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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장미연은 주현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주현기는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보나마나 며칠 있다가 집에 와서, 또 낚시하러 섬에 들어갔다고 핑계를 대겠지.
“들어오기만 해 봐라.”
장미연은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때 그녀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현수씨?”
바로 장미연의 내연남인 김현수의 전화였다. 근데 갑자기 여기서 유부녀인 장미연의 애인이 왜 나오냐고?
그거야 장미연이 그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살아오고 있었으니까.
사실 장미연이 계속 시험관 시술에 실패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건 그녀가 남편 주현기 말고 지속적으로 다른 남자를 몰래몰래 만나왔고, 그때마다 피임약을 수시로 복용했기 때문이었다. 피임도구 역시 무분별하게 사용했고. 그러니까 그녀의 난잡한 성관계로 인해서, 아무리 시험관 시술을 한다 한들 제대로 임신이 될 리 없었던 것이다.
근데도 장미연이 뻔뻔스럽게 지금처럼 남편 탓을 하는 건, 그녀가 천성적으로 못 되 처먹은 악녀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의 기본적인 연예관이 바로 내로남불, 즉 자신이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었고, 그건 그녀 인생관에도 그대로 반영이 됐다.
니 껀 내 꺼고 내 껀 내 꺼고 말이다. 천생 적으로 그녀는 오로지 자기 밖에 몰랐다.
남의 아픔과 고통? 그런 건 관심도 없었고,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 독심을 품고 있었기에 김현수와 같이 공모해서, 그의 아내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김현수는 어떤가? 그 인간도 마찬가지였다.
인면수심, 즉 얼굴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마음은 짐승과 같은 게 바로 김현수라는 인간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그와 결혼한 박재숙이 사실 제대로 똥 밟고, 인생 망쳐 먹은 거라 볼 수 있었다.
“지금? 알았어. 거기로 갈게요.”
안 그래도 기분 꿀꿀했던 장미연. 그녀는 내연남인 김현수를 만나러 화장대 앞에 앉았다.
그리곤 그를 위해서 예쁘게 화장을 했다.
“랄라라라라....”
애인을 만날 생각에 입에서 절로 허밍소리가 흘러나왔다.
또 남편 주현기와의 뜨거운 밤을 위해, 특별히 사 놓은 섹시한 속옷으로 갈아입고, 그녀의 늘씬한 두 다리가 돋보이는 미니스커트를 입었다.
한 번 낚시가면 짧아도 이틀은 집에 들어오지 않는 주현기였다. 길게는 보름까지도 낚시에 빠져 있는 인간이니까, 오늘은 안심하고 외박을 해도 됐다.
“하아앙....”
벌써부터 내연남과 그짓 할 생각에 흥분이 되는 장미연이었다. 그녀는 주현기가 선물한 명품 백을 당당히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삐빅!
주현기를 졸라 구입한 럭셔리한 외제 차에 오른 그녀가 막 시동을 걸려고 시선을 살짝 밑으로 내렸을 때였다.
푹!
그녀 뒤에서 튀어나온 손에 들린 주사기가 그녀 옆 목에 꽂혔다.
“아아....”
주사액이 주입되는 찌릿한 느낌과 함께 바로 의식의 끈을 놓고, 운전석에 몸을 축 늘어트리는 장미연.
그때 그녀의 차 뒷좌석 문이 열리고, 웬 훤칠한 외국인 남자 한 명이 내렸다.
그 외국인은 곧장 운전석 문을 열고, 그 안에 의식을 잃은 장미연을 안아서 차 밖으로 끌어 낸 다음, 그가 내리면서 열어 놓은 뒷좌석에 그녀를 눕혀 태웠다. 그리곤 자신이 그녀 대신 운전석을 차지하고는, 시동을 걸고 그 차를 몰아 어딘가로 쭉 달려갔다.
* * *
얼굴과 몸매는 비록 별로였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그를 위하고 챙겨 주었던, 전 와이프 박재숙.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었다. 비록 그년의 꾐에 넘어가서 저지른 사고?였지만, 자신이 박재숙을 죽이는데 일조 한 건 사실이었다.
해서 기분 우울해진 그는 현 와이프이자 전 와이프를 죽이자고 했던 그년, 장미연이 시험관 시술 결과를 보러 병원에 간 사이에, 서둘러 낚시장비를 챙겨서 인천으로 날랐다.
“룰루루루....”
주현기는 낚시를 할 때와 골프 칠 때가 제일 좋았다. 박재숙 덕분에 건물주가 된 그는 그냥 놀고 살아도, 한 달에 1억이나 되는 돈이 그의 통장에 꼬박꼬박 꽂혔다. 건물 임대 수입만 그 정도 된 것이다.
그 돈으로 하고 싶은 거 다하고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면서, 그야말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중인 주현기.
그런 그에게 지금 와이프인 장미연 말고, 딴 여자가 있는 건 당연했다. 그것도 한 둘이 아니라 무려 다섯이나....
