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465화 (46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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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내가 어이없어하며 그를 쳐다보자, 문대식이 바로 말했다.

“타기 싫으면 타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신 5시까지 쉐링턴 호텔에는 못 가는 거죠. 기다리셨다가 삼명그룹에서 보낸 경호 인력이 오면, 그때 그들과 같이 쉐링턴 호텔로 가시던지.”

그 말에 나는 바로 트럭 문을 열고 조수석에 탑승했다. 그걸 보고 문대식이 피식 웃더니 쪼르르 트럭 운전석에 탔다. 그런 그를 보고 내가 물었다.

“직접 운전하려고?”

“그럼 어쩝니까? 이 트럭에 자리는 두 개 뿐인데.”

잠시 후 JYB엔터 1층의 식자재 창고 셔터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트럭 한 대가 나왔다.

빵~ 빠빵~ 빵~

그리곤 시끄럽게 경적을 울리면서, JYB엔터 사옥 주위에 진을 친 기레기들을 뚫고 순조롭게 큰길, 도로로 빠져 나갔다.

기레기들 중에 눈치 빠른 자들은 트럭 안에 탄 사람을 확인했다. 하지만 식자재 공급처의 점퍼와 모자를 눌러 쓴 나를 알아보지는 못했다.

트럭이 JYB엔터 사옥을 완전히 벗어나자, 나는 쓰고 있던 모자부터 벗었다.

“킁킁. 이게 무슨 냄새야?”

그리곤 빤지가 언젠지 모를 퀴퀴한 냄새가 나는 점퍼도 후다닥 벗었다. 그걸 옆 운전석에서 지켜보던 문대식이 말했다.

“뭘 그리 깔끔 떠십니까? 유학시절 일주일도 안 씻으신 분이.”

“그때야 공부할 시간도 부족했을 때니까. 근데 왜 옛날 얘기를 꺼내고 그래?”

문대식은 옛날 일, 특히 미국 유학시절 얘기를 꺼내는 걸 제일 싫어했다. 한데 그가 먼저 그때 얘기를 꺼내다니. 확실히 문대식이 이상해졌다.

“그때 고생한 걸 지금도 잊지 말자. 뭐 그런 의미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가만....’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자기 고생한 걸 잊지 말라는 소리가 아닌가?

이제 와서 그런 문대식이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그 이유를 궁금해 하던 나는, 결국 「개눈깔」아이템을 사용해서 문대식을 봤다. 그랬더니....

‘뭐야? 문대식 이 인간....’

문대식에게서 탐욕과 집착을 상징하는 빛이, 아주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문대식이 뭔가 강하게 원하는 게 있다는 얘기. 그게 뭔지는 직접 물어 보면 될 일이었다.

“그래서 뭘 바라는데?”

내가 대 놓고 묻자 문대식이 힐끗 내 눈치를 살피더니 입을 뗐다.

“삼명그룹 회장님 되시면....저도 삼명그룹에 데리고 가실 거죠?”

“뭐?”

나는 그제야 문대식이 뭘 노리고 이러는지 눈치를 챘다.

“너 지금 삼명그룹 경호실장이 되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

문대식은 대답 대신 침묵했다. 그게 강한 긍정의 대답임을 모를 내가 아니었고.

“하아....그래. 시켜 줄게. 경호실장.”

“정말이요?”

“어.”

그러면서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언젠가는....’

문대식이 삼명그룹의 경호실장을 맡을 깜냥이 되는 그날이 오면, 그때는 그를 경호실장을 시켜도 되겠지. 당연히 그때가 언제 일지는 나도 모르는 일이고.

내 그런 속내를 알지 못하는 문대식은 그저 좋아서 싱글벙글, 입이 귀에 걸려서 신나게 운전을 했다. 그렇게 십여 분 뒤, 나를 태운 트럭이 쉐링턴 호텔 입구에 도착했다.

“나 먼저 내린다.”

나는 휑하니 트럭에서 내려서 쉐링턴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나를 보고 문대식도 따라 오려다 호텔 측 사람들에게 잡혔다.

“트럭 치우세요.”

“아니. 발레파킹 좀 하면 되지.”

“누가 트럭을 발레파킹해요.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고, 빨리 트럭 빼세요.”

결국 문대식은 나를 따라 호텔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트럭을 몰고 호텔 주차장으로 가야했다.

* * *

최철기는 자신이 운이 매우 좋았다고 생각했다. 백준열 대표가 그를 조금이라도 좋지 않게 봤다면, 그는 지금쯤 인천 바다 위 통통배를 타고 있었을 거다. 그 다음 벽돌이나 쇳덩이 주렁주렁 매달고....퐁당 바다 속으로....

“여보!”

“아빠!”

지은 지 30년도 넘은 엘리베이터도 없어 5층까지 올라가기가 사실 예삿일이 아니었다.

한데도 지금껏 불평 한 마디 한 적 없은 아내와 착한 아들. 그의 가족들이 이틀 동안 실종 당했던 가장이 돌아오자 기뻐하며 그의 품에 안겨왔다.

“어흑흑흑....당신 어떻게 된 줄 알고....”

