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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506화 (50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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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임종 직전에 아들 걱정해서 한 말이었는데, 청개구리가 강가에 엄마 청개구리 무덤을 썼던 거처럼, 양종석은 모친의 뜻을 알기에 더 더욱 그 부탁을 들어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백준호가 그에게 대 놓고 마약을 권해도, 양종석은 절대 마약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화가 난 백준호에게 뺨까지 맞는 수모를 겪었지만, 지금에 와서 그는 자신의 그 선택이 옳았음을 거듭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수하들이 다 약쟁이 인데 두목인 그라도 정상이어야지 말이다.

“다들 준비 됐으면 이제 움직이자.”

잠시 후 수하들이 마약을 흡입하고 다들 눈빛부터가 날카롭게 바뀐 그 상태에서, 두목인 양종석이 그 일을 시행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자 덤프트럭 두 대가 먼저 움직였고, 그 뒤로 승합차 세대가 줄줄이 뒤따라 움직였다.

그걸 지켜보며 승용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던 양종석.

“후우우....”

그가 절반 정도 핀 담배를 차창 밖으로 버리며 운전석을 향해 말했다.

“우리도 가자.”

그렇게 자신의 수하들보다 100여 미터 정도 뒤쳐져서, 양종석을 태운 승용차가 그들 뒤를 따라 움직였는데, 곧 양종석의 눈에 창원터널 안으로 진입해 들어가는 덤프트럭 두 대가 보였다. 이어 자신의 수하들이 탄 승합차 세대가 나란히 터널 안으로 들어갔고.

그때 양종석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바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네. 네. 저희도 막 터널에 들어갔습니다.”

양종석이 막 거기까지 통화를 했을 때, 그가 탄 승용차도 드디어 터널 안으로 진입했다.

이제 1분여 남짓 뒤 이 터널은 아비지옥으로 변할 터였다.

“....알겠습니다.”

곧 통화가 끝나고 양종석이 옆 자리에 내려 놓은 핸드폰 대신 무전기를 챙겨 들었다.

“보이면 시작해.”

-치익! 네. 아아. 저기 옵니다.

그리고 3초 쯤 뒤 터널 안에 차체끼리 충돌 음이 먼저 일었고, 그 다음 터널 안 차들이 줄줄이 브레이크를 걸면서 그때 이는 소음과 경적소리가 터널 안을 시끄럽게 울렸다.

양종석이 탄 승용차도 브레이크를 걸면서 이내 멈춰섰다. 그리고 양종석의 바로 앞쪽에 줄줄이 늘어선 차량들 중 승합차 3대에서, 그의 수하들이 흉기를 든 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이어 덤프트럭 앞쪽으로 일제히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습격이다. 막아!”

“쳐! 다 죽이라!”

퍽! 퍼퍽! 텅! 터엉!

“크아아악!”

먼저 사람의 목소리가 울리고 뒤이어서 싸우는 소리와 함께 처절한 비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양종석은 차에서 내리면서 들었고, 그와 같이 차에 타고 있었던 운전석의 수하가 내리는 걸 보고 그가 말했다.

“그거 챙겨서 따라 와.”

그 말 후 양종석은 곧장 싸움이 벌어진 터널 안쪽으로 걸어갔고, 그 사이 차 트렁크로 돌아간 운전석의 수하가 트렁크를 열고, 그 안에서 골프 가방을 꺼내더니, 그 안에서 샷건(shotgun), 그러니까 산탄총을 빼내 들고는, 양종석에게로 뛰어갔다.

“여기....”

양종석은 수하가 건네는 산탄총을 보지도 않고 손을 내 뻗어서 챙겨 들더니, 그때부터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 되고 있는 터널 안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철컥!

하지만 차에서 나온 건 양종석과 그의 수하만이 아니었다. 호기심 많은 운전자들 몇 명이 차문을 열고 나왔고, 그런 그들은 양종석의 앞길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었다.

해서 양종석은 그들을 치워버리려, 산탄총을 장전하고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앙!

총소리가 일고 그 소리에 놀란 차에서 내린 사람들. 그들이 뒤를 돌아보니 총을 든 양종석이 그들을 향해 뛰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히이익!”

그들은 기겁하며 차 안으로 도로 들어갔고, 양종석은 덕분에 수월하게 터널 안으로 쭈욱 뛰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덤프 트럭 두 대가 터널을 가로막아 놓은 곳까지 이르렀고, 바로 그 앞에서 그의 수하들과 백승렬 회장의 경호원들이 피 튀기며 싸우고 있는 게 보였다.

“백 회장은?”

곧바로 거기로 뛰어들어간 양종석이 싸우고 있는 자신의 수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들 중에 백 회장을 본 녀석이 있을 거라 여기고서 말이다.

“저 찹니다. 백 회장이 탄 차.”

그리고 그런 그의 생각은 들어맞았다. 수하 중 하나가 손짓으로 터널 안에 지그재그로 늘어선 검은 승용차들 중 한 대를 가리키며 소리쳐 준 것.

파파파팟! 철컥!

