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477화 (47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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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의 장성한 두 아들 중 한 명인, 김학진에게 붙여 놓은 자로부터 연락을 받은 민영석 서진그룹 비서실장.

그는 여느 재벌가에서 그렇듯, 김명진 회장의 자식들을 감시하고, 그들이 저지르는 좋지 않은 일들을 미리 예방하거나, 터진 사태를 봉합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회장 자식들 뒤치다꺼리를 도맡아서 처리하고 있단 소리였다.

“하아. 이 짓도 곧 끝이다.”

왜냐하면 김 회장이 누군가와 싸울 것을 천명한 상황이라서 말이다.

즉 그룹의 모든 전력을 오롯이 그 싸움에 집중 시켜야 하니, 김 회장의 골 때리는 자식들 뒤치다꺼리 할 새가 어디 있겠나?

특히 그 누군가가 무려 삼명그룹 막내다. 이는 자칫 삼명그룹과의 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러니 그룹의 최고위층 간부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

물론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을 민영석은 잘 알고 있었다. 재벌끼리의 싸움을 수수방관할 청와대가 아니었으니까.

“그나저나 또 이 사장? 그 조폭 새끼와 왜 또 통화를 한 거지?”

뭔가 께름칙한 느낌이 강하게 들자, 민영석은 곧장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납니다. 네. 죄송한데 일이 좀 급해서....그 급한 일이 뭐냐면 이성근이라고 그쪽 세상에 발담 그고 있는 녀석이 있을 텐데....그렇죠. 그 작자가 지금 저희 코드 쓰리와 뭔 작당 중인지 알아봐 줬으면 해서요. 네. 급합니다. 네. 그럼 연락 기다리죠.”

여기서 민영석이 말한 코드쓰리는 김학진을 말했다.

민영석은 그 통화 후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잠깐 눈을 붙였다.

비록 쪽잠이지만 이렇게 틈 날 때마다 자지 않으면, 체력적으로 견딜 수 없는 자리가 바로 대기업 비서실장이란 자리였다.

그렇게 보면 민영석도 이제 그 비서실장의 자리에 완전히 적응해 있었다.

지이이잉!

불편한 의자에 기대서도 잘만 자는 민영석.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핸드폰이 울리자, 번쩍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리곤 잠 잔 걸 전혀 티내지 않고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어떻게 됐습니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민영석은 그 걸려 온 전화를 받아 태연작약하게 통화를 했다.

“그래요? 으음....뭐, 뭐라고요? 이런 미친 새끼가....일단 알았어요.”

하지만 통화 내용이 그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고....그렇게 급하게 전화를 끊은 민영석. 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서진그룹 경호팀장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즉시 크리스탈 호텔로, 아니 이성근이라는 조폭 두목에게로 가서....그 새끼부터 빨리 확보해. 어서!”

그렇게 다급하게 지시를 내려놓고, 민영석은 그제야 지금이 새벽 2시가 넘었음을 확인했다. 그러니까 김학진이 이성근이라는 조폭과 통화한지 두 시간이 훌쩍 넘은 상황.

“젠장....”

두 시간이면 놈들이 사고를 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여기서 그의 역할인 사전 예방과 사후 처리가, 둘 다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즉 이 일은 이미 그의 손을 떠났다는 얘기. 김명진 회장에게 즉보가 이뤄져야 할 사안이었다.

“하아아....”

민영석은 장탄식과 함께 정말 어쩔 수 없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강 집사님. 접니다.”

그곳은 바로 김명진 회장의 지금쯤 자고 있을 서진그룹 본가였다.

당연히 김명진 회장에게 다이렉트로 전화를 걸 수는 없었다. 해서 그곳 집사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양해를 구했다. 잠시 후 김명진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무슨 일인데?

자다가 깨선지 날선 목소리의 김명진 회장. 하지만 이건 앞서 말했지만, 민영석이 손 쓸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선 사안이었다.

“회장님. 둘째 도련님께서....”

민영석의 얘기를 쭉 듣던 김명진 회장. 그가 그 얘기의 핵심부분에서 민영석의 말을 끊었다.

-자, 잠깐! 자네 지금 학진이가 조폭 시켜서 학민이 어미를 납치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건가?

“그, 그렇습니다.”

-....

한동안 말이 없던 김명진 회장. 하지만 민영석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전화기 너머로 씩씩거리는 김명진 회장의 분노에 숨소리를 듣고서, 그가 지금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김명진 회장은 재벌가 총수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어떤 조치를 취했지?

“일단 그 조폭두목부터 잡으라고 경호팀장에게 지시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래야 만약의 경우 그 조폭두목과 이미숙씨를 맞교환할 수 있을 테니까요.”