“으아아앙....아빠....보고 싶었어요.”

특히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아내가 제일 서럽게 울었다. 그런 아내를 보고 아들은 따라 울었고.

말이 흥신소지 험한 일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두 번은 꼭 직원이 입원을 했고, 가족이 없는 직원의 경우 대표 부인인 그녀가, 그 직원을 챙겨야 할 때도 있었다.

“자자. 그만들 울어. 내가 죽거나 다친 것도 아니고, 이렇게 멀쩡히 살아 돌아왔는데 울긴 왜 울어?”

최철기의 뻔뻔한 그 말에 그의 아내가 울다가, 기가 찬 얼굴로 그를 쏘아보더니 대뜸 그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아악! 아파!”

“사람이 어쩜 그래요? 죽거나 다쳐? 그게 한 가정의 가장이 할 소리에요?”

같이 산 세월이 10년이다. 그 동안 아내가 진짜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절절이 알게 된 최철기. 그는 지금 아내가 진짜 화가 났다는 걸 알고 바로 꼬리를 내렸다.

“미, 미안해.”

“진짜 어디 다친 데 없어요?”

최철기의 아내는 그 말을 하면서 그의 몸을 꼼꼼히 확인했다. 팔다리부터 시작해서 손가락에, 양말까지 벗겨서 발가락까지 다 무사히 붙어 있는 걸 확인하고, 팬티만 남기고 옷들 싹 벗겨 몸에 상처 자국이라도 있는지 싹 다 살피고 나서, 그제 안도에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일단 겉은 멀쩡하네요. 속은 이따가 병원 가서 확인해요.”

“아,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나 진짜 아무 문제없다니까.”

“정말요?”

“그래. 그리고....나 취직했어.”

“네?”

흥신소 대표인 최철기가 뜬금없이 취직했다는 말에, 그의 아내가 황당함을 넘어서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를 쳐다봤다.

“그렇게 됐어. 정확히 무슨 일을 할지는 내일 가 봐야겠지만....”

“그럼 흥신소는요?”

“뭐 정리해야지. 아니면 용수에게 넘기던지.”

딩동! 딩동!

그때였다. 누가 최철기의 집을 찾아왔다.

“누구세요?”

“형수님. 접니다. 주 실장.”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명일 흥신소 주용수 실장이 최철기의 집을 찾아왔다.

* * *

최철기도 가족들을 만나고 그들을 안심시킨 다음, 곧장 주 실장에게 전화를 할 생각이었다.

그가 명일 흥신소를 접는 거 보다, 주용수 실장에게 넘기는 게 더 나을 거란 판단 하에 말이다.

그게 명일 흥신소에서 일하는 다른 직원들이, 실업자가 되지 않은 유일한 해결책이었으니까. 하지만....

“뭐? 너 빼고 다 떠나?”

근데 그건 최철기의 과한 걱정이었다. 그러니까 그가 생각한 거 보다, 그의 직원들이 훨씬 영악하고 의리가 없었던 것.

“네. 대표님 실종 되셨다니까, 다들 다른 흥신소로 갔습니다. 뭐 거기가 우리보다 월급도 더 준다니, 다들 좋다고 가버리더라고요.”

“허얼....”

“뭐 대표님 오셨으니까, 그놈들이야 다시 부르면 다들 돌아오....”

“아니. 부르지 마.”

“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주 실장. 그에게 최철기가 말했다.

“나 이번 기회에 흥신소 접으련다.”

“네에?”

“원래는 너한테 넘길까 했는데, 직원도 없는 흥신소 넘기면 뭐해. 넌 그냥 나 따라서 거기 가고. 흥신소 문 닫자.”

“대표님! 하아....사모님. 좀 말려 주십시오. 하아....흥신소 안하면 뭐해 먹고 살려고요?”

“나 취직했다.”

“뭐, 뭐라고요?”

이게 무슨 소리냐며 주 실장이 최철기의 아내를 쳐다보자, 그녀도 자긴 잘 모른다며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서 남편을 쏘아보며 말했다.

“아까부터 취직했다는데....당최 그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영....”

“그 참. 나 진짜 취직했다니까. 내일부터 거기 출근해야 돼. 용수 너는 내가 내일 가 보고, 네 얘기 그쪽에 하고 나서 모레 나하고 같이 출근하면 될 거다.”

“아니. 대표님. 취직은 뭐고 출근은 또 무슨 소립니까?”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주용수가 말하자, 최철기가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을 했다.

“그러니까 여차저차해서 대표님이, 그 JYB엔터테인먼트 대표 눈에 띠었고, 내일부터 거기서 일하게 됐다 이거네요?”

“그렇지. 뭔 일 할지는 내일 거기 가서 들어 봐야하고. 내 밑에 사람도 데려 오라고 했으니까 너 하나는 거기 취직시켜 주겠지.”

JYB엔터라는 회사 이름까지 최철기가 거론하자, 그의 아내와 주용수 모두 어리둥절해 하며 최철기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헷갈려 할 때였다.

