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462화 (460/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이건 뭐....’

녀석은 그냥 배신의 아이콘이었다. 녀석의 몸을 휘황찬란하게 두르고 있는, 누런 똥 빛은 배신을 밥 먹듯 하는 자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당연히 녀석은 지금도 양태석을 배신하고 있을 터였다.

“쯧쯧....”

나는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그 소리에 하종균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는 그런 녀석에게 ‘뭘 봐? 박쥐 새끼야.’라고 말을 할 뻔 했다. 겨우 그 말을 삼킨 나는 웃으며 녀석에게 말했다.

“이빨에 뭐가 껴서....”

사실 이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을 필요도 없었다. 태석파의 중간 간부인 녀석과, 태석파 보스를 부리는 이몸 사이의 격차를 봤을 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렇게 한 건....

‘주위 보는 눈 때문에....’

지금 내가 그 말을 하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그 말이 양태석의 귀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즉 양태석은 그에 대한 내 해명을 요구할 거고, 나는 하종균이 너를 배신하고 있단 걸 말해야 했다. 그럼 양태석이 뭐가 되겠나?

‘그의 사람 보는 눈이 똥이라는 걸 증명하는 꼴이겠지.’

태석파가 생긴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이슈 자체가 양태석의 입지를 좁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 점을 고려해서 일단 궁색한 변명으로, 하종균이 계속 방심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최철기를 보러 위층으로 올라간 나는 곧 그자와 대면하게 됐다.

‘이건 또 뭐야?’

마침 하종균을 「개눈깔」아이템으로 살펴봤었던 나는, 그 능력을 그대로 유지 중에 있었고, 자연스럽게 그 능력으로 최철기를 봤다. 그런데....

‘저 자의 능력이....’

김효석 실장과 그의 비슷한 능력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최철기 저 인간이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아주 특화 된 능력자란 얘기다.

‘이거 완전 계 탔네.’

나의 눈 꼬리와 입 꼬리가 동시에 올라갔고, 그걸 본 최철기가 갑자기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리고 드러나는 그의 감정은....

‘이런....’

최철기가 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녀석의 직감이 날 보고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던 것.

“살, 살려 주십시오.”

나는 그게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그냥 관뒀다. 어차피 협박해서 거두든, 잘 설득해서 거두든 최철기를 내 사람으로 거두는 건 같았으니까. 물론 그 뒤에 그를 진심으로 내 사람을 만들려면 그와 오해를 풀어야겠지만, 어차피 그것도 최철기 본인이 최종적으로 결정할 문제였다.

“살려 주면. 넌 나한테 뭘 해줄 거지?”

조금 비열해 보이는 얼굴로 내가 묻자 최철기가 열심히 눈알을 굴렸다. 내 의도가 뭔지 궁금해 하는 게 역력했지만,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녀석이 내 놓을 대답을 정해져 있었다.

“뭐,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딩동댕! 정답이다. 최철기는 내가 만족할 만한 대답을 내 놨고, 나는 그런 그에게 준비하고 있던 제안을 했다.

“내 밑에서 일해라.”

“네?”

“흥신소 때려치우고 내 회사에서 일하란 말이다. 왜 싫어?”

“아, 아닙니다.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아. 이 자는 내가 데리고 가지.”

나는 하종균을 돌아보며 말했고, 하종균은 그 즉시 태석파 조직원들을 데리고 화정 빌딩을 빠져 나갔다.

* * *

나는 문대식에게 최철기를 정중히 그의 집까지 데려다 주라고 지시했다.

“내일 여기로 와.”

그러면서 최철기에게 내 명함을 건넸다. 그리고 주의 사항을 말했다.

“지금하고 있는 거 싹 정리 해. 그리고 그쪽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과 관계도 마찬가지고. 쓸 만한 사람들 있으면 데리고 오는 건 좋아.”

나는 윤재구 회장 같은 최철기의 굵직굵직한 고객들을 의식해서 그 말을 했다. 그리고 그에게도 계속 데리고 썼으면 좋겠다 싶은 직원이 있을 테니, 그 직원 정도는 JYB엔터로 데리고 와도 좋다고 한 거고.

그렇게 최철기를 문대식에게 맡기고 화정 빌딩을 나온 나는, JYB엔터의 직무 교육을 시키고 난 최철기를, 누구 밑에 두고 이쪽 일을 배우게 할지 결정했다.

“그래도 몇 달은 차은석 부문장 밑에 뒀다가, 바로 김효석 실장에게 일을 배우게 만들어야지.”

최철기라면 적어도 JYB엔터의 한축을 맡아, 충분히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인재였다.

