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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정민지의 저격에 의해 곤도가 제거되자마자, 내 머릿속이 울리며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디링! ‘죽음의 냄새’를 맡고 온전히 생존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보상으로 개지수 30포인트와 「1회용 개 물약-종양치료제」를 지급합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지금은 견신 시스템의 말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래도 김훈 대표가 눈치껏 죽은 곤도의 시신을 도로 밖으로 들고 나오면서 막혔던 교통은 풀렸다.
그걸 보고 내가 자신이 경찰청자치경찰담당관이라는 원수호에게 말했다.
“막힌 교통부터 원상태로 돌려놓으세요.”
“네.”
원수호 경무관은 대체 박대순 경찰청장에게 무슨 소리를 듣고 여기 왔는지, 군말 없이 내 지시를 따랐다.
그렇게 교차로 신호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일단 도로 사정은 원상태를 회복했다.
그 다음 뒤처리야 경찰에 맡기면 될 것이고. 나는 문대식을 불러서 내 경호팀원들의 상태가 어딘지 보고를 받았다.
“응급실에 실려 간 팀원들의 상황을 파악한 결과, 지금 수술 들어간 팀원이 다섯이고, 나머지는 응급처치 후 집중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아직 삼도천 건넌 팀원은 없다는 거네?”
“네. 수술 들어간 팀원들도 다 상태가 위중한 정도는 아니랍니다. 그러니 걱정 마십시오.”
“그래도 문 팀장이 다 둘러보고, 정확하게 팀원들 상태가 어떤지 상세하게 파악해서 다시 보고 해.”
“네.”
다친 경호팀원들이 많아서 실려 간 응급실도 여러 군데였다. 그렇다보니 그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위로해 주려면 문대식이 바쁘게 움직여줘야 했다.
그나마 문대식은 찰과상 정도 밖에 다치지 않아서 망정이지. 그 마저 다쳤다면 경호팀원들을 내가 일일이 찾아다녀야 할 뻔했다.
“그리고 병원비, 재활 비는 당연한 거고, 오늘 고생한 경호팀원들 전부 위로금으로 2천만 원씩, 다친 경호팀원들에게는 그 정도에 따라서 최대 1억까지 지급할 거란 말을 꼭 전해 줘.”
나를 지키다 다친 경호팀원들이다. 당연히 그 고마움이야 문대식이 나대신 전할 거지만, 말로 입 닦을 수야 있나. 화끈하게 위로금과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했다.
“네. 뭐....녀석들이 좋아하겠네요.”
굳어 있던 문대식의 얼굴이, 내 그 말에 그나마 펴졌다.
“어서 가 봐.”
그런 문대식을 다친 그의 경호팀원들이 있는 병원들로 보내고 나서, 나는 그 다음으로 오늘 내 목숨을 구해 준, 세 명의 용사들을 만났다.
* * *
김훈 대표와 세르게이, 그리고 정민지.
김훈 대표야 나와 이미 손잡은 동업자였고, 정민지는 내 여자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따로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처음 보는 세르게이에게는 고마움을 확실히 표현했다.
“당신 마음에 들어.”
세르게이가 외국인 치고는 비교적 정확한 한국말로 나를 칭찬해 주었다.
그럴 게 세르게이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지갑을 꺼내서 거기 있던 천 만 원권 수표 5장을 그의 손에 쥐어 주었거든.
“바이바이!”
그 돈 받고 세르게이는 바로 자기 갈 길을 갔다. 지금 준 건, 지금 내 기분이 좋아서 준 일종의 포상금이고, 진짜는 계좌 이체를 해 줄 생각이다. 아주 풍족하게.
그렇게 세르게이는 내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그의 일행인 철수는 남았다. 딱 봐도 내게 할 말이 있어 보였다. 해서 나는 김훈 대표와 정민지와 간단하게 얘기를 끝냈다.
“김 대표님. 오늘 고마웠습니다.”
“운이 좋았죠. 물론 그 운도 실력이겠지만. 그럼 저는 이만....민지씨. 다음에 봐요.”
김훈 대표는 내게 인사를 하면서 동시에 정민지에게 추파를 던졌다. 하지만 그걸 보고 당사자인 정민지가 별로 기분나빠하지 않으니, 나도 뭐라고 하기 어려웠다.
“오늘 고생했어. 그리고 살려줘서 고맙다.”
“알면 앞으로 나한테 잘해요.”
그 말을 하면서 싱긋 웃던 정민지는, 자기 뒤쪽에 서 있는 철수를 힐끗 돌아보고 내게 이어 말했다.
“당신은 여전히 바쁘네요. 얘기 나눠요.”
그리곤 내 경호팀원들 중 다치지 않은 경호팀원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문대식이 그래도 내 경호를 위해 그들과 경호 차량을 여기 남겨 놓은 것이다.
김훈 대표에 이어서 정민지가 내 곁을 떠나자, 그걸 주시하고 있던 철수가 쪼르르 내게 다가왔다.
