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민영석은 자기보다 한참 어린 김 회장의 담당의에게 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오늘 수술 하신 분이십니다. 그런 분께 대체 무슨 소리를....하아....하여튼 담당의로서 환자분 회복 되실 때까지, 중환자실에 모셔 둘 테니 그런 줄 아십시오.”
“하지만....그분은....”
“압니다. 서진그룹 총수이신 거. 그런데 대기업 회장은 목숨이 2갭니까? 그렇다면 제 말 무시하셔도 좋고요.”
“아, 아닙니다.”
그룹 일이 아무리 중요해도 김명진 회장의 목숨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사흘은 면회도 금지 시킬 테니 그런 줄 아세요.”
“사, 사흘이나요? 그, 그건 좀....”
그룹 내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무려 사흘씩이나 김 회장과 접촉을 못한다는 건 아무래도 문제가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이틀로 하죠.”
“오늘 포함해서 말씀이시죠?”
“하아....”
이미 오후였다. 그러니까 모레에는 김 회장을 보겠다는 민영석의 말에 어이없어하며 그를 쏘아보던 담당의. 하지만 여기는 서진 병원이었고, 서진의료재단의 이사장 위에 있는 존재가, 바로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이었다. 그리고 지금 담당의가 까고 있는 자는, 그 김 회장의 오른팔이자 그룹 2인자로 불리는 비서실장이었고.
원래라면 언감생심 말도 붙여 보지 못할 저 위에 계신 분이었다. 그런 높으신 분에게 자칫 잘못 보였다가, 인생 망칠 수도 있었다.
해서 담당의는 환자들은 평등하다는 지금 자신의 신념을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그 신념이란 것도 결국 그가 의사로서 이 병원에 살아남아 있을 때나 지킬 수 있는 거니까.
“....뭐 그렇게 하세요.”
“그럼 저희 회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의사 선생님.”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정확한 민영석. 그는 적어도 김 회장의 담당의가 자신의 물욕 때문에, 의사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저지르는, 소인배는 아니란 점에 안도하며 김 회장을 중환자실에 두고, 서진그룹 본사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몰라서 비서실 직원은 계속 병원에 둬서, 김 회장의 상태를 계속 지켜 보고 1시간마다 그에게 보고하게 했다.
“그쪽 동향은?”
당연히 민영석으로서는 백준열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감시조를 따로 백준열의 회사인 JYB엔터에 보내 놓은 상태. 그 감시조의 조장이 민영석의 연락을 받고 바로 대답했다.
-지금 JYB엔터인데 정상적으로 출근한 상탭니다.
“좋아. 다시 말하지만, 백준열이 어디로 가는지 절대 놓쳐선 안 돼.”
그의 움직임에 따라서 그가 뭘 하려는지 파악이 가능했다.
민영석은 뒤통수 맞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붙여 놓은 감시조는 너무 허술했고 또 약했다.
다른 자들은 몰라도, 백준열에게 감시란 건 아예 불가능한 일임을 민영석이 알 리 없었다.
또 그게 오히려 민영석이 그토록 싫어하고 두려워했던, 뒤통수 맞는 일의 단초를 제공하게 될 것을 민영석은 이때 알지 못했다.
* * *
우희의 사랑 고백에 은근 기분 좋게 출근길에 오른 백준열.
“저것들은 또 뭐야?”
한데 막 도착한 JYB엔서 본사 사옥. 거기에 뭔 똥파리들이 그를 떡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숨으려면 잘 숨든지 그의 경호팀원들이 봐도 이상해 보이는 작자들이, JYB엔터 본사 주위에 포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10명이나.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오늘도 역시 백준열의 옆에 앉아서 침묵하고 있던 문대식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든지.”
백준열은 딱히 똥파리 처리에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는 저 똥파리들을 누가 붙였는지 대충 짐작하는 눈치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문대식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기에 백준열은 문대식이 저들을 어떻게 처리하든 별로 걱정이 되지 않았다.
지하주차장에서 백준열을 먼저 엘리베이터 태워 올려 보낸 문대식. 그가 바로 JYB엔터 경호실에 전화를 걸었다.
“다들 1층 로비로 내려 와.”
그렇게 자기 밑에 경호팀원들을 전부 호출해 놓고 본인은 지하실 계단을 통해 1층으로 올라간 문대식.
“회사 주위에 쓰레기들이 좀 널려있다. 오늘 하루는 그 쓰레기들 치우는 걸로 시작하도록 하겠다.”
그 말 후 문대식은 그 쓰레기들이 어디 있는지 경호팀원들에게 얘기했고, 경호팀원들은 4-5명이 조를 짜서 쓰레기 치우러 움직였다.
