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499화 (49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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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뭐야? 저 새끼들 쪽발이들이었어?”

내 예민한 귀가 들어보니, 지금 싸우는 검은 정장남들이 떠드는 말은 전부 일본어였다.

그리고 이쪽을 다 죽이라고 소리 친 녀석은, 자신의 손목에 찬 시계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었다. 마치 시간에 쫓기는 듯 말이다.

그 말은 애초 습격했을 때, 빠르게 여길 정리하고 내빼려 작정하고 있었다는 얘기.

하지만 이쪽은 전원 방검복을 착용하고 있었고, 비록 왜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자기 몸은 지킬 수 있는 3단봉을 소지하고 했다. 거기다가....

파지직! 파지지직! 파지지지직!

“크아아아악!”

테이저 건이 여지 저기서 발사 되면서, 검은 정장 남들 중 왜도를 들지 않은 자들이 무려 다섯 명이나, 도로에서 전기 춤을 추다가 쓰러지고 있었다.

“좋았어.”

테이저 건 챙기라고 한 게 지금 와서 신의 한수였다. 하지만....

티팅! 휙! 휙!

왜도를 든 자들의 경우 테이저 건에서 발사 된 전기 침과 전선을 쳐 내거나 잘라 버렸다.

그 때문에 왜도를 든 자들에게 테이저 건은 먹혀 들지 않았고, 그러자 왜도를 들지 않은 자들이 눈치껏 왜도를 든 자들의 뒤로 피하면서, 더 이상 테이저 건이 먹혀들지 않게 되어버렸다.

“저런....”

그때 차 안에서 그걸 보고 아쉬워하던 나는, 내 차 운전석에 앉아 있는 경호팀원을 보고 말했다.

“이봐. 그쪽은 왜 안 나가?”

“네? 저는 대표님을 모셔야....”

“모시긴 개뿔. 차 앞뒤가 다 막힌 상황에서....빨리 나가서 한 손이라도 보태.”

“네.”

내 으름장에 내 차 운전석의 경호팀원이, 3단봉을 챙겨들고 차 문을 열었다. 그때 내가 말했다.

“테이저 건 말이야.”

“네?”

내 말에 차에서 내리려다 말고 경호팀원이 나를 돌아봤는데, 그때 그에게 내가 말했다

“하체를 노리고 쏴 봐.”

“아아....네. 알겠습니다.”

내 말을 듣고 나서 내차 운전석의 경호팀원은, 3단봉을 왼손에 쥐고 대신 오른손에 테이저 건을 쥐고서, 차문을 열고 내렸다. 내 지시에 바로 테이저 건부터 쓸 모양이었다.

파지지직!

“크아아아악!”

그리고 내 말대로 정신없이 왜도를 휘두르는, 상대 검은 정장 남들 중 한 명의 다리에 테이저 건을 쐈고, 그게 먹혀들었다.

“와아아....”

최초로 왜도를 든 검은 정장남이 테이저 건에 쓰러지자, 우리 경호팀원들의 사기가 확 살아 올랐다.

“예스....”

당연히 그걸 보고 나도 기뻐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때였다. 아까부터 검은 정장 남들 배후에서, 다 죽이라고 소리치고 손목시계만 살피던 인상 더러운 녀석이,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며 내가 탄 차 쪽으로 접근해 오는 게 보였다.

“어쭈?”

그 자는 딱 봐도 혼전 중에 적장, 즉 나를 노리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를 잡거나 해치므로 해서, 이 싸움을 빨리 끝내려는 의도 같은데....

“나를 뭐로 보고....”

싸움꾼 이제동의 능력을 쓸 수 있는 나는, 1대 1 싸움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객기인지 몰라도 놈을 상대로 싸워보기로 했다. 역으로 내가 저놈을 잡으면, 이 싸움의 판도가 180도 바뀔 테니까.

나는 녀석이 슬금슬금 다가오는 쪽, 그러니까 내가 탄 차의 오른 쪽 뒷문을 활짝 열었다.

* * *

신미나로부터 지시를 받은 고바야시. 그는 곧바로 삼명물산 대표 백준경의 경호팀에 속해 있는, 일본인 경호원들을 이끌고 있는 나까무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이. 고바야시상.

“나까무라 조장. 거기 지금 우리 조직원 몇 명 있지?”

-저 빼고 15명 있습니다. 근데 왜?

“지금 즉시 그들 데리고 삼명생명 백준호 대표에게로 가게. 거기 가서 백준호 대표가 지시하는 거 무조건 따르면 돼.

-일단은 알겠습니다. 한데 고바야시상. 그래도 뭘 해야 하는지 정도는 설명해 주셔야....

고바야시와 나까무라는 같은 일본 조직 소속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속한 계파가 달랐다.

해서 나까무라 입장에서 고바야시의 지시를 무조건 따를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이건 아가씨 지시다. 정히 궁금하면 미나 아가씨께 직접 물어 보도록.”

자신의 계파가 아니라서 그런지 고바야시는 나까무라에게 불친절했다. 한데 그걸 또 나까무라는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드렸다.

-그러죠.

