 다가가면서, 그의 눈에 그 경찰차와 군대 차량이 총에 맞은 흔적들을 여실히 발견할 수 있었던 거다.

“정지!”

그때 자동소총을 소지한 누가 봐도 특수부대원으로 보이는 자들이, 백준경이 탄 차량을 멈춰 세웠다. 그들에 놀란 택시 기사가 얼떨떨해 하며 차창을 내리자....

“여긴 통제구역입니다. 돌아가십시오.”

“아니. 저 집이 내 집인데 무슨 일입니까?”

그런 특수 부대원에게 택시 뒷좌석에 앉은 백준경이 얘기했고, 그 말을 들은 특수부대원이 잠시 백준경을 쏘아보더니, 이내 어딘가 무전을 넣었다. 그러자 채 1분도 되지 않아 검은 정장남들이 즉시 나타났고, 그 중 한 명이 택시 뒷문을 열면서 백준경에게 말했다.

“도련님. 저희와 잠시 어디 좀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검은 정장남은 삼명그룹 경호원 배지를 정장 상의 깃에 달고 있었다. 그걸 보고 백준경은 아버지인 백승렬이 경호원들을 보내서 그를 잡아 오라고 시킨 걸 바로 눈치 차렸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나마 집에는 아내인 신미나가 있었고, 그 신미나를 경호하는 일본 경호원들이 있었다. 그래서 집 안에만 들어가면 백준경도 그 일본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차에서 내리다가, 집 안에서 시체 주머니가 들것에 실려 나오는 걸 보고, 백준경은 미루어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신미나의 일본 경호원들과 저들이 싸웠구나.’

그리고 신미나의 일본 경호원들이 전부 당한 거 같았다. 그의 집이 이미 경찰과 군인들에 의해 장악당해 있는 걸 보니 말이다.

삼명그룹 경호원들은 백준경을 근처 검은 승용차로 데리고 갔다.

“타십시오.”

그리고 그 차 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백준경은 그 차에 바로 타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내 아내는 어디 있나?”

그러자 좀 전 백준경을 택시에서 내리게 했던 그 경호원이 대답했다.

“안전한 곳에 이미 모셨습니다.”

그러니까 신미나도 잡혔다는 소리였다. 신미나가 무사하면 아이들도 무사하다고 봐야했다.

그녀가 자기 목숨만큼이나 소중히 여기는 아이들이니까.

그래서 백준경은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서는 따로 더 묻지 않고, 그냥 열려 있는 검은 승용차에 순순히 탑승했다.

‘어차피 그 일을 주도 한 건 준호니까.’

백준경은 이번에도 백준호가 아버지한테 빡세게 깨지는 걸로 마무리가 될 거라고 봤다.

누구보다 자기 핏줄에 대한 집착이 강한 아버지니, 이번 일도 덮고 그냥 넘어 갈 거라 생각한 것이다. 물론 그 대가는 치러야 하겠지만....

‘최악의 경우 몇 년 해외 지사 나가 있다가 들어오면 되겠지.’

백준호처럼 백준경도 천하 태평했다.

* * *

백준경과 백준호 형제와 달리 신미나는 백승렬 회장을 잘 알았다. 그랬기에 그 동안 큰 며느리로 그에게 예쁨을 받아 온 거고. 하지만....

“아가씨. 어서 여기를 빠져 나가셔야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경찰이 집 주위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뭐?”

자신의 경호를 책임지고 있는 고바야시. 그가 외부 경호를 맡고 있던 조직원을 연락을 받자마자, 곧바로 신미나에게 달려와서 당장 대피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윤호가 아직 학원에서 안 왔어.”

신미나는 백승렬 회장의 장손인 백윤호를 학원에 데리고 다니는 윤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나야. 윤 비서. 윤호는? 어. 아. 그래? 알았어.”

윤 비서와 통화 후 신미나가 고바야시에게 말했다.

“집에 오는 중이래. 5분이면 온다니까, 윤호 오면 바로 여길 나가자.”

“5분이라....알겠습니다. 그럼 준비해 놓고 있겠습니다.”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신미나를 안전한 곳으로 모실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더 시간을 지체 하면 그럴 기회조차 없을지 몰랐다. 그래서 걱정이 되긴 했지만, 5분이면 그래도 할 만하다는 게 고바야시의 생각이었다.

고바야시가 그런 자신감을 가진 이유는, 그를 비롯한 조직원들 전부 총기로 무장을 했기 때문이었다.

한국 경찰들은 총 쏠 일이 거의 없었다. 반면 고바야시를 비롯한 지금 이 집에 있는 17명의 조직원들은, 매주 지하 사격장에서 은밀하게 총 쏘는 연습을 해 왔다.

