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461화 (45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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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나는 내 쪽으로 오는 김 비서를 보고 그냥 근처 응접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김 비서가 알아서 뒤처리를 쭉 해주고, 그녀가 벗긴 내 양말과 팬티, 바지를 입혀 준 뒤 신발까지 신겨 주었다. 그리곤 책상 위에 올려 둔 자기 팬티와 브래지어를 챙겨 들고 다시 욕실로 들어갔다.

“쩝....”

그런 그녀를 보며 내가 입맛을 다실 때였다. 쉴 틈도 없이 또 내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한국항공 조은아 경영본부장이었다.

“이 여자가 왜 또....”

나는 받지 말까하다가 혹시 몰라서 그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오빠. 저예요. 은아.

“그 오빠 소리 좀 그만할 수 없을까요? 듣기 심히 거북한데.”

-백 대표님이 저보다 한 살 위이시잖아요. 그럼 오빠가 맞죠. 오빠를 오빠라고 부르는 게 뭐가 이상하다고 그러세요?

“이상하지요. 사회에서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고 다 형, 오빠라고 부르지는 않거든요. 그 만큼 가깝고 상대가 그러라고 허락해야 부를 수 있는 호칭입니다. 그 오빠라는 소리는 요. 근데 조은아 본부장님과 나는 가깝지도 않고, 또 나는 그쪽에 오빠라고 불러도 좋다고 허락한 적도 없습니다만.”

-하여튼 까칠해서는....됐고. 오늘 점심 어때요?

“약속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그쪽과 왜 점심을 먹습니까?”

-어제 일로 미안해서 그렇죠. 괜히 오해를 해서....점심이 어려우면 저녁은요?

“저녁도 약속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싫으세요?

“싫어서가 아니라 정말 약속이 잡혀 있어서 그럽니다.”

-그럼 제가 싫은 건 아니란 소리네요?

“뭐, 뭐라고요?”

-오늘은 안 된다니 어쩔 수 없죠. 내일 전화할게요.

“이, 이봐요. 조 본부장....”

띠띠띠띠띠띠....

내가 한소리 하려는 데, 그걸 또 귀신같이 눈치 차린 조은아가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하려했는데, 마침 김 비서가 욕실에서 나오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한국항공 조은아 본부장이 갑자기 나한테 왜 이러는지 그 이유는 알아야겠기에, 나는 김비서가 뒷정리 후 대표실을 나갈 동안, 철수라는 처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한국항공에 조은아 경영본부장이 왜 내게 자꾸 연락을 해 오는지, 그 이유 좀 알아내서 빨리 연락 좀 주세요.”

-알겠습니다. 알아내는 대로 연락드리지요.

아무래도 김훈 대표보다는 철수라는 처리자를 상대로 일을 시키는 게 나로서도 더 부담이 없었다. 그리고 김훈 대표에 비해서 일처리도 더 빠른 거 같았고. 아무래도 김훈 대표는 너무 바쁜 사람이다 보니 내가 시킨 일을 두고, 자기 일과 우선순위를 정해 일 처리를 해 왔을 게 뻔했다. 하지만 철수라는 처리자는 내 일을 제일 우선시 하고 처리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번 일을 내일까지 알아내 준다면 보너스를 지급할까하는데?”

-보, 보너스요? 하하하하. 그래 주시면 고맙지요. 제가 가급적 빨리 그 이유를 알아내겠습니다.

“그러던지 뭐....수고하세요.”

-네. 대표님도 남은 시간 좋은 일만 있으시길....

철수는 김훈 대표에 비해서 이렇게 세심한 면이 있고 말도 예쁘게 했다.

그렇게 내가 철수라는 처리자와 통화를 끝냈을 때, 그 사이 김 비서가 대표실을 나가고 없었다.

* * *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11시 30분이다. 오늘 점심은 양태석과 하기로 한 상황. 나는 오늘도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에 나가 있는 김효석 실장과 통화를 했다.

“....라니 김 실장이 옥석을 잘 가려내서, 거기 남길 연예인은 남기고 쳐낼 연예인은 쳐 내도록 하세요. 네. 그에 대한 전권은 김 실장에게 있습니다.”

무능한 자라면 애초에 내가 김 실장을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에 보내지도 않았다. 특히 연예인 보는 눈이 뛰어난 김효석 실장이었다. 그라면 현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에서 뜰 연예인과 몰락하거나, 뜨기 어려운 연예인을 잘 골라 낼 거라 믿었다.

그렇게 김효석 실장과 통화를 끝내고 나니 11시 50분. 나는 양태석과의 점심을 먹기 위해서 대표실을 나섰다. 그때 김 비서가 보였는데 내가 알기로 김 비서는 중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해서 그녀는 따로 점심을 먹게 놔두고, 나는 문대식과 경호팀원들과 같이 차로 인근 화정빌딩으로 갔다.

