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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451화 (44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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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자신의 애견 정식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이제 혼자 남겨진 JG자산투자운영의 윤재구 회장.

“허어....”

그는 아침 댓바람부터 산책을 나왔는데, 옆에 애견 정식이 없으니 허전하기 그지없었다. 그때 근처에 사는 아가씨가 자그마한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아아. 네.”

손녀뻘이지만 아가씨의 인사를 정중히 받아 준 윤재구 회장. 하지만 젊은 아가씨의 상큼 발랄한 외모보다, 그의 눈에 계속 들어오는 건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이었다.

정식이 녀석이 반년만 더 살았어도, 녀석의 새끼를 윤재구 회장이 저렇게 데리고 다닐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윤재구는 이때도 여전히 옆집 암캐 엘베가, 정식의 새끼를 임신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새끼 생기면 좋은 거 많이 먹어야 할 텐데....”

윤재구는 안 되겠다 싶어서, 바로 산책을 그만두고 장을 보러 갔다. 그리고 암캐가 임신했을 때 먹으면 좋은 소고기와 닭고기, 그리고 전복 등을 잔뜩 사서 옆집을 찾았다.

“이거 엘베 먹이시게.”

“아니. 뭘 이렇게나 많이....허허허허.”

옆집 관리인 늙은이 입이 아주 귀에 걸렸다. 딱 봐도 관리인이 윤재구가 사 간 것들의 절반은, 자기가 먹어치울 거 같았다. 하지만 그럴 걸 알기에 넉넉하게 사오지 않았던가?

윤재구는 관리인에게 슬쩍 물었다.

“혹시 엘베가 갑자기 식욕이 늘었다던가, 소변을 자주 누는 거 같진 않았소?”

“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윤재구를 쳐다보는 옆집 늙은 관리인.

‘아. 맞다. 임신 첫째 주에는 별 반응이 없다고 했었지.’

윤재구는 자신의 조급함에 헛웃음을 흘리다, 옆집 늙은 관리인에게 말했다.

“엘베가 걱정돼서 그냥 해 본 말이오.”

그렇게 대충 얼버무리고 옆집을 나온 윤재구. 그가 막 자기 별장으로 돌아갈 때였다.

벨레레레레~

그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확인하니 서울에서 걸려 온 전화. 평소의 윤재구라면 그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을 거다. 하지만 그는 좀 더 자세히 핸드폰을 쳐다보다가 이내 그 전화를 받았다. 그런 윤재구를 보고 그의 뒤를 따르던 경호팀장이 다 놀랬다. 윤재구가 밖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건, 그만큼 흔치 않은 일이었던 것이다.

“여보세요?”

-회장님. 저 주 실장입니다.

“주 실장?”

-그 왜 명일 흥신소 최철기 대표 밑에....

“아아. 그 긴 머리 주 실장. 기억났네. 근데 무슨 일로 자네가 나한테 전화를 다....”

-회장님. 저희 대표님 좀 살려 주십시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최 대표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는 건가?”

-네. 저희 대표님이 글쎄....서울 최대 조폭 조직인 태석파에 잡혀갔지 뭡니까.

“태석파? 태천파가 아니라?”

-그게 얼마 전에 태천파가....

윤재구는 그 자리에 선 체, 명일 흥신소 최철기 대표 밑에 주 실장이라는 자와 10분 넘게 통화를 했다. 그리고....

“알았네. 내 알아보고 손을 쓸 수 있으면, 손을 쓰도록 해 봄세.”

-감사합니다. 회장님. 꼭 좀....저희 대표님 살려주십시오.

그렇게 통화를 끝낸 뒤 윤재구는 곧장 JG자산투자운영의 실질적인 경영인 구재경 전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회장님.

구 전무는 윤재구의 전화를 재깍 받았다.

“회사는 어떤가?”

-뭐 그렇죠.

“녀석들이 여전한가 보구먼.”

현재 JG자산투자운영은 윤재구가 제주도로 떠난 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바로 후계자 자리를 두고, 윤재구의 자식들 간의 알력 다툼에 말이다.

그럼에도 아직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건, 다 구 전무가 있기 때문이었다.

-회장님께서 어서 돌아오셔야지요.

구 전무는 여전히 윤재구가 건강을 회복하고, 서울로 컴백할 거라 여기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자기 건강 상태를 누구보다 윤재구 본인이 잘 알았다.

“난 틀렸어. 그러니까 자네가 잘 선택 해.”

-회장님....

