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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505화 (50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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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세르게이의 기세에 움찔하며 뒤로 물러서는 곤도. 그런 그의 안면에 가볍게 주먹을 날리며 세르게이가 균형을 무너트렸다.

부웅!

그리고 정타로 휘두른 그의 주먹이 번개처럼 터졌다. 곤도는 피하고 싶었지만 세르게이의 주먹은 피할 수 있는 수준의 주먹이 아니었다.

퍽!

빠르게 뻗어 나간 세르게이의 주먹이 곤도의 코를 가격하고 돌아오면서, 순간 세르게이가 곤도에게 접근했다. 그리곤 곤도의 비어 있는 좌우 옆구리를 연타로 가격했다.

퍼퍽!

“....컥!”

곤도의 꾹 다문 입을 비집고 단말마가 터져 나왔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누굴 때리고 죽이는 게 일이었던 그가, 이런 식으로 처 맞은 건 정말이지 오랜 만이었고. 특히 한국에 오고서 맞은 건 처음 이었다.

세르게이의 복부 두 방에 곤도의 허리가 숙여졌다. 이건 곤도가 아니라 누구라도 마찬가지였다.

파팟!

그때 세르게이가 옆으로 몸을 빼며 스트레이트로 주먹을 뻗었고, 그 주먹이 정타로 곤도의 안면에 작렬했다.

퍽! 퍼억!

특히 두 번째 때려 넣은 오른 주먹은 거의 카운터 주먹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 곤도의 몸의 뒤로 휙 젖혀지면서 도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하지만 괜히 곤도가 최고의 킬러로 불린 게 아니었다. 뒤로 두 번 구르는 사이 곤도가, 거의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자신의 발목에 꽂아 둔 비수를 꺼내서 세르게이를 향해 던진 것.

휙!

“쳇!”

그걸보고 귀찮다는 듯 몸을 틀어 자신의 얼굴로 정확히 날아오는 비수를 피한 세르게이.

그 사이 곤도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고, 이번에는 허리띠에 교묘히 숨기고 있던 표창 두 개를 꺼내서 세르게이를 향해 던졌다.

하나도 아닌 두 개의 표창이 날아오자, 세르게이도 별수 없이 몸을 던졌고, 그가 낙법으로 인도 위를 한 바퀴 굴렀을 때, 곤도가 세르게이가 피한 인도가 아닌 차도로 뛰어들었다.

이미 차도는 둘의 싸움으로 인해 차들이 다들 멈춰 서 있는 상황. 곤도는 그들 차체 사이로 잔뜩 허리를 숙이고, 잰 걸음으로 요리저리 움직이며 최대한 저격총알이 날아 온 방향에서 멀어지려했다. 하지만....

퍽!

도로에 멈춰 선 차들 사이에서 사다리타기를 하던 곤도의 허벅지에 총알이 박혔다.

“크윽....젠장!”

곤도는 차체 뒤로 몸을 숨긴 체 분통을 터트렸다. 그가 움직일 때 저격수도 같이 움직인 것이다. 그걸 감안하지 못하고 무조건 처음 날아 온 총알 방향만 고려해서 움직이다가 또 저격을 허용한 것이다.

왼쪽 어깨에 이어서 오른 쪽 허벅지에 총탄이 박히면서, 그의 움직임이 더 굼떠질 수밖에 없었다.

“저기다. 잡아!”

거기다 교차로 주위로 쫙 갈려 있던 경찰들이, 그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 이

미 포위망이 형성 된 걸 보고 곤도의 얼굴이 더 굳었다. 이렇게 되면 불필요한 희생은 어쩔 수 없게 됐다.

얼굴이 야차처럼 변한 곤도. 그가 만약을 위해 챙긴 허리춤 뒤에서, 벨기에산 FN에르스탈 자동권총을 꺼냈다.

탄창에 16발의 총알이 든 그 권총을 오른손에 쥐고, 왼손에는 예비 탄창 하나를 챙겨 들었다. 역시 만약을 위해 챙겨 둔 탄창으로, 지금 곤도는 32발의 총을 쏠 수 있었다.

비수를 던질 때 실수가 없듯이, 곤도의 권총 사격 실력은 그야말로 발군. 따라서 실수가 없는 한, 여기 있는 경찰 32명을 사살할 자신이 있는 곤도였다.

“죽어도 혼자 죽진 않아.”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곤도는 그 첫 타깃으로, 겁도 없이 자기 정면에서 다가오는 새파랗게 젊은 경찰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타앙!

그리고 지체 없이 권총을 쐈고, 그 경찰은 이마에 구멍이 난 체 썩은 고목나무 쓰러지듯 꼬꾸라졌다.

“박 순경!”

“명석아!”

“저 새끼 죽여!”

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탕!

그리고 동료 경찰의 죽음을 목도한 경찰들이, 곤도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하기 시작하면서, 주변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 * *

가급적 무고한 희생이 없길 바랐지만, 그건 순진한 내 바람일 뿐이었다.

