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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457화 (45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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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짜장면은 진짜 맛있었다. 그리고 탕수육도 죽여줬고. 단지 아쉽다면 최철기는 찍먹 인데, 조폭들은 먹기 급급해서 소스를 부어 놓고 허겁지겁 먹었다.

“쩝쩝쩝....이 집 잘하는데? 면 빨이 예사롭지 않아.”

“그렇지? 서울에서 이 정도 면 뽑는 곳 흔치 않지. 후루루룩! 쩝쩝쩝....”

“나는 소스가 더 마음에 들어. 특히 탕수육 소스에 케첩이 살짝 들어간 거 같은데....”

“무슨 소리야. 이 바삭함이 살아 있는 탕수육이 진짜지. 소스는 양념일 뿐이야.”

그런데 먹으면서 조폭들이 툭툭 내 뱉는 음식에 대한 품평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왜 탕수육을 부먹으로 먹는지도 바로 알 수 있었다.

“쩝....다 먹었네.”

“그러게. 몇 개먹은 거 같지도 않았는데....”

“여긴 탕수육 대大자가 양이 너무 적어.”

부먹으로 먹어도 워낙 빨리 먹다보니, 찍먹 먹는 거나 진배가 없었던 것이다.

최철기도 나름 먹는다고 먹었는데 딱 세 개 먹었다. 그 사이 다른 조폭들이 탕수육을 싹 먹어치워 버렸다.

조폭들은 아쉬워하면서 각자 남은 짜장면을 마저 먹어치웠다. 그나마 짜장면이 곱빼기라 다 먹고 나자 어느 정도 배는 불렀다.

“커피 한잔 씩 하자.”

“좋지. 밑에 커피 전문점 있던데 내가 가서 사 올게.”

식후 커피를 그것도 다방 커피나 자판기 커피가 아니라, 커피 전문점의 내린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서 먹겠다는 조폭들을 보면서 최철기도 느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말이다.

“자. 아이스 아메리카노 샷 하나 추가 맞지?”

커피 사러 밑에 내려갔던 조폭은 최철기의 커피 입맛도 알고 있었다.

“어어. 잘 마실게.”

조폭들과 최철기는 이틀 같이 붙어 있었다고 자연스럽게 말들을 놓고 있었다.

나이야 최철기가 조폭들보다 많았지만, 지금 그의 처지에 나이 많다고 조폭들에게 존댓말 들을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게 최철기가 아이스 아메리카로는 시원하게 즐기고 나서 10분 쯤 지났을까?

식곤증 때문일까? 조폭들 중 둘이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였다.

“여깁니다.”

사무실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졸다가 깬 조폭들이 사무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밖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자들 중에 전혀 조폭스럽지 않은, 딱 봐도 뭔가 있어 보이는 젊은 남자가 최철기를 보고 말했다.

“저 잔가?”

그러자 그 젊은 남자 옆에 태석파의 총 보스인 양태석이 정중하게 대답을 하고 있었다.

“네. 맞습니다.”

그 대답을 듣자마자 그 젊은 남자가 서슴없이 최철기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대뜸 물었다.

“윤재구 회장 알아?”

* * *

양태석과 통화를 끝내자마자 바로 옆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그래서 돌아보니 문대식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뭐?”

“아, 아닙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거 같았는데, 문대식은 그걸 결국 입밖으로 내 뱉지 못했다. 본인이 말하기 싫다는데, 내가 굳이 아쉬운 소리까지 해 가며, 문대식의 말을 들어 줄 필요는 없었다.

그때 내 핸드폰이 다시 울렸고, 확인하니 MP4의 우희였다. 나는 그 전화를 바로 받았다.

“어어. 우희야. 할머니 어떠셔?”

안 그래도 우희 할머니 상태가 궁금했었다. 그래서 회사 들어가면 짬나는 대로 그녀에게 전화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그녀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네. 지금은 완전히 좋아지셨어요. 점심부터 죽 드셔도 된다고 하고요.

“잘 됐네. 이제 너도 뭐 좀 먹어.”

어제 보니 우희 얼굴이 핼쑥했다. 아마도 지금까지도 쫄쫄 굶고 있을 게 확실했다.

그녀 매니저가 나름 챙기겠지만, 본인이 안 먹는다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얘기하면 또 얘기가 달라지지.

-네. 그럴게요.

딱 들어도 못내 대답하는 티가 역력했다.

“말만 그러는 거 아니지? 내가 매니저에게 확인 한다.”

이래 놓으면 우희도 어쩔 수 없이 뭐라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누구보다 그녀가 뭘 먹기를 바라는 사람 중 한 명이 그녀 매니저 일 테니까.

-하아....알았어요. 끼니 꼭 챙길 테니까, 이제 걱정 마세요.

“그래. 넌 한다면 하는 애니까.”