양종석은 그 차로 뛰어가면서 동시에 산탄총을 장정했다. 하지만 치열한 싸움 중임에도 양종석의 등장과 그의 외침을 백 회장 측 경호원들도 다 들었다. 그러니 당연히 그런 그를 가로 막아서는 경호원들이 있었고.

“저 놈 막아!”

“회장님을 지켜야 한다.”

타아앙!

양종석은 자기 앞을 막아서는 그런 경호원들을 향해 거침없이 산탄총을 쐈다.

“크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산탄총에 맞은 경호원들이 우르르 쓰러졌고, 그런 그들을 훌쩍 뛰어 넘으면서 양종석은 다시 산탄총을 재 장전했다.

타아아앙!

그리고 한 방 더 산탄총을 쐈다. 원래 산탄총은 보통 수십 개의 구슬이 들어 있는 산탄, 혹은 하나의 덩이로 되어 있는 슬러그 탄을 사용하는 화기로, 수십 개의 구슬이 들어있어 파괴력이 강하며, 잔 탄이 터져 나오기 때문에 사격 범위가 넓어 다수의 적을 제압하는데 효과적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터널 안이라는 좁은 공간 안에 뭉쳐서 덤비는 백 회장의 경호원들 잡기에 딱 인 무기였다.

딱 두 방이었다. 양종석이 쏜 그 두 방의 산탄총에, 더는 그를 막아서는 백 회장의 경호원은 없었다.

철컥!

양종석은 곧바로 재장전 후 백 회장이 탄 차량 앞으로 가서, 운전석 앞 유리를 향해 산탄총을 발사 했다.

타아앙! 촤르르륵!

그러자 검게 썬텐이 된 백 회장이 탄 승용차의 앞 유리가, 산탄총알에 박살이 나서 내려앉고 그 안의 모습이 훤히 드러났다.

철컥!

그 사이 양종석은 다시금 재장전을 했고 백 회장의 보이는 즉시, 그를 향해 산탄총을 쏴서 그의 목숨 줄을 바로 끊어 놓을 생각이었다.

“어?”

그런데 그 차 안에 타고 있어야 할 백승렬 회장은 없었다. 대신 젊은 남자 한명이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면서,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양종석을 향해서 두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큰 소리로 그를 향해 외쳤다.

“나, 나는 그쪽 편이요. 쏘지 말아요.”

백준호에게 얼핏 들은 기억이 있었다. 백승렬 회장의 수행 비서를 포섭해놨다고 말이다.

보아하니 저 젊은 남자가 그 백 회장 수행비서인 모양이었다.

양종석은 곧바로 겨누고 있던 총구를 내리고, 그 차안의 젊은 남자에게 물었다.

“백 회장은?”

“나도 몰라요. 아마 내 뒤쪽 차들 중 하나에 있겠지.”

수행비서의 그 말에 양종석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게 지금 할 소린가? 이런 일은 시간이 생명이거늘....

“쌔쓰개(미친새끼)....”

치밀어 오르는 짜증과 함께 수행비서를 향해 연변 말로 중얼거린 양종석의 발걸음이, 빠르게 그 뒤쪽 승용차 쪽으로 움직였다. 시간은 그와 수하들 편이 아니었다. 이미 신고가 돼서 경찰들이 움직였을 테고, 잠시 뒤 그들에 의해 자신과 수하들은 체포당할 거다. 터널 안이라는 특성상 어디로 도망칠 구멍도 없으니 말이다.

따라서 그 전에 반드시 백승렬 회장의 숨통을 끊어 놔야 했다. 아니면....

그들 뿐 아니라 그들 가족까지 다 위험했다. 자신을 죽이려 한 하찮은 연변 족속들을, 백 회장이 가만 둘리 없을 테니까.

중국 정부도 별 볼일 없는 그들보다는 삼명그룹 회장의 옹호할 게 불을 보듯 뻔했고.

* * *

10억이라는 현금이 자신의 차 트렁크 안에 들어 있는 걸 보고, 백승렬 회장의 수행비서 안재형은 눈이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하지 말았어야 할 선택을 하고 말았다.

“에이씨. 나도 몰라.”

이제 와서 발을 뺐다가는 백준호가 그를 가만 둘리 없었다. 해서 안재형은 기호지세, 그러니까 호랑이 타고 달리는 기세로 울산에서 창원으로 향했다. 한 가지 염려스러운 건 서울에서 내려 올 때와 달리, 수행비서인 그가 아닌 경호팀장이 백 회장을 모시고 있다는 점.

하지만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백 회장을 모시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자신보다야, 30년 넘게 모셔 온 경호실장과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차로 이동하는 게 백 회장도 덜 심심하겠지.

안재형은 백 회장이 다른 차로 움직이는 것을 그냥 좋게 받아드렸다. 어째든 백 회장이 울산에서 창원으고 간다는 사실만 백준호 측에 알려주면, 그가 할 역할은 다 한 셈이었으니까.

그런데 창원에 들어서서 양방향 터널인 창원터널을 막 통과 할 때였다. 갑자기 앞쪽 반대 차선에서 덤프트럭 한 대가 차선을 넘어서 맨 앞쪽 경호 차량을 들이 받았다.