세르게이라는 철수의 파트너가 곤도라는 킬러를 때려눕힐 때까지만 해도, 이대로 상황이 마무리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곤도라는 킬러를 왜 김훈 대표가 꺼려했는지 알 거 같았다. 그 자는 세르게이를 떨쳐 내고 또 저격 중인 정민지의 눈을 피해서 달아났고, 도망치는 사이 총질로 벌써 경찰 다섯을 죽였다.

이에 격분한 경찰들이 총을 난사해 댔고, 그로인해 민간인의 피해도 점차 속출하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민간인 중 다친 사람은 있어도, 죽은 사람은 아직 없다는 점.

“어?”

그런데 쭉 내 옆에 있었던 김훈 대표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주위를 훑으며 그를 찾았다. 그랬더니 그가 세르게이라는 외국인과 같이, 곤도가 있는 쪽으로 빠르게 접근해 들어가는 게 보였다.

김훈 대표도 경찰이 다섯이나 죽고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자,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었다. 과연 그 둘이 나서자 곤도의 총질이 경찰이 아닌 그들을 향했고 그 때문에 더는 곤도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대신 곤도와 김훈, 그리고 세르게이의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탕! 타탕! 탕! 탕!

그리고 김훈의 예상대로 저격수 역을 맡은 정민지가 신의 한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김훈과 세르게이가 곤도에게 접근해 가는 동안 몇 번의 위험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정민지가 저격 총으로 곤도를 위협했고, 그 때문에 김훈과 세르게이가 곤도와의 거리를 좁히고, 좀 더 안전한 곳에 몸을 숨길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은 곤도에게 점점 더 불리해지고 있었다. 그걸 모를 곤도가 아니었기에 그가 무슨 극단적인 선택을 저지를지 몰랐던 김훈과 세르게이. 그들도 일정 거리에 다가가자 더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곤도와 대화를 시도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하지만 그들끼리 대화는 그리 길지 않았다. 곤도가 결심을 한 듯 세르게이와 김훈 중에 김훈을 타깃으로 잡고 먼저 움직인 것이다.

아마도 김훈보다 세르게이의 권총 사격 실력이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그런 선택을 한 모양이었다. 한데 그게 바로 김훈이 노리는 바였다.

김훈이 자신의 계획을 내게 얘기할 때 그가 그랬다. 곤도가 자신을 노리고 덤벼들면 그때 모든 게 결판 날 거라고 말이다.

내가 봤을 때 지금이 바로 그때 인 거 같았다. 나는 두 눈을 부릅뜨고 김훈이 어떤 식으로 곤도와 결판을 내는지 그걸 확실하게 살펴봤다.

탕! 탕! 탕!

먼저 곤도가 자기 뒤쪽으로 세 발의 총질을 가했다. 그러니까 세르게이를 견제한 거다.

넌 거기 꼼짝 말고 있으라고. 그 다음 다시 총구를 앞으로 돌려서 김훈을 향해 다섯 발의 총질을 연이어 쏴댔다.

탕! 탕! 탕! 탕! 탕!

그 사이 빠르게 김훈에게로 접근해 들어간 곤도. 그가 막 대응 사격을 하려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김훈을 향해서 정확하게 총구를 겨눴다. 그리고 히죽 웃었다.

‘잡았다.’

볼 것도 없었다. 그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김훈의 이마에 구멍이 뚫릴....

탕!

“....큭!”

그런데 그의 총구가 비껴났다. 분명히 정조준 된 상태였는데. 그리고 그의 몸이 우측으로 기울었다. 오른다리에 강렬한 충격과 함께. 뒤이어서 오른쪽 다리가 떨어져 나간 듯 극렬한 통증이 일었다. 하지만 그 고통은 금세 사라졌다. 아니 곤도의 생각이 없어졌다.

그럴 것이 그가 생각하고 판단할 뇌가 곤죽이 되어 버렸으니까. 자신이 쏜 총알이 김훈의 이마에 구멍을 내지 못하고, 대신 저격수가 쏜 총알이 그의 이마에 구멍을 뚫어 놨다.

자신의 죽음이 믿기지 않은 지 두 눈을 그대로 부릅뜬 체, 곤도의 몸이 근처 차체에 부딪쳤다가 도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털석!

그렇게 쓰러진 그의 몸 주위가 금방 그가 흘린 피로 작은 웅덩이를 이뤘다.

* * *

세르게이와 김훈이 곤도를 잡기 위해서 움직이기 전, 둘은 빠르게 사전 교감을 나눴다.

그건 저격수로 건물 옥상에 올라가 있는 정민지도 마찬가지였고. 세 사람은 무전기로 서로 교신을 하면서 최종적으로 어떻게 곤도를 잡을지 얘기를 끝낸 뒤 움직였다.

