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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455화 (45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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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그랬더니 그 얘기를 묵묵히 다 듣고 나서 대통령이 말했다.

“으음. 그 사위에 그 장모군. 집 사람이 뭐라고 했던, 김 실장은 신경 쓰지 마시오. 다시 말하지만 청와대에서 민간인을 사찰하거나, 상처와 피해를 주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될 것이오.”

단호한 대통령의 그 말에, 김순철을 비롯한 주변 비서관들 모두 흐뭇하게 웃었다. 이런 올곧은 대통령의 모습에 반해, 그를 위해 청와대에 들어 와 있는 비서관들이었다.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와서, 지금껏 그런 비서관들을 실망 시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대통령 측근들로 불리는 비서관들만큼은 대통령을 믿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순철이 목소리에 힘이 들어 간체 대답하자, 그제야 대통령이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허. 좋소. 자아. 그럼 그 주영대사인 딜런인가, 달런인가 하는 자를 만나 봅시다.”

“네.”

정무수석이 앞장서서 집무실을 나섰고, 그런 그의 뒤를 김순철과 대통령이 뒤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이때 집무실 밖으로 나오며 마지막으로 집무실 문을 닫던 비서관이 슬쩍 옆으로 새는 걸 감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 비서관이 한쪽에서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것도 아무도 눈치 차리지 못했다.

“네. 민정수석님. 저 정수빈 비서관입니다. 각하의 지십니다. 백준열이 검경, 국세청 동원해서 혼쭐 좀 내 주세요. 아뇨. 그렇게 대대적으로 파헤치는 건 좀 아니고....삼명그룹이 나서기에 좀 애매하게....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네. 각하께서 지켜보신다고 하셨으니, 이번 일 잘하셔야 할 겁니다. 네. 그럼 또 연락드리죠.”

민정수석과 거의 대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나눈 그 비서관은, 잠시 주위를 살피다 호주머니 속에서 파운데이션을 꺼내서 얼굴에 찍어 바른 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백준열이가 이번엔 잘못 건드렸네. 대통령이 얼마나 뒤끝 쩌는 인간인데, 거기다가 속도 더럽게 좁고....뭐 내 알 바 아니지만.”

자신의 할 일을 다 한 듯 비서관은 느긋하니 현재 대통령이 있는 영빈관으로 향했다. 이때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 중인 여자 비서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민정수석 박재범.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나저나 이것들을 어쩌나?”

이렇게 되면 자신의 지시를 생 깐 중앙지검의 검사들의 처리가 당장 문제였다.

아무리 그가 민정수석이라도 검사들이 뭉쳐서 항명하면 골치 아파졌다.

당장 이 사실이 알려지면 대통령이 그를 얼마나 무능한 자로 여기겠는가? 해서 대 놓고 중앙지검 검사들을 성토하지도 못하는 박재범.

“어쩔 수 없군. 대검을 움직여야지.”

박재범은 곧바로 검찰총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검찰총장에게 전한 뒤, 바로 경찰청정에게 전화를 넣어 똑같이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국세청장까지 통화를 끝낸 그는, 민정수석으로 해야 할 그의 업무를 계속 수행했다.

어차피 결과야 세 곳 조직의 우두머리들이, 그에게 보고해 올 테니까. 하지만 박재범은 몰랐다.

그 세 곳 조직의 우두머리들이 그와 통화하고 나서, 바로 백준열에게 전화를 건 사실을 말이다. 물론 그에 앞서서 청와대에서도 백준열에게 연락이 들어갔고.

* * *

서울 중앙지검 반부패부의 나재석 검사. 그는 백준열이 그에게 넘긴 포렌식 테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법처리를 해야 할 자들의 명단을 뽑고, 그 사유를 기재한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밤샘 근무를 했다.

“우푸, 우푸우....”

중앙지검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수를 한 후, 그와 같이 밤을 샌 사무원과 같이 근처 해장국 집에서 아침을 먹고 돌아 온 나 검사. 그런 그를 막 출근한 부장검사가 불렀다. 그래서 부장검사실로 들어갔더니....

“네? 백준열 대표를 털라고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부장검사가 했다. 왜냐하면 이미 중앙지검에 백준열 라인이 만들어져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차장님도 황당해 하시더군. 그래도 어쩌겠나? 민정수석이 하라는데....일단 이 사실을 누가 그분께 알리긴 해야겠고....”

“그걸 지금 저보고 그걸 하란 말씀이시군요?”

“아무래도 네가 그분과 직접적으로 연결 된 라인이니까.”

한마디로 차장과 부장은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일에 발 담그기 싫다는 소리였다. 그래선지 몰라도 부장검사는 자기 방임에도, 백준열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그분으로 지칭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백 대표님께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자기 방으로 돌아간 나재석은 곧장 백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늘 그렇듯이 백준열은 나재석의 전화를 잘 받았다. 그건 오늘 아침도 예외가 아니었고.

