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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481화 (47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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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나의 견신 시스템의 「만능 오프너」아이템은, 내 눈에 보이는 문은 전부 열수 있는 능력이었다.

철컹!

내가 견고해 보이는 철제 대문에 손을 대자, 잠겨 있던 그 문이 알아서 열렸다. 나는 그저 그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됐다.

누가 재벌가의 별장 아니랄까? 별장 마당은 널찍했고 온갖 조경수들과 융단 같은 금잔디가 바닥에 융단처럼 깔려 있었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조형물들이 마당 주위에 배치되어 있었다. 내가 여기 구경 온 것도 아니고, 굳이 그런 것들을 관심 깊게 쳐다 볼 시간도 사실 없었다.

해서 마당을 가로지르는 디딤돌을 딛고 곧장 별장 건물로 다가갔다.

그곳에도 역시나 내 발걸음을 막아 세우는 현관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디지털 도어 록에 그 주위로 이쪽을 가리키고 있는 CCTV카메라가 대체 몇 대인가?

하지만 그 카메라들의 공통점은, 그 기기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줄 전기가 공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철수라는 처리자가 알아서 CCTV카메라의 작동을 멈춰 놓게 만든 듯 보였다.

뭐 그들이 하려는 일을 하려면, 제 3의 눈이 그들을 지켜보는 것부터 차단할 필요성이 들었겠지.

나야 내가 시킨 일을 밑에 사람들이 한 걸, 일일이 다 챙겨 볼 수는 없는 노릇.

그저 그들이 고생해서 해 놓은 일에 대해 지금처럼 좋게 평가하고, 적절하게 그 대가를 지불하기만 하면 됐다.

디리리릭! 철컥!

현관문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내가 손잡이를 잡자 알아서 현관문의 잠김 장치가 풀렸다. 나는 그 문을 열고 별장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 지하실은 건물 외부에서도 진입해 들어 갈 수 있게 만든다.

화재 시 피난통로로 쓰기 위해서. 하지만 이 별장은 그게 없다. 당연히 건축허가가 나지 않아야 맞는데, 이렇게 버젓이 별장이 지어져 있다는 건....

“허가를 받고 나서 건물을 지은 다음....외부에서 지하실로 들어가는 입구를 막아버렸다는 얘기지.”

즉 이 별장 지하실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건물 안으로 들어와야 했다.

그리고 건물 안에는 경비원들과 함께, CCTV카메라들이 곳곳에 설치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별장 안에는 경비원들은 물론이고, 제대로 작동 되는 CCTV카메라는 하나도 없었다. 그런게 있다면 여전히 개 특성을 발휘 중인 내게 바로 감지가 되었겠지.

나는 현관에서부터 거실을 쭉 가로질러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쪽으로 움직였다.

그 계단 아래 쪽에 내 예상대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그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자....

“와아....”

딱 봐도 엄청 두꺼워 보이는, 거의 금고 문에 버금갈 정도의 강철문이 지하실 입구를 막고 있었다. 하지만....

비리리리릭! 철컹! 촤르르! 척! 척! 척!

대체 얼마나 많은 잠금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는 건지, 강철문이 열리기까지만 족히 10초가 좀 넘게 걸렸다.

어째든 그 강철문까지 간단히 열고 지하실로 들어갔는데, 거기 통로부터 시작해서 격자문을 비롯해서 지문과 홍채 인식으로만 열리는 최첨단 문들이 줄줄이 나왔다.

한마디로 지하실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금고였다. 그 문들까지 다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널찍한 공간이 나왔고....

“허얼....”

거기에 작은 전시장이 오픈 되어 있었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미술품과 우표, 화폐, 책, 골동품등이 박물관 못지않은 디스플레이로 전시 되어 있었다.

“우와아....이거 진짜 컬렉션이네.”

정확히는 김명진 컬렉션이라고 불러야겠지. 내 입에서 거듭 감탄사가 튀어나오게 만들 정도로, 이곳 지하실에 있는 것들은 대단했다.

한데 개중에는 도굴과 밀수로 구한 거 같은 국보급 유물들도 보였다.

국내 유물이야 그렇다쳐도, 해외유물의 경우는 자칫 외교적인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도 있었던 것.

그 만큼 김명진 회장의 수집 욕심이 거의 광적이라고 봐도 될 거 같았다.

“이것들이 죄 불타서 사라졌다는 얘기를 들으면....”

김명진 회장 뒷목 잡고 쓰러질 거 같았다. 아니 쓰러질 게 확실했다. 그 양반 성질머리로 봤을 때....

“그렇게만 된다면야....”

