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서도 핸드폰에 대한 안내 방송이 나오기 전까지 백준열에게 전화를 건 히로시.
띠띠띠띠띠띠....
하지만 백준열은 여전히 통화 중이었다.
“빠가.....”
나지막이 백준열을 욕한 뒤 핸드폰을 비행기모드로 전환한 히로시. 비록 비행시간이 짧은 한국이었지만. 히로시는 나나미 옆에서 한 시간 가량 푹 잤다. 나나미 역시 피곤했던지 그 옆자리에서 잠을 잤고.
둘은 한국의 김포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스튜어디스가 깨워서 잠에서 깰 정도로, 둘 다 깊게 잠이 들었다.
“나나미. 입에 침 닦아.”
“어머머....”
입국수속을 밟고 나서 게이트를 나서며 히로시는 백준열에게 이제 습관처럼 전화를 걸었다. 그랬는데 이번에도 통화 중.
“이 새끼는 하루 종일 통화 중이네.”
안 되겠다 싶은 히로시. 백준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게이트 밖에서 대기 중인 택시에 올라탔다. 그리고 미리 예약해 둔 쉐링턴 호텔에 가자고 영어로 말하자, 택시기사가 바로 알아듣고, 그들을 쉐링턴 호텔까지 데려다 주었다.
히로시는 쉐링턴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호텔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배가 부르자 옆에 미인 나나미가 보였고, 그쪽으로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
무엇보다 오늘 백준열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그 새끼가 나나미를 손 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 전에 나나미의 몸에다가 왠지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영역 표시 같은 의미로 말이다. 그래서 히로시는 나나미를 덮쳤다.
“히로시상....혼또니 기모찌....아아앙....이빠이 기모찌....앙앙....아흐흑....아아아아....”
그리곤 둘 다 만족할 만한 빠구리 한 판을 완성했고, 직후 나나미가 씻으러 먼저 욕실로 들어가고 나서 침대 누워 있던 히로시.
벨레레레레~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그가 아무리 전화해도 통화 중이 걸려서 통화가 어려웠던 그 백준열의 전화였다. 히로시는 벌떡 몸을 일으키며 그 전화를 받았다.
“네. 백준열 대표님.”
-정말 서울입니까?
“네. 여기 서울 쉐링턴 호텔입니다.”
-하아. 하필....나나미 양은 옆에 있습니까?
“네. 근데 좀 전에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당장 보기는 어렵습니다. 스케줄이 꽉 차서.
“바쁘시면 저희가 그쪽 회사로 가겠습니다.”
-지금 외부 일정 때문에 회사를 나서는 중입니다. 오셔도 못 봅니다.
“대표님. 나나미까지 왔는데....이대로 돌아가는 건 좀....”
히로시는 슬쩍 나나미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그가 예상했던 대답이 백준열에게서 나왔다.
-그렇다면 5시쯤 내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그렇지!’
히로시는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하지만 그 속내를 숨기며 백준열에게 말했다.
“그럼 5시에 여기서 뵙도록 하죠.”
그렇게 히로시가 백준열과 통화를 막 끝냈을 때 수건 한 장으로 몸을 가린 나나미가 욕실 밖으로 나왔다. 샤워로 두 볼이 붉게 상기된 나나미는 안 그래도 예쁜데 더 예뻐 보였다.
툭!
그런 그녀가 달랑 하나 걸치고 있던 수건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드러나는 나나미의 완벽한 나체. 그걸 보는 순간 두 눈이 뒤집어진 히로시.
“오오. 나의 엔젤....”
그가 후다닥 그녀에게 달려들어서 그녀를 번쩍 안아들었다. 그리곤 근처 소파로 데리고 가서....하던 빠구리를 마저 이어서 해 나갔다.
그렇게 한 시간 뒤, 두 번째 빠구리 판을 완성 시키고는 녹초가 된 두 사람은, 침대에 널브러져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 * *
오후에 중요한 재판이 있었던 이병찬 변호사. 그는 오전 업무를 대충 정리하고 로펌을 나섰다.
“내가 운전하지.”
그는 로펌에서 제공하는 운전기사 대신 직접 핸들을 잡았다. 그는 오후 재판이 열릴 남부지법에 가기 전에, 오늘 만나기로 했던 백준열을 보러 JYB엔터로 향했다.
“저기 있군.”
JYB엔터 사옥은 인근 빌딩 중에서도 가장 삐까번쩍했다. 괜히 국내 최고 연예기획사가 아니었다. 원래는 톱 4에 들어갔던 JYB엔터는 최근 QH엔터에 이어서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까지 인수합병하면서, 규모 면에서 단연 독보적인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로 발돋움 했다.
“누가 백승렬 회장 아들 아니랄까?”