-좋은 판단이야. 다시 말하지만 미숙이 안전이 최우선이다. 그리고 혹시 또 모르니 학민이 신변도 잘 챙기고.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민 실장은 그 두 가지만 잘 챙겨.

“알겠습니다.”

그렇게 김명진 회장과 통화를 끝낸 뒤, 민영석은 다리가 후들거려서 더 서 있지 못하고 근처 소파에 일단 앉았다.

“휴우우....”

그리고 그의 입에서 긴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래도 자기 가족의 일이라 김명진 회장의 분노가 그에게까지 튀지는 않았다. 물론 계속 이 사태를 주시해야 할 테지만, 그래도 당장 그가 해야 할 일이 많지 않다는 게 어딘가?

민영석은 다시금 경호팀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성근이라는 조폭을 잡되 김학민의 어미 되는 이미숙의 안전 확보가 제일 우선임을 알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 회장의 막내아들인 김학민이 자기 집에서 잘 자고 있음을 확인한 후, 시간을 확인한 민영석.

“얼추 세 시간을 잘 수 있겠군.”

그는 그대로 푹신한 소파에 몸을 내던졌고, 이내 깊은 수면 상태로 빠져들었다.

* * *

청량리 일대에서 조폭 두목 노릇을 하고 있었던 이성근. 그는 태천파에 속해 있었다가 그곳이 붕괴되면서, 새롭게 변신한 태석파에는 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쪽에서 그를 기피했고, 그 역시 그냥 태석파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뭐라도 챙겨서 대우받고 태석파에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어떻게 된 게 아직까지도 태석파에서 아무 연락이 없었다.

“C발. 괜히 간 봤나?”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초조해 지는 건 이성근이었다. 태천파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기에 그 동안 청량리 일대를 주름 잡았지, 그와 그 밑에 조폭들 수준으로서는, 지금 그들 나와바리를 지키기도 사실 벅찼다.

그런 그에게 재벌가 망나니 새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우연히 알게 된 놈인데 자기가 재벌의 자식이라고 되게 있는 척, 아는 척 하는 재수 없는 놈이었다. 하지만 그런 놈을 잘 구슬리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 잘 아는 이성근은, 그의 똥구멍을 열심히 빨아주었고, 실제로 짭짤하게 돈을 챙겼다.

“잘 됐네. 안 그래도 돈이 필요했는데.”

이성근은 그 재수 없는 재벌의 자식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명철아. 애들 데리고 지금 즉시 크리스탈 호텔로 가서....”

조픅들에게 사람 납치하는 건 일도 아니었으니까. 거기다 사전에 다 준비가 된 상황에서, 방문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 조용히 자고 있는 여자 하나 납치하는 일이었다.

그냥 누워서 떡먹기나 마찬가지인 일이라서, 이성근은 자기 밑에 조폭 중간 간부 중에서 가장 막내인 김명철에게 그 일을 맡겼다.

그리곤 자신은 일주일 전에 새로 들어앉힌 세미라는 년과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떡을 쳤다.

“아아앙....사장님....아흐흑....너무 쎄요....아흑....아아아아....”

룸빵 에이스인 세미라는 접대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이곳 강남 아파트를 그녀 명의로 구입해 준 이성근이었다. 오늘 그 값을 한다고 해야 할까? 세미의 보지가 이성근의 자지를 아주 뿌리 뽑을 기세였다.

“....허어억!”

결국 사정감을 참지 못한 이성근. 그는 세미의 보지 속에 자신의 정액을 쏟아내고는 맥없이 침대 옆으로 허물어졌다. 그리곤 뭐라고 옆에서 구시렁거리는 세미의 말도 무시하고 그대로 뻗어 자버렸다.

툭! 툭!

근데 깊게 잠든 그의 머리를 누가 자꾸 건드렸다. 사람이라면 다들 비슷하겠지만 자고 있는데 건드리면 짜증이 난다. 그것도 머리를 건드리면, 그게 비록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야이 C발....”

발끈하며 이성근이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상태에서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누가 조폭 두목 아니랄까? 그런 그의 상체를 용 한 마리가 휘감고 있었다. 일반인이 본다면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더불어 위화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너무도 선명한 용 문신.

“세미. 너 미쳤어? 어디 머리를....”

이성근은 당연히 자기 머리를 건드린 게 세미 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눈을 떴을 때 아파트 안방에는 세미가 아닌 웬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누, 누구....세요?”

그들의 모습은 온몸을 용 문신한 이성근도 주눅 들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다들 우락부락하니 딱 봐도 운동 좀 한 자들이라서, 그들에게서 풍기는 기도가 여간 예사롭지 않았으니까. 그때였다. 그자들 사이에서 누가 말을 했다.

“이미숙씨 지금 어디 있나?”

“네?”

