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478화 (47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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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남자보다 여자 쪽의 귀가 더 밝았다. 박경철과 경호원들이 안방에 들어오면서 낸 기척에, 여자가 눈을 떴다.

“....히익!”

여자가 박경철과 경호원들을 발견하고, 놀라 입으로 경악성을 냈다.

“쉿!”

하지만 박경철이 입 다물라는 제스처에, 여자는 입 밖으로 더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아니 그러려고 아예 한손으로 자기 입을 틀어막기까지 했다.

나름 배포도 있고 영리한 여자였다. 여기서 자기가 소리를 내면 좋을 거 없다는 걸, 바로 인식한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데리고 나가.”

박경철은 눈앞에 여자부터 치웠다. 헐벗은 여자는 최대한 자기 몸을 가려보려 했지만, 억센 경호원의 손길에 이끌려 안방 밖으로 끌려 나갔다.

한데 박경철도 그렇고 경호원들 중 그녀의 벗은 모습에 눈길을 주는 자가 없었다. 그게 오히려 끌려 나가는 여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이 안에 들어가서 얌전히 있어.”

심지어 안방에서 그녀를 끌고 나온 경호원은, 그녀를 무슨 짐짝처럼 여겼다.

거실에서 가까운 방에 그녀를 밀어 넣으면서, 대 놓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게 말이다.

쾅!

그리고 밖에서 문을 닫아버렸다. 기가 찬 여자가 그 방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봤다. 그랬더니....

원래 그녀는 들어갈 때 들어가고 나올 때 나온, 소위 말해 콜라병 몸매를 자랑했다. 거기다 쭉 빠진 다리는 또 어떻고....

그래서 이성근도 그녀의 얼굴보다는, 사실 몸매에 더 반했다는 말을 했었고.

그런데 그런 그녀의 늘씬한 몸매가 저치들에게 개무시를 당했다.

“도대체 뭐하는 자들이기에....”

확실한 건 경찰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그녀를 이런 식으로 막 대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렇다면....

“조폭들인가?”

하지만 그녀가 아는 조폭들은 그녀만 보면 질질 침을 흘렸다. 이성근의 수하들도 다들 마찬가지였고. 보스의 여자의 몸을 대 놓고 훑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추파를 던져 대는 녀석들도 있었다.

이 집까지 따라와서 이성근을 지키던 조폭들도, 그녀를 보는 눈빛이 음흉하긴 마찬가지.

만약 저들이 다른 조직의 조폭들이었다면, 그녀의 헐벗은 모습에 그렇게 눈길 하나 안 줄 수가 없었다. 해서 여자는 저들이 조폭들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럼 누구지? 누굴까?”

여자가 이 집을 찾아 온 불청객들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미쳐 할 때였다. 안방에서 그녀의 남자인 조폭 두목 이성근은 그들에게 흠신 두들겨 맞다가 결국 기절까지 해 버렸다.

안방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으니, 여자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 * *

일명 청량리파, 혹은 성근이파로 불리는 조폭 조직의 중간 간부 김명철. 그는 휘하에 조직원 6명을 데리고 크리스탈 호텔에 왔다.

“그래. 내가 제일 만만하지. X새끼들.”

보스인 이성근의 지시 때문에 말이다. 조직의 중간 간부 중에 김명철이 제일 어렸다.

그래서 궂은일을 주로 많이 맡았는데, 그래도 이 늦은 밤에 일을 시키는 건 좀 아니다 싶었다.

물론 그가 지금 맡은 일은 쉬웠다. 호텔 객실에 묵고 있는 여자 하나 납치해서, 용산 쪽 조직의 아지트 중 한 곳인, 캐피탈 사무실로 데려다 주면 끝이었으니까.

“C발....”

그래서 끓어오르는 화도 삭혔다. 금방 해치우고 한잔 하고 털어버리자, 긍정적으로 생각한 것이다.

김명철은 승합차 한 대를 준비해서 수하들 태우고 크리스탈 호텔로 왔다. 가급적 시간 맞춰서 느지막하게 말이다. 납치해야 할 여자가 늦게까지 쏘다니다가, 그래도 잠은 꼭 객실에서 잔다니, 그 타이밍을 맞출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너무 티 나지 않게 애들 두 명만 그 객실로 올려 보내고, 나머지와는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야! 이것들 왜 이리 안 내려와?”

근데 10분 전에 다 끝냈다며, 지금 객실을 나간다고 전화 왔던 녀석들이, 아직도 안 내려오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분명히 잘 작동하고 있는데 말이다.

“제가 전화해 보겠습니다.”

같이 있던 수하 조폭 중 하나가, 객실로 올라간 그 두 조직원 중 하나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그 조직은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뭐야? 뭐가 잘못 된 거 아냐?”

“가, 가보겠습니다.”

“아냐. 같이 가.”

해서 김명철은 밑에 조직원 넷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앞서 수하 둘이 올라간 객실로 향했다.

“어?”