우희는 자기 입으로 하겠다고 하면, 비교적 자기 말을 잘 지키는 아이돌 멤버였다.

물론 100% 그녀 말을 믿는 건 아니니, 매니저를 통해 그녀가 잘 먹고 있는지 확인은 할 거다.

-제가 전화 드린 건 어제 제대로 말씀 못 드린 거 같아서요. 할머니 구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뭘....우리가 남도 아니고.”

누가 뭐래도 우희는 내 여자다. 그런 내 여자의 할머니를 구하는 데, 내가 가진 걸 좀 내 놓고 쓰는 건 전혀 아깝지 않다.

-그런 말....좀 가식적이고 닭살 돋는데....듣기 싫지는 않네요. 그래서 말인데....오늘 저녁에 시간 되세요?

“물론 되지. 언제 볼까?”

딱 봐도 우희가 용기를 내서 내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있었다.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인지라 나도 흔쾌히 그녀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드렸다.

-저녁 같이 먹고....심야영화 봐요. 우리.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났다. 우희가 혼자 심야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는 걸 말이다. 그런데 그녀가 그 좋아하는 걸 나와 같이 하고 싶어 하고 있었다.

‘이거 완전 그린라이트네.’

“그래. 그러자. 우리.”

랩의 라임을 탄다고 하긴 좀 그런데....우희의 우리라는 말이 참 듣기가 좋아서 나도 한 번 따라 해봤더니....

뚜뚜뚜뚜뚜뚜....

우희가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잠시 이걸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나하고 내가 어리둥절해 할 때였다.

디링!

문자 메시지가 왔고 확인하니 우희가 보낸 메시지였다.

-이따 6시에 병원에서 봐요. 할머니께서 대표님 뵙고 싶어 하셔서. 그리고 ‘우리’ 좋았어요.

“휴우....”

그 메시지를 보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우희가 좋았다니 다행이었다. 나도 그 말을 하고 나서 팔에 닭살이 돋았는데, 우희도 아마 그래서 후다닥 전화를 끊은 거 같았다.

* * *

우희와 통화 후 그녀와 저녁을 어떻게 보낼지 잠깐 생각했는데 그 사이 JYB엔터 사옥이 보였고, 잠시 후 지하주차장에 나를 태운 차가 멈춰 섰다.

달칵!

밖에서 문대식이 차문을 열어주었고, 나는 차에서 내린 뒤 엘리베이터 쪽으로 쭉 걸어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표실이 있는 층에 도착해서 대표실로 향했고, 여느 때처럼 김 비서가 나를 맞아주었다.

“특별한 일은 없지?”

여기서 특별한 일이라 함은 내가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을 말했다. 그녀와 함께 한 시간이 얼만데 그녀가 그걸 모를까?

“네. 당장은 없습니다.”

그 말은 지금은 없지만 곧 생길 거란 얘기였고 그 포문은 회사일, 그러니까 JYB엔터 쪽 일이 아닌 딴 쪽에서 터졌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 김 비서가 내 온 향이 특히 좋은 전통차를 음미하며 마시고 있을 때였다.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했더니 블랙머니의 박 비서였다. 나는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어. 박 비서.”

-대표님. 터졌습니다.

“뭐가?”

-문성일보 사주인 홍익태 말입니다. 좀 전 폭행, 강간 혐의로 경찰에 잡혀 있다고....

어젯밤에 일어 난 사건이었다. 안 그래도 왜 아직 터지지 않고 있나 싶었는데, 지금에야 터진 모양이었다.

아마도 문성일보 측에서 어떡하든 기사가 나가는 걸 막아보려고 한 거 같은데, 어제 사건 현장에 있은 기자만 10명이 넘었다. 그들을 다 막기에는 문성일보 측에도 한계가 있었을 터.

이제 터졌으니 그 기사는 이제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이고, 문성일보의 주가는 대폭락할 것이었다.

-....데 저번에 연락 했다가 거절 한 대주주들이....앞 다퉈서 문성일보 주식을 팔겠다고 연락이 왔는데 어쩔까요?

문성일보 주식의 대폭락이 사실상 예고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이제야 그 주식을 팔겠다는 염치없는 작자들.

“당연히 현 시세에 팔겠다는 거겠지?”

-네. 뭐....

완전 도둑놈들이다. 하지만 지금 아쉬운 건 나다. 왜냐하면 그 문성일보를 써야 할 일이 생겨서. TVM도 마찬가지고.

“다 사 들여. 그럼 문성일보 주식을 우리가 얼마나 확보하게 되는 거지?”

-말씀하신대로 다 사들일 경우 40%가 좀 넘습니다.

그렇다면 문성일보 주식 10%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기관들만 오케이 해도 문성일보 경영권은 내가 쥘 수 있었다. TVM은 아마 지금쯤 임시주주총회가 열리고 있을 거고. 나는 거기에 나를 대신해서 부대표인 박인호를 보내 놨다.

