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479화 (47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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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그러자 뒷걸음치는 김명철에게 훅하니 들어오는 백준열의 라이트 바디 블로우!

퍼억!

제법 묵직한 타격 음이 울리고 비틀거리는 김명철. 백준열은 득달같이 김명철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걸 기다렸다는 듯 김명철의 주먹이 날카롭게 뻗어 나왔다.

부우웅!

순간 풀백(하체는 놔두고 상체를 뒤로 빼서 상대의 공격을 피하는 기술)으로 김명철의 레프트 훅을 피한 백준열, 그가 재차 가드를 올리고는 김명철에게 파고 들어갔다. 그때 가드 사이로 백준열의 두 눈이 번뜩거리는 걸 김명철은 알지 못했다.

팍! 파악! 퍽! 퍽!

백준열은 절묘한 패링(상대의 공격 궤도를 쳐내서 빗나가게 하는 방어)과 클린치를 사용해서

김명철의 반격을 적절히 방어해 내면서, 재 반격을 가했다.

퍽!

그의 주먹이 김명철 왼쪽 옆구리를 강타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크윽!”

순간 김명철의 가드가 내려오는 걸 본 백준열. 그가 잽싸게 라이트 어퍼컷을 날렸다.

뻐억!

정타로 제대로 들어간 주먹. 백준열은 어퍼컷에 그치지 않고 좌우로 훅을 날렸다.

퍽! 뻐억!

백준열의 주먹은 김명철의 턱에 한 방, 그리고 다른 한 방이 관자노리에 정확히 꽂혔다. 정석적인 콤비네이션(Combination)펀치가 작렬한 것이다.

권투에서 콤비네이션이 있는 이유는, 첫째로 상대방에게 제대로 타격을 더 주기 위해 여러 번 공격하는 것과, 둘째로 정확하게 치기 위해 먼저 펀치를 내질러 거리를 가늠하는 것, 셋째로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번 쳐 상대방의 빈틈을 노리기 위해서다.

지금 콤비네이션은 그 첫 번째로, 제대로 충격을 받은 김명철의 입에서 피가 섞인 타액이 튀어나오면서, 다리를 휘청거렸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스슥! 휙!

백준열이 날카롭게 김명철의 움직임을 살피다가 라이트 훅을 날렸다.

뻑!

그러자 김명철 머리가 크게 흔들리더니, 그대로 그 자리에서 허물어졌다.

털썩!

기절한 김명철이 호텔 복도 바닥에 드러눕자, 그제야 백준열도 양손을 눈높이로 올리고, 뒷손은 오른쪽 뺨에 붙이고 있던, 베이직 가드(basic guard, 기본자세)를 풀었다.

“휴우....힘든 상대였다.”

백준열은 링에 쓰러져 있는 김명철을 보고 그렇게 중얼거린 뒤, 그에게 당해 복도에 뻗어 있는 7명의 남자들을 하나씩 들어다가, 이미숙이 묵고 있던 2402호실로 옮겼다.

그때 문대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 * *

이미숙을 납치하려던 자들을 다 제압하고, 그들을 이미숙의 방에 다 옮기고 나서 걸려온 문대식의 전화.

“어.”

내가 그 전화를 받자 문대식이 바로 말했다.

-어딥니까?

그 말의 뉘앙스가 어째 그가 여기 와 있는 거 같았다. 해서 나도 지금 여기가 어딘지 문대식에게 바로 말했다.

“2402호.”

-네? 거긴 왜 가신 건데요?

“그럴 일이 좀 있어. 넌 지금 25층이지?”

-네. 지금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문대식이 경호팀원 두 명과 같이 2402호실에 나타났다.

“이게....뭡니까?”

문대식은 2402호실에 널브러져 있는 7명의 남자들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이 방주인을 납치하려하기에....내가 다 제압했어.”

나는 사실대로 말하고 뒤처리를 문대식에게 떠넘겼다. 그리곤 위층으로 도로 올라갔다.

그때 VVIP룸에 들어가자마자,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울려왔다.

-디링! 납치 될 뻔한 애견 세바스찬의 엄마 이미숙씨를 구했습니다. 개지수 1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그리고 앞서 지급이 되지 않았던 미지급 개지수 20포인트도 지금 같이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개지수 지급이 미뤄진 점 거듭 사과드립니다.

견신 시스템이 무슨 일인지 상당히 저자세로 나왔다. 아무래도 견신에게 한소리 들은 모양이었다. 그에 대해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다. 당장 내 눈앞에 뜬 상태창 확인하기도 바쁜 마당이니까.