“대에박! 아빠. 그럼 아빠가 MP4의 소속사인 JYB엔터에서 일하는 거야? 우와아!”

최철기의 아들인 최민용이 신난 얼굴로 방방 뛰었다. 그러면서 최철기에게 말했다.

“아빠. 나 MP4 다희 사인 받아줘.”

“뭐 그래. 내일 거기 가니까, MP4 보이면 넷 다 사인 받아오지 뭐.”

언제나 아들에게만 진심이었던 최철기. 그는 여태 아들한테 해 주기로 약속 한 건 다 해줬다. 그게 뭐가 됐건 말이다.

그걸 알기에 최철기의 아내와 주용수도, 이쯤 되니 최철기의 말이 그가 지어낸 헛소리가 아니란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 * *

오늘 체크인 한 일본은 남녀, 그 말만으로 나는 하시모토 나나미와 그녀의 매니저 히로시가 몇 호실에 묵고 있는지 알아냈다.

“1806호라....”

쉐링텅 호텔의 VVIP고객인 내가 슬쩍 알아봐 달라는 데, 그걸 거절할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직원은 다행히 프런트 안에 없었다. 그런데 왜 방이 하날까?

매니저인 히로시는 남자다. 그들이 한 방에서 뭘....

물론 호텔에 같이 있다고 그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닐 수 있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이건 맞지 않았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8층으로 올라갔고, 6호실 앞에 섰다.

“하아....”

그리고 방안에서 나는 소리와 냄새를 통해서 두 연놈들이 뭔 짓을 했고,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 한두 시간 전에 빠구리를 했고, 지금 둘은 한 침대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 그 짓하고 나서 씻지도 않고서 말이다.

띠리릭! 철컥!

나한테 이 딴 호텔 방문을 여는 건 일도 아니다. 내 견신 시스템의 스킬 중에 「만능 오프너」 스킬을 사용하면 말이다.

나는 열린 문을 열고 일본 여배우 하시모토 나나미와 그녀의 매니저 히로시가 같이 묵고 있는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뭐 일부러 소리 안 나게 까치발로 들어가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굳이 소리 낼 필요도 없어서, 그냥 현관 앞에서 구두를 벗고 조용히 객실 방으로 들어갔고, 이내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는 남녀를 발견했다.

나는 저 연놈들이 허튼 소리를 지껄이는 게 보기 싫어서라도, 핸드폰 카메라로 저들이 헐벗고 같이 누워 있는 걸 찍었다.

“어쭈....”

그래도 양심은 있었는지 히로시가 콘돔을 사용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콘돔을 쓰고 잘 좀 버릴 것이지. 녀석이 쓰고 버린 콘돔이 침대 주위에 널려 있었다. 그것도 다섯 개나.

“새끼. 보기보다 정력가네.”

빠구리를 다섯 번이나 하다니 하시모토 나나미가, 저 놈을 섹스파트너로 두고 있는 게 바로 이해가 됐다.

일단 히로시라는 매니저는 내 관심 밖에 존재. 그래서 열외로 두고 그 놈 품에 안겨 잘만 자고 있는 나나미를 보고 있자니....

꿈틀꿈틀....

내 자지가 반응을 보였다. 아니. 저 여자가 딴 놈과, 그것도 빠구리를 다섯 번이나하고 저렇게 붙어 자고 있는데, 그걸 보고 자지가 발기를 한다고? 하여튼 백준열이 개새끼라는 건 내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는 이유는 곧 백준열의 기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백준열이 일본에서 하시모토 나나미를 보고 반한대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그는 하시모토 나나미와 뜨거운 관계가 되는 걸 원하고 있었다.

“쯧쯧....”

그러니까 백준열에게 있어서, 하시모토 나나미와 빠구리는 그의 인생에 있어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것이다.

내 입장에서 하시모토 나나미는 일본 미인 중 한 명일뿐이지만, 백준열은 그녀를 반드시 따 먹어야 하는 여자로 보고 있었다.

참고로 백준열의 기억에 따르면 그가 따 먹기로 한 여자는 무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태까지 다 따 먹어왔다. 그건 눈앞의 하시모토 나나미도 예외는 아니었고.

그러기 위해서 그는 수백억이 들어가는 한일합작드라마의 제작도 불사하고 있었다.

“미친 새끼....”

그때였다.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려왔다.

-디링! 당신 머리에 남은 본신의 염원이 너무 강렬합니다. 해서 자칫 지금의 당신 영혼에 심각한 데미지를 입힐 수도 있다고 판단이 되는 바, 역시 본신의 염원인 하시모토 나나미와 빠구리를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녀와 빠구리를 할 시 개지수 2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그러니까 견신 시스템이 나와 이 몸의 원래 주인인 백준열의 남은 원념 사이에 중재를 서고 나선 거다.

“개지수 20포인트라....”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썩 만족스런 중재 안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백준열의 남은 그 원념이랑 한 판 붙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 원념을 완전히 이 몸에서 몰아 내 버리고, 백준열이 여전히 내 머릿속에 치고 있는 그 기억의 장막들을 죄다 걷어 내 버리면서, 그의 온전한 기억과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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