삼국지에 보면 유비가 죽기 전에 제갈공명에게 유언으로 그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내 아들이 보좌할 만하면 보좌하고, 재능이 없으면 제갈공명이 나라를 취하라고 말이다.

윤재구는 그와 같은 말을 구 전무에게 했다. 자기 아들들 중 JG자산투자운영을 경영할 만한 능력이 있는 녀석이 있다 싶으면, 그 녀석을 보좌하고 아니면 구 전무가 회사를 맡으라고 말이다.

그랬는데 아직 구 전무는 윤재구 회장의 아들들 중 누구 편에도 서지 않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이겠나?

‘자식 농사를 영 잘못 지었어.’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겠나? 윤재구는 정말로 구 전무의 결정을 존중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능구렁이 구 전무는 이번에도 구렁이 담 넘듯, 윤재구가 떠 보는 말을 넘어가며 말했다.

-그런데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

아닌 게 아니라 구 전무의 도움이 필요해서 이렇게 전화를 건 윤재구. 그가 구 전무에게 말했다.

“구 전무. 듣자하니 서울 조폭 계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있었다고?”

-아네.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그 태석파의 뒤를 누가 봐주고 있는지 혹시 아나?”

윤재구는 태석파와 최철구 사이에 어떤 은원 관계도 없음을 이미 파악한 상황. 따라서 이는 태석파의 배후에 누군가가 태석파에게 최철구를 작업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봤다.

-아뇨. 아직 거기까지 파악은 못했습니다. 안 그래도 알아보는 중입니다만....

“그게 누군지 빨리 알아내서 내게 연락 주게.”

-혹시 무슨 일인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그게....”

윤재구는 구 전무에게 자신의 정보책 역할을 해 온 명일 흥신소 최철기 대표가, 태석파에 잡혀 간 일을 전부 얘기했다. 어차피 숨겨봐야 금방 다 알아 낼 구 전무였으니까.

-그렇군요. 제가 바로 알아내서 회장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부탁함세. 그리고....하아....아닐세.”

윤재구는 구 전무에게 뭔가 할 말이 있었지만, 그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고 통화를 끝냈다.

* * *

어제 윤재구가 차마 구 전무에게 하지 못한 말은....

“허어. 나도 애비라고....”

바로 못난 자식들을 좀 챙겨 달라는 부탁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못난 자식들이, 지금 한창 구 전무를 괴롭히고 있을 텐데, 회사에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 그에게 차마 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윤재구는 결국에 가서 구 전무가 자신의 회사를 물려받을 거라고 봤다. 왜냐하면....

“내 자식들이지만 못나도 너무 못 났어.”

윤재구도 제주도에서 지금 서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훤히 다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 역할, 그의 눈과 귀 역할을 해 준 게 바로 명일 흥신소 최철기 대표였고.

그런 최철기가 위험에 처했다는 데, 그냥 두고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바쁜 구 전무에게 염치불구하고 부탁을 한 거고.

근데 그 부탁을 하는 과정에서 윤재구의 전화를 받은 구 전무의 목소리가 어째 예전 같지가 않았다. 뭐랄까? 그의 목소리에서 진심이 옅어졌다고 할까?

아마도 그걸 직감했기에, 끝에 윤재구는 자신이 부탁하고 싶었던 말을, 결국 하지 못하고 참은 게 아닌가 싶었다.

물론 2년 넘게 무능한 자식들 뒤처리 해주느라, 구 전무가 많이지쳤을 거란 건 윤재구도 알았다. 하지만 그 동안 윤재구가 구 전무에게 해 준 걸 생각하면, 그 정도가지고 벌써 그 티를 내는 게 윤재구로서도 서운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 때문인지 오늘 아침 산책은 건너뛰고, 서재에서 구 전무와 자식들 사이의 향후 문제를 두고 고심하던 윤재구.

어제까지만 해도 구 전무 편이었던 윤재구의 생각이, 자고 일어나서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자식들에게, 자기 힘을 좀 더 실어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벨레레레레~

서울 구 전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윤재구는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회장님. 저 구 전무입니다.

“어어. 구 전무. 태석파의 배후가 누군지 알아낸 모양이로군.”

-네. 그런데....그게 삼명그룹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뭐? 삼명그룹! 하지만 거기서 티 나게 조폭의 뒤를 봐 줄 리 없지 않나?”

-그렇죠. 그래서 백 회장이 자기 막내아들을 이용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백승렬 회장의 막내 아들이 태석파의 배후란 건가?”

-네. 지금은 JYB엔터 대표를 맡고 있는데, 곧 삼명그룹 본사로 들어 갈 거란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JYB엔터라고 했나? 지금?”