그런 인재를 만난 건 내게 커다란 행운이었고. 그때였다. 내 머릿속으로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디링! 잠시 후 횡단보도 앞에서 참사가 벌어집니다. 반대편 차선에서 심장마비를 일으킨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 셋을 친 뒤 그대로 돌진해서 인도에 사람 둘, 그리고 상점 안 사람 하나를 치어 죽게 하고, 본인도 그 자리에서 죽습니다.

“뭐?”

갑작스런 견신 시스템의 사고 예고에 내가 얼떨떨해 할 때였다. 견신 시스템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그 참사를 막으세요. 그 참사로 죽게 될 6명 모두 애견을 키우고 있는 자들로, 그들이 죽으면 주인을 잃은 견족들이 크게 슬퍼할 것을 견신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 미션 성공 시 개지수 30포인트와 함께 역 아이템과 역 스킬 각각 1회 이용권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 미션을 받아드리겠습니까?[Y/N]

딱 봐도 견신이 내 주는 미션이었다. 나는 볼 것도 없이 속으로 예스를 외쳤다. 그때 나를 태운 차가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 섰다. 그러자 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맞은 편 차선으로 향했고, 내 시선에 100여 미터 앞에서 왼손으로 핸들을 잡은 운전자가, 갑자기 오른손으로 자기 가슴을 부여잡는 게 보였다.

‘뭐, 뭐야? 벌써 시작....’

그걸 보고 나는 반사적으로 운전석을 향해 외쳤다.

“비상 깜빡이 켜고 경적 울리면서 옆 차선으로 넘어가. 어서!”

내가 버럭 소리치자, 놀란 운전석의 경호팀원이 그래도 내가 시킨 대로 기민하게 움직였다.

부아아아앙!

그때 심장마비를 일으킨 운전자가 모는 차가, 빠르게 횡단보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만 내 차에서 울린 경적 소리에 놀란 보행자들이, 이쪽을 보느라 다행히 횡단보도로 들어서지 않고, 인도에 그대로 남았다.

“들이박아!”

내 외침에 내차 운전석의 경호팀원이, 비장한 얼굴로 횡당보도로 그대로 질주해 들어오는 차량의 왼쪽 라이트 쪽을 들이받았다.

쿠콰아앙!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지만 당연히 충격이 왔고, 최고급 외제차량인 내차 안에서 에어백이 터져 나왔다. 그로 인해 운전석의 경호팀원과 나는 충돌에도 무사했다.

빼애애애애액!

그러면서 차에서 시끄러운 소음이 일었는데,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인지 차문을 열고 내려서, 내 차에 부딪쳐서 인도 보도블록 위에 반쯤 차체를 걸친 채 멈춰 선, 반대차선에서 횡단보도로 돌진해 온 차량으로 향했다.

그 차 역시 운전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했고, 운전석의 에어백이 터져서 외관상 크게 외상을 입지는 않아보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운전자가 심장마비 증상을 보였다는 점.

나는 즉시 그 차 운전석 차문을 열고, 운전자의 안전벨트를 푼 다음 그를 밖으로 끌어냈다. 그리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서, 주위에 몰려 든 사람들에게 외쳤다.

“119에 신고 좀 해주세요.”

그리고 10분 쯤 뒤, 119구급대가 심장마비 걸려 횡단보도로 돌진 해 온, 그 운전자를 싣고 인근 응급실로 향하는 모습을, 나와 주변 사람들이 멀뚱히 지켜봤다. 그때였다.

짝짝짝짝!

갑자기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 * *

보스인 양태석이 귀한 분이니, 자기를 대하듯 모셔야 한다는 말을 들은 하종균. 그는 속으로 웃었다.

‘그래. 시키는 대로 해 주마. 하지만....’

언제든 기회가 온다면 양태석을 비롯한 자기 위에 조직 간부들을 담그고, 자신이 그 자리를 꿰찰 생각뿐인 하종균이었다.

태천파에서 태석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미 다른 조직들과 접촉을 시도해서 그들과 연결 고리를 마련해 놓은 그는, 언제든지 지금 있는 태석파의 뒤통수를 후려 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근데 그것도 모르고 자신을 키워 주겠다는 양태석을 보며, 하종균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랬는데 막상 양태석이 그분을 그에게 맡기고 떠나고, 그분을 가까이서 모시게 된 하종균.

‘뭐야?’

갑자기 그를 보고 혀를 차던 그분이, 간단하게 몇 마디 말로 최철기란 자를 거두는 비범한 모습을 보였다.

자기 또래로 밖에 안 보이던 그분이, 자기 보스보다 더 한 카리스마를 선보이자, 그제야 하종균도 양태석이 왜 그분을 모시고 있는 지 알거 같았다.

“그만 가 봐.”

그리곤 쿨하게 하종균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해서 하종균은 그 즉시 화정빌딩에 있던 태석파 조직원들을 전부 데리고 그곳을 나섰고, 양태석에게 바로 전화를 해 그 사실을 알렸다.

