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503화 (5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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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신동우 살롯그룹 부회장 경호팀에 있다가, 신미나의 부름을 받고 온 곤도.

그는 신미나의 경호원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

“....”

평소라면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고 농담도 몇 마디씩 주고 받았을 경호원들. 하지만 곤도가 그들 사이에 끼자 누구도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현재 신미나의 경호원들은 일본인 경호원이 절반에, 한국 경호원이 절반 섞여 있었다.

하지만 한국 경호원들의 경우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알았다.

신미나의 경호팀장인 고바야시가 일부로 그렇게 뽑은 것. 그러니까 한국 경호원은 경호 실력보다는, 일본어로 소통이 되는 자들을 우선적으로 뽑은 것이다.

‘실력이야 우리 일본인들로 충분하니까.’

한국 경호원은 그냥 입간판 역할만 하면 됐다. 그래서 경호원 훈련도 일본 경호원과 한국 경호원을 따로 실시했다.

그러니까 경호의 주체를 일본 경호원들로 국한 시킨 것이다. 그런 일본 경호원들이 곤도의 눈치를 보며 조용하자, 한국 경호원들도 덩달아 입을 꾹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침묵을 깬 건 신미나가 보내서 거기 나타난 고바야시였다.

“곤도상. 아가씨께서 찾으십니다.”

“으음. 그래.”

곤도는 고바야시보다 한참 위에 존재였다. 왜 급이 다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바로 그말대로 고바야시와 곤도는 그 급이 달랐다.

고바야시가 신미나의 선친 밑에서 막 조직원 생활을 시작했을 때, 곤도는 이미 최고의 킬러로 일본에 명성이 자자했었으니까.

당연히 그런 곤도를 고바야시는 자신의 우상으로 여겼다. 그러니 그를 대하는 고바야시의 태도가 신미나를 대할 듯이 정중할 수밖에.

“가시죠.”

고바야시가 깍듯이 곤도를 모시고 신미나에게 가고 나자, 그제야 경호원들 사이에 침묵이 풀렸다.

“마사토. 너도 느꼈지? 곤도상 그 포스 말이야?”

“당연하지. 우와. 고바야시상도 대단한데 곤도상은....완전...어너더 레벨이야.”

“이거 봐.”

그때 한 경호원이 자신의 팔을 걷어 붙였다. 그러자 그 팔에 소름이 잔뜩 돋아 있었다.

“나도 그런데.”

한데 그런 경호원이 그 하나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몇 명의 일본 경호원들이 더 팔을 걷어붙였다.

반면 곤도에 대해 전혀 모르는 한국 경호원들은 다들 어리둥절해 하며, 일본 경호원들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듣고 자세히 살폈다.

자신들이 최고라며 늘 으스대던 일본 경호원들이, 끽 소리도 못하고 눈알만 열심히 굴리는 그 곤도라는 자가 대체 어떤 자인지, 한국 경호원들이 다들 궁금한 눈치였다.

하지만 일본 경호원들 중에서 곤도에 대해 정확히 얘기해 줄 경호원은 없었다.

그들 팀장인 고바야시만 해도 그들에게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우상인데, 그런 고바야시의 우상인 곤도를 그들이 뭐라 얘기를 한단 말인가?

해서 한국 경호원들만 궁금다 못해, 답답해 할 때였다. 그들의 팀장인 고바야시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했다.

“곤도상의 차를 운전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지원자 거수.”

그러자 일본 경호원들이 눈치를 보다 절반 이상이 우르르 손을 들었다.

한때 일본 최고 킬러였던 자를 가까이서 모실 수 있는,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 하지만 고바야시의 선택은 일본 경호원이 아니었다.

“정지훈. 네가 해라.”

고바야시가 한국 경호원 중 유일하게 손을 든 정지훈을 선택했다. 정지훈은 운전하나는 자신 있었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손을 들었다가, 고바야시의 지목을 받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저, 저 말입니까?”

그러자 일본 경호원들이 다들 황당한 눈으로 고바야시를 쳐다봤다.

어째서 자기들이 아닌 한국 경호원이냐는 원성어린 눈길이었는데, 고바야시가 그에 대해 짧게 해명을 했다.

“곤도상이 서울 지리를 잘 아는 자를 원하셨다.”

그렇다면 이해가 됐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쭉 여기서 살아 온 한국인 경호원이, 아무래도 그들보다 이곳 서울의 지리를 잘 아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경호원으로서 실력보다는 나대기 좋아하는, 호기심이 더 강한 정지훈이, 일본의 전설적인 히트맨, 사쿠라 킬러의 전담 운전기사로 낙점 되었다.

* * *

지이이잉!

“응?”

신미나 옆에 심어 둔 첩자 김희수에게서 내 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신미나가 처음보는 중년의 일본 남자와 만나고 있다고 말이다. 나는 즉시 그 중년 일본 남자의 이름이 곤도냐고 김희수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그 대답은 10여분 쯤 뒤에 들을 수 있었다. 김희수의 목소리로 직접 말이다.

-저 지금 택시 타고 JYB엔터로 가고 있어요.

“왜?”