안타깝게도 이성근은 몇 시간 전 자신이 납치하라고 시킨, 그 크리스탈 호텔의 여자 이름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음....기억나게 해줘.”

그 말이 나오고 네 명의 검은 정장남들이 침대 위의 이성근을 덮쳤다. 그냥 무식하게가 아니라 누가봐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말이다.

두 사람이 침대 위의 이성근의 팔다리를 제압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침대 뒤로 돌아가서, 이성근의 입과 목을 제압했다. 그리고 남은 한 명이 이성근의 배에 주먹질을 시작했다.

퍽! 퍼억! 퍽! 퍽!

얼마 전까지 세미의 보지에 좆질을 하면서 나던 그 소리가 다시 그 침대 위에서 났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이성근이 떡치는 소리고, 지금은 이성근이 얻어터지는 소리라는 점.

배에 계속해서 주먹질을 당하자, 이성근은 그야말로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통증을 맛봤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생각을 해야 했고, 그제야 이성근은 이미숙이 누군지 생각났다.

“우우우웁....우웁....”

고통 섞인 비명소리 대신 틀어막고 있던 이성근의 입에서 사뭇 다른 소리가 나오자, 침대 주위 어디선가에서 누가 외쳤다.

“그만! 입 풀어 줘 봐.”

그러자 이성근의 입을 뒤에서 틀어막고 있던 손이 풀렸다.

“크윽....생, 생각났습니다. 이미숙씨....지금 우리 애들이 납치해서 용산 상가에 데리고 있습니다.”

이성근은 오로지 살기 위해 자기가 알고 있는 걸 떠들었다.

“용산상가 어디?”

“전자상가 사거리에서 보면 용성빌딩이라고 있습니다. 거기 10층에 태진 캐피탈이라고....”

이성근의 말을 쭉 이어지고 누군가 안방을 나섰다. 그러면서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 전화를 거는 게 이성근의 눈에도 보였다. 그때 그자가 홱 시선을 안방으로 돌렸고 하필 이성근과 눈이 마주쳤다.

“저 새끼....더 패!”

그 말을 하면서 그 자가 안방 문을 닫아 버렸다. 그리고....

“우웁!”

다시 이성근의 입이 틀어 막혔고, 침대 위에서 좆질이 아닌 주먹질이 재개 됐다.

퍽! 퍽! 퍽! 퍼억!

* * *

민영석 비서실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경호팀장 박경철은, 곧바로 경호팀원들을 이끌고 청량리 동대문 경찰서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 청량리 일대에 똬리를 뜬 조폭 조직 소굴이 있었고, 그 조폭 조직의 두목을 지금 잡으러 가는 중이었다.

지이이잉!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서진그룹 전략기획실이었다. 박경철은 그 전화를 바로 받았다.

“네. 박 팀장입니다. 네. 네. 그러니까 그 조폭 두목이 지금 삼성동의 미래아파트에 있단 말이로군요? 정확한 동과 호수를 문자로 보내 주십시오. 네.”

통화를 끝낸 박경철이 운전석의 경호원에게 외쳤다.

“차 돌려. 삼성동 미래아파트로 간다.”

그렇게 현재 조폭 두목이 있다는 강남의 한 아파트로 간 박경철과 경호원들은, 대기업 경호원들답게 아파트 경비원의 도움을 받아서, 조폭두목이 있는 아파트 안으로 들어 갈 수가 있었다.

조폭 두목답게 아파트 안에는 놈의 보드가드 겸 조폭들이 있었는데, 경비원이 초인종을 누르자 그들이 확인하고 문을 열어 준 것.

하긴 노년의 아파트 경비원이 이 집에 가스가 샌다고, 빨리 문 열라고 하는 데 열어주지 않을 조폭은 없었다. 하지만 문이 열리자마자 대기 중이었던 경호원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갔고 조폭 두 명을 간단히 제압해 버렸다.

“이성근이는?”

박경철의 물음에 조폭 둘을 제압하고, 이성근의 위치를 물어 본 경호원이 재빨리 대답했다.

“안방에서 자고 있습니다.”

“그래?”

박경철의 시선이 곧장 이 아파트 안의 안방을 향했다.

“가자.”

그는 이내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안방 문을 열고 그 안을 들어갔다.

그랬더니 안방에서 훅하니 풍겨 오는 이상한 냄새가 그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일단 고급스런 여자 향수 냄새는 박경철도 경호하며 많이 맡아 본 냄새였다.

한데 거기에 남자의 정액 냄새가 섞이자, 불쾌감이 확 치밀어 올랐다.

하긴 자기 정액 냄새야 상관없지만, 다른 수컷의 정액 냄새를 맡는 걸 좋게 받아드릴 남자가 어디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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