“어어....”
“이, 이거 놔.”
퍽! 퍼퍽! 퍽!
쓰레기 청소는 일제히,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고 치우는데 걸린 시간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경호팀원들의 압도적인 싸움 실력에, 서진그룹에서 붙인 감시조가 맥없이 제압당했고, 줄줄이 JYB엔터 본사 1층의 경호실로 잡혀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이 누군지, 왜 JYB엔터 주위에서 기웃거렸는지 간단한 심문이 있었다.
그 심문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경찰이 와서 그들을 데리고 가는 걸로, 문대식의 쓰레기 청소는 마무리가 됐다. 그리고....
“....네. 좀 전에 경찰에서 와 다 데리고 갔습니다. 네. 예상하신대로 거기였습니다.”
선참후문(先斬後聞), 먼저 처리한 후 대표인 백준열에게 그에 대한 보고를 했다.
* * *
내가 새벽에 몰래 저지른 일탈이 어떤 결과를 불러 왔는지 사실 궁금하긴 했다.
특히 그 일로 충격을 받았을 김명진 회장이 어떻게 됐는지 많이 궁금했다. 하지만 나는 그걸 알아보는 걸 서두르지는 않았다.
‘지금은 자중하는 게 맞아.’
조심해서 알아본다고 해도 어째든 사람을 쓰는 일이었다. 흔적이 남을 테고 그게 누군가에게 빌미가 될 수 있었다. 여기서 그 누군가는 나를 적대시하는 자를 말함이다.
안 그래도 나를 좋아하지 않은 자들이 많은데, 어제 그 일로 그런 자들이 몇 배는 더 늘어났을 거다.
여기서 어제 그 일은, 바로 백 회장이 내게 삼명주식 10%를 양도 한 것이었다.
이는 사실상 내가 삼명그룹 후계자임을 공표한 거고, 그로인해 삼명그룹이 완전 뒤집어졌다는 거 정도는, 내가 굳이 알아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오늘 불청객들이 많이 올 거야. 안전에 특별히 더 신경 쓰도록.”
“네. 알겠습니다.”
내 말에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하는 김 비서. 어째 얼굴에 고민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게 뭔지 바로 물어 볼 수 없었던 나는 일단 대표실 안으로 들어갔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나는 바쁠 예정이었다. 어제는 진짜 역대급으로 바빴다. 근데 오늘은 새벽부터 바빴다. 아마 그 역대급 바쁜 어제를 뛰어 넘을 거 같은 불길한 느낌이 엄습할 때였다.
똑똑똑! 달칵!
노크 소리와 함께 김 비서가 조용히 대표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내가 앉아 있는 책상 쪽으로 쭉 걸어와서는, 내 정면에서 내게 먼저 스케줄표를 주고서 오늘 내 일정을 얘기했다. 그러다 끝에 특이사항에서 한 말이 내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입니다. 그리고 대한국일보 유영규 기자라는 분이 대표님과 인터뷰를 요청해 왔습니다.”
“누구?”
“대한국일보 유영규 기자요. 혹시 아시는 분이신가요?”
“아, 아니. 그건 아니고.”
백준열의 기억에도 유영규라는 기자는 없었다. 당연히 나와도 인연이 없는....
‘근데 이름은 많이 들어 본 거 같은....가, 가만 기자라면....’
이전 삶의 내 기억 속에 유영규라는 기자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었다. 나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지만 그 기자를 내가 기억하는 건....
‘형제의 참변....’
바로 유영규와 그 형이 한달 간격으로 다 죽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둘 다 의문사를 당했는데 그렇게 된 이유를 두고 여러 추측들이 난무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력한 추측 때문에 두 형제의 죽음이 사회 이슈가 되었고.
‘바로 반도체 핵심기술 개발과 연관이 있었거든.’
그러니까 유영규 기자의 형이 개발한 D램 반도체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일본 측과 중국 쪽에서 빼내 가려 한 거다.
그 과정에서 그 기술을 지키려한 유영규 기자의 형이 먼저 의문사 당했고, 기자로 자기 형이 그렇게 된 이유를 파게 된 유영규 기자가, 그 뒤를 이어서 그의 형처럼 의문사를 당하고 만 거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일본 측과 중국 쪽에서 그 기술을 빼내가면서, 그걸 방해하는 두 사람을 은밀히 제거한 거라고 봤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일본과 중국 눈치를 보느라, 그 의문사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미 PC가 대중화 된 상황에서 일본은 그 흐름을 읽지 못해서 값비싼 고성능 D램 제조에만 매달리다가 수익을 개선할 때를 놓쳐버렸다. 그것이 일본 반도체 산업의 쇠퇴를 가져왔고, 지금은 뒤늦게 그걸 만회하려 노력 중이지만,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기업들을 따라잡기에는 요원한 상황.