-그년, 아니 사모님이 내일 저를 자르겠다고 해서요.

어차피 잘릴 거 지금이 됐건 내일이 됐던 나로서도 별 상관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내가 문자로도 보냈는데 신미나가 만난 그 중년 일본 남자 말이야. 이름이 곤도라고 하지 않았어?”

-맞는 거 같아요. 사모님을 통해 들은 건 아닌데, 주위 경호원들 입에서 곤도라는 말을 여러 번들은 거 같아요.

이로써 죽음의 냄새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김훈 대표의 말처럼 한때 일본 최고 킬러였다는, 그 곤도를 신미나가 나에게 보냈다.

그러니까 그년이 나에게 죽으라고 날카로운 비수를 던진 거다. 지금.

“C발년이....”

내 입에서 욕이 스스럼없이 튀어나왔다. 이 몸의 원 주인인 백준열의 원념이 그년을 어떻게 생각하던지 말든지,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내 위에 두 형들과, 형수이면서 백준열의 내연녀 였었던 신미나, 그들이 감히 나를 죽이려 했다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그들과 공모하고 부역한 자들 역시, 나는 절대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되로 받고 말로 갚는 게 아니라, 아예 톤으로 갚아 줄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은 날 향해 날아오는 그 날카로운 비수부터 피하고, 그 비수가 다시는 날 노리지 못하게 아주 철저히 부숴놓아야 했다.

“정민지 경호팀원 불러.”

해서 나는 김훈 대표가 원한 정민지까지 다 불렀다. 제일 먼저 철수와 세르게이라는 외국인이 현장에 오고, 그들을 즉시 김훈 대표가 데리고 갔다. 이어 정민지가 왔는데....

“민지씨?”

“네. 김 대표님.”

“따라와요.”

그녀도 나와 인사할 틈도 없이 김훈 대표가 데려갔다. 그리고 그들끼리 쑥덕거렸는데, 내 귀에는 그 소리가 다 들렸다. 어떤 식으로 곤도를 잡을지, 김훈 대표가 벌써 구체적인 계획을 다 짜 놓고 있었다.

‘오호라....’

나는 김훈 대표의 그 계획을 좀 더 집중해서 들었다.

* * *

김훈은 자신이 상대해야 하는 자가 사쿠라 킬러 곤도란 사실에, 한 10초 정도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백준열과 대화 중이었고 다행히 그게 겉으로 티가 나진 않았던 모양이었다.

‘하필 곤도 그 인간이라니....’

곤도는 김훈도 인정하는 상당히 수준 높은 킬러였다. 특히 김훈이나 현재 한국에서 활약 중인 처리자들이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스타일의 히트 맨이었다. 그럴 게 곤도는 은신과 변장에 능했다.

실제 김훈은 동유럽에서 곤도가 할머니로 변장해서 타깃을 죽이고 유유히 현장을 빠져 나오는 걸, 처음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다 지켜봤었다. 거기 경찰들은 곤도를 보고서도 그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바로 그런 점이 곤도의 무서움이었다. 변장을 해도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해서, 사람들이 그에게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게 만드는 것. 그것이 프로페셔널한 히트맨 곤도의 진면목이었다.

그때 김훈이 느낀 게 바로 곤도와는 가급적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거였다.

그랬는데 한국에 와서 곤도가 한국에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된 김훈은 정말 많이 놀랐었다. 하지만 곤도는 조용히 한국 대기업 오너의 그림자로 활동했고, 김훈과 부딪칠 일은 여태 단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사실 그의 존재마저 잊고 있었다.

‘결국 만나게 되는군. 그것도 최악의 악연으로....’

킬러들에게 악연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의뢰를 받았을 경우였다. 곤도야 그렇다 쳐도 김훈 역시 백준열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곤도를 제거해야만 했다.

한 번 타깃이 정해지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죽이는 게 사쿠라 킬러 곤도였다.

그걸 알기에 김훈은 오늘 곤도를 반드시 죽일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김훈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다행히 그에게는 곤도와 달리 그를 도와 줄, 유력한 조력자들이 있었다.

그것도 그냥 조력자가 아니라, 실력 면에서 얼마든지 곤도를 잡을 수 있는, 최고의 조력자들이 말이다.

우선 세르게이는 곤도와 1대 1로 싸울 경우 무조건 이겼다. 그리고 정민지의 경우 저격 쪽에서 곤도만 찾으면, 그 즉시 그의 머리통을 날려 버릴 수 있는 원샷 원킬의 최고 저격수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장한 곤도를 찾아내서 녀석과 대치하는 역할은, 어쩔 수 없이 김훈 자신이 맡아야 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곤도의 타깃인 백준열이었다.

자기 혼자라면 곤도의 살수에 얼마든지 대응이 가능했지만, 백준열을 지키면서 상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차하면 자기 몸으로라도 곤도의 살수를 막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김훈이 죽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백준열 없이는 나도 없으니까. 그리고 내 복수를 위해서 백준열은 꼭 필요 해.’