이름: 백준열(Lv11)]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3Up), 「개좆」(4Up)], 「개목걸이」(3Up), 「개코」(3Up), 「개방울」(3Up), 「개 알약」(일,역 3Up-1일 15회, 외상과 일부 내상(체내 2기 종양, 선천질환, 1일 2회) 한정), 「개불알」(4UP)

[보유 스킬(중 하나 역 스킬 화 가능): 「말하는 개」(일,3Up), 「충견」(일,4Up), 「개 끗발」(역,3Up), 「개호구」(역,3Up), 「만능 오프너」(일,3Up-모든 문(보이는 문에 한정)), 「개멋져」(일,3Up), 「개 짖는 소리」(일,역, 4Up)

[인벤토리: 개톤백(In), 역 아이템 1회 이용권(3장), 역 스킬 1회 이용권(4장), 「1회용 개 물약-종양치료제」(3개)

[특성: 개(5차UP진행 중)]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친화력이 뛰어납니다.*

[개지수: 20]

일단 레벨업이 이뤄졌다. LV10에서 LV11로.

개지수는 정확히 30포인트를 지급 받았고, 그 중 10포인트로 레벨업을 했고 나머지 잔여 20포인트는 개지수 항목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견신 시스템이 약속한, 역 아이템 1회 이용권과 역 스킬 1회 이용권을 각 1장씩, 「1회용 개 물약-종양치료제」도 하나 더 획득했다.

그 다음 레벨업의 효과로 보유 아이템 중 「개좆」 아이템과 「개불알」 아이템이 3UP에서 4UP으로 업그레이드가 됐다.

아무래도 내가 그 두 아이템을 워낙 많이 쓰다 보니, 다른 아이템에 비해서 업그레이드도 빨리 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보유 스킬 중에서도 레벨업의 영향으로 업그레이드가 된 스킬이 있었다.

바로 「충견」스킬과 「개 짖는 소리」스킬이었다. 「충견」스킬은 평소에도 내가 많이 썼고 「개 짖는 소리」스킬은 앞으로 내가 많이 쓸 거 같은 스킬이었는데, 용케도 그걸 알고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나로서는 딱히 나쁘지 않은 레벨업의 결과였다. 그 말은 뭐 또 그렇게 좋아할 정도 까지는 아니라는 소리.

나는 눈앞에 뜬 상태창의 확인이 끝나자, 바로 지우고 이미숙이 잠들어 있는 VVIP룸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 * *

이때까지 나는 이미숙이 누군지 몰랐다. 근데 기절해 있는 그녀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어디서 본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당연히 이전 삶에서 나는 이미숙을 본적도 만난적도 없었다. 그렇다는 건 백준열이 아는 여자 라는 건데....

“젠장맞을 기억....”

백준열이 내게 여전히 개방하지 않은 채, 장막을 치고 있는 기억 속에 이미숙이라는 여자도 있는 게 분명했다.

“아으음....”

그때였다. 기절해 있던 이미숙의 의식이 돌아왔다.

“아아....머리야.”

그녀는 두통이 심한지 눈을 뜨는 거 보다 머리에 먼저 손이 올라갔다. 그러다 감고 있던 눈을 떴고, 나와 딱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랐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다른 반응은 전혀 없이 일단 상체를 일으켜 앉는 이미숙. 그리곤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는 내 방이 아니네요? 혹시 백 대표님이 저를 여기로 납치해 온 건가요?”

너무도 담담한 이미숙의 말에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녀 말대로 내가 그녀를 여기로 납치해 온 게 맞다면, 과연 어떤 여자가 지금의 이미숙 같은 담대한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나는 아마 대한민국에서도 몇 명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를 아시는군요?”

하지만 나는 이미숙에게 그녀가 궁금한 걸 순순히 대답해 줄 생각이 없었다. 대신 내가 궁금한 걸 그녀에게 물었다.

“그야 몇 번 만났으니까요. 설마 제가 누군지 모르는....하아....진짜 모르시네.”

이미숙이 나를 어이없어 하면 빤히 쳐다봤다. 그러더니 알아서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 판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백 대표님이 저를 납치한 건 아니란 얘기고....혹시 납치 되는 저를 백 대표님이 구해주신 건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셨죠?”

“그야....백 대표님이 서울의 특급 호텔을 먹여 살리다 시피 하시는 분 이시니까요. 그리고 여기 크리스탈 호텔도 특급 호텔이고 말이죠. 오늘 여기 묵으시다가 제가 납치 되는 상황을 우연히 목격하시고, 혹시 저를 구해주신 거 아닌가 싶은데?”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그쪽을 구해 줄 이유가 있을까요?”

“아마도 제가 누군지는 몰라도, 아는 얼굴이니 구해주시지 않았을까요?”

나는 이미숙과 얘기를 나누는 게 즐거웠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말이 통한다고나 할까?

이미숙과의 대화가 썩 잘 통했다. 그래서 그녀와 더 얘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내가 이미숙에게 관심을 가지자, 그제야 백준열이 이미숙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고, 나는 드디어 그녀가 누군지 알게 됐다.

‘허얼. 그러니까 이미숙이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의 첩이란 거야?’

