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452화 (4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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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구재경은 어떡하든 윤재구 회장에게서, 그가 어떻게 백준열을 알고 있는지 알아내려 했는데, 윤재구 회장이 그걸 눈치 채고는, 먼저 전화를 끊어 버렸다.

“이런....”

그로인해 다급해진 구재경. 그가 반쯤 이성을 잃고 블랙머니의 자기 담당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희들 지금 나와 윤재구 회장 사이에서 무슨 수작질을 부리고 있는 거야?”

-네? 구 전무님. 지금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고 계신 겁니까?

“하아. 이것들이 진짜. 내가 가만있으니 가마니로 보이나? 너희 대표와 윤재구 회장이 아는 사이라며?”

-그게 왜요?

양다리 중인 걸 들켰으면서 오히려 당당하게 나오는 블랙머니 직원.

“뭐?”

-저희 대표님이 아시는 분이, 어디 윤재구 회장님뿐이겠습니까?

블랙머니 직원의 그 말에 구재경은 그제야 속으로 ‘아차’ 싶었다. 너무 화가 나서 경솔한 실수를 저지르고 만 거다. 블랙머니 직원 말대로 백준열 대표야 워낙 유명하지 않은가?

그런 그가 개인적으로 윤재구 회장을 안다고 해서 그게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그 전에 전후 사정부터 파악하고 나서 블랙머니 측에 전화해도 했어야 했다.

중요한 것은 백준열이 윤재구 회장과 손을 잡고 자신을 쳐내려는 거냐, 아니면 자신과 손을 잡고 윤재구 회장을 사실상 투자 계에서 은퇴 시키나냐는 건데....

‘이런....내가 미쳤지.’

이 사실을 만약 직원이 백준열에게 그대로 보고라도 해 봐라. 백준열이 기분 나빠서 윤재구 회장을 은퇴시키려 했다가도, 이 얘기를 듣고 마음을 바꿔 먹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저, 저기.... 내, 내가 너무 흥분해서 실수를 좀 한 거 같소.”

-글쎄요. 말에 뼈가 있는 게, 구 전무님이 평소 저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 알거도 같습니다만....

“아, 아니오. 그게 아닌데....하아....”

구재경은 여기서 더 말해봐야 상대에게는 구차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걸 알고, 하려던 말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시고, 아니면 바빠서 이만 통화를 끝냈으면 하는데요?

블랙머니 직원이 제대로 화가 난 상태로 통화마저 빨리 끝내려 했다. 하지만 구재경은 그런 그를 달랠 수 있는 방법도 당장 생각이 나지 않았다.

-없으시면 저는 이만....

“잠, 잠깐만....”

뚜뚜뚜뚜뚜뚜....

구재경이 다급히 외쳤지만 블랙머니 직원은 매정하게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 * *

♬♪♩♫~ ♬♪♩♫~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 나는 일단 침대에 앉았다.

“으아아아함~.”

그 다음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옆을 쳐다보니 남소라가 쿨쿨 잘도 자고 있었다. 하긴 시간이 이제 아침 7시니....

나는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서 호텔 측에 옷을 좀 부탁하고 욕실로 가서 씻었다. 씻고 나오니 누가 초인종을 눌렀고 인터폰을 화면을 확인하니, 호텔 측에서 내가 입을 옷을 룸서비스로 가져왔다. 그 옷을 챙겨 입고 나자 문 팀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

나는 그 전화를 바로 받았다. 그러자 문 팀장이 짧게 말했다.

-내려오십시오.

그 말에 내포된 의미를 나는 바로 알아들었다. 그러니까 호텔 입구 앞에 차 대기시켜 놓고 있으니, 빨리 내려오란 소리였다.

“알았어.”

나는 잘 자는 남소라를 로얄스위트룸에 그대로 두고, 나 혼자 그곳을 나왔다. 평소라면 옷 말고도 먹을 것도 룸서비스로 시켰을 거다, 문 팀장과 경호 팀도 8시 30분쯤에 여기로 왔을 거고. 그런데 그들이 그보다 1시간이나 빨리 여기 온 것은....

‘오늘이 화요일이니까.’

화요일과 금요일은 본가에서 아침을 먹어야 했다. 외조부? 아니지. 백승렬 회장이 이혼을 했고, 사모님은 원래부터 내 친모도 아니니까, 서재국 전 대통령은 이제 내게는 생판 남이다.

뭐 어째든 서재국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또 백 회장 이혼 문제로 집안이 시끄러워져서 본가 아침 식사 행사가 빠졌지만 이번 주부터 되살아났다.

즉 오늘 아침에 무조건 삼명가 본가로 가서 아침을 먹어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빠지면....그에 합당한 이유가 없을 시, 백승렬 회장의 눈 밖에 나게 되는....