뭘 해도 최고가 아니면 만족하지 못한다는 삼명그룹의 백승렬 회장. 탐욕스런 그의 욕심을, 그의 막내아들로 알려진 백준열이 그대로 물려받은 모양이었다.
“저는 이병찬 변호삽니다. 백준열 대표님을 좀 보러 왔습니다.”
“대표님을요?”
“네.”
“약속은?”
“하긴 했는데 비서실에 문의 해 보시죠.”
1층 안내 데스크로 올라간 이병찬은 그래도 백준열을 만나기 위한 절차는 지켰다. 안내 데스크의 직원이 곧장 대표 비서실로 전화를 했고, 잠시 후 그 데스크 직원이 아예 전화를 바꿔 주었다. 이병찬은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이병찬 변호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백준열 대표님 비선데요. 무슨 일로 오셨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저는 표지수양 때문에 대표님을 좀 뵈려고 왔습니다.”
-그 문제라면 저희 대표님께서 저희 측 법률 대리인을 통해서 얘기를 하신 걸로 아는데요?
합의는 없다. 끝까지 가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변호사가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우선시 하는 게 바로 합의다. 그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피해자를 이런 식으로 찾아오는 건 소위 말해 잘나가는 변호사의 기본 중 기본이었다.
“직접 만나 뵙고 드릴 말씀이 좀 있어서 그렇습니다. 10분, 아니 5분이라도 좋으니 꼭 좀 뵙게 주십시오.”
-일단 말씀은 드려 보겠습니다.
그렇게 전화가 끊기고 채 5분도 안 돼서 이병찬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이병찬이 그 전화를 받자, 좀 전 안내 데스크의 전화기에서 들렸던 목소리가 그대로 그의 귀에 들려왔다.
-백준열 대표 비섭니다. 지금 바로 올라오시죠.
“알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이병찬은 통화를 끝내자마자 안내 데스크에 대표실이 몇 층인지 물은 다음, 엘리베이터 쪽으로 급히 걸어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표실이 있는 층을 눌렀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대표실이 있는 층에 멈춰서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 앞에 늘씬한 미인이 한 명 서 있었다.
이병찬은 그녀가 이곳 연예기획사 연예인인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병찬 변호사님?”
“네. 맞습니다.”
“백 대표님 비섭니다. 저를 따라 오시죠.”
이병찬은 그가 제일 좋아하는 여배우 유혜라를 뺨치는, 초특급 미모의 여비서에 반쯤 넋이 나간 채 그녀 뒤를 따라 움직였다.
달칵!
“들어가시죠.”
“아네....”
그리고 그녀가 열어주는 대표실 문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그 안에서 예상 밖으로 환하게 웃으며 그를 맞아주는 젊고 잘생긴 남자를 봤다.
“어서 오세요. 이병찬 변호사님.”
“네. 반갑습니다.”
조금 얼떨떨해 하면서 대표실 안으로 쭉 들어간 이병찬. 그는 백준열과 악수 후, 그가 권하는 자리에 앉았다. 그가 예상했던 대로라면 대표실 안에 들어오면, 새파란 젊은 놈이 오만하게 그를 맞는 거였다.
하지만 그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백준열은 그런 기업을 자기 소유로 생각하는 오만한 재벌 3세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었다. 그는 친절하고 스윗하며 상당히 이성적이었다.
‘골치 아프게 됐군.’
그래서 그런 점이 이병찬을 더 곤란하게 만들었다.
“제가 바쁜 관계로 5분밖에 시간을 드리지 못합니다.”
“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제가 여기 찾아 온 것은 표지수 양에 대해 선처를 바래서입니다.”
이병찬은 변호사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굴었고, 그런 그의 말을 백준열은 군말 없이 전부 들어주었다.
“알겠습니다. 그 결정에 대해 좀 더 심사숙고 하죠.”
그나마 백준열이 절대 합의는 없다는 말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그의 말에 설득 돼서 합의해 주겠다고 한 것도 아니었고. 뭐 생각해 보겠다니 어쩌겠나?
백준열은 이병찬에게 주어진 5분의 시간이 지나자 그 말을 했고, 그게 축객령임을 아는 이병찬은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부디 선처 부탁드립니다.”
“....”
마지막으로 이병찬이 머리까지 숙였는데, 백준열은 그저 웃기만 할 뿐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게 대표실을 나가는 이병찬의 마음이 무겁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헛걸음 한 거 같군.”
백준열의 생각을 되돌리는 데 사실상 실패 한 이병찬은, 결국 재판으로 갈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하면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JYB엔터 사옥을 나섰다. 그때 눈치 없게 표지수의 전화가 걸려왔다.
“하아....”
길게 한숨을 내 쉰 이병찬. 그는 표지수의 전화를 받았다.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는 거예요?
“미안하다. 일하는 중이어서....”
-아 됐고. 어떻게 됐어요?