나로서는 정말 귀찮은 일 하나가 해결 되니 좋은 일이었다. 단지 그렇게 쓰러져서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를, 김명진 회장에게는 심히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 * *

청평에 있는 재벌가 별장에 도착한 철수와 세르게이.

“여기 있다가 내가 문 열어 주면 들어와.”

그 말 후 자신에게 필요한 장비를 다 챙긴 세르게이가 차에서 내렸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10분 정도 뒤였다.

철컹!

육중한 별장 철제 대문이 안에서 열렸다. 세르게이가 열어 준 거라 여긴 철수는, 곧장 열린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별장 건물의 현관문이 열리며 세르게이가 밖으로 나왔다.

“운이 좋았어. 안에 다섯 밖에 없더라고.”

마치 별거 아닌 거처럼 얘기하는 세르게이. 그가 그 새 별장 건물 안까지 들어가서 그 안에 있던 경비원들을 다 제압한 것이다.

“빨리 들어 와.”

그런 그가 철수를 데리고 건물 안 경비시스템의 통제실로 들어갔다. 이미 경비시스템은 먹통 상태였다. 살펴보니 세르게이가 거기다 총질을 해 놨다. 자동제어시스템이 딱 봐도 골치 아파 보이자 무식하게 손을 쓴 것이다.

“에휴....”

딱 봐도 경비시스템이 완전 아작 나 있었다. 하지만 비상전원시스템과 함께 CCTV카메라는 경비시스템이 망가져도 계속 작동이 되게 되어 있었다.

즉 수동으로 끄지 않으면 여기 별장이 CCTV카메라는 계속 작동되게끔 되어 있었던 것. 해서 두 사람은 별장의 모든 CCTV카메라를 꺼버린 뒤, 세르게이가 제압한 경비원들에게로 향했다.

“우우웁....”

세르게이가 그들 사지와 함께 입까지 테이프로 잘 막아 놨다. 그런 그들을 두 사람이 하나 씩 들쳐 메고 별장 뒤쪽 공터로 향했다. 근데 거기 한 가운데 떡하니 컨테이너가 있었다.

“설마?”

그걸 또 언제 봤는지 세르게이의 눈썰미에 감탄을 하면서, 철수는 두 명의 경비원을 컨테이너로 옮겼다.

그 사이 체력적으로 철수보다 월등히 뛰어난 세르게이는, 세 명의 경비원을 컨테이너로 옮겨 놓고 용접기까지 챙겨왔다.

치찌지직! 치찌직!

그리고 용접기로 컨테이너 문을 아예 용접해 버렸다. 그러니까 컨테이너에 갇힌 다섯 명의 경비원들은 완전 밀폐된 공간에 갇힌 셈이었다. 즉 누군가 나타나서 그들을 구해주지 않는 한 그들이 그곳에서 빠져 나올 수 없게 된 거다.

“몇 시야?”

용접 후 세르게이가 철수에게 물었다.

“3시 50분.”

철수의 대답에 세르게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철수. 철수.”

“뭐?”

“철수야. 철수하자고. 요즘 줄임말이 유행인데 너는 그것도 모르냐?”

세르게이의 농담에 철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철수도 요즘 신조어 줄임말이 유행인 건 알았다. 하지만 그것도 때와 장소에 있는 법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 자기 이름 가지고 장난치는 세르게이가 철수는 기가 찰 따름이었다.

그래도 눈치 하나는 귀신 같이 빠른 세르게이. 철수가 뭐라 잔소리를 할 거 같아보이자 먼저 휑하니 앞서 걸었다. 그런 그의 뒤를 철수는 따라 갈 수밖에 없었고.

이내 차로 돌아간 그들은 올 때처럼 조용히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고 5분쯤 뒤에, 백준열이 모는 차가 그곳에 나타났다.

* * *

“이런....”

김명진 컬렉션에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날이 밝기 전에 내 눈앞의 보물들을 다 챙기고 별장을 불태우려면 시간이 많지 않았다.

나는 견신 시스템에게 상태창을 띄워 달라고 했다. 그러자 내 눈앞에 상태창이 떴고, 거기 인벤토리에서 개톤백을 꺼냈다. 그리고 전시 되어 있는 컬렉션을 죄다 개톤백의 아공간 속에 던져 넣었다.

파손이 우려 되는 귀중품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아공간 안에 들어간 물건은 절대 손상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내 손길은 거침이 없었다.

“후아....”

그렇게 정신없이 지하실 컬렉션들을 다 개톤백에 넣고 나니 온몸이 땀에 절었다.

바로 시간을 확인하니 4시 30분. 곧바로 위로 올라가서 별장의 창고로 향했다. 거기서 휘발유 냄새를 맡았기 때문에.

