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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의사나 간호사가 그런 점까지 세세하게 유명구에게 얘기해 주지는 않았다.
“대표님!”
그때 연락을 받고 가장 먼저 달려 온 유명구 회사 직원. 마침 근처라서 바로 여기로 왔다는, 그 직원에게 유명구가 말했다.
자신이 어떻게 이 병원에 오게 됐는지, 그 과정을 좀 알아오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걸 알아보러 나간 회사 직원. 그 직원 뒤로 가족과 다른 회사 직원들이 줄줄이 그의 병실을 찾아왔다. 그 중에 특히 가족들이 많이 놀란 듯 보였고, 유명구는 가족들에게 다시는 심장 약 빠트리는 일이 없도록 주의 하겠다고 거듭 약속을 해야 했다.
그 사이 유명구가 알아보란 걸 알아보고 돌아 온 회사 직원.
“일단 대표님 차와 대표님 차를 들이 받은 차가 꽤 많이 망가져서 견적이 상당히 많이 나올 거라고....”
“잠깐! 내 차를 들이 받아? 그게 무슨 소리야?”
“네? 모르셨어요? 대표님이 횡단보도를 통과할 때 ,반대 차선의 차가 튀어 나와서 대표님 차를 들이 받았다는데. 그 덕분에 대표님 차가 횡단보도의 사람과 다른 차를 들이받거나, 상가 건물로 돌진하는 걸 막을 수 있었다고....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차에서 내린 사람이 대표님을 차에서 끌어내려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그 덕분에 대표님이 살 수 있었다는....근데 제가 좀 알아보니 그 정도야 보험으로 해결 될 문제니, 돈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
유명구는 그제야 모든 전후사정을 다 알 수 있었다. 그가 의식을 잃고 질주 할 때 누군가 그의 차를 들이받아서, 차를 멈춰 세운 뒤 심장마비로 죽어가던 그까지 구해 낸 거다. 한마디로 그 사람이야 말로 그의 생명의 은인이요, 진정한 의인, 히어로라고 할만 했다.
“그, 그분 어디 있어?”
“제가 듣기로 괜찮다며 현장에서 바로 떠났다고 들었는데요.”
“연락처는?”
“경찰에서 그분에게 용감한 시민 상을 수여하겠다고 하는 걸 보면, 경찰은 그분 연락처를 알고 있지 않을까요?”
그때였다. 관할 경찰서의 형사가 조사를 위해서 유명구의 병실을 찾아왔고, 유명구는 그 형사에게 필요한 진술을 하고나서, 자신을 구해 준 그분의 연락처를 물었다. 그러자 형사가 말했다.
“그분은 자신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는다고 하셔서....죄송하지만 그분 연락처는 알려드릴 수 없겠네요.”
그때 병실을 찾아온 유명구의 동생 유영규가, 그들이 나누는 얘기를 전부 엿듣고 있다가 속으로 생각했다.
‘대박. 이건 특종이다.’
유영규는 대한국일보의 사회부 기자였다. 그가 보기에 자신을 희생해 가며 자기 형을 살려 준 그분이야 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의인, 히어로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조용히 병실을 나온 유영규는 대한국일보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자기 형을 살려 준 의인에 대해 얘기를 하자, 편집장도 감이 온 모양이었다.
-요즘 같은 각박한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다니....그 의인이 누군지 찾아내서 인터뷰 따 와. 이번 달 이슈의 인물은 바로 그 의인으로 할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편집장님.”
제대로 한건 하게 된 유영규는 크게 기뻐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형이 누워 있는 병실로 향했다.
사업하느라 늘 바쁘기만 했던 형. 그런 형이 이렇게 그의 앞길에 꽃길을 깔아 줄지 어떻게 알았겠나? 이번 기사만 잘 뽑으면 올해 승진은 따 논 당상이나 마찬가지였다.
“형. 좀 어때?”
“어어. 영규 왔구나. 안 그래도 부탁 좀 하려 했는데 잘 왔다.”
“부탁? 뭔데?”
유영규가 반짝 눈빛을 빛내며 형인 유명구를 쳐다봤다. 그러자 유명구가 말했다.
“집에 해피가 혼자 있는데 네가 가서 밥도 좀 주고 목욕도 시켜주라.”
“뭐, 뭐? 지금 나보고 개새끼나 돌보라고?”
“하아. 영규야. 해피는 단순한 개가 아냐. 나에게는 가족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려견 몰라?”
“그놈에 반려견 타령 좀 그만하고....진짜 형의 반려나 좀 찾지?”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아픈 형의 부탁이었다. 차마 그걸 거절하지 못하고 병실을 나온 유영규. 그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진짜 개 팔자가 상팔자네.”
그는 형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병원을 나와서 형이 사는 집으로 곧장 향했다.
