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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나로 인해 우희랑 다희의 관계가 악화 되는 건,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었다.
뭐 MP4멤버들의 사이가 원래부터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내가 알기로도 현재 MP4멤버들은, 딱 비즈니스 관계였다. 그랬기에 내년부터 시작해서, 후 내년에 걸쳐 결별설이 나돌았고, 결국 걸그룹 7년 차 징크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해체 수순을 밟았다.
그렇게 봤을 때, 내 입장에서 우희와 다희의 갈등은 MP4 내부의 문제가 좀 더 심화 되는 수준일 뿐이었다.
물론 그러다가 자칫 멤버들 간에 앙금이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까지 내가 일일이 신경 쓸 수는 없는 노릇. 무엇보다 MP4를 대신할 신인 걸그룹의 성공을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에이미가 있는데다가 거기 멤버들 역시 다들 끼가 있으니까. 그리고....’
투 트랙으로 준비 중인 이번 신인 걸그룹에서, 전 해피걸스 멤버들도 그대로 재 데뷔를 준비 중에 있었다.
‘해피걸스도 곡만 좋으면 얼마든지 성공 할 수 있는 걸그룹이고....’
그런 그들을 지금 차은석 부문장이 맡고 있었다. 또 김효석 실장 역시 이번 신인 걸그룹의 성공을 자신해 하고 있었고.
‘걸그룹을 시작으로....보이그룹까지 성공시키겠다고 했던가?“
내게 직접적인 보고가 올라 오지 않았지만, 차은석 부문장과 김효석 실장이 콜라보로 보이그룹을 따로 준비 중에 있다는 건 나도 익히 알고는 있었다.
‘이왕이면 PTS같은 세계적인 보이그룹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렇다면 JYB엔터도 글로블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성장이 가능할 텐데 말이다.
일단 상상의 나래는 이쯤에서 끊자. 지금은 현실에 보다 집중을 할 때였다.
“많이 먹어.”
배가 많이 고팠던지 음식이 나오기 무섭게 젓가락질 중인 우희. 그녀가 떡볶이를 먹다가, 이내 김밥을 집어 떡볶이 소스에 찍어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나도 가까이 있는 순대를 맛봤는데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맛이 있었다.
‘입맛 당기네.’
그래서 우희와 같이 분식집에서 나오는 음식들을 마구 먹기 시작했다.
“후루룹....쩝쩝쩝....”
둘 다 각자가 시킨 라면과 우동을 먹으면서 튀김과 김밥, 순대를 먹는데, 금세 나온 음식들이 바닥을 드러냈다. 하지만 바로 뒤이어서 새로운 메뉴들이 속속 나왔다. 어묵에 쫄면, 비빔만두, 왕돈가스까지....
모든 메뉴의 분식집 음식들이 다 나오고 나서, 우희와 나는 더 댕기는 음식을 1인분만 더 시켜 먹었다.
그렇게 30분을 정신없이 먹고 나자, 우희의 입에서 먼저 그 소리가 나왔다.
“아아....배불러.”
나도 배가 부르긴 했지만 좀 더 먹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뭘 더 시키려는 데 우희가 말렸다.
“잠깐만요. 대표님. 극장가면 팝콘과 콜라 먹어야죠.”
“아아....”
그러니까 우희 말은 팝콘과 콜라 배는 남겨 놓으라는 소리였다. 해서 우리는 이쯤에서 식사를 마치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내가 계산하는 동안, 우희는 분식집 사장과의 약속대로 사인을 해주었다.
* * *
사실 나는 극장도 통째 대관하고 싶었다. 하지만 우희가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 그건 제대로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나?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볼 때, 그제야 자신도 관객이 되어서 영화에 더 몰입이 된다나?
뭐 우희가 그렇다니 어쩌겠나? 대신 극장표와 팝콘, 콜라 이용권은 미리 예매해 뒀었다. 물론 내가 직접했다는 건 아니고....
“팝콘과 콜라 가져 올게요.”
내가 가겠다는 데 부득불 우희가 자신이 가겠다고 나섰고, 그녀가 팝콘과 콜라를 가지러 가는 동안 대기석에 앉아 있을 때였다.
-디링! 당신의 본신 염원인 하시모토 나나미와 빠구리를 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개지수 2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견신 시스템의 뒤 늦은 미션에 대한 보상 지급과 함께 내 눈앞에 바뀐 상태창이 떴다.