-네. 나 검사님.

“편히 주무셨습니까?”

나재석은 별로 좋은 소식도 아닌 데, 아침 댓바람부터 백준열 대표에게 전화해서 괜히 그의 심기만 건드리는 거 아닐까 우려하면서,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백준열의 안부를 물었다.

-네. 뭐....근데 이렇게 일찍 무슨 일로....

하지만 둘이 통화한지 며칠이나 됐다고 안부는 무슨, 백준열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주니 나재석도 오히려 편하게 자신이 백준열에게 전화 건 용건을 밝히기 좋아졌다.

“그게 실은....”

해서 민정수석이 백준열을 탈탈 털라고 중앙지검에 지시 한 사실을 낱낱이 얘기했다. 그런데 백준열의 반응이 어째 냉랭했다.

-그래서 중앙지검에서는 어쩌기로 했는데요?

“차장님께서 곤란해 하시며 백 대표님께 어쩔지 여쭤 보라고 하셔서....”

-으음....일단 한번 항명해 보세요.

“네? 그랬다가 민정수석이 문제를 삼으면....”

-거기 비서실장과 잘 압니다.

“아아. 그러십니까? 그렇다면야....”

나재석도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이 민정수석의 상관이란 것 정도는 알았다.

-그보다 포렌식 데이터 수사는 어떻게 되어 갑니까?

“안 그래도 그 수사 의뢰서 들고 부장 검사님께 가려던 참이었습니다.”

-제가 말했던 그 사람들은....

“물론 최우선적으로 수사해서 영장 칠겁니까.”

-네. 그럼 나 검사님 솜씨 좀 볼까요?

“하하하하. 그렇게 말씀하시니 부끄러운데....결코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셔야죠. 그래야 그 다음인 부장자리도 그만큼 빨리 꿰차실 테니까요.

이미 승진공고가 떴고 다음 주부터 나 검사도 더 이상 평검사가 아닌 부부장 검사였다.

그런데 지금 백준열은 그 위를 언급하고 있었다. 나재석의 눈이 번뜩였다.

항상 자신이 노력한 만큼 보상을 해 주는 백준열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백준열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었다.

‘원래 사람이 곤경에 처해 보면, 내가 그리고 내 주변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은가?’

내가 어렵다고 멀리하는 사람이 있고,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곁에 남아 도와주려는 사람이 있다. 나재석은 바로 그 후자가 되기로 했다. 물론 아직까지 백준열이 위기에 처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가 민정수석이면 제아무리 백준열이라도 힘든 상대였다.

‘이럴 때 내가 자기 편 임을 제대로 각인 시켜놔야지.’

“저는 끝까지 대표님 편입니다. 이번 일도 잘 헤쳐나가실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네. 그럴 겁니다. 고마워요.

나재석은 처음 백준열에게서 고맙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다 뭉클해졌다. 그렇게 백준열과 통화 후, 나재석은 어제 밤샘해서 만든 수사 보고서를 들고 부장검사실을 다시 찾아갔다.

* * *

서재에 있는 백승렬 회장을 만난 후 출근 때문에 곧장 삼명가 본가 저택을 나온 나.

“야!”

그런 나를 둘째 백준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백 회장에게 쫓겨난지 30분도 넘었을 텐데. 그러니까 백준호가 마당에서 나를 보려고, 30분을 기다렸다는 소리다.

“뭐야?”

“너 이 개새끼....”

백준호는 자기를 기다리게 만든 그 화까지 더해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 어릴 적 백준렬의 흑역사가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러니까 어릴 때 백준경과 백준호에게 어떤 식으로 당했는지, 그 기억들이 고스란히 내 머리에 떠오른 것이다.

휙!

우선 나는 백준호의 날라차기부터 몸을 틀어 피했다. 예전의 백준열이었다면 맞았거나 맞아줬을 거다. 백준열의 기억에 따르면 백준열이 둘에게 일부러 맞아 준적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어릴 때 맞은 매 값을 되갚아줘야지.’

백준열이 두 형에게 맞은 이유는 진짜 별거 아니었다. 그러니까 어릴 적 백준열은 백준경과 백준호에게는 샌드백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심심하면 때려도 되는....

“어쭈? 피해? 어디 이것도 피해 봐라.”

백준호가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빤히 다 보이는 주먹에 맞아 줄 내가 아니지.

휙! 휙! 휘익!

“이이....”

내가 자기 주먹도 간단히 다 피하자 분하다는 듯 부르르 치를 떨던 백준호. 그가 안 되겠으니 내게 몸을 던졌다. 그러니까 나와 뒤엉켜서 마당에 넘어져, 개싸움이라도 한판 벌이려는 모양인데....

‘누구 마음대로....’

