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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450화 (448/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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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최지훈의 아내는 최지훈이 주워들어서 대충 얘기한 서울의 외곽으로 구분 되는, 강북의 5층짜리 건물의 건물주가 되는 데, 급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최지훈의 생각은 달랐다.

‘50억, 아니 60억으로 뭘 하지?’

사람들 몰래 그가 챙겨 온 돈에다가, 지금 살고 있는 전세금까지 합치면 대략 10억 쯤 됐다.

‘맞다. 대출까지 받으면.,...’

남들은 100%까지 대출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누구던가? 대통령의 사위다. 게다가 마당발인 그는 은행에 아는 사람도 있었다.

잘만하면 200%, 아니 30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럼 240억?’

순간 최지훈의 뇌리에 아내가 아까 손가락으로 가리켰던 그 서초구의 최고 인기 있다는 빌딩이 생각났다. 지인에게 듣기로 거기 빌딩 가격이 500억 정도는 줘야 살 수 있을 거라고 들었다. 하지만....

‘누가 그 돈 다 주고 사나?’

강남에서 특히 서초구의 빌딩주들 중 절반은 구 권력자들, 혹은 현 권력자들과 연관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그 빌딩을 제 돈 다 주고 샀을까?

당연히 아니다. 제 3자가 끼었던, 아니면 권력자의 억압에 어쩔 수없이 빌딩주가 빌딩 값을 깎아줬다.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90%까지 말이다.

‘나는 대통령 빽이 있으니까 적어도 70%까지 할인을 받아야지....“

그럼 아까 그 빌딩을 사는 데 필요한 돈은 150억이면 된다는 얘기.

‘좋아. 정했다. 그 빌딩으로....’

최지훈은 서초구에서도 요즘 핫하다는 그 빌딩, 아크로텔 빌딩을 자기 소유로 만들기로 이때 작정했다. 그리고 오늘 그 빌딩주를 만나러 갔다. 당연히 빌딩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아끼는 외제차를 빌딩주 전용주차장에 대는 초강수를 두었다. 그랬더니 빌딩주인 쪽에서 그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그래서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를 건 자가 어처구니없게도, 빌딩주가 아닌 빌딩주의 경호팀장이라지 뭔가?

아무튼 그 자가 빨리 차 빼지 않으면 견인하겠다고 했고, 최지훈은 자신이 누군지를 그 경호팀장에게 밝혔다. 그러자 그 경호팀장이 알아서 기었고, 최지훈은 얼마 후 그가 사려는 빌딩의 빌딩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빌딩주인, 새파랗게 젊은 놈이 너무 싸가지가 없었다. 거기다가 그야말로 안하무인으로 봬는 것도 없었고, 주제 파악도 덜 됐다.

“감히....”

자신이 누군지 알면서도 그 놈은 자신을 무시하고 비웃고 창피를 주었다.

최지훈은 그쪽에서 견인하겠다고 부른 견인차로부터 자신의 외제차를 지키기 위해서, 급한 대로 먼저 그 차를 빼서 근처 유료주차장에 주차 시키고, 다시 아크로텔 지하 주차장으로 가서 자신이 평소 타던, 국산 차를 몰고 거길 나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 차는?”

“견인차가 끌고 갔는데요?”

“뭐?”

그곳 주차요원의 말에 제대로 빡쳐 버린 최지훈. 그는 씩씩거리며 아크로텔 빌딩의 지하주차장을 나와서, 곧장 견인 된 자기 차를 찾으러 견인차량보관소로 향했다. 그곳에서 벌금 내고 차량을 반환 받은 최지훈.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확인하니 아내.

“어. 자기야.”

-지훈씨. 어디에요?

“나? 지금 집으로 가는 중이야.”

최지훈은 생각 같아서는 아내에게, 오늘 자기가 겪은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일을 다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대 놓고 오늘 그가 겪은 일을, 있는 그대로 다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전후 사정 다 따져보고, 인권 변호사인 자신의 명성에 흠이 되지 않는 선에서, 스토리를 짠 뒤 말해도 말해야 했다.

그래서 최지훈은 그때를 생각하니 치밀어 오르는 화를 가까스로 억눌렀다. 그런 그에게 아내가 귀가 솔깃한 말을 해왔다.

-엄마가 애들 데리고 저녁 먹으러 오라는 데....어쩔까요?

본시 최지훈은 처갓집 가는 걸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하지만 장인이 대통령이 된 뒤에는 얘기가 달라졌다. 보통 사람은 평생 한 번 들어가 보지도 못하는 곳 중 한 곳이 청와대다.

그런 곳을 이제 마음대로 들락날락 거릴 수 있게 되었는데, 거기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장모가 집 사라고 50억을 준다고 하고 말이다. 그러니 그분이 부르시면 당연히 가야지.

“가자. 나도 갈 테니까 애들 준비하고 있어.”