쿠콰아아앙!

그리고 그 덤프트럭 뒤에 따라 오던 또 다른 덤프트럭은 그 차선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아버렸고. 즉 터널이 두 대의 덤프 트럭에 의해 꽉 막힌 것이다.

당연히 뒤에 따라 오던 다른 차량으로 인해, 백 회장의 차량들이 뒤로 후진하거나 방향을 틀어서 터널을 빠져 나가는 건 불가능한 상황.

“저, 저....”

그때 덤프트럭 뒤에서 수십 명의 남자들이 흉기를 들고 이쪽으로 달려 오는 게 보였다. 그걸 보고 백승렬 회장의 경호 차량에서, 경호원들이 일제히 내려서 그들과 맞서 싸웠다.

“허얼....이게 무슨....”

당연히 안재형은 자신이 탄 차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열심히 머리를 굴렸는데, 그 결과 안재형은 알 거 같았다. 백승렬 회장의 둘째 아들인 백준호가, 백 회장을 여기서 제거하려 한다는 걸 말이다.

“미친....”

그리고 그 빌미를 자신이 제공했다는 것도. 만약 여기서 백 회장이 죽는다면 백 회장의 이동 동선을 저쪽에 다 알려 준, 자신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봐도 좋았다. 문제는 성공하던 실패하든 그에게 좋을 게 없단 거였다.

성공했을 경우 백준호가 과연 그를 계속 안고 갈까? 그리고 실패 했을 시, 삼명그룹의 미전실에서 파면 자신이 한 짓은 어차피 들통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백 회장이 그를 그냥 둘리 없었고....

이래저래 자기 미래에 대해 걱정 중이던 안재형. 그때 샷건을 든 자가 나타나서 그가 탄 앞차 유리를 박살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다시 총질을 하려는 그에게 안재형이 다급히 외쳤다. 그와 자신은 같은 편이라고 말이다. 그러자 그자가 물었다. 백 회장 어디 있냐고. 해서 안재형은 자기 뒤쪽 차량 중 백 회장이 있을 거라고 했고, 그자는 바로 뒤로 움직여서 백 회장을 찾았다. 하지만....

몇 분 뒤 다시 그 앞에 나타난 샷건 든 자가,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외쳤다.

“백 회장. 어디 있어?”

당연히 그가 탄 차량 뒤의 차 중에, 경호실장과 같이 탑승하고 있어야 할 백승렬 회장.

그 백 회장을 샷건 든 자가 찾지 못한 거 같았다.

“뒤 차 중에 있다니까.”

“쌍간나새끼. 없으니까 그렇지.”

“그, 그럴 리가....”‘

그때였다.

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탕!

터널 양쪽에서 총소리가 일었고, 경호원들과 피터지게 싸워 그들을 다 제압한 채 서 있던, 흉기를 든 자들이 총에 맞아 우르르 쓰러졌다.

“我肏你妈(워차오니마, 네 애미 창년)!”

그걸 보고 분노한 샷건 든 자가 중국말로 뭐라 떠들더니, 앞쪽을 향해 총질을 해댔다.

타아앙! 철컥! 타아앙!

그리고....

퍼퍼퍼퍼퍽! 퍼퍼퍼퍽!

앞뒤에서 날아온 총탄에 난사 당한 채 쓰러졌다.

털썩!

“이히이익!”

처참한 그 자의 말로를 보고 가까이서 전부 지켜 본 안재형. 그가 질겁하며 차 안에서 웅크리고 있을 때였다.

처처처처처척!

양쪽 터널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쏟아져 나왔고, 흉기를 들고 간헐적으로 저항하는 자들을 향해 가차 없이 총질을 해댔다.

“죽어!”

탕! 탕! 탕!

그리고 잠시 후 차 안에 웅크리고 있던 안재형을 경찰특공대원들이 발견했다.

* * *

연변흑사파의 조선족 조폭들이 백승렬 회장을 노리고 창원터널로 들어갈 때였다.

-놈들이 터널 진입했습니다.

“즉시 통제 들어가고 특공대 투입 시켜.”

경남경찰청장의 지시가 떨어지고 긴급 출동한 경찰들이, 터널에서 20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양쪽 도로를 틀어막았다. 그렇게 더는 터널 안으로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게 경찰의 통제가 이뤄지는 가운데, 경찰특공대 차량이 양쪽에서 동시에 터널 안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그리고 그때 경남경찰청장이 특공대 대장에게 최종 명령을 내렸다.

“내가 책임질 테니까....심하게 저항하면....사살해도 좋다. 그리고 안재형이라고 백 회장님 수행비서가 보이거든 잘 잡아 놔. 뻐꾸기 새끼라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경찰특공대장과 통화 후 경남경찰청장은 당연히 자신의 상관이 경찰청장에게 보고를 해야 맞았다. 하지만 그가 전화한 곳은....

“네. 이 실장님. 시키신 대로 했습니다.”

경찰청장 박대순이 아닌, 삼명그룹 비서실장 이동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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