“대표님.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네. 뭐....그런데 무슨?”
“실은 서진병원 일을 보고 드리려고요.”
서진병원이면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이 입원해 있는 병원이었다. 그곳에 모종의 일로 내가 철수를 보냈고.
아마 철수는 내가 시킨 그 모종의 일에 대해, 내게 보고를 하고 여길 뜰 모양이었다.
“저쪽으로 가죠.”
아무래도 주위 시선도 있고, 계속 서서 있다 보니 내 다리도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해서 나는 철수를 데리고 근처 커피 전문점으로 갔다. 거기 작지만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나는 철수와 같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씩을 들고 거기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대표님 지시로 서진병원에 가니....”
그러자 철수가 여기 오기 전에 서진병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 * *
철수의 말을 쭈욱 들어 보니, 그가 서진병원에서 딱히 한 일은 없었다.
“그러니까 거기 원장과 신경외과 과장이 김명진 회장이 깨어나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말이로군요?”
“그렇습니다. 김 회장 부인과 그 자식들이 쑥덕거리는 걸 보고,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도청한 결과 확실합니다. 또 오늘 새벽에 한 수술의 집도의도 그 신경외과 과장이었는데, 제가 거기서 이리로 오기 전에 김 회장이 재수술 들어간 걸 보면, 김 회장 다시는 맨 정신으로 깨어나기 어려울 거 같습니다. 뭐 정확한 건 지금 다시 서진병원에 가서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요.”
“으음.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지금 바로 서진병원으로 가주세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가서 확인 결과 김명진 회장이 죽었거나, 코마상태가 되었다면....”
“그럼 거기 더 있을 필요 없습니다. 바로 철수 하세요.”
“네.”
“수고비는 서진병원 가서 연락주면 바로 넣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두둑이....아아. 그리고 지금 여기서 있은 일에 대한 수고비는 곧 이체해 드리죠. 역시 두둑이....”
내 끝말에 두둑이라는 말이 거듭 된 게 마음에 드는 듯 철수가 생글거리며 웃었다.
그렇게 철수도 그를 기다리고 있는 세르게이에게로 가고, 혼자 커피전문점 안에 남게 된 나. 그런 내 눈앞에 지금을 기다렸다는 듯 견신 시스템이 바뀐 상태창을 띄웠다.
이름: 백준열(Lv11)]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3Up), 「개좆」(4Up)], 「개목걸이」(3Up), 「개코」(4Up), 「개방울」(3Up), 「개 알약」(일,역 3Up-1일 15회, 외상과 일부 내상(체내 2기 종양, 선천질환, 1일 2회) 한정), 「개불알」(4UP)
[보유 스킬(중 하나 역 스킬 화 가능): 「말하는 개」(일,3Up), 「충견」(일,4Up), 「개 끗발」(역,3Up), 「개호구」(역,3Up), 「만능 오프너」(일,3Up-모든 문(보이는 문에 한정)), 「개멋져」(일,3Up), 「개 짖는 소리」(일,역, 4Up)
[인벤토리: 개톤백(In), 역 아이템 1회 이용권(3장), 역 스킬 1회 이용권(4장), 「1회용 개 물약-종양치료제」(3개)
[특성: 개(5차UP진행 중)]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친화력이 뛰어납니다.*
[개지수: 60]
죽음의 냄새를 맡고 나서 많이 긴장했는데, 어째든 히트맨 곤도로부터 살아남은 나는, 그 보상으로 주어진 개지수 30포인트가 더해져서, 60이 된 개지수 포인트를 제일 먼저 확인했다. 그 다음 내가 생각해도, 왠지 형식적으로 주어진 거 같은 보상인 「1회용 개 물약-종양치료제」가 3개에서 4개로 늘어난 것도 마저 확실히 확인한 후, 내 눈앞의 상태창을 지웠다. 그때 마침 김 비서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
나는 그녀 전화를 바로 받았다. 그랬더니....김 비서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김희수라는 여자가 찾아와서, 당장 대표님을 봬야겠다는 데 어쩔까요?
김희수는 미리 내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또 나와 통화도 했다. 첩자로 신미나의 곁에서 제 몫을 충분히 다한 그녀였다. 해서 나는 그 공로를 인정하기에, 김 비서에게 그녀를 잘 대해 주라고 얘기 했다. 그랬더니....
-그러죠.
뚜뚜뚜뚜뚜뚜....
단단히 화난 듯 먼저 전화를 끊어버리는 김 비서.
“뭐, 뭐야?”
확실히 평소의 김 비서가 아니었다. 물론 아까부터 그녀에게 무슨 큰 고민이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뭔지 그녀에게 물을 여건이 못 됐다. 해서 이제 회사 들어가면 그녀에게 물을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그 전에 김 비서가 폭발한 거 같았다.
“젠장....”
