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494화 (49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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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백승렬 회장이 생각하기에, 미래의 바이오산업은 반도체산업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봤다.

왜냐하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 재앙과도 같은 바이러스가 출현해서 팬데믹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니 말이다. 따라서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해 내는 바이오산업은 무조건 키워 나가야 했다.

해서 그는 자신의 선친이 반도체사업에 한 것처럼, 바이오산업에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는 수준까지는 진행시켜 놓고,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도 물러날 생각이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자신의 후대가 더 쉽게 바이오산업을 키워 나갈 수 있게, 이왕 시작한 거 거름까지 잘 줘 놓을 생각이었다.

“회장님. 울산입니다.”

서울 본사에서 출발한 그를 태운 차가, 삼명 바이오로직스 제 3공장이 있는 울산에 다다랐고, 그 사실을 조수석의 수행비서가 말하자, 백 회장이 감고 있던 눈을 뜨며 말했다.

“오늘 몸이 좀 안 좋군. 일정에서....창원 방문은 빼도록.”

“네.”

원래는 울산에 내려 온 김에 창원 삼명전자 2공장을 방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느낌이 좋지 않았다. 노회한 그의 직감 상 이럴 때면 꼭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곤 했다.

해서 백 회장은 굳이 무리하게 넣은 일정까지, 다 소화 할 생각이 사라졌다.

원래 일정대로만 추진하고 서둘러 서울로 올라가서, 정말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면 그 일에 대비하기로 했다. 뭐 아니면 말고 말이다. 그의 직감이 꼭 다 들어맞는 건 또 아니었으니까.

백 회장이 잠시 딴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그를 태운 차와 그의 앞뒤를 경호하던 경호 차량들이 울산 시내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울산에서 조성 중인 산업단지 중 한 곳 들어선 차량들이 줄줄이 멈춰서고, 차에서 내린 백 회장 앞에 삼명의 바이오산업 핵심 인재들이라 볼 수 있는 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수고들 많았어.”

“아닙니다. 이게 다 회장님께서 지원해 주셔서....”

백 회장은 삼명 바이오로직스의 대표 심명환과 공장장, 연구소장등을 격려하며 기공식이 열릴 현장으로 바로 움직였다.

그렇게 백 회장이 울산의 바이오로직스 현지 공장 기공식장에서 첫 삽을 뜰 때, 그의 둘째 아들 백준호로부터 모종의 지시를 받은 자들이, 막 서울을 벗어나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있었다.

* * *

우연히 찾아 온 뜻밖의 행운이랄까? 인생을 살다보면, 왜 내가 전혀 의도치 않았는데 생기는 그런 행운이 있지 않은가? 바로 그 행운이 오전 업무를 끝내고,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는 내게 찾아왔다.

“뭐?”

갑자기 내 머릿속이 울렸고 견신 시스템이 그랬다.

-견신이 새벽 일로 흐뭇해하십니다. 청평 별장의 경호원들 중 애견 히포Hippo의 주인인 박석태가 당신 때문에 살았답니다. 해서 그 고마움에 대한 보상으로 +1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또한 앞서 레벨업 과정에서 누락 된 아이템 업그레이드가 있는데, 그것도 같이 정정토록 하겠습니다.

‘뭐?’

견신의 보상 포인트야 늘 있어 온 거라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 말고 견신 시스템이 말한 레벨업 과정에서 누락 된 아이템의 업그레이드가 있다는 건 얘기가 다르다.

이번 역시 견신 시스템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 듯 후다닥 해치우려 들었다.

“이 빌어먹을 시스템이....”

발끈하는 내 눈앞에 견신 시스템의 바뀐 상태창이 떴다.