마치 고바야시가 자신에게 이러는 게 당연하다는 듯 말이다. 실제로 나까무라는 삼명물산 경호팀에서 자기 밑에 경호팀원들을 전부 빼내서 삼명물산으로 가기 직전, 확인 차 신미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가씨. 저 나까무라입니다. 네. 고바야시상으로부터 아가씨 지시를 전달 받았습니다. 그게 맞는지 확인 차....아아. 맞다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아가씨 지시대로 움직이겠습니다.”

신미나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고바야시의 말이 맞았다.

해서 나까무라는 밑에 수하들을 이끌고, 곧바로 삼명생명 본사 사옥으로 갔고, 거기서 백준호를 만났으며 그의 지시에 따라 백준열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쪽에서 제공해 준 정보에 따르면, 백준열이 3시까지 정부청사에 간다고 했고, 그때 경호 인력은 8명에서 9명 선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 이쪽이 쪽수에서 이미 2배나 많았으니까. 거기다 만약을 대비해서 사무라이 칼까지 준비한 상황. 당연히 그 칼들은 장식용 칼이 아닌 살상용 칼이었다.

“서울 도심 한 복판에서 싸움이 벌어졌을 때, 경찰이 오기까지 시간은 최소 10분 정도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 10분 안에 타깃을 제거하고, 무조건 부산으로 내 빼야 한다. 부산만 가면 배편으로 일본으로 넘어가는 건 일도 아니고.”

이동 중 나까무라가 무전기로 뒤쪽 승합차의 조직원들에게 말했다. 자신이 탄 승합차에 조직원들에게는, 무전 치기 전에 먼저 말을 해 놓은 상태.

조직원들도 이번 일에 대한 숙지가 모두 끝났고, 이제 그 일을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됐다.

“저기....찾았습니다. 23xx, 저희가 찾던 차량 중 한 댑니다.”

그러니까 반대편 차선에서 막 신호 대기 받고 있는 승용차가, 바로 JYB엔터 법인차로 등록 되어 있는 차량 중 한 대였던 것. 그리고 그 차 뒤로 두 대의 승용차도 JYB엔터 법인차량들임이 확인됐다.

운 좋게 백준열을 태운 차량을 이렇게 만난 것이다. 나까무라가 비릿하게 웃으며 외쳤다.

“저차 박아.”

“네?”

“여기서 끝장낸다.”

나까무라의 외침에 승합차 운전석의 조직원이 액셀러레이터를 강하게 밟았다.

부아아아앙!

승합차는 곧바로 앞으로 튀어나가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서 반대 차선에 신호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들이 받았다.

쿠콰아앙!

그때 그 승합차 뒤로 다른 승합차가 따라 와서, 그 승합차 뒤에 멈춰서더니 차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나까무라 휘하의 조직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우리도 내린다.”

그때 승용차를 들이 받은 승합차 안의 나까무라가 소리쳤고, 그 안의 조직원들도 차문을 열고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나까무라는 맨 마지막에 승합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 * *

얘기가 달랐다. 분명 백준호 측에서 준 정보에 따르면, 백준열의 경호원은 8명에서 9명이라고 했다. 그런데 딱 봐도 그 배가 넘었다. 그리고 한국 경호원들은 무전기 빼고는 대체로 무장을 하지 않았다.

3단봉 같은 건 귀찮아서 가지고 다니지 않았고. 하물며 테이저 건은 특별한 VVIP 경호 때가 아니면 아예 소지하고 다니지 않았다.

한국에서 경호원으로 지내며 그 정도 상식은 나까무라에게도 있었다.

그런데 백준열의 경호원들은 뭘 잘못 쳐 먹었나, 3단봉에 테이저 건을 다들 가지고 있었다.

“빠가....”

하지만 상관없었다. 쪽수가 생각 보다 더 많았던, 저들이 무장을 했건, 사무라이 칼과 실전 능력을 갖춘 그의 유능한 수하들이라면, 10분 안에 정리가 가능했다.

나까무라는 자신의 수하들에게 다 죽이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백준열의 경호원들과 격전이 벌어졌다.

스스걱! 쿡!

“뭐, 뭐야?”

“고노칙쇼(此畜生, 제기랄) 방검복이다.”

그런데 백준열의 경호원들은 무장만 한 게 아니었다. 방검복까지 다 껴입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사무라이 칼로 베고 찔러도, 저들에게 피해를 주지 못했다.

이에 그의 수하들이 방검복을 피해 목과 팔 다리를 노리고 공격을 가했지만, 그런 곳은 백준열의 경호원들이 3단봉으로 적절히 잘 막았다. 그렇다보니 상대가 다 멀쩡한 가운데 시간만 속절없이 흘렀다.

거기다 테이저 건으로 인해 사무라이 칼을 가지고 있지 않은, 맨손의 조직원들이 맥없이 당했다.

“칙쇼!”

그런 답답한 상황에 분노한 나까무라. 그의 시선이 한 차로 향했다. 맨 앞차 바로 뒤에 승용차. 그 안에 누가 있었다. 바로 그때 그 차의 운전석 문이 열리고, 3단봉과 테이저 건을 양손에 든 경호원이 내렸다.

