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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496화 (49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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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뭔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양종석은 백준호의 말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하지만 그걸 감히 티 낼 수는 없었다.

어째든 백준호가 그의 목숨 줄을 쥐고 있었으니까. 한국에 와서 서울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에 자신의 사무실을 차렸을 때, 양종석은 세상을 다 가진 거 같았다.

연변에 가족들도 전부 다 부르고 밑에 동생들도 싹다 불러서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말이다. 한데 한국땅에서도 조선족의 한계는 명확했다. 뭐 좀 하려면 제약이 뒤따랐고.

그때 깨달았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또 불법적이지 않고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것도.

해서 불법적인 일에 손을 댔고, 그게 점점 더 폭력적으로 부풀려졌다. 결국 경찰이 나섰고, 그와 연변 출신 동생들은 한 국가의 공권력 앞에 그냥 풍비박산 났다.

그런 그와 동생들에게 손을 내민 게 바로 백준호라는 재벌 3세였고, 그때는 그게 하늘에서 내려 준 동아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동아줄은 개뿔....개목줄이었지.’

백준호라는 자는 자신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냥개를 원했다. 하지만 양종석과 연변 출신 동생들은, 사람들이지 개가 아니었다.

그저 먹고 살려니 사나워졌고, 그게 좀 와전 되었을 뿐. 그런데 백준호는 양종석과 동생들이 난폭하고 잔인한 자들이길 원했다. 그들만 봐도 사람들이 겁을 집어 먹게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억지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양종석도 그렇고 밑에 동생들도 인성이 거의 다 말살 될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피 보는 걸 그리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그 피가 상대 거든 자기 거든.

이런 그들을 만들기 위해서, 백준호는 마약까지 그들에게 제공했다. 그러니까 지금 양종석과 동생들은 약쟁이가 되어 버렸다.

백준호가 제공하는 그 약을 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그들은, 어차피 그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악랄한 사냥개가 되어 있었다.

“창원으로 간다. 거기 가면....약을 할 수 있다.”

약이란 말에 동생들이 군소리 없이 움직이는 걸 보고, 양종석은 길게 한 숨을 내 쉬었다.

“하아....”

자신과 동생들이 왜 이지경이 되었는지, 예전에 자신의 선택이 또 다시 후회가 됐다.

그때 백준호가 내민 손을 잡지 않고, 그냥 감옥에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크흐흐흐....”

하지만 이미 선택은 했고 당시 딸린 가족들 때문에, 어차피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와 동생들의 선택은, 지금과 같을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인생....”

마약 때문에 그의 몸과 정신은 이미 피폐해졌다. 그건 동생들도 마찬가지고. 해서 얼마 전 한국에 가족들을 다시 중국으로 돌려보낸 양종석과 동생들.

이번 일을 하기 전, 양종석은 백준호에게 요구를 했다. 성공 시 자신과 동생들에게 10억씩 달라고 말이다. 대신 모든 건 자신과 동생들이 가지고 가겠다고.

그런 그의 제안을 백준호가 흔쾌히 수락했다. 하지만 그의 말만 믿을 수 없는 노릇. 양종석은 계약금을 원했고, 백준호는 양종석과 그 밑 동생들의 계좌로, 계약금 1억을 쏴 주었다.

당연히 그 돈은 이미 연변의 가족들에게 보내졌다. 그리고 이번 일만 성공하면 나머지 잔금도 받는 즉시 연변 가족들에게 보내 질 터였다.

양종석과 그 동생들은 알고 있었다. 이번 일을 끝으로 그들은 전부 감옥에서 평생 썩게 될 거란 걸 말이다.

하긴 삼명그룹 회장을 죽여 놓고, 무슨 수로 한국 땅에서 잘 먹고 잘살 수 있겠나? 죽지 않고 감옥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출발!”

동생들이 차에 다 탄 걸 확인 한 양종석. 그가 운전석을 향해 말하자 그를 태운 차가 제일 앞에서 움직였고, 그 뒤를 승합차 두 대와 덤프 트럭 두 대가 줄줄 뒤따랐다.

* * *

서진그룹 민영석 비서실장.

“하아....”

그는 어떡하든 김명진 회장을 지키고 싶었지만, 법적으로 그는 남이고, 차미진과 그녀의 두 아들들은 김 회장의 처와 자식, 즉 가족들이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결국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김명진 회장의 신병은, 그들 가족들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비서실 직원을 그의 곁에 꼭 붙여주기는 했다. 하지만 그 비서실 직원로부터 좀 전에 전화가 걸려왔다.

중환자실 앞에서 쫓겨났다고. 서진병원의 병원장이 보안요원들을 시켜서 그렇게 했다나.

“바득....윤 원장....”