“....라고 하셔서 지금 복귀 중입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양태석과 통화를 끝낸 직후 하종균이 운전 중인 태석파 조직원에게 말했다.

“차 돌려. 양재동 물류창고로 가자.”

원래는 태석파에 바로 복귀해야 하지만 하종균은 딴 볼일이 좀 있었다.

그가 맡은 구역에 요즘 강원도에서 날아온 날파리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던 것.

안 그래도 벼르고 있었는데, 그 날파리들이 겁도 없이 하종균이 특별히 마련한 잔칫상을 노리고 있었다.

“혁진이 연결 해.”

하종균의 말에 운전석 옆 조수석의 태석파 조직원이, 즉시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전화를 하더니, 이내 그 핸드폰을 뒷좌석 하종균에게 넘겼다. 하종균은 그 핸드폰을 받아 귀에 갖다 대며 바로 말했다.

“혁진아. 애들 몇 명까지 모을 수 있어? 20명? 그것 밖에 안 돼? 으음. 창고에 몇 명 있지? 10명? 좀 애매한데....”

열심히 눈알을 굴리며 생각하던 하종균. 그가 핸드폰에 대고 재빨리 말했다.

“일단 그 애들 데리고 창고로 와. 당연히 연장들 챙겨와야지. 그래. 창고 앞에서 보자.”

통화를 끝낸 하종균은 핸드폰을 다시 조수석의 태석파 조직원에게 넘기고 팔짱을 꼈다. 그리곤 시선을 차창 밖으로 돌리며 뭔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뭐 강원도 촌것들 쯤이야....”

여태 조직 생활을 하면서 싸움이 터지면, 꼭 상대 조직 보다 배 이상의 조직원들을 동원해서 싸워 온 하종균이었다. 그랬기에 여태 한 번도 진 적이 없었고.

하지만 오늘 그는 상대와 비슷한 인원의 조직원들을 이끌고 싸워야 했다. 하지만 크게 걱정이 되지 않는 게, 상대가 강원도 벽촌에서 넘어 온 촌놈 양아치들이었다. 그런 무지렁이 놈들이라면 그 밑에 태석파 조직원 하나가 둘 셋은 충분히 커버 치고도 남았다.

그걸 알기에 수적으로 비슷해도, 하종균은 자기 밑에 조직원들이 놈들을 개 박살 낼 것을 확신했다.

* * *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살아 온 유명구. 그런 그가 요즘 바빠 약도 며칠 건너뛰었다. 근데 그런 사실을 유명구는 몰랐다. 왜냐하면 바빠도 너무 바빠서.

“어. 알았어. 지금 간다고. 가. 그래. 10분만 기다려.”

그의 회사에서 개발한 뿔테안경 수리 기법이 대박을 쳤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그를 보자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는데, 보다시피 그의 몸을 하나였다.

지금 가는 그의 거래처만 해도, 사흘 전부터 보자는 걸 이제야 만나러 가고 있었다.

당연히 그쪽과 계약을 할 것이고, 그럼 이전 보다 수익이 200%는 늘어 날 거다. 그렇게 늘어난 거래처만 합쳐도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수십 배는 늘 게 확실했다.

이 기세면 올해 은행 대출을 다 갚고, 잘하면 수십억의 이익을 창출해 낼 수 있었다. 그 생각에 벌써 흥분이 되는 유명구.

“억!”

그때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파왔다. 그제야 유명구는 오늘도, 어제도 자신이 심장 약을 먹지 않은 게 생각났다. 그리고 흐려지는 의식....

‘안 돼!’

마지막으로 그가 본 건 횡단보도와 그 위로 들어와 있는 빨간 불이었다. 차를 멈춰 세워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뭔가가 그의 차를 들이받는 느낌이 들면서 유명구는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그랬던 그가 서서히 의식을 되찾았을 때였다.

“정신이 드세요?”

딱 봐도 의사와 간호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유명구의 시야에 들어왔다.

‘살았다.’

그들을 보는 순간 유명구는 그 생각부터 들었다. 그리고....

‘횡단보도....’

그가 기억하기로 그가 몬 차가 분명 횡단보도로 진입해 들어갔었다. 그렇다면 그때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가 그의 차에 부딪쳤을 가능성이 높았다.

“다, 다친 사람....”

그가 힘겹게 그 말을 꺼내자 그 말을 들은 의사가 웃으며 말했다.

“네. 유명구씨 말고 다친 사람은 없습니다.”

“아아....”

유명구는 그 말에 안도했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느꼈다. 차가 부딪친 걸 말이다.

그렇다면 운 좋게 사람은 피했지만, 그의 차가 다른 차나 건물을 들이받았을 가능성이 컸다. 그럴 경우 자기 차의 파손은 물론, 기물 파손에 따른 처벌이나 손해배상을 해야 할지 몰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