-어. 알았어. 지훈씨.

갑자기 목소리 톤이 확 올라간 아내. 친정 가는 게 좋은 모양이었다. 그저께도 가 놓고 말이다.

최지훈은 견인 됐다가 막 풀려난 자신의 차를 몰아서 곧장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태우고 그의 처갓집, 청와대로 출발했다.

* * *

최지훈의 차가 청와대 입구를 간단한 검문검색 뒤 통과했다.

그렇게 청와대 안으로 들어간 최지훈. 하지만 그는 오늘도 청와대의 주인인 대통령, 그러니까 자신의 장인어른을 만나지 못했다.

그렇게 대통령 장인은 빠진 처갓집의 식사자리. 아내가 툴툴거렸다.

“아빠는 또야?”

“집권 초라 바쁘신 걸 어쩌겠니. 최 서방. 이해 좀 해줘.”

장모인 영부인이 슬쩍 최지훈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네. 뭐....저는 괜찮습니다.”

최지훈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는데, 그때 영부인은 이미 그는 쳐다보지도 않고 그 말만 듣고 바로 말했다.

“자자. 음식 식겠다. 어서 먹자.”

대통령인 장인도 능글맞았는데, 그 부인인 장모도 그걸 닮아가는 모양이었다. 이젠 아주 대 놓고 최지훈을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이었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고 했는데....손님은 개뿔....머슴이지. 머슴.’

최지훈은 자기는 무시하고 자기 딸과 외손자들만 열심히 챙기는 장모님을 흘겨보며 식사를 했다. 그래도 청와대 주방장의 음식은 먹을 만 했으니까. 사실 예전에 최지훈이 처갓집에 가급적 가지 않으려 한 건, 다 장모님의 음식 솜씨가 최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면 장모님은 음식 하는 건 어울리지 않았다. 이렇게 귀부인처럼 꾸미고 우아한 모습으로 잘 차려진 음식을 드시는 게 어울리지.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티타임 때였다.

아내의 집 얘기가 나왔고, 장모님도 자기가 해주는 돈으로 딸이 건물주가 될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 하시는 모습이었다.

‘지금이로군.’

최지훈은 자기가 겪은 오늘 일을 잘 각색해서, 별거 아닌 거처럼 얘기했다. 하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최지훈은 인권 변호사답게 선한 역이었고, 반대로 아크로텔 빌딩의 빌딩주는 돈만 아는 악질 부자였다.

“어머머! 뭐 그런 사람이 다 있어? 그래서 지훈씨 차 찾으러 견인차량보관소까지 갔다가 온 거야?”

“뭐 어쩌겠어.”

“지훈씨도 참. 사람이 너무 착해서 문제라니깐.”

최지훈의 아내는 당연히 그의 편을 들어 주었다. 하지만 장모님은 달랐다.

“한 사람 말만 듣고 섣불리 판단하는 건 옳지 않아. 하지만 최 서방 자네 말대로라면 그 빌딩주가 백번 잘못했어.”

“엄마. 잘못한 정도가 아니죠. 그런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고요. 그 나이에 빌딩주라는 것도 이상하고. 분명 털면 나올게 많을 거예요.”

대통령의 딸답게 아내가 턴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그 말이 곧 민간인 사찰이란 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러자 이번에도 장모님이 태클을 걸어왔다.

“너는....내가 말조심하랬지? 아빠가 대통령이 된 순간부터 너도 공인이 된 거야. 사람들 눈에 띠지 않게 늘 조심해야 하는데...”

“미, 미안해요. 하지만 지훈씨가 당한 게 너무 억울하잖아. 그 정도는 엄마가 손 써 줄 수도 있는 문제고. 막말로 지훈씨가 남도 아니잖아.”

아내의 말에 최지훈은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그래. 잘하고 있어.’

영부인도 딸의 그 말에 동공이 흔들리는 걸 최지훈도 봤다.

“하아. 알았다. 내 내일 비서실장에게 살짝 언질 해 두마.”

영부인의 그 말에 아내가 기뻐하며 말했고, 이때 최지훈이 나섰다.

“장모님. 그러지 마십시오. 사사로운 일에 청와대가 나서는 건....”

“사사롭다니? 대통령 사위가 그런 모욕을 겪었다는데. 그리고 그런 일로 청와대가 나서진 않아. 그 밑에서 알아서 하지.”

장모님의 그 말에 최지훈은 속으로 웃었다. 하긴 그런 자잘한 일을 대통령이나 영부인이 알아서 뭐하겠나? 하지만 그들이 무심코 던진 그 돌멩이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 법이다. 여기서 그 개구리는 아크로텔의 빌딩주가 될 것이고.

‘넌 이제 끝장났어.’

비서실장이 나서면 아크로텔의 빌딩주는 탈탈 털리는 선에서 끝내지 않을 것이다. 알거지로 만들고 감옥살이까지 시킬 테지.