“가만....눈밖에 좀 나면 어때?”

그러고 보니 백준열이야 원래 그렇다 쳐도, 나 까지 백승렬 회장의 지시에 맹목적으로 따를 이유는 없지 않나?

“확 그냥 가지 말아 버려?”

그러자 어젯밤에 만났던 이동훈 실장의 말이 생각났다. 당분간 백승렬 회장의 눈 밖에 날 짓은 하지 말라고 말이다.

당연히 나는 왜 그래야 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 실장 말이 내 위에 두 형들 문제로, 백 회장이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을 예정이란다.

그러니 거기에 나까지 끼어서, 백승렬 회장을 진짜 화나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냐는 거다.

안 그래도 요즘 건강 상 문제가 생기고 있는 백승렬 회장이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자칫 죽 쒀서 개주는 꼴이 날지도 모르니까.”

지금 백승렬 회장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위에 두 형만 좋은 일시키는 거다. 그걸 알기에 나는 이동훈 실장의 말을 듣고 오늘 아침 식사 자리에 제 시간에 갈 예정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문 팀장과 경호팀원들도 원래대로 불렀고.

“그나저나 이 실장. 대체 뭔 짓을 꾸민 거야?”

내 위에 두 형도 바보 멍청이가 아닌 바에야, 백 회장 눈 밖에 날 일을 할 리 없었다. 그런데 이 실장이 내 앞에서 장담을 했다. 그들이 백승렬 회장을 스트레스 받게 할 거라고 말이다.

“뭐 두고 보면 알겠지.”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거기서부터 대기하고 있던 경호팀원들에게 둘러 싸여서, 로비를 가로 질러 호텔 입구로 나갔다. 그곳에 줄줄이 늘어서 있는 차들. 그 중 한 차 문을 문 팀장이 열었고 나는 그 차에 탑승했다. 그러자 문 팀장이 그 문을 닫고 돌아서 내 옆자리에 타자, 줄줄이 서 있던 차들 중 맨 앞차부터 시작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8시가 되기 5분 전에 삼명가 본가 저택에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그랬는데 못 보던 중년 남자가 현관에서 나를 반겼다. 내가 누구냐며 그를 빤히 쳐다보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새롭게 이 저택 집사를 맡은 김하균이라고 합니다.”

보아하니 백 회장이 새로 이 집, 집사를 뽑은 모양이었다.

“네. 반가워요. 이 집 막내아들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도련님. 식사 자리로 가시죠.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네? 아버지가 벌써요?”

아침 식사할 가족들이 다 모이고 나서야 등장 했던 백승렬 회장이었다. 그런 그가 아직 식사 시간 전인데 먼저 식탁에 나와 있다는 건....

아무래도 느낌이 쎄 해진 나는, 새로 온 집사를 따라 주방 쪽으로 움직였다.

* * *

사실 긴가민가했었는데....김 집사의 말이 맞았다.

“헉! 아, 아버지?”

진짜로 백승렬 회장이 먼저 식탁 상석, 그의 자리에 먼저 앉아 있었다. 당혹스러운 건 주방에서 일하는 사용인들도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왜냐하면 아직 식탁에 음식도 다 차려지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왔으면 그렇게 서 있지 말고 빨리 앉거라.”

백 회장이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대꾸했고, 나는 그가 말한 대로 비어 있는 내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러자 팔짱을 낀 체 굳게 입을 닫고 앉아 있는 백 회장의 전면의 모습이 보였다.

“너무 일찍 나오신 거 아닙니까?”

내 물음에 백 회장이 그제야 시선을 내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이 실장에게 얘기 들었다. 본격적인....수업은 내년부터 시작할 테니 그런 줄 알거라. 그 전에....”

백 회장은 내게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는데 그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하긴 여기 귀 달린 사람도 10명 가까이 됐다. 우리의 대화를 그들도 빤히 듣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할 얘기는 아니었다. 그걸 의식한 듯 백 회장은 앞서 내년부터 있을 후계자 수업이란 말에서, 후계자란 말을 빼고 그냥 수업이라고 말했다.

우당탕탕!

그때 주방 밖이 시끄러워졌고 두 형들이 거의 동시에 나타났다. 시간상으로 봐서, 아직 8시 1분 전이라 그들이 늦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시끄럽게 들어오자, 그 소리 때문인지 몰라도 백승렬 회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라서 좋았는데 또 시작이네. 진짜 귀찮아 죽겠어.”

“형님. 그 소리를 아버지 앞에서 해 보지 그러십니까?”

“닥쳐 새끼야. 너보고 한 소리 아니니까, 너도 나아는 척 하지 마.”