복수를 위해 지금껏 살아 온 김훈이었다. 그 복수를 못할 바에야 지금 여기서 죽는 게 나았다. 그렇게 김훈은 최종적으로 사쿠라 킬러 곤도를 잡을 계획을 짤 수 있었다.

그는 먼저 정민지에게 모든 방위에서 타깃을 잡을 수 있는, 최적의 저격 장소를 찾게 했다.

“저 건물 옥상이 좋겠어요.”

그러자 정민지가 주위를 살피더니 한 건물의 옥상을 지목했다.

“좋아. 민지 넌 거기로 바로 가.”

그 말 후 김훈은 기다란 007가방 하나를 정민지에게 건넸다. 그 가방을 건네받은 정민지가 김훈에게 물었다.

“혹시 SV-98이에요?”

“어.”

김훈의 대답에 정민지의 입꼬리가 슬쩍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그 기다란 007가방을 들고, 그녀가 지목한 건물 쪽으로 뛰어갔다.

SV-98은 러시아의 볼트액션 저격총이었다. 킬러들 사이에서도 성능 하나만은 인정하는 저격총으로 꾸준한 개량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최근 알루미늄제 스켈레톤 개머리판 모델을 발매했고, 그걸 김훈이 운 좋게 구입한 거다. 안 그래도 최고의 저격수인 정민지에게 최고의 저격총을 넘긴 김훈은, 스스로 흡족해 하며 이번에는 그냥 007가방을 세르게이에게 건네며 말했다.

“상대는 곤도야. 그러니까 총질에 사정 따윈 두지 마.”

“그러지.”

김훈이 건넨 007가방을 받아 챙기며 세르게이가 묵묵히 대답했다. 그 가방 안에도 역시 세르게이가 좋아할 만한 자동권총이 들어 있었다. 자신이 내민 007가방을 받는 세르게이를 보면서 김훈이 말했다.

“나와 타깃이 같이 있을 건데, 넌 그 반경 50미터 안에 있어. 가급적이면 너도 변장을 하고 있다가 나와 곤도가 부딪치면 그때 놈을 노려.”

“알았다. 근데 괜찮겠나?”

세르게이가 살짝 걱정 어린 어조로 김훈에게 물었다. 이건 김훈이 타깃과 같이 미끼가 되겠다고 나선 거라, 위험을 자청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흐흐흐. 괜찮지야 않지. 하지만 상대가 곤도인데 어쩔 수 있나?”

김훈이 씁쓸하게 내 뱉는 그 말에, 세르게이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김훈에게서 받은 007가방을 들고 정민지가 향한 쪽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이내 세르게이의 모습이 주위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그렇게 세르게이도 보내고 혼자 남은 김훈은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자신도 권총 하나를 챙겨서 바지 뒤춤에 넣었다. 그 다음 곤도의 타깃인 백준열에게로 향했다.

* * *

김훈의 계획을 견신 시스템의 개 특성인 *소리가 잘 들립니다.*로 전부 다 엿들은 나는, 김훈이 내 곁에서 자신을 방패 막으로, 나를 지키려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좀 감동적인데?’

그런 김훈이 좀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을 해 보면 김훈이 왜 꼭 내 옆에 붙어 있으려 하냐는 건데, 그 이유가 고작 곤도라는 킬러의 변장이 뛰어나서, 그 놈이 내게 접근하는 걸 막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라면, 그건 내게 있어서 너무도 해결하기 쉬운 일이었다.

나의 견신 시스템의 개 특성으로도, 얼마든지 변장한 곤도는 찾을 수 있었고, 또 내게는 견신 시스템의 「개눈깔」아이템과 「개코」아이템이 있었다. 그 두 아이템을 사용해서 내 주위에 접근해 오는 사람들 중에, 곤도라는 킬러를 찾아내는 건 내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그런 능력이 있다는 걸 티 낼 수 없다는 게 문제지.’

해서 나는 상황을 봐서 곤도가 나타나면, 은근슬쩍 내 곁에 있을 김훈 대표에게 알려 주기로 했다. 당신이 찾는 곤도가 저기 있다고 말이다.

잠시 후 김훈 대표가 내게로 다가오며 말했다.

“방탄조끼는 입고 있다고 했죠?”

“네. 이렇게....”

나는 내 옆구리를 김훈 대표에게 내 보였다. 앞서 쪽발이 새끼가 날 향해 쏜 권총의 총알구멍이, 내 정장 자킷 옆구리 쪽에 나 있었다. 근데 막상 자킷을 열자 그 안, 내가 입고 있던 방탄조끼 옆구리에 총알이 박혀 있었다.

“와아....”

내가 신기해 하며 방탄조끼에 박힌 그 총알을 빼내자, 김훈이 그걸 보고 말했다.

“옆구리 좀 결리겠네요. 혹시 갈비뼈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죠?”

“좀 결리긴 한데 괜찮아요. 갈비뼈도 그렇고.”

“다행이네요. 일단 저와 같이 여기서 쉬는 척하고 있으면서, 곤도가 오기를 기다리도록 하죠.”

김훈 대표가 그때부터 자신의 계획을 내게 설명했다. 나는 이미 아는 얘기지만 모른 척 열심히 그의 말을 경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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