최지훈이 아는 현 청와대 비서실장은 그 정도로 피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었다. 하지만 최지훈은 알지 못했다. 그 냉혈한도 누군가에게는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일 수 있다는 걸 말이다.

* * *

자신들의 VIP고객인 백준열 대표에게 전화를 받은 철수. 그는 백 대표가 알아 봐 달라는 그의 여자 경호팀원 정민지와 양태석이란 자의 관계에 대해 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어라?”

그랬는데 그 둘 다 문제가 있었다. 우선 여자는 백 대표의 경호팀원이지만 파견 근무를 나가 있었고, 남자는 서울 최대 조폭조직의 보스였다.

“어째 별 일 아닐 거 같더니....”

사람 찾는 거야 철수 본인이 속한 처리자 이에전시의 정보팀을 이용하면 됐다. 그리고 실제로 그 정보팀의 정보망을 이용했고. 그 결과가 정민지는 지금 탑 스타 유혜라의 근접 경호를 맡고 있었고, 양태석은 서울 최대 조폭조직 답게 수십 명도 넘는 조폭들에 둘러 싸여 있었다.

그러니까 그 둘에게 접근하는 게 보통 사람으로는 어렵다는 얘기.

“원래가 쉬울 거 같은 일이, 어려우면 진짜 어려운 일인 법이지.”

철수 옆의 세르게이가 러시아 말로 한 소리했다. 근데 그 얘기를 가만 듣자니 철수의 부아가 치밀었다. 이게 어디 남의 일이던가? 철수가 맡아서 알아보고 있지만, 결국에는 세르게이가 손발이 돼서 움직여 줘야 할 일이었다.

“그래. 알았으니까 넌 남자 쪽을 맡아. 난 여자 쪽을 맡을 테니까.”

“맡아? 뭘?”

“남자 쪽 정보를....하아....아니다. 그냥 둘 다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운전이나 해.”

“운전? 좋지.”

동유럽에서는 나름 알아주던 히트맨을 운전기사로 부리는 호사를 누리며, 철수는 정민지와 양태석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러다가....

“어? 양태석이 결혼을 했었네. 그 여자의 성씨가 정씨고....아아!”

철수는 촉이 왔고 죽은 양태석의 부인에 대해 알아보다가 드디어 알아내게 됐다.

“뭐야? 정민지, 양태석의 처제였잖아?”

그 사실을 백준열에게서 의뢰 받은 다음 날 알아낸 철수. 그가 그 사실을 막 백준열에게 알리려 할 때였다.

“철수. 밥 먹자.”

“뭐?”

지금 밥이 중요한가? 식사야 의뢰를 끝내 놓고 해도 됐다. 그래서 그렇게 막 세르게이에게 말하려는데....

“철수. 우리 아침 굶고 점심까지 굶는 거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라며?”

“....”

세르게이의 그 말에 철수는 갑자기 할 말을 잊었다. 그러고 보니 빨리 의뢰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너무 조급하게 굴었다.

세르게이의 말대로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먹는 건 제대로 먹어줬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 점심 먹자.”

어차피 백준열에게서 받은 의뢰는 빠른 시일 내 처리하겠다고 했었다. 그 빠른 시일은 오늘 중이면 충분했다. 그러니까 점심 먹고 나서 백준열에게 연락을 해줘도 상관없었다.

“뭐 먹을래?”

“나야 뭐....고기 아니면 면이지.”

철수는 근처를 살피다가 퓨전 음식점을 하나 발견하고 거기로 세르게이를 데리고 갔다.

“오오. 여기 죽이는데?”

근데 그곳에 세르게이가 좋아하는 메뉴들이 다 있었다.

“나는 목살 스테이크에 베이컨 까르보나라, 고르곤졸라 피자로 부탁해.”

혼자서 족히 5인분을 시키는 세르게이. 하지만 그의 식성을 익히 잘 아는 철수는, 거기에 자신이 먹을 새우 필라프(Pilaf, 밥에 고기, 새우 따위를 넣고 버터로 볶은 밥)를 따로 주문했다.

그랬더니 역시나 세르게이가 걸신 들린 사람처럼 자신이 시켜 달라고 말한 음식들을 혼자서 다 먹어치웠다. 그 사이 철수도 새우 필라프를 맛있게 먹었고.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까지 사 먹은 두 사람.

“나 화장실 좀....”

철수는 세르게이가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백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알아 낸 정민지와 양태석이 어떤 사이인지 백준열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네. 여보세요.

백준열 대표는 철수의 전화를 바로 받았다.

“저 철수입니다.”

-네. 압니다. 말하세요.

“어제 의뢰하셨던 대표님 여자 경호팀원과 양태석 말인데요.”

-네.

“알아보니 양태석의 전처가 그 여자 경호팀원의 언니더라고요.”

-....

철수의 그 얘기를 듣고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백준열이 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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