“아니. 형님. 뭐 그런 걸로 삐져 가지고....”

장남 백준경은 둘째 백준호와 거리를 두려하고 있었고, 반대로 백준호는 백준경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나름 노력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 둘은 쓰잘때기 없는 소리를 늘어놨다. 적어도 그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그렇지만 공통된 주제인 백승렬 회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 댔던 것.

둘 다 아직 백승렬 회장이 나오려면 10분에서 20분 정도 걸린다는 걸 알기에 그들은 나와 달리, 주방으로 들어오지 않고 계속 밖에 있었다. 그러며 먼저 주방에 와 있는 백승렬 회장으로부터 점수를 빠르게 까먹고 있는 상황. 하지만 둘째 백준호가 생각보다 촉이 좋았다.

“준열이 그 새끼는? 설마 벌써 와서 식탁에 앉아 있는 건 아니....헉!”

백준경을 설득시키다 백준열을 언급하면서 불쑥 주방으로 들어왔고, 거기서 백승렬 회장과 내가 식탁에 앉아 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

“형, 형님. 여기 좀....”

그게 믿기지 않는 듯 백준호가 백준경을 불렀고, 백준경이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뭔데 자꾸 사람 오라가라야? 어? 허억!”

아주 둘이 아침 댓바람부터 백승렬 회장 눈 밖에 나려고 자발적으로 미쳐 날 뛰어주고 있었다.

* * *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도 있듯이, 백승렬 회장은 식사 중에 두 아들을 잡진 않았다. 하지만....

‘이거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 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군.’

눈칫밥도 이거 보다 낫겠다. 백준경과 백준호가 뭘 먹으려 들면, 그때마다 백승렬 회장이 그쪽으로 젓가락을 가자가며, 두 아들이 제대로 밥 먹는 꼴을 못 봤다.

나도 그걸 보고 있는 나도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하는데, 당사자들인 백준경과 백준호는 어떻겠나?

둘 다 아주 얼굴이 하얗다. 둘째 백준호는 젓가락을 덜덜 떨었고, 장남 백준경은 반찬은 손도 대지 않고 들고 있는 숟가락으로 밥과 국만 퍼 먹었다. 그렇다보니 둘의 식사가 먼저 끝났다. 하지만 어른인 백승렬 회장이 아직 식사를 끝내지 않았기에 둘 다 숟가락은 든 체 눈치 보기 급급했다.

‘어쭈?’

근데 그 둘이 갑자기 나를 쳐다보며 인상을 써 대기 시작했다. 마치 이게 다 나 때문이라는 듯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 보다 3분 정도 일찍 온 죄 밖에 없었다.

탁!

그때 백승렬 회장이 들고 있던 숟가락을 드디어 식탁에 내려놓았다. 그의 식사가 끝난 것이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내 위에 두 형님들. 하지만....

“준열아. 밥 다 먹었니?”

백 회장이 날보고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준열이 먼저 나가 봐라. 너희들은 그 자리에 좀 남아 있고.”

백 회장이 살벌한 눈빛으로 백준경과 백준호를 번갈아 쏘아보며 말했다. 나는 백 회장이 두 형님들에게 무슨 소리를 하는지 듣고 싶었기에, 여기 남아 있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백 회장이 그런 날 탐탁지 않게 여길 게 뻔했다. 그리고....

‘듣는 거야 거실이나 마당에서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으니까.’

내게 견신 시스템의 개 특성인 *잘 들립니다* 괜히 4차 업그레이드가 됐고, 5차UP진행 중에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주방 밖으로 나갔고, 그런 나를 남은 두 형님들이 부럽다는 듯 쳐다봤다.

나는 곧장 거실로 가면서 주방 밖에 나와 있던 김 집사에게 부탁을 좀 했다.

“김 집사님. 저 커피 한잔 부탁드릴게요.”

“커피요? 내 알겠습니다.”

김 집사가 커피를 준비해 올 동안, 나는 널따란 거실에 소파에 앉아서 백승렬 회장이 두 형님들에게 무슨 소리를 하는 지 엿들었다. 그랬더니....

‘이동훈 실장 말대로군.’

백승렬 회장이 회사 일로 두 형님들을 갈구기 시작했고, 잠시 뒤에는 그의 목소리가 주방 밖까지 흘러나왔다. 그 만큼 백 회장이 열 받았다는 소리고, 두 형님들에게는 지금 그들이 있는 식탁이야 말로, 가시방석보다 더한 최악의 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반면 나는....

“도련님. 여기....”

“네. 고맙습니다.”

거실에서 김 집사가 가져다 준 커피를 느긋하게 마시며, 김 비서가 막 보내 온 오늘 내 스케줄을 쭈욱 훑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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