총격전이 시작 되면 한국 경찰은 몸을 사릴 것이고, 그때 이 집 차고에 준비 되어 있는 타이어 큰 험비차로 경찰차와 바리케이드를 뚫어 버린다면....

고바야시는 머릿속으로 어떻게 여기를 빠져 나갈지, 계속 생각하면서 수하들을 불러서 이 집을 떠날 준비를 시켰다.

“우린 5분 뒤 여길 뜬다. 그러니까....”

고바야시의 지시에 17명의 조직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신미나가 얘기한 5분의 시간이 지났다.

“칙쇼!”

하지만 백윤호를 태운 차는 오지 않았고, 그 사이 경찰차에 이어서 군용 차량이 속속 등장했다. 그리고 그 차에서 중무장한 군인들이 우르르 내려서 집 주위를 겹겹이 에워쌌다.

그걸 보고 고바야시는 신미나와 자신이 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신미나의 장남 백윤호를 케어하고 있던 윤 비서가 자신들을 배신한 것이다. 시간을 끌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잠시 후, 삼명그룹 경호팀이 나타났고, 그들 중 하나가 초인종을 눌렀다. 인터폰은 신미나가 직접 받았다.

“이게 무슨 짓인가요?”

-모시러 왔습니다.

그 말에 신미나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녀는 알았다. 백준경, 백준호 형제와 달리, 여기서 저들에게 잡혀 가면, 그걸로 끝이란 걸 말이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10분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마당으로 나오시지 않으면, 대문을 뜯고 들어가겠습니다.

그 말을 그저 그녀에게 통보하듯 말하고, 대문 초인종 앞에서 물러나는 삼명그룹 경호원을 보고, 신미나의 얼굴이 완전 살벌하게 일그러졌다.

“고바야시상! 뚫을 수 있나요?”

신미나가 인터폰 앞에서 뒤돌아 고바야시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자 고바야시가 머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하이. 이 한 목숨을 다 바쳐서라도, 저들을 뚫고 아가씨를 안전한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이미 삼명가의 장손이자, 그녀의 장남 백윤호는 저들에게 넘어갔다. 남은 건 둘째 백윤재뿐 이지만, 신미나는 그 둘째를 데리고 일단 이 집을 빠져 나간 다음, 일본에 있는 외가 쪽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녀의 외할아버지는, 그녀가 이렇게 인생 끝나는 걸 그냥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러려면 일단 여기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다.

“뚫고 나간다. 다들 아가씨를 위해 목숨을 내 놓을 각오들 되어 있지?”

“하이!”

17명의 수하들 중 누구도 대답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 만큼 조직원들 하나하나가 결의에 차 있었다. 이게 다 고바야시가 매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실시해 온 정신 교육 덕이었다.

그러니까 고바야시 밑에 조직원들 전부 그에게 세뇌 당한 셈이었다.

* * *

우우우우웅!

갑자기 차고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부아아아앙!

커다란 타이어 위에 탄탄한 차체를 자랑하는 험비(다목적 고기동 차량)가 튀어나와 굉음과 함께 차고 밖으로 질주하더니....

콰아아앙!

경찰차 두 대를 밀어내고, 그대로 경찰과 군대의 포위망을 뚫는가 싶었다. 하지만....

쿠콰쾅!

험비는 군대에서도 보유하고 있었다. 그것도 두 대나. 하필 그 험비 두 대가 막 현장에 도착했을 때, 집 안에서 험비 차량이 튀어 나온 것이다.

그걸 보고 그 즉시 그 두 대의 군용 험비가, 경찰차를 막 뚫은 차고 안에서 나온 사재 험비를 향해 돌진했고 그대로 들이 받았다. 그걸로 끝....

결국 백준경의 집에서 나온 험비는, 단숨에 포위망을 뚫는데 실패를 했다. 하지만....

“죽어!”

탕! 탕! 탕! 탕!

사재 험비에서 튀어 나온 일본 조직원이 군용 험비 안에 탄 군인을 향해 권총을 쏴댔다.

그걸보고 군용 험비 안의 군인들이 황급히 몸을 숙였지만, 그 중 한 명은 안타깝게 얼굴에 총을 맞고 죽고 말았다.

“박 병장! 저 개새끼가....”

부하의 죽음에 격분한 군용 험비 차 안의 중위 계급장의 장교. 그가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들고 험비 밖으로 총을 쐈다.

탕! 탕! 탕! 타앙!

그렇게 양쪽의 최초 총격전이 벌어졌고, 험비 안의 중위가 쏜 총에 사재 험비에서 튀어 나온 일본 조직원은 가슴에 두 발의 총알이 박히며 쓰러졌고, 그걸 본 집 안의 일본 조직원들이 경찰차와 군대 차량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쏴 대기 시작했다.