그 중에 오수미라고 인천에 사는 골 빈년이 하나 있었는데, 이번 낚시에 주현기는 그 여자를 데리고 섬에 들어 갈 생각이었다.
괜히 낚시 가서도 전 와이프가 생각나면, 그때 오수미를 상대로 자신의 욕구를 풀 생각이었던 것.
평소 성적 취향이 가학적 성향이었던 주현기. 그래서 빠구리를 해도 변태적인 방법을 즐겼는데, 오수미가 바로 그런 그의 성향을 비교적 잘 충족시켜 주었다. 물론 그 대가로 백화점 명품관에 데리고 가야했지만.
어차피 주현기에게 몇 백만 원의 돈은 푼돈에 불과했다. 그걸로 자신의 성적 취향을 만족시킨다면, 그 정도는 전혀 아깝지 않는 돈이었다.
“다 왔다.”
오수미가 사는 인천 계양구청 근처의 한 오피스텔 건물. 그는 거기 도착하자마자 바로 오수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오빠.
“다 왔어. 나와라.”
-넹. 바로 나갈게요.
오수미가 나올 때까지 차에서 기다리던 주현기. 그때였다. 경찰이 그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더니 차창을 두드렸다.
“뭐야? C발....”
자기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건만, 괜히 경찰이 오자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살짝 날 선 반응을 보이는 주현기. 하지만 별 수 있나? 경찰이 열라는 데 열어야지. 주현기가 잠시 머뭇거리다 차창을 내렸을 때였다. 경찰이 그를 보고 말했다.
“여기 곧 소방훈련이 있을 예정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차를 좀 딴 곳으로 이동 주차해 주십시오.”
조금만 있으면 오수미가 나올 텐데 차를 빼라니?
“저기 5분, 아니 3분만 있으면 안 될까요? 오피스텔에서 사람만 나오면 바로 태우고 갈 거라서요.”
“으음. 그래요?”
주현기의 말에 경찰이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뭐 그 정도는 괜찮겠네요. 협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고. 뭘. 이 정도야 협조 해야죠.”
어쨌던 차 안 빼도 된다는 사실에 주현기는 기뻐하며 경찰을 경례에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시선을 내려서 차창을 도로 닫으려 할 때였다.
쑤욱!
갑자기 경찰의 차창 밖에서 손을 뻗었고, 그 손이 주현기의 입을 틀어막았다.
“우웁....”
주현기는 당연히 쉬던 숨을 그대로 쉬었고, 그때 그의 코에 소독 냄새 같은 게 났다. 한데 그걸 느낀 순간 눈앞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의식을 잃어버렸다.
그러자 차 밖의 경찰이 운전석 문을 열었고, 기절한 주현기를 차 밖으로 끌어내서 뒷좌석으로 옮겨 실은 다음, 자신이 운전석에 올라서 차를 몰고 사라졌다.
“어? 어디 갔지?”
분명 오피스텔을 나오기 전에, 창문에서 주현기가 여기 차를 대고 있는 걸 보고 내려 온 오수미였다. 그런데 막상 내려 와 보니 있어야 할 그의 차가 없었다.
오수미를 오피스텔 주위를 살피면서 주현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는 가는데 주현기는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주위를 아무리 뒤져도 그가 탄 차는 보이지 않았다.
“하아....개호로새끼가....”
결국 주현기를 찾는 걸 포기한 오수미는 그를 실컷 욕하며, 도로 자기 오피스텔로 들어가 버렸다.
* * *
한 가정을 이루고 잘 먹고 잘 살고 있었던 부부. 그들은 비록 슬하에 자식은 두지 못했지만 그래도 둘은 나름 행복했다.
왜냐하면 둘의 성향이 워낙 비슷하다보니, 크게 싸울 일이 없었던 것.
거기다 둘은 엄청난 비밀을 서로 공유하고 있었다. 그 비밀이 탄로 나면 둘의 인생도 바로 끝장 나버릴 거라, 둘은 늘 서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자잘한 불만이 있어도 그걸 말하지 못했고, 그게 둘의 관계는 멀어지게 만들어도, 형식적인 부부로 사는 데 있어서는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그들 부부가 오늘 한꺼번에 납치를 당하는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비릿한 바다향이 강하게 나는 게, 그들은 지금 인천부두에 있는 비어 있는 창고 중 한 곳인 거 같았다.
“우욱....”
“읍읍....”
사지가 결박 되고 입이 틀어 막힌 채 정신을 차린 그들 부부는, 서로를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납치를 해도 부부 중 한 사람을 납치해야지, 둘 다 납치해 버리면 돈은 어떻게 받아 챙긴단 말인가?
그들 부부가 그렇게 의아해 할 때, 그들 앞에 납치범들이 나타났다. 두 명의 남자였는데 한 명은 놀랍게도 외국인이었다. 그 옆에 한국인 남자가 그들 부부를 보고 말했다.
“너희들 작당해서 박재숙을 죽인 거 다 알아.”