모든 건 그들이 계획한 대로 이뤄졌다. 세르게이와 김훈이 양쪽에서 곤도를 압박했고, 정민지는 옥상에서 그 둘이 다가오지 못하게 총질하는 곤도를 최대한 제지했다. 그리고 그들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곤도는 결국 궁지에 내몰리고 말았고, 김훈이 예상한대로 김훈 쪽을 뚫기로 결정을 내렸다.

세르게이의 권총 사격 실력이 김훈보다 못한 점도 있지만 저격 총알의 방향도 나름 고려한 결정이었다.

그렇게 곤도는 세르게이를 견제하면서 김훈이 있는 쪽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그리고 그의 그 결정은 성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세르게이는 아예 바닥에 엎드려서 권총을 정조준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곤도가 견제하면서 그를 향해 총 세 발의 총알은 헛 수고를 한 셈이었다. 그리고 곤도가 김훈을 향해 다섯 발을 총질을 하며 달려들 때, 세르게이는 차분히 정조준 하고 있던 권총을 발사했다. 곤도의 오른쪽 다리를 향해서 말이다.

아무리 세르게이의 권총 사격 실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그건 킬러들 사이에서 얘기다. 세르게이가 정조준 한 총알이 빗나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오른쪽 다리에 총을 맞은 곤도는, 당연히 김훈의 이마에 총알을 박아 넣을 수 없었다.

대신 오른 다리에 총을 맞아 몸이 오른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건물 옥상에서 대기 중인 저격수 정민지의 조준경에 곤도의 머리가 들어와 버렸다. 정민지는 바로 방아쇠를 당겼고, 곤도의 이마 한 가운데 총알이 박혔다.

“끝났다.”

사실상 곤도의 미끼 역할로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던 김훈. 그는 이마에 구멍이 난 체 쓰러지는 곤도를 보고 그 말을 중얼거리면서 겨누고 있던 권총을 밑으로 내렸다.

김훈과 세르게이, 정민지의 콜라보가 마침내 일본 최고 킬러를 잡아 낸 거다. 하지만 셋다 기뻐하는 기색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어째든 곤도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죽고 다쳤으니까.

김훈은 권총을 수습하면서 주위를 살폈다. 뭐가 좀 허전해서. 마치 자신이 중요한 뭔가를 챙기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 중요한 뭔가가 뭔지는 바로 생각이 났다.

“백 대표!”

김훈은 백준열을 찾았다. 그를 타깃으로 삶았던 곤도가 죽었으니 백준열은 이제 안전해졌다. 하지만 여기 곤도 혼자 왔을 거라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만약 곤도의 동조자라도 있다면, 그 자에 의해서 백준열이 자칫 위험해 질수도 있었다.

“대체 어디 간 거야?”

근데 김훈이 아무리 찾아도 백준열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김훈이 직접 경찰 고위 간부에 가서 물었다. 그랬더니 그 고위 간부가 말했다.

“아아. 댁이 김훈이라는 사람이군. 백 대표님이 당신에게 남긴 말이 있소.”

“그게 뭡니까?”

“테이크 앤 기브.”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라 테이크 앤 기브다. 받았으니 돌려주겠다는 얘기.

“이런....”

백준열이 아무래도 제대로 빡 친 거 같았다. 아마도 자기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여럿 죽고 다쳐서 그런 모양인데, 그가 미쳐 날 뛰면 지금보다 더 큰 피를 보게 될 거고, 그건 그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무엇보다 김훈이 걱정하는 건 백승렬 회장이었다. 그가 그에게 그랬지 않은가?

자신의 두 아들들은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자기 두 아들들 처벌은 자기 손으로 직접 할 거라고 김훈에게 천명을 한 거다.

그런데 그 일을 누가 훼방 놓거나 먼저 처벌을 해 버린다면, 그걸 참을 백승렬 회장이 아니었다. 그게 설혹 자신의 후계자인 백준열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성질머리 하고는....”

김훈은 자신의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백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뭘 하려는지 뻔한 상황. 일단 말리고부터 봐야했다.

* * *

연변흑사파 두목 양종석. 그는 약 기운이 떨어졌는지, 새파래진 입술에 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어대는 수하들에게 말했다.

“가지고 있는 약....지금 빨아.”

이제 곧 그 일을 할 때가 됐다. 그들이 울산에서 창원으로 넘어 온지도 30분이 넘었다. 백승렬 회장을 태운 차량들이 곧 창원터널로 진입해 들어 올 예정이었다.

“흐흐흡....하아아....”

자가 옆에 부하가 마약을 흡입하고 진저리를 치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양종석은 미안함 반, 안타까움 반섞인 얼굴로 쳐다봤다. 저들 두목으로서 미안한 일이지만, 양종석은 마약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일찍 돌아가신 모친의 생전 마지막 부탁이었다. 감빵에는 들어가도 마약에는 절대 손대지 말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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