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449화 (44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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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한국 측 제작자, 그러니까 JYB엔터 백준열 대표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된 히로시. 그래서 그는 백준열과 마시로 사이에서 최대한 나나미에 유리한 쪽으로, 그 동안 일을 추진해 왔다.

한데 오늘 그 둘 중 하나인 백준열 쪽에서 문제가 감지 됐다.

“대체 뭣 때문에 그 인간이 바뀐 거지?”

히로시가 살살 비위만 맞춰주면, 속에 얘기까지 술술 다 털어 놓던 백준열. 그런데 오늘 통화에서 그는 자기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나나미에게 하나도 관심도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하지만 히로시는 잘 알았다.

“약쟁이가 마약을 끊지. 그 새끼가 나나미에게 관심이 없어 질 리가....”

히로시는 이게 다 백준열 쪽에 누군가가 백준열에게 조언을 해서 이렇게 되었다고 봤다.

하지만 사람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 법. 아무리 옆에서 누가 얘기해도, 백준열이 나나미에게 반해 있는 이상, 이쪽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히로시는 맛있게 담배를 피우고 음료를 다 마신 뒤, 나나미가 있는 온천탕으로 향했다. 혹시 몰라서 그녀가 마실 시원한 이온 음료 하나를 사들고서.

그랬더니 나나미가 온천탕에서 나와서 몸을 씻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온 음료를 건네자, 그녀가 시원하게 그걸 마신 뒤, 마저 몸을 씻었고 히로시도 가운을 벗고 같이 몸을 씻은 다음, 온천탕을 나와서 객실로 향했다. 그리고 객실에는 미리 주문해 둔 음식들이 한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둘은 그 음식들을 먹고 후식으로 나나미는 차를, 히로시는 커피를 마셨다. 그러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뜨겁게 뒤엉켰고....

온천탕에 이어서 객실에서도 한 빠구리를 했다. 만족한 듯 보이는 나나미가 객실 안에 욕실로 씻으러 들어 간 사이 시간을 확인한 히로시.

“이런....8시가 넘었네.”

히로시는 한국의 제작자, 백준열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백준열이 그의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가 일본어가 아닌 한국말로 뭐라 지껄였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대뜸 자기가 말을 다시 할 테니 녹음을 하란다. 그래서 히로시는 이어진 백준열의 말을 녹음했다. 그랬더니 백준열이 대뜸 전화를 끊어버렸고, 히로시는 번역기로, 겨우 자신이 녹음한 백준열의 말을 해석하고는.....

“빠가야로....”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그럴게 백준열이 자신은 나나미에게 관심이 없으니까 전화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문제였다. 왜냐하면 나나미의 차기작이 사실상 날아가 버린 꼴이니 말이다. 연거푸 드라마를 해서 나나미의 인지도를 끌어 올려도 모자랄 판에, 이번 분기에 나나미가 드라마를 찍지 못한다면....

나나미도 탑스타가 아닌 그저 그런 배우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는 없지.”

그때 나나미가 욕실에서 씻고 객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딱 봐도 굳어 있는 히로시를 보고 그녀가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히로시상?”

이건 어차피 나나미도 알아야 할 일이라서, 히로시는 사실대로 백준열과 통화 내용을 그녀에게 얘기했다. 그러자 그의 말을 다 듣고 난 나나미가 말했다.

“그 한일합작드라마에 출연해야 교토시에 그 건물 살 수 있다면서요?”

나나미는 효녀였다. 그녀는 자신이 유명해지면, 제일 먼저 부모님이 지금 살고 계시는 교토시에 건물 한 채 사드려서, 노후를 편히 살게 만들어 드리고 싶어 했다.

히로시는 그녀의 그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쭉 노력해 왔고, 그런 그의 열정에 반한 나나미가 그와 깊은 관계로 발전해 올 수 있었던 것.

만약 히로시가 이번에 나나미가 원하는 대로, 그 교토시에 그 건물을 부모님게 사드리지 못한다면, 나나미와의 관계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걸 알기에 히로시도 이번 일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맞아. 그 한일합작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너의 인지도도 확 끌어 올려야, 교토시의 그 건물도 사고 너도 탑 스타가 될 수 있어.”

“그렇다면 뭘 망설여요. 그 백 대푠가 하는 조센징 만나서 몸 한 번 주면 될 일을.”

“나, 나나미....”

“늙은이 마시로 국장에게도 한 일을 그 조센징에게도 못할 거 있나요. 그나마 그 조센징은 젊고 잘 생겼다면서요?”

“그, 그렇기는 한데....”