그리고 거기서 복도에 자빠져 있는 수하 둘을 발견했다. 그 수하 둘 옆에 커다란 캐리어 가방이 열려져 있었는데, 그 안에 들어있어야 할 여자는 이미 어디로 사라지고 없었다.

“야. 깨워.”

얼굴이 살벌하게 일그러진 김명철. 그가 복도에 기절해 널브러져 있는 두 수하를, 다른 그의 수하들을 시켜 깨우게 했다. 그래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직접 물으려 했는데....

“야! 이게 다야?”

그때 계단실 쪽에서 갑자기 튀어 나온 왠 녀석이 그들을 보고 지껄이는 소리에, 기절한 동료 조폭들을 깨우려든 조폭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그쪽을 쳐다봤다. 물론 김명철도 그 녀석을 쳐다보고 있었고.

“넌 뭐야?”

“뭐 같은데?”

“혹시 네 짓이야? 네가 우리 애들 이렇게 만들었어?”

“그렇다면?”

“저 새끼 잡아.”

김명철이 외치자 조폭 4명이 계단실에서 나온 그 녀석을 향해 우르르 달려들었다.

* * *

견신 시스템의 미션은 간단히 클리어 했다. 이미숙이라는 여자를 납치하려던 두 녀석을 간단히 때려잡았고, 그 여자가 들어 있는 캐리어 가방을 열자, 그 안에 중년 여자가 의식을 잃고 있었다.

“이봐요. 아줌마.”

나는 그녀를 깨웠다. 하지만 약에 취한 듯, 그 아줌마는 도통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그때 문이 열려 있는 2402호실이 보였다. 원칙대로라면 저기가 이 아줌마가 묵는 객실이니 저기 넣는 게 맞았다. 근데 납치당한 곳에 이 아줌마, 이미숙을 도로 넣는 건 아니지 싶었다.

“에이....”

나는 귀찮지만 이미숙을 안아들고 계단실로 향했다. 일단 기절한 이미숙을 내 방에 넣어 두고, 다시 내려와서 기절해 있는 놈들을 좀 족쳐 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미숙을 들고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곤 VVIP룸에 비어 있는 방 중 하나에, 이미숙을 눕히고 다시 밑으로 내려가 보니, 거기 딴 놈들이 더 있었다. 멀쩡한 놈들로다가 다섯이나 말이다.

그들이 내가 기절 시킨 두 놈들을 깨우려는 걸 보고 내가 먼저 그들을 도발했다. 그랬더니 다섯 놈들 중 넷이 우르르 날 잡겠다고 달려왔다. 한정된 공간인 복도에서 말이다. 감히 겁도 없이....

나는 제일 앞에 뛰어 온 놈을 회축(廻蹴, 뒤돌려차기)으로 차버렸다.

뻐억!

턱에 정타로 들어간 발차기에 놈을 두 눈을 까뒤집고 쓰러졌다. 그걸 보고도 나머지 셋이 거의 동시에 달려들었고, 나는 먼저 왼쪽 녀석의 어깻죽지를 한 손으로 짚고,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부웅!

그 다음 가운데 있는 놈을 무릎으로, 그대로 안면을 찍어버렸다.

콰직!

직후 오른쪽에 있던 놈을 그 상태에서 발을 펴서 콧잔등을 걷어찼다.

퍼억!

그러니까 공중에서 뜬 상태로 두 번의 공격을 성공시킨 거다.

그때 처음 어깨를 짚었던 녀석이 옆을 바라보고 어리둥절해 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이잌! 죽어!”

‘글쎄....네 주먹에 맞고 죽을 거 같지는 않은데....’

나는 속으로 그 생각을 하며, 그 주먹을 가볍게 피하고 손바닥으로 녀석의 턱을 올려쳤다.

턱!

그러자 그 충격여파가 뇌를 울렸는지, 녀석이 비틀거리다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 녀석의 얼굴에 정확히 옆차기를 먹였다.

뻐억!

맞는 순간 뒤로 1미터는 훌쩍 뒤로 날아서 나동그라지는 녀석.

그렇게 10초도 안 걸리는 짧은 시간에, 다섯 놈들 중 넷을 해치운 내가, 뻘쭘하게 혼자 서 있는 남은 녀석을 쳐다보자, 녀석이 고개를 좌우로 돌려 저으며 말했다.

“새끼 좀 싸울 줄 아네.”

그러면서 내빼도 시원찮을 판에, 걸치고 있던 정장 상의를 벗었다. 그게 녀석에게는 멋있게 보일지 몰라도 나는 아니었다.

“귀찮게....”

안 그래도 치워야 할 자가 넷이나 더 늘어서 짜증나는 데, 거기에 한 명 더 추가가 될 상황이, 나로서는 별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 * *

김명철은 복싱을 10년도 넘게 했다. 실제 신인왕전에 나가서 결승전까지 올라갔었던 경험 까지 있었던 김명철. 그러니까 김명철의 주먹, 아니 싸움 실력은 앞서 백준열이 상대했던 여섯 조폭 조직원과 달리 진짜배기였다.