더불어 김 회장 가족들은 중환자실을 자기들 마음대로 드나들고 있었다. 이러면 그들이 회장님께 무슨 짓을 해도 민영석이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저 그들이 회장님에게 그 짓만을 하지 말아주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나?”

지금은 김명진 회장의 의식이 기적적으로 돌아와서, 자신을 불러 주는 걸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고는 김 회장의 신병은 그의 가족들 손아귀에서, 절대 벗어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민영석의 그 바램과는 달리, 안타깝게도 김명진 회장의 가족들은 그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짓을 이미 모의 중에 있었다.

“그, 그러니까 아버지가....우리를 다 내치고 기어코 학민이 그놈과 이 여사를....”

“이 여사는 무슨, 이미숙 그 개년이지.”

김연진 회장의 장남 김학수의 말에 발끈해서 차남 김학진이 말을 끊었다.

그때 한 명은 반쯤 넋이 나갔고, 다른 한 명은 화가 나서 얼굴이 시뻘게진 두 아들을 쳐다보고 있던, 그들의 모친 차미진. 그녀가 말했다.

“내가 회장님 주변에 사람을 심어 놓았기 망정이지, 아니었어 봐. 우리는 손도 못 써보고 서진가에서 쫓겨났어.”

김명진 회장은 그래도 자신의 아내라고 선의로 여태 그녀를 대했다.

그럼 선의가 선의로 돌아와야 하는데, 차미진은 그게 아니라 악의, 아니 배신의 칼을 여태 갈고 있었던 것이다. 김 회장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사람을, 돈이나 선물로 하나씩 포섭해 놓으면서 말이다.

“손을 쓰다니요?”

차미진의 말이 무슨 뜻인지 다 알면서 모른 척 물어보는 김학수. 그러자 옆에 김학진이 답답하다는 듯 자기 가슴을 손으로 치며 말했다.

“아버지가 이대로 깨어나는 걸 막아야 한다는 소리잖아.”

“어떻게?”

“어떻게는....”

뭐라 말을 하려던 김학진. 그도 그제야 뭔가 깨달은 게 있는지 하려던 말을 참았다.

모친인 차미진도 그렇고 김학수도 꺼리는 말을, 굳이 그가 자기 입으로 이 자리에서 내뱉을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 김학진을 보고 차미진이 혀를 차며 말했다.

“하나는 음흉하고, 또 하나는 줏대가 없고. 이러니 네 아버지가 학민이 녀석을 후계자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

“어머니!”

동시에 발끈하는 두 아들. 하지만 차미진은 그런 두 아들은 안중에도 없는지, 하던 말을 마저 이어서 했다.

“네 아버지 깨어나면 다 끝이다. 그러니까 못 깨어나게 만들어야지.”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그렇게 만든단 말입니까?”

큰 아들 김학수가 답답하다는 듯 모친을 쳐다보며 말하자 차미진이 피식 웃었다.

“만들긴 뭘 만들어? 이미 손을 다 써 뒀는데.”

“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두 아들들이 차미진을 쳐다보자, 그녀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네 아버지. 곧 재수술에 들어갈 거다.”

“네?”

“하지만 수술은 잘 됐다고....”

“잘 됐지. 근데 완벽하게 된 건 아니거든.”

차미진의 그 말에 눈치 빠른 큰 아들 김학수가 환호하며 말했다.

“와아....아버지 수술한 의사에게 손을 써 두셨군요?”

“맞다. 정확히는 여기 병원 신경외과 과장이 윤 원장의 제안을 수락한 거고.”

“차기 원장 자리라도 약속한 모양이군요?”

“....”

차미진은 대답 대신 더 짙게 웃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두 아들들도 덩달아 같이 웃었다.

어머니가 저렇게 웃을 때는, 이번 일이 성사 된 거나 마찬가지란 걸, 둘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 * *

서진 병원 윤태섭 병원장.

“허허허허....”

그는 병원장실에서 넓은 통창을 통해서 밖을 내려다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가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말 치열하게 살아왔다.

김명진 회장의 눈에 들기 위해서,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부지런을 떨었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됐다.

삐이이이~

-원장님. 안과장님 오셨습니다.

그때 인터폰이 울리고 원장실 여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라고 해.”

기다리던 신경외과 과장인지라 윤태섭은 바로 인터폰에 대답을 했다. 그러자 원장실 문이 열리고 신경외과 안재규 과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와. 앉아.”

윤태섭은 응접 상석 소파에 먼저 앉으면서, 안재규에게 자신의 바로 옆자리를 권했다. 그러자 안재규가 그 자리에 앉았고, 앉자마자 안재규가 말했다.

“저를 찾으셨다고요?”

“그래. 아까 신경외과에 가니까 없더군.”

“죄송합니다. 새벽 수술 후 옷도 좀 갈아입고 아침 식사도 하느라....”