“뭐가 말이냐?”
-그 새끼 만나는 거 말이에요.
표지수의 그 말을 듣는데 이병찬은 바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백준열이 왜 합의를 안 해주려 하는 지 알 거 같다는....
“지금 여기 JYB엔터야.”
-그 새끼 만났어요? 뭐래요? 합의해 준데요?
“아니. 합의는 어려울 거 같다.”
-뭐, 뭐라고요? 합의도 못할 거면서 거기는 왜 간 건데요?
이병찬은 인내의 한계에 다다랐다. 표지수가 아무리 죽은 친구 딸이라지만 이건 해도 너무했다.
-....인데 그것도 못할 거 같으면 변호사 당장 때려 쳐야죠. 안 그래요?
“그래. 말 잘했다. 나는 나이도 많고 무능하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네 입맛에 맞는 변호사 로 바꿔라.”
-....
이병찬이 변호사 바꾸라는 말에 갑자기 말이 없어진 표지수. 그녀도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에 이병찬 변호사만큼 유능한 변호사도 없단 걸 말이다. 거기다가 아버지 친구가 아니던가?
생전 아버지인 표 감독이 믿었던 몇 되지 않은 사람이었고, 그녀도 의지하는 삼촌 같은 분이었다.
“내일 중으로 변호사사임서가 등기로 갈 거다. 그러니 지금부터 네가 원하는....그 합의 잘해 줄 유능한 변호사 빨리 찾아라.”
-삼촌. 잠깐만....
그제야 다급해진 표지수가 그를 불렀지만 이병찬은 매정하게 그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걸려오는 표지수의 전화를 더는 받지 않았다.
* * *
삼명그룹의 이동훈 비서실장과 통화 후, 김 비서가 가져 온 결재 서류를 살피던 나는 표지수의 변호사인 이병찬을 만나는 데 10분의 시간을 썼다. 그를 맞아서 인사 나누고 또 대표실을 내 보내는 데까지 5분을 썼고, 그의 얘기를 5분 정도 들어주었는데, 말을 썩 유려하게 잘 하는 양반이었다.
표지수에 대한 내 악감정이 살짝 흔들릴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표지수는 한 번 식겁을 해 봐야 했다. 그래서 그녀에 대한 선처는 없다. 그렇게 이병찬 변호사와 만남 후 나는 마저 결재 서류를 살폈고 그 서류들에 사인을 했다.
QH엔터와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이먼트의 인수합병으로 인한 인적, 재정적으로 급하게 처리 되어야 할 사안들이라 신속한 결재가 필요한 서류들이었다. 빠른 인적, 재정적 집행이 필요했다.
그렇게 결재한 서류를 김 비서에게 넘길 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삼명그룹 이동훈 비서실장이었다.
“뭐지?”
아까 통화 했는데 이 실장이 전화를 걸어오자, 의아해 하며 나는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실장님.”
-도련님. 혹시 서진그룹과 관계가 틀어지셨습니까?“
“아아. 네 뭐....”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이 전화가 왔더군요. 회장님 바꿔 달라고 지랄....아니 난리를 피우기에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도련님 얘기를 해서 이렇게 전화 드려 보는 겁니다.
“별거 아닙니다. 서진의료재단과 문제가 생겼는데 아시다시피 김 회장이 워낙 다혈질이라서....”
-김명진 회장. 안 그래도 저희 쪽에서 한 번 손을 볼 생각이었습니다.
“네?”
-주제넘게 감히 반도체 쪽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더군요. 배터리 쪽도 마찬가지고요.
다른 건 몰라도 삼명그룹은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만큼은 누구도 건드리는 걸 용납지 않았다. 그 결과 10년 뒤에도 삼명그룹은 국내 최고 그룹에, 글로벌 그룹의 자리를 내주지 않을 수 있었다.
근데 지금 보니까 그게 다 이동훈 비서실장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그는 그 두 분야에 한해 그 어떤 협상의 여지조자 주지 않으려 했다.
-그룹 차원에서 지원해 드릴 테니,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과 한판 제대로 붙어 보십시오.
“회장님께는....”
-이미 알고 계십니다. 말씀은 없으시지만 내심 기대하고 계신 줄 압니다.
‘기대는 개뿔....’
딱 봐도 견적이 나왔다. 백승렬 회장은 내가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과 한판 뜨는 걸 몇 걸음 뒤로 물러나서 지켜보기로 한 거다. 자기 후계자로서 내가 얼마나 잘 싸우는지를 말이다.
서진그룹과는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 되면, 이 실장에게 살짝 얘기를 하려 했는데, 김명진 회장이 뭣 때문인지 조급하게 굴면서, 삼명그룹 쪽에서 이 일을 알아버렸다. 때문에 오히려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과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숙명의 한판 승부만이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