그런 김명철이 보기에 저 놈은 보통 놈이 아니었다. 싸움을 기똥차게 잘 했다.

하지만 여태 싸움에서 져 본적이 없는 김명철.

물론 그가 진짜 싸움, 그러니까 조폭 세계에 몸담은 기간이, 채 2년이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많이 싸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조직 내에서 김명철은 누구와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랬기에 중간 간부 중에서 가장 어렸지만,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었다.

막말로 그가 까분다고 한수 가르쳐 주겠다고 나서는 다른 중간 간부가 있다면, 김명철은 기꺼이 그 선배를 밟아 줄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김명철 보다 괜히 조직에 오래 몸담은 게 아니었다.

말만 너 같은 애송이는 한 주먹거리도 안 된다고 떠벌렸지, 정작 김명철에게 한수 가르쳐 주겠다고 나서는 선배 중간 간부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게 오히려 김명철의 기존 실력까지 까먹게 만들었다. 또 술과 여자는 그의 관절을 녹슬게 만들었고, 근력을 깎아 먹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명철의 복싱 실력은 여전히 강력했다.

휙! 휙!

상대의 얼굴 옆으로 김명철의 잽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놀란 상대가 가드를 올린 상태로 머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끼. 복싱 좀 했나 보네.”

실제 상대의 위빙 동작에 김명철 훅이 허공을 갈랐다. 이때 상대의 주먹이 김명철 복부를 때렸다.

퍽!

하지만 얕았다. 김명철은 때리기만 잘하는 게 아니었다. 맞을 때에도 절묘하게 몸을 틀어서, 자기 몸이 받게 될 충격을 최소화 시켰다. 거의 본능적으로 말이다.

데미지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기에, 바로 김명철의 날카로운 반격, 그의 주먹이 상대의 안면을 향해 날아왔다. 일종의 카운터펀치라 할 수 있었다.

촤악!

한데 그 스트레이트성 펀치가 상대의 귀를 스쳤다. 순간 김명철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도 본능적으로 주먹을 피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말은 상대가 김명철이 생각한 거 보다 훨씬 강할 수 있다는 거고, 그건 지금 이 싸움에서 김명철이 꼭 이긴다는 보장이 사라졌다는 소리였다.

* * *

김명철의 펀치에 자칫 안면을 맞을 뻔한 백준열. 하지만 지금 백준열의 몸은 천부적인 싸움꾼 이재동의 능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이재동의 싸움 실력에. 김명철은 감히 비할 바가 못 됐다.

그걸 백준열은 알기에 여유 있게 몸을 뒤로 뺐다. 그러자 주먹을 회수한 김명철이 허리를 돌리며 잽싸게 레프트 훅을 휘둘렀다.

부웅!

김명철의 주먹은 이번에도 아슬아슬하게 백준열의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백준열은 그 주먹에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그가 자기 몸과 같이 방향을 틀면서 움직이자, 백준열의 반격을 우려한 김명철이 즉시 잽과 원투를 던지면서 그의 접근을 막았다. 그걸 보고 싸우는 도중 백준열은 생각했다.

‘제법이네.’

그만큼 백준열은 여유가 있었다. 반면 김명철은 백준열의 움직임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백준열의 빈틈이 보이면 바로 주먹을 내 뻗었다.

툭!

김명철이 빠른 잽을 던져오자 백준열은 바로 맞서 레프트 잽을 던졌다.

그러면서 백준열은 김명철의 눈에서 도전적인 기운을 감지했다. 그러니까 김명철이 곧 승부수를 던져 올 거란 걸 백준열이 먼저 직감한 거다.

쉬익! 쉭! 파파파팍!

역시나 백준열의 생각대로, 김명철은 백준열을 잡기 위해서 상당히 공격적으로 압박을 가해 왔다.

이에 백준열은 김명철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 잽을 던지며, 움직임의 범위를 최대한 넓게 잡아갔다.

휙! 휙!

김명철은 자신의 왼손 잽으로 백준열의 시야를 최대한 좁히려 들었다.

플리커 잽(Flicker jab, 밑에서 재빨리 치는 잽)까지 던지며 그에게 혼선을 주려 했지만, 백준열은 이미 김명철의 잽 던지는 패턴을 간파하고는, 잽싸게 카운터(Counter)펀치를 찔러 넣었다.

부웅!

이번에도 김명철은 겨우 허리를 숙이며 백준열의 펀치를 피했다.

하지만 고개를 숙였던 김명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주진우의 레프트 어퍼컷이었다.

뻐억!

숙였던 김명철의 고개가 위로 훅 들어 올려 졌다가 도로 내려갔다.

‘걸렸다.’

이번엔 백준열의 주먹에 묵직함이 남았다. 백준열은 제대로 카운터펀치가 김명철에게 들어갔음을 깨닫고, 원투로 김명철을 더 찌르며 몰아쳤다.

퍼퍽! 펑!

주진우의 원투 스트레이트에 이은 레프트 훅이 김명철의 가드 위를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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