걸어서 10분 거리지만 차로 이동해도 거기 가는데 10분이 걸렸다. 운동 삼아 걷기는 너무 짧고, 또 식사 중 급한 일이 터질 수 있어서 나는 차를 이용해서 거기로 갔다.

“어서 오십시오.”

거기 VIP실에 양태석이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양태석은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먼저 주문까지 해 놓았다. 그래서 내가 앉자마자 먹을 요리들이 차례로 나왔다.

해서 나는 먹으면서 양태석과 편안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얘기 주제는 주로 양태석이 예전 태천파 조직을 어느 정도까지 장악했으며, 이후 새로 등장한 태석파의 행보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러다 주 메뉴가 나오면서 내가 먼저 얘기 주제를 바꿨다. 나는 굳이 돌려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양태석에게 말했다.

“내 근접 경호팀원인 정민지 요원이 양 전무 처제였다면서?”

“그, 그걸 어떻게....”

양태석이 그 물음에 놀란 듯 나를 빤히 쳐다봤다. 이건 자칫 내가 그를 믿지 못해서 그의 뒤를 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당사자에게 들었어. 정민지 요원이 얘기해 주더라고.”

“민, 민지가요?”

양태석이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여전히 나를 빤히 쳐다봤는데, 그런 그에게 나는 오늘 그를 보자고 한 진짜 용건을 밝혔다.

“그래. 뭐 어쩌다보니....정민지 요원과 내가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됐어.”

“네에? 그, 그게 무슨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뭐?”

아니. 나와 정민지가 서로 좋아하는 게 어째서 말도 되지 않는 단 건지, 이번에는 내가 양태석을 똑바로 쏘아봤다. 그러자 그가 얼굴을 붉히며 내게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민지가 정말 대표님을 좋아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혹시....무슨 강요에 의한....하아....대표님이 또 그러실 분은 아니시지. 안 되겠습니다. 제가 민지를 직접 만나보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양태석. 그는 주 메뉴로 나온 잡탕밥에 숟가락만 갖다 댄 채 있다가, 그 숟가락을 놓고 몸을 일으켰다. 그대로 두면 이곳 VIP룸 밖으로 나갈 거 같아서, 내가 그에게 말했다.

“어디가게?”

“민지 보러요.”

“그 민지가 지금 어디 있는데?”

“그, 그야 대표님 경호팀원인까....아아....”

그제야 자신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는 걸 깨달은 양태석. 나는 VIP룸 밖을 지키고 있던 내 경호팀원들이 들리게, 큰소리로 문밖을 향해 외쳤다.

“정민지 요원. 이리로 오라고 해.”

그리고 채 2분도 되지 않아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누구야?”

내가 외치자 문밖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저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내 여자 중 한 명인 정민지의 목소리가 맞았다. 나는 힐끗 내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양태석을 쳐다봤다가 이내 말했다.

“들어 와.”

그 말과 함께 정민지가 VIP룸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 말고 또 누가 있자, 바로 표정을 굳혔다. 그런 그녀에게 내가 말했다.

“민지. 이리 와서 앉아.”

내 말에 정민지가 쪼르르 내 쪽으로 다가왔고, 비어 있는 내 옆자리에 다소곳이 앉았다. 그런 그녀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있던 양태석. 그가 정민지에게 대 놓고 물었다.

“네가 대표님께 우리 관계를 말 했다고?”

양태석의 그 말에 정민지가 힐끗 나를 쳐다봤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정민지는 내게 자신이 양태석의 처제라고 말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내가 그렇게 말했으니, 그녀가 내게 말 한 게 되는 거다. 자기 입으로 그녀가 양태석의 처제라고 말이다.

“네. 뭐....”

정민지는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 하지만 양태석에게 거짓말 하는 게 영 께름칙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심지어 네가 대표님과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고도 하시더구나?”

“그건 맞아요.”

이번엔 정민지가 당당하게 말했다. 그 모습이 양태석에게는 충격적이었던 모양이었다.

“어, 어째서? 어떻게 이런 일이....”

양태석은 지금 눈앞의 현실이 도통 믿기지 않는 듯 보였다.

‘쯧....’

그래서 제 손으로 허벅지를 꼬집었다. 하지만 양태석은 지금 꿈꾸고 있는 게 아니었다.

양태석은 백준열의 복잡한 여자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런데 그런 백준열의 숱한 여자들 중에, 자기 처제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그로 하여금 지금의 현실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듯 했다.