이곳 별장 특징인지 창고문도 잠겨 있었다. 하지만 내가 손잡이를 잡자 알아서 창고문이 열렸다. 창고 안으로 들어간 나는 휘발유 두 통을 들고 나와서 별장 안 구석구석 뿌렸다.

그 다음 다시 창고로 가서 휘발유 두 통을 더 챙겨 들고 지하실로 향했다. 그렇게 지하실까지 휘발유로 세례를 충분히 뿌려 준 뒤 불을 질렀다.

화르르르! 활활활활!

“잘 탄다.”

휘발유 덕분에 별장은 순식간에 화마에 휩싸였다. 나는 그 불구경을 하면서 차를 몰아서 유유히 그곳을 벗어났다.

그렇게 내가 모는 차가 청평을 막 벗어났을 때, 소방차와 경찰차들이 청평으로 우르르 달려가는 게 보였다.

내 불장난으로 인해 인근 소방서와 경찰서가 난리가 난 거 같아서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김명진 회장이 자신의 소중한 컬렉션들이 죄다 불타 사라져 버린 걸 알고는, 대노해서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내 입 꼬리가 자꾸 실룩거리다가 결국 웃음이 입밖으로 터져 나왔다.

“푸하하하하....”

어차피 오늘부터 서진그룹과 본격적인 싸움이 예고되어 있었다. 한데 그 서진그룹의 수장인 김명진 회장이 쓰러져서 병원 신세라면, 이건 그냥 이긴 싸움이었다. 그러니까 나로서는 손도 대지 않고 코풀 수 있는 상황이랄까?

역시나 새벽이라 차는 막히지 않았고, 5시 30분쯤에 크리스탈 호텔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25층으로 올라갔다.

VVIP룸에 우희는 내가 나올 때 봤던 모습 그대로 잘 자고 있었다.

그때 아래층의 이미숙이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견신 시스템의 개 특성인 *냄새를 잘 맡습니다.*와 *소리가 잘 들립니다.*가 그렇다고 알려주는 걸 난들 어쩌랴.

그러니까 이미숙의 냄새와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그녀가 여기로 오고 있다는 걸 알게 했던 것이다.

“뭐지?”

나는 분명히 그녀에게 자기 방으로 가서 자라고 지시했었다.

“아아....”

근데 또 생각해 보니 그녀는 내 말대로 자기 방에 가서 잤다. 그런데 자고 이 시간에 일어난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이미숙은 자고 일어난 뒤, 뭘 해야 할지 내게 물으려고 여기로 오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우희가 깨지 않게 조용히 그녀가 자고 있는 방을 나왔고, 이미숙이 초인종을 누르기 전에 먼저 객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문 밖의 이미숙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내게 물었다.

“백 대표님. 저 이제 뭐할까요?”

역시 내 예상대로다. 그런데 이미숙의 옷차림이 화근이었다. 오려면 제대로 옷을 갖춰 입고 와야지. 란제리 차림에 위에 실크 가운 한 장 걸친 차림이었다.

이미숙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나이였다. 하지만 나뿐 아니라 누가봐도 이미숙은 30대 중반 정도 나이로 보였다. 그만큼 그녀가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 온 것이다.

백준열의 기억에 따르면 김명진 회장은 젊은 애첩들이 많지만,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꼭 이미숙을 찾아가서,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이 왜 그랬겠는가?

‘그야 이미숙이....그걸 잘 하니까 그렇겠지.’

그 생각과 함께 내 가운데 다리로 빠르게 피가 쏠렸다.

* * *

일단 이미숙을 VVIP룸 안으로 들일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 우희라도 깨면....

해서 내가 그냥 VVIP룸을 나섰다. 방은 여기 말고 하나 더 있었으니까. 바로 아래층에 있는 이미숙이 투숙 중인 객실 말이다.

“밑으로 내려갑시다.”

“네.”

이미숙은 내가 뭘 해도 좋단다. 그런 그녀를 데리고 당연히 계단실을 통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다행이라면 그녀가 묵고 있는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24층에 복도로 나온 손님이 없었다는 점.

“앉아요.”

이 방 주인은 이미숙인데 내가 주인 행세다.

뭐 그녀에게 걸려 있는 「개목걸이」아이템의 효과가 계속 되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내 말에 이미숙이 걸치고 있던 거추장스런 가운을 벗고서 내 옆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그러자 내 눈에 훤히 보이는 그녀의 가지런히 모인 늘씬한 두 다리. 그리고 귀 뒤로 넘긴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따라, 시선이 내려가다 보면 드러나는 그녀의 하얀 목....

‘어라? 저건....’

어제 이미숙이 납치 되면서 묻은 목에 얼룩이 그대로였다. 그러니까 이미숙은 어제 내 지시에 여기 내려와서 바로 잔거다. 씻지도 않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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