“문성일보에 긴급 임시주주총회 통보 해. 그리고 경영권 가져 오기 전에 거길 좀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가능하지?”

-물론입니다. 누가 감히 차기 대표의 지시를 거부하겠습니까?

“좋아. 그러면 말이야. 지금 내가 특종 기사를 보낼 테니, 그거 내일 기사 일면에 내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나는 박 비서와 통화 후 직접 포렌식한 데이터에서, 서진그룹 쪽은 일단 빼고 나머지 신비 처리자 에이전시의 3장로에 대한, 비리 사실을 정리해서 박 비서에게 메일로 보냈다.

이미 중앙지검에서 3장로에 대한 수사가 진행 될 예정이지만 그건 너무 늦었다. 왜냐하면 검찰도 조직이라 절차와 지켜야 할 과정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전에 그 자들의 손발을 묶어 놔야 했다. 김훈 대표와 약속 때문에 말이다.

벨레레레레~

그때 진동에서 소리로 바꿔 놓은 내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김훈 대표였다.

“하여튼 양반은 못 돼.”

그 말 후 나는 김훈 대표의 전화를 받았다.

* * *

김훈 대표는 주말에 이어서 어제까지 신비 에이전시를 압박해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낸 거 같았다. 문제는 역시 외압, 즉 3장로의 개입이었는데....

“걱정할 없어요. 당장 검경만 해도 그들이 바로 손쓰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쪽에 3장로가 힘을 쓴다면, 내게 바로 연락이 오게 되어 있는데....아직 잠잠한 걸 보니 문제 될 거 없습니다. 네. 계속 몰아치세요. 가급적 빨리 끝내면 좋겠지만....혹시 이쪽에서 검경을 동원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때 연락 주시고. 네. 수고 하세요.”

그렇게 김훈 대표와 통화를 막 끝내고 나서, 본격적으로 일 좀 하려고 막 인터폰을 누르려는 데....

벨레레레레~

또 전화가 걸려왔고 확인하니 중앙지검의 나재석 검사였다.

“뭐지?”

나 검사가 이렇게 일찍 전화해 온 적은 처음이라 나는 설마하며 그 전화를 받았다.

좀 전 김훈 대표와 통화 하며 한 말이 당연히 신경이 쓰였던 것. 하지만 나 검사가 내게 전화한 건 신비 에이전시의 3장로 때문이 아니었다.

“민정수석이요?”

어제 만났던 대통령의 사위 최지훈 때문이었다. 그 새끼가 아무래도 청와대를 동원한 거 같았다. 나는 청와대 비서실장을 거론하며 중앙지검의 검사들이 동요하지 않게 일단 약을 쳤다. 그 다음 나 검사에게 포렌식한 데이터에서 나온 비리 자료들을, 본격적으로 수사하라고 말하고는 통화를 끝냈다. 그랬는데....

경찰서장인 박대순과 국세청장에게서 차례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검에서 대검차장의 전화까지....

“이것들이....”

아무래도 정황상 청와대에서 작정하고 나를 털려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도 가만있을 수 없지.

나는 곧바로 블랙머니 박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내가 보낸 자료 받았지?”

-네. 잘 받았습니다. 좀 전에 문성일보 편집국장에게 넘겼고요. 말씀하신대로 내일 아침 일면에 그 기사가 나올 겁니다.

“아냐. 일면은 그거 말고 딴 거 올려.”

-네?

“내가 다시 특종 기사 하나 보낼 테니까, 그걸 일면에 다가, 제일 크게 올리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뭐....

나는 박 비서와 통화를 끝내자마자, 직접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에서 획득한 추 대표의 비리 장부 중 일부의 내용을 박 비서에게 보냈다.

“제 아무리 청와대라도....이건 못 막지.”

대통령이 무슨 의도로 나를 터는 걸 허락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내일 아침이면 열 좀 받을 거다. 자신의 사위의 성상납 의혹 기사를 접하고 말이다. 거기에 대통령과 청와대가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서, 향후 그들의 행보에도 크게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고.

만약 그들이 사위를 지키겠다고 외압을 넣어 온다면, 그들은 좆 될 것이고, 과감히 사위를 버린다면 현 권력을 그대로 유지 해 나갈 수는 있을 거다. 물론 내일 기사가 나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통령 얼굴에는 똥칠을 한 게 되겠지만.

일반적으로 집권 1년째인 대통령 사위에 관련한 기사를, 청와대 허락 없이 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랬다가는 청와대에 콕 찍힐 테니까.

하지만 그 기사를 내는 방송사와 신문사의 대표가 괜찮다면? 아니 그 기사를 내겠다면?

그 기사는 나오는 거다. 대통령과 청와대도 그건 못 막는다.

당연히 후폭풍이 장난 아니겠지만, 나는 그 두 곳이 내일 당장 망해도 상관없었다. 그 기사만 나갈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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