그런 그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되었지만, 그건 제 3자 입장에서 얘기고 그 당사자가 되어 버린 나로서는 그다지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정민지와 나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깊은 교감을 나눈 사이였다. 그래서 내가 정민지에게 눈짓을 보냈고, 그녀가 알아서 양태석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형부. 아니 양태석씨.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그러니까 양태석씨가 이러는 건, 정말 꼰대 짓이에요.”

“뭐, 뭐? 꼰, 꼰대?”

“정민지. 아무리 그래도 꼰대라니! 너무 했다.”

나는 짐짓 양태석의 편을 들었다. 정민지에게 제대로 가슴에 대못 박힌 양태석을, 옆에서 슬쩍 위로하면서 그와의 관계는 지속 될 수 있게끔.

“내, 내가 너한테 꼰대 소리를 듣다니....”

양태석은 진짜 정민지의 말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기껏 내가 자기 편 든 것도 모르는 거 같았다. 하지만 정민지는 영특했다.

“죽기 전에 언니가 그랬어요. 형부. 발목 잡지 말라고. 그리고 네 삶은 네가 알아서 살라고. 저는 지금껏 그 유언을 지키려 노력하며 살아왔어요. 형부. 이제 진짜 마지막으로 부르는 거예요. 다시 내 입에서 이 말이 나올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러니 잘 들으세요. 제 남자는 제가 정해요. 그리고 지금 제 남자는 백준열 대표님이십니다.”

“....”

정민지의 말에 양태석이 한참을 그녀를 쳐다봤다. 그러다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그래. 인정하마. 지금 네 남자는 백 대표님이다.”

그 말을 하면서 힐끗 나를 쳐다보는 양태석. 그런 그의 눈빛이 뭔가 오묘했다. 정민지와 나 사이를 대인 배처럼 인정해 주는 거 같으면서도, 뭔가 질투하는 거 같은....

그래서 내 견신 시스템의 「개눈깔」아이템을 사용해서, 양태석의 그 눈빛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아내려 했는데, 양태석이 이 자리가 불편한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대표님. 제가 급한 일이 있는 데 깜빡했습니다.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그 말 후 휑하니 VIP실을 나서던 양태석. 그런 그가 막 문을 열려다가 생각이 난 듯, 고개를 뒤로 돌렸다. 하지만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는 않고, 자기 할 말만 그냥 했다.

“보시겠다는 그 최철기라는 자는, 바로 위층 비어 있는 사무실에 두었으니, 식사 끝나시면 올라가서 보십시오.”

그 말 후 양태석은 내 말은 듣기 싫은지, 바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를 나와 정민지가 멀뚱히 쳐다보다 문이 도로 닫히자 서로를 쳐다봤다. 근데 정민지가 많이 미안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 데 말이다.

“식사는?”

그런 그녀에게 내가 다정히 묻자 그녀가 힘없이 대답했다.

“짜장면 먹다가 불러서 왔죠.”

그 말은 제대로 식사를 못했단 소리. 해서 내가 말했다. 양태석이 먹으려다 만 주 메뉴인 잡탕밥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저거라도 대신 먹어. 양 전무 손도 안 된 거니까.”

그래서 나는 양태석 대신 정민지와 마주보고 앉아서 마저 하던 식사를 했다. 정민지도 처음에는 미적거렸지만, 잡탕밥을 한 숟가락 떠 먹어보고 나서는 생각이 바뀐 듯 허겁지겁 그걸 먹어치웠다.

“으음....맛있어....쩝쩝쩝....특히 건해삼이 쫀득하니 풍미가 장난 아니네요.”

나 역시 잡탕밥을 먹고 있었던 터라 그 맛을 알고 있었기에, 정민지가 저렇게 맛있게 먹는 게 다 이해가 됐다.

* * *

점심을 먹고 나서 정민지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대신 식사를 마친 문대식이 VIP룸을 찾아와서 말했다.

“양태석이 좀 전에 전화 왔는데 대표님 위층으로 모시라고....”

“그래. 가자.”

양태석은 만약을 위해 수하들을 절반가량 화정 빌딩에 두고 떠난 상태였다. 그러면서 중간 간부 하나를 남겨 뒀는데, 그에게 모종의 지시를 내려 뒀다. 그 지시는....

“그러니까 양 전무가 그쪽보고 내가 시키는 건 뭐든 다 하라고 했다고?”

“그렇습니다. 대표님.”

딱 봐도 똘똘하게 생겼다. 거기다 충직해 보였고. 하지만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

“이름이?”

“하종균입니다.”

나이는 내 또래로 보이는 하종균이란 자를 나는 내 견신 시스템의 「개눈깔」아이템으로 살폈다. 그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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