그런 일본 기업들과 함께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주요 핵심 기술을 빼내는 데 혈안이 된 중국 기업들.
그들로 인해 지금 한국은 보이지 않은 반도체 전쟁이 지금 치열하게 전개 되고 있었다.
그 중심에 삼명전자가 있었고....나는 오늘부로 그 삼명전자의 3대 대주주가 된 상황이지 않은가?
사실 유영규 기자 형의 그 반도체 핵심기술은 삼명전자가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
해서 딱히 그 기술이 내게 필요한 건 아니었는데, 문제는 후일 그 유영규 기자의 형의 것으로 드러난 나노 반도체 기술이었다.
그걸 자신들의 것이냔 떠들었던 중국의 반도체기업이, 후일 유영규 기자 형의 기술을 빼간 것이 들통 나서, 중국이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중국은 오히려 반도체 굴기를 더 강화하면서, 유영규 기자 가족들이 중국 반도체기업에 낸 소송에서, 황당하게도 중국 반도체기업 손을 들어줬다.
그 때문에 다시 한 번 전 세계의 비판을 받았지만, 그들은 그걸 철저히 무시해 버렸고 중국 반도체기업은 승승장구하면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 큰 축으로 발전했다.
“약소국의 비애지.”
“네?”
나의 혼잣말에 그걸 들은 김 비서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아냐. 그냥 해 본 말이야. 유영규 기자 말인데....인터뷰 하겠다고 해.”
내가 유영규 기자를 만나기로 결심한 건, 바로 그런 비극적인 사태가 일어나는 걸 막고, 또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도 제대로 잿물을 뿌리기 위해서였다.
“네?”
내가 순순히 기자와 인터뷰를 하겠다니 두 눈이 동그래진 김 비서. 하긴 백준열은 기자들을 기레기들이라 부르며 경멸했다. 당연히 기자와 인터뷰 갔은 건 시간 낭비라고 여겼고. 그랬던 내가 대한국일보 유영규 기자와는 인터뷰를 하겠다고 하니 김 비서가 놀라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내가 하겠다는 데 어쩌랴.
“대신 오늘은 안 되고 내일이나 모레 쯤 빈 시간에 인터뷰 하러 여기로 오라고 해.”
왜 나와 인터뷰를 하려는지 모르지만, 내가 인터뷰 하는 모습을 외부에 드러내는 건 아무래도 문제가 될 거 같았다. 왜냐하면 오늘부터 나는 삼명그룹 후계자니까. 안 그래도 그 때문에 삼명그룹 비서실에서 벌써 오더가 와 있었다. 일종에 삼명그룹 후계자로서의 몸가짐이랄까?
“하아....귀찮게....”
이동훈 실장에게 그걸 지키기로 했기에, 나는 삼명그룹의 지원을 약속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 귀찮더라도 그 후계자로서 지켜야 할 건 지켜 줘야했다.
‘인터뷰 같은 걸 하게 되면 미리 알려주라고 했던가?’
하지만 이곳에서 유영규 기자와 인텨뷰를 하게 되면 상관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를 내 충견으로 만들 생각이거든. 그래야 그 형과 관련 된 문제를 해결하기도 수월할 테고 말이다.
“네. 그럼 그렇게 스케줄 잡도록 하겠습니다.”
김 비서는 나와 할 얘기가 다 끝나자, 칼 같이 뒤돌아서 대표실을 나갔다.
“뭔 일이 있기는 한 거 같은데....”
그런 그녀를 보고 내가 의뭉스러워 할 때였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내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모르는 번호였다. 근데 느낌이 별로였다. 해서 나는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
* * *
삼명생명 부대표실. 그곳 주인인 백준호가 자기 비서의 핸드폰으로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가 건 전화를 상대가 받지 않는 듯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백준열. 이 개새끼가....”
생각 같아서는 들고 있는 핸드폰을 집어 던져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핸드폰 주인이 따로 있는데 그럴 수야 없지.
“에이씨....가져 가.”
백준호는 비서의 핸드폰을 비서에게 던져주고는, 더는 말도 하기 싫은 듯 손짓으로 비서에게 나가라고 했다. 자기 핸드폰을 챙긴 비서는 눈치껏 알아서 부대표실을 나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기 핸드폰으로 어딘가 전화를 거는 백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