휙! 척! 휘리리릭! 철퍼덕!

“크아아악! 내 허리....”

나는 나를 덮쳐 오는 백준호의 손이 나를 잡기 전에 먼저 녀석의 멱살을 잡은 다음, 그대로 유도의 메치기를 시도했다. 그러자 몸을 던진 그대로 그게 허공에 포물선을 그린 백준호가, 엉덩이부터 마당 땅바닥에 패대기쳐졌고, 그 충격이 허리에 고스란히 전달 된 듯 허리를 잡고 죽겠다고 땅바닥을 구르는 백준호.

“아주 생 쇼를 하고 자빠졌네. 뭐들 해? 당신들 월급 주는 분 빨리 병원으로 모셔가지 않고.”

그때 마당 주위에 포진해 있던 백준호의 경호원들. 그들을 보고 내가 말하자 그제야 그들이 백준호 쪽으로 다가왔고, 그들을 보자 백준호가 빽 외쳤다.

“나 말고 저 새끼 잡아. 저 새끼 잡아서 죽여 버려!”

아무리 화가 나도 해선 될 말이 있고 안 될 말이 있다. 그런데 백준호가 먼저 그 선을 넘어버렸다. 하지만 백준호의 경호원들도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니진 않았다.

비록 그들이 백준호를 경호하고 있었지만, 삼명그룹 백승렬 회장의 막내아들인 나에게 손끝하나 갖다 댔다, 어떻게 되는 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근데 죽이라니? 만약 백준호가 그 말에 책임 질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경호원들도 그 지시에 따라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아는 백준호는 자기 말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 위인이었다. 그런 자의 말을 뭘 믿고 죽을지도 모를 일을 한단 말인가?

막말로 그들의 목숨이 여분으로 있는 것도 아니고. 아니 여분이 있다고 해도 이런 데 쓰는 미친 짓은 하지 않을 테지만.

하지만 가끔가다가 보면 사이코 같은 인간이 하나 둘은 꼭 있다. 주위 분위기 파악도 전혀 못하고.

척!

백준호의 경호원중 하나가 내 팔을 잡았다. 그걸 보고 내가 그 경호원에게 말했다.

“지금 뭐하는 거지?”

순간 백준호의 주위 경호원들이 경악하며 그걸 쳐다봤다. 그때였다.

“그래. 잘한다. 그 새끼 조져. 죽이지만 않으면 내가 다 책임진다.”

그래도 눈치는 있는지, 백준호도 자기 주위 경호원들이 왜 나를 어쩌지 못하는지 정도는 아는 듯 했다. 하지만 제 죽을 것도 모르고 저렇게 나서주는 미친놈이 있는데, 그걸 이용하지 못할 정도로 백준호는 멍청하지 않았다.

저 놈에 백준열을 어떤 식으로든 패 주면 백준호로서는 그 보다 만족스런 일도 없었다.

물론 그에 대한 책임은 저 놈이 다 져야 할 테지만. 자기 귀한 막내아들을 때린 놈을 그냥 둘 백승렬 회장이 아니었으니까.

당연히 그걸 만류할 힘이 백준호에게 있을 리 없었다.

단지 그 사실을 동료에게 얘기해 주지 못하는, 백준호 주위 경호원들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백준열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저 사이코 경호원을 하염없이 쳐다만 볼 뿐. 그런데....

“헉! 저, 저....”

“뭐, 뭐야? 혁수가....”

복싱과 킥복싱이 10년 넘게 배워서, 경호원들 중에서도 주먹이 빠르고 강하기로 유명한 이혁수 경호원이었다. 그런 그가 백준열과 주먹질에서 졌다. 그게 무슨 소리냐....

백준호의 외침에 진짜 백준호의 말을 믿고, 백준열을 조지겠다고 주먹을 먼저 날린 백준호의 경호원 이혁수.

한데 백준열이 그 주먹을 가볍게 피한 뒤 가볍게 왼손 쨉을 날렸고, 그 쨉의 날카롭고 빠름에 놀란 이혁수가 움찔하면서 목을 뒤로 빼면서 피했는데, 그때 백준열의 라이트 훅이 날아왔고 목을 뒤로 뺀 상태에서 다급히 뒷걸음질을 치던 이혁수. 하필 그때 그의 뒤꿈치에 땅에 박혀 있던 조경석이 걸리면서 휘청거렸고, 그런 그의 턱에 백준열의 주먹이 정확히 작렬했다.

“어억!”

맞은 순간 그 데미지가 바로 대뇌로 전달되면서 눈앞이 흐릿해지고 몸에 힘이 ‘쫘악’ 빠진 이혁수.

철퍼덕!

그의 몸이 고목나무 쓰러지듯 넘어가며 마당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걸 보고 백준호 뿐 아니라 그의 주변 경호원들도 다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넋을 놓고 백준열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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