이름: 백준열(Lv10)]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3Up), 「개좆」(3Up)], 「개목걸이」(3Up), 「개코」(3Up), 「개방울」(3Up), 「개 알약」(일,역 3Up-1일 15회, 외상과 일부 내상(체내 2기 종양, 선천질환, 1일 2회) 한정), 「개불알」(3UP)
[보유 스킬(중 하나 역 스킬 화 가능): 「말하는 개」(일,3Up), 「충견」(일,3Up), 「개 끗발」(역,3Up), 「개호구」(역,3Up), 「만능 오프너」(일,3Up-모든 문(보이는 문에 한정)), 「개멋져」(일,3Up), 「개 짖는 소리」(일,역, 3Up)
[인벤토리: 개톤백(In), 역 아이템 1회 이용권(2장), 역 스킬 1회 이용권(3장), 「1회용 개 물약-종양치료제」
[특성: 개(5차UP진행 중)]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친화력이 뛰어납니다.*
[개지수: 50]
나는 눈앞의 상태창 항목에서 개지수 포인트가 30에서 50으로 늘어난 걸 확인하자마자, 바로 상태창을 지웠다.
지금 나와 우희가 볼 영화는 일명 히어로물인, 대표적 할리우드 액션 영화였다.
당연히 인기가 있었고, 특히 직장인 연인들에게 지금 시간이 피크라 볼 수 있었기에, 극장은 빈자리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자리가 꽉 찼다.
“저어기....”
“네.”
내가 우리가 앉을 자리 위치를 대충 손짓으로 가리키자 우희가 알아서 그쪽으로 움직였다.
우리는 곧 지정 좌석에 가서 앉았고, 10여분 뒤 영화가 시작됐다. 히어로물이 그렇듯 화려한 영상과 시끄러운 사운드에 관객들이 넋이 나가고 있을 때였다. 나야 이미 본 영화지만 추억을 되새기며, 나름 열심히 보고 있었는데 그때....
-디링! 애견 칠복이의 아빠인 도종국씨가 30초 뒤 심장마비를 일으킬 예정입니다. 그를 구하세요. 구할시 개지수 1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에이C....'
히어로물을 보고 있어서 더 그런지 모르지만, 나는 히어로 같은 거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보면 견신 시스템은 나를 무슨 견족의 히어로 정도로 여기는 거 같았다. 자꾸 견족과 연관 된 사람을 구하라고 난리니 말이다.
‘그나저나 도종국씨 어디 있는 거야?’
견신 시스템이 30초 후라고 했으니 이제 곧 극장에 난리가 나겠지.
“아아악! 여보!”
“아빠!”
내가 앉은 좌석에서 왼쪽 끝열에서 비명소리가 연거푸 일었다. 그로인해 극장이 소란스러워졌고. 나는 저들이 왜 비명을 내지르고 있는지 알았기에, 다른 관객들과 달리 바로 그쪽으로 움직였다.
“대, 대표님!”
그런 나를 보고 내 옆에 우희가 당황한 듯 나를 불렀다. 하지만 지금 사태에서 계속 영화를 본다는 건 이미 물 건너 간 얘기.
“비켜요.”
나는 심장마비 걸린 남편과 아빠 앞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가족들 밀어내고 영화관 좌석에 축 늘어져 있는 40대 남성을 일단 안아 들었다. 그리곤 계단 쪽 편편한 바닥에 그 남성을 눕히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그때 극장 직원이 뛰어왔다.
“무, 무슨 일입니까?”
직원의 물음에 나는 심폐소생술을 계속 이어나가며 말했다.
“당장 119에 전화하고 혹시 자동심장충격기(AED), 아니 제세동기 있으면 가져 오세요.”
“아네.”
내 심폐소생술로 심장마비 증상이 호전 되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 건데....
“젠장....”
심장마비 온 중년 남성은 쉽사리 심박동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심장마비 증상이 왔을 때 빠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그런 거 같았다. 그때 영화관 직원이 제세동기를 들고 나타났다.
“이리 주세요.”
나는 그 제세동기를 받아서 중년 남성의 가슴에 전기 충격을 주었다.
털썩!
그러자 중년 남성의 몸이 꿈틀거렸고, 나는 바로 심폐소생술을 다시 시전했다. 그러자....
“허어어억....”
드디어 심장마비 온 중년 남자의 심장이 뛰면서 동시에 숨을 쉬기 시작했다.
“휴우....”
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중년 남자 옆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그때였다.
짝짝짝짝....
주위에서 내가 심폐소생술을 하는 걸 지켜보고 있던 관객들이 나를 향해 박수를 쳤다. 그리고 119구급대가 스트레쳐카를 끌고 극장 안에 드디어 나타났다.
잠시 후 심장마비 온 중년 남성과 그 가족들이 극장 밖으로 나가고, 극장 안에 안내 방송이 나왔다.
10분 쉬고 영화를 마저 상영하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와 우희는 더 이상 극장에 있을 수가 없었다.
“저 여자 MP4 우희 아냐?”