이름: 백준열(Lv11)]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3Up), 「개좆」(4Up)], 「개목걸이」(3Up), 「개코」(4Up), 「개방울」(3Up), 「개 알약」(일,역 3Up-1일 15회, 외상과 일부 내상(체내 2기 종양, 선천질환, 1일 2회) 한정), 「개불알」(4UP)

[보유 스킬(중 하나 역 스킬 화 가능): 「말하는 개」(일,3Up), 「충견」(일,4Up), 「개 끗발」(역,3Up), 「개호구」(역,3Up), 「만능 오프너」(일,3Up-모든 문(보이는 문에 한정)), 「개멋져」(일,3Up), 「개 짖는 소리」(일,역, 4Up)

[인벤토리: 개톤백(In), 역 아이템 1회 이용권(3장), 역 스킬 1회 이용권(4장), 「1회용 개 물약-종양치료제」(3개)

[특성: 개(5차UP진행 중)]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친화력이 뛰어납니다.*

[개지수: 30]

보상대로 개지수가 +10포인트 올라 30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보유 아이템에서 보면 「개코」아이템이 3UP에서 4UP이 되어 있었고.

그러니까 「개좆」 아이템과 「개불알」 아이템 말고도 「개코」아이템도 3UP에서 4UP으로 업그레이드가 됐어야 했는데, 그걸 견신 시스템이 누락 시켰단 얘기였다.

‘혹시 보유 스킬 중에서도 레벨업이 누락 된 거 있는 거 아냐?’

나의 합리적인 의심에 대해 견신 시스템이 말했다.

-보유 스킬 중에 아슬아슬하게 레벨업이 되지 않은 스킬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누락 된 건 확. 실. 하. 게 아닙니다.

딱 끊어 말하는 견신 시스템. 견신 시스템이 내 의심에 대해 이렇게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 주니, 나로서도 딱히 더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더 떨어진 건 사실이다.

나는 눈앞에 떠 있는 상태창을 지웠고, 점심으로 뭘 먹을지를 정했다. 그건 바로....수육.

극강의 기름짐과 고소함을 자랑하는 야들야들한 수육을 먹으면, 견신 시스템 때문에 치밀어 오른 스트레스가 그나마 풀릴 거 같아서.

나는 오랜만에 돼지국밥에 수육을 먹으러 가기로 하고 대표실을 나섰다.

그런 날 보고 김 비서가 책상에 앉아 있다가, 몸을 일으켰는데 여전히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그녀가 나에 대해 잘 알 듯이, 나도 그녀에 대해 척 보면 알았다. 김 비서에게 지금 말 못할 고민이 있다는 걸 말이다.

“돼지국밥에 수육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갈래?”

최근 김 비서에게 점심이라도 편하게 먹으라고, 나는 그녀는 빼고 점심을 먹으러 다녔다.

그랬던 내가 같이 점심을 먹자니 좀 놀란 듯 김 비서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왜? 싫어?”

“아, 아뇨. 따라 갈게요.”

김 비서가 점심 먹으러 가려고 겉옷을 챙기고 지갑을 찾는 둥 부산을 떠는 동안, 나는 그녀를 스쳐 엘리베이터 쪽으로 쭉 걸어갔다. 그때 먼저 움직여서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던 문대식이, 내 뒤쪽을 쳐다보고 말했다.

“김 비서 데리고 가게요?”

“어.”

나는 별 생각 없이 대답했는데, 문대식의 이어진 말이 나를 뜨끔하게 만들었다.

“잘 하셨습니다. 요 며칠 힘들어 하던데....”

그러니까 문대식은 김 비서가 고민이 있어 보인 걸, 며칠 전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는 소리. 한데 나는 그걸 오늘에야 알다니....

“전처럼 눈치 없이 대 놓고 묻지 좀 마시고요. 그렇게 묻는데 누가 순순히 말을 합니까?”

“뭐?”

내 기억에 그런 적은 없었다. 그 말은 백준열이 예전에 그런 적이 있은 모양이었다.