뭐 어째든 여기가 정리되는 대로 회사에 들어가 봐야 했기에, 나는 손에 들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다 마시고 나자, 바로 커피전문점을 나왔다. 그 사이 원수호 경무관이 경찰들을 부려서 얼추 뒤처리를 끝내 놓았다. 달리 저 어깨에 큼직한 무궁화가 달린 게 아니란 걸, 그가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자자. 빨리들 정리하고 집에 들 가야지.”
그런 그에게 다가간 내가 그를 부르자, 그가 바로 날 보고 굽실거렸다.
“원 경무관님?”
“아이고. 백 대표님. 또 무슨 시키실 일이라도?”
그러지 않아도 되는 데 말이다. 주위 보는 눈도 많고, 또 원 경무관처럼 경찰 고위 간부가 새파랗게 어린 내 앞에 허리 굽히는 모습을, 주위 경찰들이 봐서 뭐 좋을 게 있겠나. 해서 나는 바짝 원 경무관에게 다가간 다음, 목소리 톤을 낮춰 그에게 말했다.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박 청장님과 골프 회동 때, 제가 같이 부르도록 할 테니까 그때 뵙도록 하죠.”
경찰청장과의 골프 회동에 낀다.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를 원수호 경무관이 아니었다.
그가 황공해하며 또 굽실거리려는 걸, 바짝 다가선 내가 바로 말렸다.
“그리고 제 입장도 좀 생각해 주십시오. 주위 보는 눈도 많은데 말입니다.”
“아아. 네. 그, 그렇군요.”
다행히 원수호는 내 말귀를 바로 알아들었다. 나는 그렇게 원 경무관과 악수를 하고 나서, 곧바로 나를 기다리는 경호팀원과 차량 쪽으로 움직였다.
“회사로 갑시다.”
그렇게 거의 정리가 끝난 현장을 빠져 나온 나는, 곧장 JYB엔터 본사 사옥으로 향했다.
* * *
서진그룹 민영석 비서실장은 이미숙과 김학민과 조우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휴우....”
“실장님.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건가요?”
“그, 그게....”
그런 그에게 이미숙이 물어왔다. 김명진 회장의 비서로 활약했던 그녀는, 민영석의 말을 듣고 지금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바로 파악을 했다.
“회장님께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자신은 물론 자신의 소중한 아들인 학민도 위험했다. 지금까지야 김명진 회장이라는 안전한 울타리가 그들 모자를 지켜주었지만, 그 울타리가 사라지면 당장 차미진 여사와 그 아들들이 그녀와 학민이를 그냥 두지 않을 터였다. 그런데 지금 김명진 회장이 처한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러니까 왜 회장님을 서진병원으로 모셔서....”
“죄, 죄송합니다. 제가 알았을 때, 회장님은 이미 수술실에 들어가신 터라....”
“하아. 정말 큰일이네요. 거기다가 재수술이라니....”
뇌수술이라는 게 한 번도 어려운데 거길 다시 연다는 건, 수술이 잘 된다고 해도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애초 잘했으면 됐을 수술을 왜 재수술 한단 말인가?
그러니까 오늘 새벽에 했다던 그 첫 뇌수술에서, 그 수술의 집도의가 무슨 수작을 부린 걸 의심할 수밖에.
그때 민영석의 핸드폰이 울렸다. 민영석은 바로 핸드폰을 확인하고는, 이미숙에게 양해를 구했다.
“잠시만....”
그렇게 한쪽에서 전화를 받은 민영석. 그런데 전화 받는 그의 목소리가 격앙됐다.
“....그게 정말이야? 좋았어. 너희는 안 과장 가족들 잘 챙겨서....서진병원 근처로 데려와 거시서 대기하고 있어. 그래. 그리고 내 지시가 있으면 즉시, 그 가족들을 서진병원으로 데리고 들어오고.”
통화를 끝낸 민영석이 곧장 이미숙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이 여사님. 급한 대로 회장님 살릴 방법을 찾은 거 같습니다.
“그래요? 그게 뭔데요?”
민영석은 힐끗 이미숙 뒤에 김학민을 쳐다보고는, 살짝 목소리를 낮춰서 이미숙에게 말했다.
“회장님 수술 중인 서진병원 신경외과 안재규 과장의 가족들을 지금 저희가 확보했습니다.”
이미숙은 민영석의 그 말을 듣자마자 그가 뭘 하려는 지 바로 간파했다.
“뭐, 뭐라고요? 하지만 그건 불법적인....”
“그들이 하는 짓도 불법적인 건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이대로 손 놓고 계시다가 회장님 돌아가시는 걸 두고만 보실 겁니까?”
“그, 그건 아니지만....”
“우선 안재규 과장에게 연락부터 하겠습니다.”
민영석은 시간을 확인한 다음, 안재규 과장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미 시간 상 재수술이 끝났을 공산이 컸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민영석은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제발 받아라. 그리고....안 과장. 아직 수술실에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