물론 그 집에서 이번 사건의 관할 경찰서가 가까웠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형 집에 가는 김에 그곳 관할 경찰서도 찾아 갈 생각인 유영규 기자였다.
당연히 해피라는 반려견의 주인인 유명구도, 그의 동생인 유영규도 알지 못했다.
유명구가 그렇게 극적으로 살 수 있었던 건, 다 그들이 기르고 있는 애견 해피 때문이었단 사실을 말이다.
* * *
견신의 미션을 수행하느라 점심시간을 30분이나 초과했다. 하지만 대표가 괜히 대표가 아니다. 그거 좀 늦었다고 내게 뭐라고 할 사람은 JYB엔터에는 없다. 아아. 한 사람 있기는 하네.
“대표님. 30분 늦으셨습니다.”
대표실 앞의 김 비서가 그 점을 꼬집어 말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말뿐이다. 그런 그녀에게 한 소리 했더니 바로 꼬리를 말았다.
“한 빠구리 더 할까?”
“....”
“하하하하....”
나의 짓궂은 농담에 얼굴이 시뻘게진 김 비서를 보고, 크게 웃으며 대표실 안으로 들어간 나는 바로 인터폰으로 김 비서에게 말했다.
“김 비서. 오후에 삼명그룹 쪽 동향을 잘 좀 살펴 봐.”
-삼명그룹을 말입니까?
“어. 나와 관련 된 얘기가 나올 거야. 그럼 그 즉시 나는 행방불명인 거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오후에 삼명그룹에서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예정이었다. 백승렬 회장에 내게 삼명전자 주식 10%를 양도 했다는 식의....
아마 그 발표가 있고 나면 다른 곳은 몰라도, 삼명그룹은 발칵 뒤집어 질 거다. 그리고 내 위에 두 형님과 동시에 내게 줄을 대려는, 삼명그룹 본사 임원들의 연락이 줄을 이을 예정이고.
그러니까 그때부터 나는 행방불명 상태가 될 거라는 얘기다. 그들과 통화하는 거 자체가 시간 낭비, 감정 낭비일 뿐일 테니 말이다.
똑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히 나는 그 노크가 누가 한 건지 알았다. 내 견신 시스템의 개 특성을 통해서 말이다. 대표실 문에 다가 올 때 나는 그 사람 특유의 발소리와 냄새, 바로 문대식이었다.
“들어 와.”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문대식이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대표님. 괜찮으신 거 맞습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병원에 가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무래도 문대식이 좀 전 내가 친, 진짜 교통사고 때문에 이러는 모양이었다.
차 끼리 추돌, 즉 부딪쳤는데, 그 안에 사람이 문제가 없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내게는 외상과 일부 내상 치료가 가능한 「개 알약」아이템이 있었다.
이미 그 개 알약은 회사로 오는 도중 복용한 상태. 고로 나는 지금 멀쩡했다.
“나는 괜찮으니까, 아까 내 차를 운전했던 경호팀원은 병원에 보내서 정밀 검진을 받게 해.”
“대표님!”
“어허. 난 진짜 괜찮아. 내 몸은 내가 알아. 그러니까 호들갑 피울 거 앖어. 특히 김 비서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고.”
나는 혹시 김 비서가 걱정할까 싶어, 문대식의 입부터 단속 시켰다. 그렇게 문대식을 대표실에서 내 보낸 뒤, 나는 JYB엔터로서 정상적인 오후 업무를 시작했다. 물론 그 전에 잠깐 시간을 내서 견신 시스템에게 받을 걸 챙겼다.
-디링! 횡단보도 앞에서 참사를 막으시오. 6마리 애견의 주인들이 죽을 참사를 막아 낸 당신을 견신이 대견해 합니다. 해당 미션을 클리어 하셨기에 개지수 30포인트와 함께 역 아이템과 역 스킬 각각 1회 이용권을 지급합니다.
그 말 직후 내 눈앞에 바뀐 상태창이 떴다.
이름: 백준열(Lv10)]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3Up), 「개좆」(3Up)], 「개목걸이」(3Up), 「개코」(3Up), 「개방울」(3Up), 「개 알약」(일,역 3Up-1일 15회, 외상과 일부 내상(체내 2기 종양, 선천질환, 1일 2회) 한정), 「개불알」(3UP)
[보유 스킬(중 하나 역 스킬 화 가능): 「말하는 개」(일,3Up), 「충견」(일,3Up), 「개 끗발」(역,3Up), 「개호구」(역,3Up), 「만능 오프너」(일,3Up-모든 문(보이는 문에 한정)), 「개멋져」(일,3Up), 「개 짖는 소리」(일,역, 3Up)
[인벤토리: 개톤백(In), 역 아이템 1회 이용권(2장), 역 스킬 1회 이용권(3장), 「1회용 개 물약-종양치료제」
[특성: 개(5차UP진행 중)]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친화력이 뛰어납니다.*
[개지수: 30]
나는 바로 상태창의 항목 중 개지수부터 확인했다. 견신 시스템이 언급한 대로 개지수가 +30포인트가 적립 되어 있었고 그 다음 인벤토리 항목에서 역 아이템 1회 이용권이 1장에서 2장으로, 또 역 스틸 1회 이용권이 2장에서 3장으로 늘어 나 있는 걸 확인하고는 바로 눈앞에 상태창을 지웠다.