“그러게. 진짜 닮은 거 같은데....”
극장 안에 불이 훤히 켜지면서 사람들이 우희를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해서 우리는 화장실 가는 척하며, 그 길로 바로 극장을 빠져 나왔다.
“저기요!”
그런데 우리를 쫓아오는 영화관 직원. 나는 우희에게 말했다.
“먼저 차로 가 있어.”
아무래도 저 직원이 보고자 하는 사람은, 우희가 아닌 나 인거 같아서 말이다. 내 생각대로 영화관 직원은 나에게 볼일이 있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손님 아니셨다면 아까 그 심장마비 오신 손님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대단하다는 거죠. 그래서 말인데 연락처 좀 주십시오. 저희 영화관에서 고마움에 소정의 상품을 보내 드릴까 해서요.”
“아뇨. 됐습니다.”
“그래도....”
나는 됐다는 때 영화관 직원이 하도 나를 붙잡고 늘어져서, 나도 어쩔 수 없이 그 직원에게 무심코 내 명함을 줬다. 한데 그게 문제가 될 줄, 나는 이때 미처 생각지 못했다.
이때는 그저 날 귀찮게 하는 영화관 직원을 어서 돌려보내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우희에게 갈 생각뿐이었던 터라.
* * *
내 명함을 챙긴 영화관 직원은 내일 연락드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휑하니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나도 우리가 영화 보는 동안 주차장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던 경호팀원들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대표님!”
그때 주차장에 있던 우희가 나를 보고 쪼르르 내게 다가왔다. 그리곤 다정하게 내 팔에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좀 전에 정말 멋있었어요. 심폐소생술은 언제 배우신 거예요?”
원래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살리는 걸 보면 크게 감동을 받는다더니, 우희도 그 짝인 거 같았다.
“심폐소생술은 예비군 훈련 가면 잘 알려 줘. 근데 경호팀원들은 어디가고 너 혼자야?”
“글쎄요. 차에 가 봐도 사람이 없기에....”
보아하니 내가 영화 보는 줄 알고 근처에서 뭘 먹거나 놀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그들의 팀장이 현장에 없다보니 빠진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해서 나는 바로 문대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어디야?”
-김포공항에서 지금 막 출발 한 상탭니다.
문대식이 하시모토 나나미의 매니저인 히로시를 공항에 데려다 주고, 열심히 서울로 돌아오는 중인 모양이었다.
“문 팀장이 없어선지 여기 엉망이야. 지금 주차장에 와 있는데 경호팀원이 한 명도 안 보이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문대식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지금 즉시 애들 그리로 보내겠습니다.
뚜뚜뚜뚜뚜뚜....
문대식이 제대로 화가 난 거 같았다. 나보다 먼저 전화를 끊어 버리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걸 이해했다. 왜냐하면 문대식이 나 때문에 기분 나빠서 빨리 전화를 먼저 끊은 게 아니라, 지금 땡땡이 치고 있는 밑에 경호팀원들을 혼내기 위해, 그쪽에 전화를 걸려고 먼저 전화를 끊은 걸 알기 때문에.
우르르!
그로부터 채 5분도 지나지 않아서 경호팀원들이 나와 우희가 있는 주차장으로 몰려왔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그들은 일제히 내 앞에서 허리를 굽혔고, 그 모습이 주위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쳐질지 뻔했다.
“앞으로 이런 실수 없도록 하겠습니다.”
경호팀원들 대표로 말하는 최고참 경호팀원. 그런 그에게 내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졸지에 나를 조폭두목으로 만들어 놓고서 말은 잘하네.”
“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나를 빤히 쳐다보는 그 최고참 경호팀원과 그 주변 경호팀원들. 그들에게 내가 버럭 소리쳤다.
“쪽팔리게 계속 그렇게들 서 있을 거야? 이러고 있으니 당신들 꼭 조폭 같잖아?”
“아아....”
그제야 내 말을 이해한 경호팀원들. 그들도 내 앞에 줄줄이 늘어서서 읍소하고 있는 자신들을, 주위 사람들이 두려운 기색으로 힐끗거리며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모른 척 지나가는 걸 발견하고는, 내 말을 이해하고 황급히 그 자리에서 흩어졌다.
그리곤 그들 중 내 차를 모는 경호팀원이, 제일 먼저 주차장에서 차를 빼내서 왔고, 나는 그 차에 우희와 같이 탑승했다. 우리를 태운 차는 일단 주차장을 빠져 나와 쭉 달려서 큰길가 도로로 접어들었다. 그리곤....
“어디로 모실까요?”
운전석의 경호팀원이 물어왔고 나는 옆에 우희를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서 제일 가까운....특급 호텔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