무엇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이미숙이 한때 김명진 회장을 곁에서 모셨던 비서였단 거다. 그러니까 이미숙만 잘 포섭하면 김명진 회장의 감춰야 할 비밀들을, 손쉽게 알아낼 수 있단 거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미숙이 그 비밀을 말하게 만들 능력이 있었다. 내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없이 웃자, 눈치 빠른 이미숙이 그걸 보고 말했다.

“내가 누군지 아셨군요?”

“....”

나는 대답대신 웃으며 끄덕끄덕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날 보고 이미숙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해 주실래요? 백준열 JYB엔터 대표님?”

아쉽게도 이미숙과 즐거운 대화도 이걸로 끝난 거 같았다. 그녀가 태도를 먼저 사무적으로 바꿔버리면서 말이다.

* * *

나는 내가 그녀를 구하게 된 과정을 쭉 얘기했다. 물론 견신의 미션을 받고 그녀를 구했다고 사실대로 얘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녀 말대로 오늘 크리스탈 호텔에 묵게 되었는데, 담배 피우러 잠깐 계단실에 갔다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아래층으로 객실 쪽으로 갔고, 거기서 납치당하는 그녀를 우연히 발견하고 구하게 됐다고.

거기까지는 그녀도 예상했던 대답이었던 듯, 이미숙도 별 말없이 그렇게 받아드리는 듯 했다. 하지만 내가 그녀 방을 두고, 왜 내 방으로 그녀를 데리고 온 데 대해서는,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런 그녀에게 당신을 납치하려 온 7명의 남자들을 내가 다 때려 눕혀서, 부득불 그들을 당신 방에 옮겨 두려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하기가 좀 그랬다. 거기다가 이미숙은 어차피 내가 포섭해야 할 대상이고, 또 그녀에게 물어 볼 것도 많았다. 그러니까 내가 구질구질하게 그녀에게 변명을 늘어놓는 거 보다, 그냥 견신 시스템의 능력을 사용해서, 그녀를 내 노예로 만들어 버리는 게 더 나았다.

“왜 갑자기 말씀이 없으실까요?”

그때 이미숙이 내게 대답을 독촉해 왔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바로 「개목걸이」아이템을 사용했다.

나는 「개목걸이」아이템을 바로 사용했다. 그러자 이미숙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개목걸이」아이템이 그녀 목에 채워졌다.

“아아아!”

순간 그녀의 두 눈에서 활발히 움직이던 동공이 갑자기 멈췄고, 동시에 살짝 벌어진 그녀 입술에서 낮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서진그룹 김명진의 여자 이미숙이, 당신이 묻는 말에 무엇이든 사실대로 대답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견신 시스템의 말이 들려오고, 나는 피식 웃으며 이미숙에게 물었다.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의 비리에 대해 이미숙씨가 아는 건 다 말해 봐요.”

“그, 그건....말하면 안 되는데....김 회장은.....”

이미숙은 김명진 회장의 전 비서 답게, 김 회장에 대한 비밀들을 꽤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숙이 떠들고 있는 것들은 다 정황뿐 실체, 즉 증거가 없는 것들이었다. 해서 나는 그녀에게 질문을 바꿨다.

“구체적으로 김 회장의 죄가 입증이 될 만한 증거가 어디 있는지 알죠?”

“네. 압니다. 하지만 거기에 접근하는 거 자체가 불가능해요. 그랬다가 김 회장이 바로 눈치 챌 거고.”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이미숙씨는 거기 어딘지나 말해 주세요.”

“그곳은....”

다른 재벌가와 마찬가지로 서진家에서도 서울 주변에 별장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별장들 중 청평에 위치해 있는 서진가의 별장 지하 창고 안에, 김명진 회장의 컬렉션들과 비밀장부가 있다는 것이다.

“몇 번 가 본적이 있는데, 경비들도 있고 최첨단 보안 장치들이 잔뜩 설치되어 있어, 거기에서 뭘 몰래 빼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에요.”

이미숙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내게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능력들이 있었으니까. 그 어떤 최첨단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어도 나는 다 열수 있었다. 그러니 그 청평에 있다는 김명진 회장의 별장에만 가면, 김 회장의 컬렉션들과 함께 그의 비밀장부도 내가 다 챙길 수 있었다.

“근데 컬렉션들이 뭔데요?”

일단 내가 아는 재벌의 컬렉션이란 미술품이나 우표, 화폐, 책, 골동품 따위를 모으는 걸 말했다.

“김 회장님은 자동차도 좋아하시지만, 그림과 도자기 등에 대한 조예도 뛰어나세요. 그래서....”

이미숙의 김명진 회장에 대한 칭찬이 줄줄이 이어졌다.

내 「개목걸이」아이템 때문에 나의 꼭두각시로 전락해 있는 이미숙. 하지만 이미숙의 김명진 회장에 대한 사랑? 혹은 경외, 존경심이 상당한 거 같았다. 김회장에 대해 끝도 없이 떠들어 대는 걸 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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