타타탕! 탕! 탕! 탕! 타타타타탕!

다행이라면 최초 총기 교전이후 경찰과 군인들이, 다들 경찰차와 군인차량 뒤에 몸을 숨기면서, 일본 조직원들의 일제 사격에 크게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경찰과 군인들에게 총기 사용 허가가 떨어졌다.

즉시 경찰과 군인들의 반격 사격이 시작 됐고....

투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탕!

상황은 바로 집안의 일본 조직원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왜냐하면 그곳으로 지원 나온 경찰과 군대의 특수부대원들이 속속 현장에 도착하면서 말이다.

피슛! 피슈웃! 파라라라락!

집안으로 최루탄과 연막탄이 날아들었다.

퍼펑! 펑! 퍼퍼퍼펑!

이어 특수부대원들이 집안으로 진입해 들어가자....

“크아아악!”

집안 곳곳에서 처절한 비명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빠가야로! 죽어!”

탕! 탕! 탕! 탕!

고바야시를 비롯한 일본 조직원 17명은 악착같이 버티며 싸웠다. 하지만 화력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중과부족이었다. 특히 최류탄이 결정타였다. 최루탄에 눈물콧물 범벅이 된 일본 조직원들.

그들은 제대로 된 사격을 할 수 없었고, 반면 방독면을 착용한 특수부대원들은 정확히 일본 조직원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했다.

투타타타타탕!

거기다 연막탄까지 특수부대원들을 가려주니, 고바야시가 한 명의 특수부대원의 목에 운 좋게 총탄을 맞추긴 했지만, 그 결과 동료 특수부대원들의 분노를 사서, 되레 기관총 세례를 받고 온몸이 너덜너덜 해진 채 참혹히 죽고 말았다.

고바야시가 죽고 나자, 남은 일본 조직원들 7명이 총을 버리고 투항을 해왔다.

“고오흐끄(降伏, 항복)!

“이까시떼호시(生かしてほしい, 살려 달라.).”

그들의 정신적인 지주였던 고바야시의 참담한 죽음이, 일본 조직원들의 세뇌된 머리를 정상적으로 풀리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남은 일본조직원들이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면서, 그들이 지키고 있던 신미나와 그녀의 둘째 아들 백윤재의 신병도, 자연스레 특수부대원들에게 넘어갔다.

“수고 많았소.”

하지만 특수부대원들이 신미나와 백윤재를 계속 데리고 있지는 못했다.

어느 새 삼명그룹 경호원들이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분들께 넘겨드려.”

그리고 경찰과 군대의 최고 지휘관들이 같이 나타나서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러니 특수부대원들도 신미나와 백윤재의 신병을, 즉시 삼명그룹 경호원들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다.

* * *

고바야시의 처참한 죽음을 직접 목격한 신미나. 그 충격 때문인지 그녀는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삼명그룹 경호원들의 손에 이끌려서 모처로 옮겨졌다. 그러다 보니 지금 그녀가 있는 이곳이 어딘지도 그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삼명그룹 경호원들이 그녀를 여기로 데려 올 때, 두 눈을 가린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그 만큼 신미나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드디어 정신을 추슬렀을 때였다. 그녀를 여기로 데려 왔던 경호원들이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났다.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가시죠.”

회장님이란 말에 신미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직감했다.

그녀의 삶과 죽음이, 곧 그와의 만남으로 결정 날 거란 걸 말이다.

신미나는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가 버틴다고 해도 저들이 결국 그녀를 백승렬 회장 앞에 무조건 데려다 놓을 거다. 그걸 알기에 신미나는 험한 꼴 당하지 않게 알아서 몸을 일으켰다.

“가요.”

그녀의 대범하고 리더 성향의 성격이 여기서도 나왔다. 그렇게 앞장 선 그녀의 뒤를 삼명그룹 경호원들이 조용히 뒤따랐다.

‘여기는....’

자신이 감금 되어 있었던 건물을 빠져 나오고 나서야, 그녀는 지금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결혼하고 한국 땅에 처음 신접살림을 차렸을 때, 바로 이 집에서 시작했었다.

그리고 1년 뒤 첫째 백윤호를 낳으면서, 백승렬 회장에게 잘 보이려고 삼명가 본가로 들어가 살게 되었고. 그렇게 삼명가 본가에서 둘째까지 아들을 낳은 뒤, 신미나는 본가를 나와서 지금 살고 있는 한남동 저택으로 옮겨갔다.

“그만....가시죠?”

막상 호기롭게 먼저 집 밖으로 나온 신미나. 하지만 여기가 어딘지 알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안타깝게도 그 사실을 모르는 삼명그룹 경호원들은, 갑자기 멈춰 선 그녀를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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