“히로시상. 저 탑 스타로 키워 준다면서요? 저는 탑 스타가 되기 위해서, 뭐든 다 할 각오가 되어 있어요. 뭐 한국에 가서 AV 한편 찍고 온다고 생각하죠 뭐.”

그렇게 말하고 다부진 얼굴 표정을 짓는 나나미를 보고 히로시가 말했다.

“알았다. 그럼 내일 당장 한국으로 가자. 가서 백준열 대표 만나서, 너의 그 한일합작드라마 출연을 확정 짓고 오자.”

“좋아요. 그렇게 해요.”

히로시의 분발해 하는 모습을 보고서, 그제야 웃음을 짓는 나나미. 히로시는 즉시 백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안 받네.”

백준열이 아예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자, 얼굴에 당황한 빛이 역력해진 히로시. 그런 그를 보고 나나미가 말했다.

“설마 이대로 포기할 건 아니죠?”

“당연히 아니지. 일단 문자 메시지로, 우리가 내일 한국으로 간다고 해 놓고....”

히로시는 내일 무조건 나나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가서, 무슨 수를 쓰던 백준열을 만나, 그의 떠난 마음을 반드시 되돌려 놓을 생각이었다.

‘백준열이 나나미만 본다면....’

백준열은 나나미에게 완전 반해 있었다. 그런 나나미가 그를 보러 일본에서 한국으로 직접 넘어왔다는데, 그가 그녀를 안 만나 줄 리 없었다. 그리고 그녀를 보는 순간, 그는 나나미에게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와 한 빠구리 한다면....

‘나나미의 육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겠지. 나처럼....’

히로시도 그렇고 마시로 국장 역시 나나미와 한 빠구리 한 후, 그녀를 잊지 못하고 그녀에게 목을 매고 있었다. 히로시는 백준열도 내일이면 그런 나나미의 남자 중 한명이 될 거라 확신했다.

“히로시 상. 피곤한데 그만 잘까요?”

“어? 어. 그래. 자자.”

두 볼에 도화 빛 도는 나나미가 해시시 웃으며 말하자, 히로시가 살짝 긴장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리고 둘은 객실 안쪽, 다다미 위에 푹신한 이불이 깔린 방으로 나란히 같이 들어갔고, 잠시 뒤 그 방 불이 꺼졌다. 이어서 그 방에서 흘러나오는 나나미와 히로시의 신음 소리가, 자정을 훌쩍 넘길 때까지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 * *

양태석이 이끄는 태석파가 붕괴된 태천파 자리를 빠르게 메우면서, 서울시의 조폭계의 혼란은 생각보다 훨씬 적었다. 그 만큼 양태석과 그를 따르는 중간 간부들의 노력이 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양태석도 이제 하루 5시간은 잘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가장 큰 조폭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게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밑에 중간 간부들이 워낙, 다들 유능한 터라 양태석은 크게 어려움 없이 조직을 이끌어 나갈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그가 모시는 분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돈과 권력을 다 가진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양태석에게 뭐 좀 알아봐 달라고 오늘 연락이 왔다.

“최철기요?”

서울 흥신소 연합회 회장이라는데, 그놈이 누군지는 밑에 시켜서 알아보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그 놈의 배후야 그 놈을 족치면 알아 낼 수 있을 거고.

그렇게 백준열과 통화 후 양태석은 밑에 시켜서, 서울 흥신소 연합회 회장이라는 최철기를 잡아오라고 했다.

양태석의 지시에 태석파가 움직였고, 최철기가 딱 세 시간 만에 양태석 앞에 끌려 왔다.

“으윽!”

태석파 조직원에 의해 양태석 앞에 무릎 꿇린 최철기. 그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양태석을 보고 말했다.

“대체 나를 여기 왜 잡아 온 거요?”

그러자 양태석이 최철기의 그 말을 들어 놓고도 바로 생 까고 그에게 되물었다.

“JYB엔터에 차은석 부문장. 누가 그 여자 뒤를 캐라고 시켰나?”

“그, 그건....”

그때 최철기의 지시로 JYB엔터의 차은석 부문장를 조사하고 있었던, 그의 직원이 잡혀 들어왔다. 그걸 본 순간 최철기는 정재욱이 그에게 맡긴 일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이었는지 알게 됐다. 더불어 이런 위험한 일을 시키면서 아무 언질도 주지 않은 정재욱이 괘씸하고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그는 바로 정재욱의 정체를 까발렸다.

“정재욱?”

양태석은 정재욱에 대해서 최철기를 통해서 전부 듣고 나서, 그와 문대식의 경호팀원 여섯을 제압했다는 흥신소 직원을 풀어주었다. 그 다음 백준열에게 전화를 해서 차은석 부문장의 뒤를 캐게 한 배후가 정재욱임을 밝혔는데....