그 남자의 입에서 박재숙의 이름이 거론 되자 부부, 주현기와 장미연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잠시 후 납치범 중 한국인이 부부의 입을 막고 있던 재갈을 풀었다. 그러자 둘은 살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다.
“내, 내가 죽이지 않았소. 다 저년이 한 일이요.”
“뭐? 이게 어디서 덤터기를 씌우려고. 네가 죽였잖아. 네 와이프 박재숙의 목을 졸라서....”
“닥쳐! 네가 그러라고 했잖아. 아니었으면 나도 내 손으로 아내를 죽이지 않았어.”
“지랄하네. 좋다고 죽여 놓고....그 자리에서 낄낄거리며 나 엎드리게 하고 뒤치기 한 거 생각 안나?”
목불인견(目不忍見), 그러니까 눈으로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거나 안타까운 모습을 가리킬 때 쓰는 표현인데, 부부는 신기하게도 서로 말로 상대를 헐뜯으면서 그런 모습을 연출 해 내고 있었다.
납치범들 중 외국인은 말을 못 알아들어서 괜찮은지 몰라도, 한국인은 그 모습을 보고 들으면서 기가 차 하다가, 잠깐 창고 밖으로 나가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 온 그 한국인 납치범이 동료 외국인 납치범에게 한국말로 말했다.
“죽여.”
“....”
순간 창고 안에 싸한 정적이 감돌았다. 그리고 살기등등한 외국인이 부부가 맞나 싶게 원수처럼 악을 쓰며 싸워대던 부부에게 다가가자, 그들 부부가 기겁하며 떠벌렸다.
“제, 제발 살려주시오.”
“시, 시키는 거 뭐든 다 할 테니, 제발 목숨만....난 이대로 못 죽어.”
“돈을 주겠소. 10억? 100억?”
“나 어때요? 벗으면 더 섹시 한데....”
살기 위해서 남편은 돈을, 아내는 자기 몸으로 어필을 했다. 하지만 매정하게 그들 부부의 입부터 다시 틀어막은 외국인 납치범. 그는 작은 금속 상자 속에서 주사기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부부에게 공평하게 그 주사기에 든 주사액을 반반씩 주사했다.
그러자 시끄럽던 창고 안이 이내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그 고요함을 깨며 외국인 납치범이 말했다.
“철수. 니가 여자 들어.”
“알았어.”
잠시 후 부부를 납치했던 납치범들, 철수와 세르게이가 아직 식지도 않고 뜨끈뜨끈한 부부의 시신을 챙겨들고 차로 옮겼고, 그 차는 근처 선착장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대기 중인 통통배에 부부의 시신을 다시 옮겨 실은 두 사람은, 그 통통배를 타고 인천 바다를 가르고 선재도 가까이까지 가서 거기 바다 속에, 꽁꽁 밧줄로 묶은 부부의 시신에 묵직한 바벨을 매달아서 같이 던졌다.
풍덩!
살짝 포말이 일면서 부부의 시신이 바다 깊숙이 사라지는 걸, 쭉 지켜보던 철수와 세르게이.
“됐지?”
“어. 가자.”
이내 그들을 태운 통통배가 다시 인천 연안부두로 되돌아갔다.
* * *
이성근이라는 조폭 두목 녀석을 통해서, 이미숙이 어디 납치 되어 있는지 알아낸, 서진그룹 경호팀장 박경철. 그는 경호팀원들을 데리고 지금 이미숙이 납치 되어 있는, 용산의 전자상가 사거리로 향했다.
“서둘러.”
신호와 속도는 무시한 채 서진그룹 경호팀원들이 탄 차량들이 용산 상가로 질주했고, 드디어 이미숙이 잡혀 있다는 용성빌딩에 도착했다.
“여기 10층에 태진 캐피탈이라고, 거기에 이 여사님이 계신다. 무엇보다 여사님의 안전이 최우선이니, 그 점 염두에 두고 움직이도록.”
팀장인 박경철의 말을 듣고나서 서진그룹 경호팀원들이 우르르 10층으로 올라갔다. 만약을 위해 4명의 경호팀원들은 계단으로 올라가고, 나머지 12명의 경호팀원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향했다.
당연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먼저 10층에 도착한 경호팀원들이, 태진 캐피탈 간판이 붙은 사무실로 쳐들어갔다.
“뭐꼬?”
“제압해!”
“적이다. 조져! 으아악!”
이내 그 사무실 안에서 난투극이 벌어졌다. 캐피탈 사무실 안에는 청량리파 조폭들 7명이 있었는데, 압도적인 싸움 실력의 경호팀원들에게 금세 제압당해서 무릎 꿇려졌다.
“똑바로 꿇어! 너희는 어서 여사님 찾고.”
“네!”
그 뒤 경호팀원들이 샅샅이 캐피탈 사무실을 뒤져서 이미숙을 찾아내려했다. 하지만 그곳 태진 캐피탈 사무실에 이미숙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