한데 백준열은 그것에 대한 기억은 내게 제공해 주지 않았다. 김 비서에 관한한 그는 너무 무심했다. 그 만큼 김 비서는 예전 백준열에게 쓰고 버리는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하지만 내게 김 비서는 그런 깃털 같은 존재가 아니다. 그렇기에 지금 내 마음이 좀 무겁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해서 문이 열렸고, 우리는 엘리베이터에 탑승을 했다. 그리고 문대식이 바로 엘리베이터 문을 닫으려고 할 때 내가 말했다.

“잠깐....기다려. 김 비서 오잖아.”

원래 백준열은 움직일 때 누굴 기다려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건 다른 쪽도 마찬가지고.

오로지 그 밖에 모르는 인간. 그게 백준열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당연히 닫혀야 할 엘리베이터 문이 계속 열려있자, 그걸 보고 그제야 엘리베이터로 뛰어오는 김 비서. 그녀가 엘리베이터에 타자 바로 문이 닫혔다.

“죄송합니다.”

바로 머리 숙여 사과하는 김 비서.

“아냐. 널 위해서 몇 십초 못 기다릴까.”

내 그 말에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나 빼고 모든 사람들이 날 쳐다봤다.

* * *

내가 수육을 먹으러 갈 거라니, 문대식이 알아서 수육 잘하는 맛집으로 데리고 갔다. 근데 회사 근처가 아니라 차로 10분 정도 가야했다.

“으음....쩝쩝쩝....”

대신 맛은 기가 막혔다. 돼지국밥 역시 환상적이었고. 부추무침을 잔뜩 넣은 돼지국밥에 밥 한 공기 말아서 뚝딱 해치우고, 내 앞을 바라보자 김 비서도 정신없이 돼지국밥을 먹고 있는 게 보였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 채 말이다.

역시 고민이 있을 때는 뭔가를 정신없이 하는 게 도움이 되었다. 그게 일이든 먹는 거든.

김 비서의 경우 맛있는 돼지국밥에 정신이 온통 뺏겨 있었고. 그러다가 나와 딱 눈이 마주친 김 비서. 그녀의 숟가락질이 일순 멈췄고 그런 그녀에게 내가 웃으며 말했다.

“많이 먹어.”

“....네.”

김 비서는 그제야 자신이 너무 정신없이 돼지국밥을 말아먹고 있었음을 깨달은 듯, 그때부터 식사 속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그 사이 돼지국밥을 거의 다 퍼 먹은 터라, 몇 숟가락 더 뜨자 뚝배기에 돼지국밥이 전부 사라지고 여분의 국물만 좀 남았다.

“으으으....잘 먹었다.”

그때 돼지국밥을 곱빼기로 시켜 먹은 문대식이 뚝배기 째 원샷을 때리고, 뚝배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런 그의 앞에 大자로 시켜 놓은 모듬 수육 접시도 텅 비어 있었다.

문대식 말고 다른 경호팀원들 역시 한 뚝배기씩 하고 다들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뭔가 조금 아쉬운데 여기서 더 먹기는 좀 부담스럽고....

이럴 때 단 후식이 필요한 거 아니겠는가? 달달한 걸 먹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나는 김 비서에게 달달한 후식을 사주면서, 그녀의 고민을 들어 볼 생각이었다. 근데....

‘응? 이게 무슨 냄새지?’

갑자기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묘한, 아니 이상한 냄새가 났다. 그런데 주위에 나 말고는 그 냄새를 맡은 사람이 없어보였다.

그 냄새가 뭔지는 내가 아닌 견신 시스템이 곧바로 내게 알려주었다.

‘뭐? 음모의 냄새?’

그러니까 앞서 견신 시스템이 나를 열 받게 만들었던, 바로 그 업그레이드가 누락 된 「개코」아이템 말이다. 그 「개코」아이템이 4UP되면서 생겨난 능력 중에 ‘음모의 냄새’라는 게 있는데, 그 음모의 냄새가 지금 내가 맡고 있는 이 냄새라는 거다.