“아냐. 응급 수술 때문에, 새벽에 불려 나온 사람에게 사과라니....안 과장. 나도 의사고 병원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아.”

“네. 저도 압니다. 제가 인턴 때, 원장님께서 정형외과 과장님이셨으니까요.”

“그게 언제 적 일인데....자네보고 인턴 끝내면 정형외과로 오라고 했는데, 괘씸하게도 신경외과로 갔지.”

“그걸 기억하시는군요.”

“이거 왜 이래? 나도 요즘 수요일은 외래를 봐.”

병원장이면서도 아직 일선에서 뛰고 있는 윤태섭. 그런 그를 서진병원 의사들은 다들 존경하고 따랐다. 그건 안재규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윤태섭이 정말 어떤 의사인지를 아는 사람은 병원 내 몇 명 없었다. 그리고 안재규는 그런 윤태섭의 진짜 본성을 아는 그 몇 되지 않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걸 알기에 아무 빽도 줄도 없었던 안재규가, 신경외과 과장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거고.

“차는 뭐로 할래?”

“저는 녹차로....”

“이 비서. 여기 보이차 두잔. 진짜 운남성에서 가져 온 거야. 마셔 봐. 입맛에 맞을 거야.”

잠시 후 찻잔을 앞에 두고 잠시 말이 없던 두 사람. 하지만 이내 윤태섭이 보이차 차 잔을 들며, 먼저 말을 하면서 두 사람 사이 정적도 깨졌다.

“새벽에 내가 한 제안 말이네. 수락한 걸로 봐도 되는가?”

“....”

윤태섭의 말에 잠시 말이 없던 안재규. 그가 보이차 찻잔을 들면서 대답을 했다.

“네.”

그러자 찻잔에 가려진 윤태섭의 입꼬리가 슬쩍 위로 올라갔다.

“그 말은 김 회장 뇌수술....손을 써 뒀다는....”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 안재규의 핸드폰이 울렸다. 바로 그 핸드폰을 받는 안재규.

“어. 뭐? 김 회장님이? 알았어. 지금 그리로 갈게. 일단 수술방 잡고....”

처음 안재규의 핸드폰이 울렸을 때 윤태섭은 눈살을 찌푸렸다. 왜냐하면 원장실에 들어오면서 감히 핸드폰을 꺼두지 않다니....

근데 안재규에게 걸려 온 전화가 김명진 회장 때문임을 알게 되자, 윤태섭의 얼굴이 오히려 환하게 밝아졌다. 그때 통화를 끝낸 안재규가 윤태섭에게 말했다.

“원장님.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중환자실에 가봐야 할 거 같아서....”

“그래. 그래. 어서 가 보게. 이번에도 수술 잘하고.”

윤태섭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자, 안재규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없이 고개만 살짝 숙이고는 병원장실을 나갔다.

그런 그를 보고 여전히 웃고 있던 윤태섭. 하지만 그가 막 병원장실을 나가자 그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었다.

“건방진 새끼....”

애초 저런 놈에게 서진 병원 신경외과 과장 자리는 가당치 않았다. 하지만 놈에게 약점을 잡히면서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앉혔지만, 윤태섭은 언제고 안재규를 이 바닥에서 완전 매장시켜 버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거지새끼가 감히....”

촌구석에서 올라와서 쥐뿔도 없는 새끼를 사람으로 만들어줬더니, 그 은혜도 모르고 자기를 배신하고 등에 칼을 꽂으려는 안재규.

윤태섭은 이번 기회에 자신은 서진의료재단의 이사장이 되고, 안재규는 감옥에 쳐 넣을 계략을 짰다. 그 계략에 좀 전 안재규가 완벽하게 걸려 든 거고.

“그래. 수술 잘 해라. 그게 너의 마지막 수술이 될 테니까. 크흐흐흐.”

윤태섭의 지시로 안재규가 들어갈 수술 방에서는 CCTV녹화가 될 예정이었다.

당연히 집도의 허락없이 수술 방에서 CCTV녹화는 이뤄 질 수 없었다. 하지만 예외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원장의 권한으로는 가능했던 것.

그러니까 그 사실을 안재규는 몰랐고, 원장인 윤태섭은 알고 있다는 데서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만약 안재규가 유태섭의 제안을 받아드려서, 김명진 회장의 재수술에 해선 안 될 짓을 저지른다면....그걸로 안재규는 끝장이었다.

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을 거다. 성범죄자 의사가 버젓이 진료를 하고 있다는 소리를 말이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의사면허 취소 사유로 ‘마약 중독사’, ‘정신 질환자’,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 실형’으로 규정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안재규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으로 감옥살이를 할 거니,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고 봐야했다.

의사가 의사 면허가 없다? 그 의사 인생은 끝장났다고 봐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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