“백준열이다.”

그 경호원이 차에서 내리면서 그 차 뒷좌석에 홀로 앉아 있는 백준열을 나까무라가 본 것이다. 백준열을 본 순간 나까무라가 희번덕거리며, 자기도 모르게 몸이 그쪽으로 움직였다.

‘시간 없는데 잘 됐다.’

나까무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백준열이 탄 차량 쪽으로 움직였다.

괜히 거추장스런 장해물, 즉 백준열의 경호원과 만나지 않게 조심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백준열이 탄 차에 불과 10엇걸음 거리로 나까무라가 좁혀 들어갔을 때였다.

달칵!

갑자기 그 차 뒷문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백준열이 내렸다. 나까무라는 한 손으로 자기 눈을 비볐다. 진짜 저 차에서 내린 게 백준열이 맞자 싶어서 말이다. 그랬는데 정말로 백준열이었다.

“그럿따시도(狂った人,미친놈)!”

저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놈이 차 안에 계속 있는 다고해도, 그가 살아남을 확률은 지극히 낮았지만. 왜냐하면 지금 나까무라의 정장 상의 안에는 권총이 있었다.

실제 백준열이 탄 차량에 접근한 뒤, 나까무라는 권총으로 차 안의 백준열을 쏠 생각이었다.

백준호 쪽에서 넘겨받은 정보에 따르면, 백준열이 타고 다니는 차량들 중 방탄차는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차에서 내린 백준열이 나까무라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말했다.

“덤벼. 존만아!”

한국에서 벌써 10년 넘게 산 나까무라다. 지금 백준열이 그를 도발하고 있다는 걸, 모를 그가 아니었다.

“저, 저....미쳐도 제대로 미쳤구나? 오냐! 패죽여 주마.”

안 그래도 무섭게 생긴 나까무라의 얼굴이 살벌하게 변한 체. 백준열을 향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갔다.

* * *

내가 한 도발이 제대로 먹혔다. 뭐 그렇다고 저렇게 화를 내며 달려들 건 또 뭐람....

상대가 삽시간에 내게 다가와서 빠르게 주먹을 날렸다. 마치 내가 한 주먹거리도 안 된다는 듯, 팔과 함께 허리도 다 돌아갔다.

이제동의 싸움 실력에다가 견신 시스템의 개 특성인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가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내 귀와 눈은 상대의 움직임을 정밀히 캐치해 내고 있었다.

거기다 행동까지 더 빨라졌으니, 당연히 상대의 풀 스윙을 피함과 동시에, 그를 향해 주먹까지 내 뻗었다.

퍽!

상대는 움찔하며 내 주먹을 피하려 했으나, 내 주먹은 벌써 그의 가드를 뚫고 안면을 훑고 있었다.

“빠가야로!”

그러자 상대에게서 짧은 욕설이 터져 나왔는데, 이미 내 주먹에 균형이 무너진 상대의 안면에다가 재차 내 주먹을 꽂아 넣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퍽!

상대의 고개가 뒤로 휙 젖혀졌다. 연달아 내게 두 방의 주먹을 허용한 상대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재정비를 했다.

상대가 내게 맞았다고 미친 듯 달려들었다면 바로 끝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상대는 그런 면에서 수양이 잘 된 자였다.

그래서 잠시의 여유 동안 재정비를 끝내고 내게 맞은 분풀이를 하려는 듯, 빠르게 내게 달려들며 재차 주먹을 휘둘렀다.

붕! 부웅!

싸움 꽤나 해 본 자답게 상대의 주먹은 매서웠다. 하지만 견신 시스템의 개 특성을 쓰고 있는 내게는, 상대의 그 주먹이 느려 터져 보였다.

나는 상대의 주먹이 날아오는 걸 차분히 지켜보면서, 백스탭을 밟은 다음 다시 비어 있는 상대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퍽! 퍼억!

하지만 이번에는 한 주먹이 아니라 두 주먹이었다. 좌우 스트레이트로 번개 같이, 내 두 주먹이 상대의 안면에 꽂혔다.

“....커억!”

내 주먹에 원투스트레이트를 허용한 상대는 고개가 덜컥 뒤로 밀렸다가 앞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주루룩 코피를 쏟아냈다. 그걸 보고 내가 말했다.

“어때? 내가 이겼지?”

이게 애들 싸움이었다면 먼저 코피 터진 상대가 졌다. 하지만 이건 서로 목숨을 내 놓고 싸우고 있는 생사대전이었다.

“가나나즈고로스(必ず殺す, 반드시 죽인다)...”

상대가 독기로 똘똘 뭉친 채로, 제대로 살기를 뿌려대면서 성난 황소처럼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파앗!

나는 바로 움직였다. 어차피 저런 직선 공격은 옆으로 빠지는 상대를 절대 잡을 수 없었다. 싸움꾼 이제동의 몸놀림도 빠른데, 거기에 견신 시스템의 개 특성인 *행동이 빠릅니다.*가 더해지니, 상대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 빠르게 움직여도, 나보다 더 빠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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