* * *
문대식은 백준열이 시킨 대로 최철기라는 자를 차에 태우고 화정 빌딩을 나왔다.
“집 주소 불러요.”
“....”
그런데 최철기가 말하라는 집 주소는 부르지 않고,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딱 봐도 죽다가 살아서 그런지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그런 그에게 문대식이 재차 물었다.
“최철기씨. 집 주소를 알려주셔야 집에 모셔다 드리죠?”
“아아. 네. 그냥 용산 보건소 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그렇게 문대식은 최철기가 가자는 용산 보건소로 향했고, 그곳에 다와 가자 그때서 최철기가 말했다.
“저기 사거리에서 우회전 해서 쭉 직진 했다가 다시 좌회전하면 교회 건물이 보일 겁니다. 그 교회 건물에서 다시 좌회전 하면 유성 빌라라고 나오는 데 거기 내려주시면 됩니다.”
문대식은 최철기가 시킨 대로 움직여서 유성 빌라 앞에 차를 멈췄다. 그러자 최철기가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태워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렇게 차에서 내린 최철기는 쪼르르 유성 빌라 안으로 들어갔고, 그걸 지켜보던 문대식은 차를 돌려서 JYB엔터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누구 전환지 확인한 문대식은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어. 뭐? 대표님이? 그래서? 야! 병원부터 갔어야지? 지금 어디계신데? 회사로 가는 중이라고? 알았어.”
문대식이 갑자기 다급해져서는 평소와 달리 완전 거칠게 운전을 했다. 실제 단속 카메라에 걸리기까지 하면서 JYB엔터 본사로 향한 그는 곧장 대표실로 올라갔다. 그리곤 백준열을 당장 병원으로 데려가려 했다. 하지만....
“멀쩡해 보이기는 한데....”
백준열이 괜찮다며 고집을 피우니 그도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교통사고란 게 겉은 멀쩡한데 속의 상태가 안 좋을 수 있었다. 그래서 교통사고가 나면 꼭 병원 가서 정밀 검진을 받는 거고. 한데 백준열은 그걸 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를 곁에서 모시는 경호팀장으로서 문대식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백준열의 몸에 이상한 점이 보이는 즉시, 그를 데리고 병원에 갈 요량으로 문대식은 백준열의 오후 일정 내내 대표실 앞을 얼쩡거렸다. 당연히 그런 모습이 이상해 보일 수밖에 없었고 결국 김 비서도 알아버렸다. 백준열이 점심 먹고 오는 길에 횡단보도 앞에서 얼마나 무모한 짓을 저질렀는지 말이다.
물론 그 무모한 짓 덕분에 여러 사람의 목숨을 구하긴 했지만, 김 비서에게 있어서 생판 모르는 그 사람들 목숨과, 백준열 대표의 목숨의 무게감이 같을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백준열 대표는 멀쩡하게 업무를 봤고, 두 사람도 점점 교통사고에 대한 염려를 머릿속에서 지워 갈 무렵, 김 비서가 화들짝 놀라며 외쳤다.
“맙소사! 이, 이게 무슨....”
“왜 그래요?”
여태 김 비서와 함께 한 세월이 얼마든가? 하지만 문대식이 보아온 김 비서가 이렇게 놀라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물었더니 김 비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문대식에게 말했다.
“삼, 삼명전자 주식 10%를....조금 전 백 회장이 저희 대표님께 양도 하셨다고....”
“뭐, 뭐라고요!”
김 비서도, 문대식도 알았다. 삼명그룹에서 삼명전자 주식 10%의 의미를 말이다.
그러니까 좀 전에 삼명그룹 백승렬 회장이, 자신의 막내아들이자 JYB엔터 대표인 백준열을, 사실상 삼명그룹 후계자로 공표 한 것이다.
벨레레레레~
그때부터 JYB엔터 대표실과 비서실의 전화에 불이 붙었다. 김 비서는 그때부터 시치미 뚝 떼고, 백준열 대표가 한 시간 전에 대표실을 나간 후로, 연락이 끊겼다고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놨다.
문대식도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대표실을 나왔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교통사고 난 백준열의 안위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맙소사. 백준열이가 삼명그룹 회장이 될 거라니....그럼 나는....허얼....삼명그룹 경호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