그 음모의 냄새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내 머릿속에 주입 되었고, 나는 내게 왜 이런 냄새가 나는지 드디어 알 수 있었다.

‘누군가 나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단 거네.’

그게 누군지에 대해서는....당연히 견신 시스템이 알려주진 않았다. 하지만 내가 당장 위험해졌다는 건 사실이었다.

“먹는 거만 밝히지 말고 일도 좀 똑바로 하지?”

내가 문대식을 보고 불쑥 그런 뼈 있는 말을 하자, 문대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보다 더 똑바로 일하는 경호팀장 있으면 어디 데려와 보십시오.”

그런 자신감은 사실 보기 좋았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허세가 내게 먹히지 않는 날이었다. 나는 바로 그에게 대놓고 물었다.

“지금 누가 날 노리고 여길 습격해 왔다고 치자. 어떻게 막을 거야?”

“그야 경호팀원들이 인간방벽을 치고, 대표님을 보호하면서 경찰에 신고 후,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죠.”

경호팀장 답게 즉답이 나왔다.

“놈들이 흉기를 소지했을 텐데. 과연 인간방벽으로 그걸 막을 수 있겠어?”

“당연히....”

갑자기 문대식의 대답이 끊겼다. 그럴 게 현재 여기 있는 경호팀원들 중에 방검복을 착용한 경호팀원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경호팀원은 기동성도 중시 했다. 때문에 다들 방검복을 착용하지는 못해도, 경호팀원 중 적어도 1/3은 방검복을 착용하고 있어야 했다. 또한 무기 역시 3단봉 말고 호신용 전기충격기와 테이저건 역시 절반은 소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딱 봐도 없었다.

돼지국밥 먹느라 다들 훌훌 겉옷을 벗고 있었는데, 그 중에 전기충격기와 테이저건을 소지하고 있는 경호팀원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백준열과 같이 있는 경호팀원들 중에 제대로 경호수칙을 지키고 있는 녀석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경호 책임자로서 문대식이 할 말이 없어진 거고.

문대식이 곧 잡아먹을 거 같은 험악한 인상으로, 자신의 경호팀원들을 쏘아보고 있을 때, 내가 말했다.

“오늘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아. 그러니까 전원 다 방검복 착용시키고 테이저건과 3단봉 가지고 다니게 해”

“알겠습니다.”

문대식은 내 말을 심각하게 받아드리지 않고 있었다. 아마 내가 경호팀원들에게 꼬장이나 부리는 걸로 여기는 듯했다. 하지만 누군가 나를 정말로 노리고 있다면, 그들이 습격해 왔을 때 방검복과 테이저건, 그리고 3단봉은 경호팀원들의 목숨을 지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거란 게 내 생각이었다.

‘그리고 나도 준비를 좀 해야겠지?’

싸움꾼 이제동의 능력이 있으니 적어도 칼에 찔려 목숨에 경각에 달릴 일은 없다는 게 내 판단이었다. 하지만 누가 나에게 총이라도 쏜다면....

그건 천하의 이제동도 피하지 못한다. 해서 나는 회사 가는 대로 방탄조끼를 챙겨 입기로 했다. 음모의 냄새가 알려주고 있었다. 그 습격은 오늘 중에 있을 거라고 말이다.

‘가만....’

그런데 좀 생각해 보니 습격을 꼭 나만 받을 거 같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나를 노릴 자들 중에서, 이런 식으로 대 놓고 대범하게 나올 정도의 능력을 가진 자는 셋뿐이었다. 하지만 그 중 하나는 지금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고로 남은 자는 둘 뿐.

근데 그 둘은 나 말고도....한 사람 더 노릴 가능성이 컸다. 실제 그들은 그 사람을 금치산자로 만들기도 했었고.

그 사람은 바로....

‘백승렬 회장, 아버지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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