‘뭐? 됐으니까 그냥 두라고?’

여태 백준열과 같이 일을 하면서, 그가 이렇게 유하게 나오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개는 다 처리하라는 쪽이었고, 간간히 신체 부위 어디 하난 못 쓰게 만들어 놓으라고 했는데 말이다.

그때 양태석의 뇌리에 자신의 전 처제 정민지가 생각이 났다.

왜냐하면 내일 모레가 정민지의 언니이자, 자신의 전처 기일이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양태석은 전처 제삿날에 참석해서 절을 했었다. 하지만 정민지가 작년부터 언니 제사에 그를 못 오게 했다. 그게 못내 서운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한데 이번에 정민지가 직장을 옮기면서, 혹시 그녀가 언니 제삿날에 일이 잡힌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정민지의 안부를 백준열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백준열이 그건 정민지의 경호팀 상관인 문대식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양태석은 백준열에게 정민지 얘기를 괜히 꺼냈다 싶었다.

그의 말처럼 정민지의 스케줄은 그 상관인 문대식이 알지, 대표인 백준열이 알 리 없었으니까.

아까도 문대식과 통화를 했었다. 백준열에게서 넘겨받기로 한 그 흥신소 직원 때문에 말이다. 그때는 묻지 못했던 걸 다시 문대식에게 전화 건 양태석이 물었다.

“혹시 정민지 팀원 내일 모레 야근인가?”

-아니다.

“으음. 됐어. 그럼.”

문대식에게 물어 볼 거 다 물어 본 양태석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정민지가 전처의 제사를 지내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양태석은 자기 본연의 일, 그러니까 태석파 보스로서 자기 할 일을 마저 해 나갔다.

* * *

최지훈은 엊그제 처가를 찾았다가 저녁 먹고, 아내를 태우고 푸른 지붕 집을 나와 서초동에 있는 자신의 보금자리로 향했다.

“지훈씨. 저 빌딩 멋있지 않아요?”

그때 운전 중인 자기 옆 자리의 아내가 서초동에서도 비싸기로 유명한 빌딩을 손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어어. 멋있네.”

최지훈은 힐긋 그 빌딩을 보고 형식적으로 대답했다. 그는 원래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일체 관심을 두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아내가 가리킨 저 빌딩은, 최지훈이 귀동냥으로 듣기로 500억은 있어야 살 수 있었다.

현재 최지훈의 전 재산은 부동산까지 다 팔아야 대략 10억 정도. 그걸로 저 빌딩을 사는 건 애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언제 저런 빌딩주가 될 수 있을까요?”

느닷없는 아내의 그 말에 최지훈이 어리둥절해 하며 옆을 돌아보자, 그의 아내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엄마가 돈이 생겼다고, 우리 집 사 준데요.”

“집?”

아내의 집이란 말에 순간 최지훈의 눈이 탐욕스럽게 변했다. 하지만 바로 시선을 앞으로 돌린 최지훈은 인권 변호사다운 말을 늘어놨다.

“집은 뭐 하러? 그냥 전세 살면 되지. 그 돈 있으면 어려운 사람들 돕는데 쓰는 게....”

“하아....지훈씨. 나 2년 마다 집 옮겨 다니는 거 이제 그만하고 싶어. 아이들도 이제 커서 학교도 들어갈 텐데. 언제까지 기러기로 살 순 없잖아?”

“....”

아내의 말에 최지훈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운전만 했다. 그런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아내가 말했다.

“지훈씨.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도 있잖아요. 우리가 잘 살면 그 만큼 더 많이 베풀고 살면 되니까. 이번에 엄마가 주는 돈으로 우리 집 사요. 네?”

“하지만 서울 집값이 비싼데....”

이 당시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평당 1.800만원이 넘었다. 강남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걱정 말아요. 엄마가 넉넉하게 집 살 돈 준다고 했으니까.”

최지훈은 장모님이 준다는 그 넉넉한 돈이 얼만지 궁금했다. 하지만 인권 변호사인 그가 속보이게 그런 것을 대 놓고 물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서울 부동산에 대해 얘기하면서, 아내로 하여금 장모님이 얼마를 준다고 했는지 기어코 알아냈다.

“....라던데. 그럼 엄마가 주기로 한 50억으로 지훈씨가 말한, 역세권에 있고....수유시장 앞자리에 그 5층 건물은 살 수 있겠네?”

‘50억!’

최지훈은 장모님. 그러니까 대한민국 퍼스트 레이디, 영부인이 딸내미에게 집 사라고 주기로 한 돈이 50억이라는 사실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겉으로는 전혀 티내지 않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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