-네. 왜 그러시는지요? 혹시 거기 대표인 백준열을 아십니까?

“알지. 아주 잘 알아.”

-네?

윤재구 회장이 백준열을 잘 안다고 하자, 구 전무의 목소리가 많이 당황해 하고 있었다.

그걸 눈치 못 챌 윤재구가 아니었다. 백준열과 다이렉트로 통화할 수 있는 연락처를 가지고 있는 윤재구였다. 여기서 굳이 구 전무와 더 길게 전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그가 구 전무에게 말했다.

“수고했네. 도움이 필요하면 다시 연락 하지.”

-네. 뭐....

윤재구는 구 전무가 뭔가를 물어 보려고 망설이는 기미를 보이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왠지 지금 구 전무에게 자신과 백준열의 관계를 말해서, 좋을 거 없겠다는 촉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 * *

JG자산투자운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는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구재경 전무.

그는 윤재구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며 JG자산투자운영에서 승승장구, 2인자의 자리를 꿰 찬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당연히 그런 그를 사내 직원들은 존경해 마지않았고. 하지만 윤재구 회장의 자식들에게 있어서, 그는 치워야 할 거대한 벽이자 똥이었다.

그로 인해서 후계자로 봐야 할 윤재구 회장 자식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윤재구 회장이 구 전무에게 한 말을, 그 자식들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걸 알았다면 윤재구 회장의 자식들이 먼저, 구 전무를 자기편으로 끌어 들이려 혈안이 됐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구 전무는 그 사실을 끝까지 함구하면서, 자신과 윤재구 회장 자식들 간의 파벌 대립 관계를 형성 시켰다. 그가 그렇게 한 이유는....

“여긴 내 회사야. 어디서 거지새끼들이 한 다리씩 걸치려고....”

윤재구는 몰랐다. 구재경의 야심이 그가 생각한 거보다 훨씬 크고 많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자존심도 엄청 강하고. 그러니까 구재경이 윤재구 앞에서 그 동안 굽실거리며 맹목적으로 충성심을 보인 건 다 연기였던 것이다.

그런 그가 2년을 참아 온 건, 윤재구 회장의 영향력이 회사 내에서 여전했기 때문이었다.

“늙은이가 나한테 회사 넘길 거처럼 말해 놓고, 뒤로 호박씨를 까고 있었던 거지.”

그래서 구재경도 가만있지 않고 회사 밖의 투자사와 손을 잡았다. 요즘 투자 쪽으로 가장 핫 하다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고 있는 백준열 대표의 투자사 블랙머니와 말이다.

그 블랙머니와 JG자산투자운영을 집어 삼키기 위해, 차근차근 주식을 끌어 모으고 있었던 구재경. 그런 그에게 제주도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런데 기가 찰 게 그 동안 자신을 쭉 감시 해 왔던, 흥신소 대표 최철기가 위험해 졌으니 그를 구해야겠다며, 자기보고 최철기를 잡아 간 조폭 조직의 배후를 알아 내 달란다.

“역시 대단한 늙은이야.”

보통 사람이라면 누가 조폭조직에 잡혀가면 경찰에 신고를 한다. 하지만 그쪽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그 조폭조직에 우선적으로 선을 대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조폭조직에서 최철기를 왜 잡아 갔으며, 누가 시켰는지를 알아내는 게 상식적인데, 윤재구는 바로 그 조폭조직의 배후가 최철기를 잡아갔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구재경은 자신의 정보 라인을 총 동원했고, 그 결과 최철기를 잡아간 조폭조직인 태석파의 배후에, 백준열 대표가 있음을 알게 됐다.

“흐흐흐흐. 츤데레가 따로 없군.”

사실 몇 번 전화한 게 다인 사이였다. 나머지는 블랙머니 실무 진들이 구재경을 상대해 왔고 말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가 윤재구 회장의 감시를 받고 있는 걸 알아채고는, 자기 밑에 조폭조직을 동원해서 최철기를 제거해 준 거다. 물론 그건 순전히 구재경 본인의 생각일 뿐이었지만.

구재경은 자신을 담당하고 있던 블랙머니 직원에게 감사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제주도에 있는 윤재구 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최철기를 잡아 간 조폭 조직의 배후에 백준열이 있음을 밝혔다. 그랬는데 윤재구 회장이 마치 백준열을 아는 거처럼 굴었다.

‘뭐, 뭐지?’

만약 백준열이 자기 말고 윤재구 회장과도 손을 잡고 있는 거라면....이는 자칫 자신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단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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