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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436화 (43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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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설사 민경식이 여기서 좀 챙겼다고 해서 그걸 문제 삼을, 윗선은 없을 거란 게 민경식의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격 떨어지거든. 부하가 이런 작은 구멍가게 털어 먹었는데, 거기 뭐 좀 없냐고 기웃거리는 게 말이야.”

민경식은 여기 QH엔터 대표실의 푹신한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서, 향이 진한 커피를 마시며 오만하게 말했다.

“그나저나 이제 슬슬 여기 대표가, 백기 들고 나타날 때가 됐는데....”

똑똑똑!

그때였다. 대표실에 누가 노크를 했다. 그 소리에 민경식이 씨익 웃었다.

“이제 왔군. 들어 와요.”

민경식의 말에 곧장 대표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 선 것은, 바로 이번에 QH엔터를 인수한 JYB엔터의 김효석 실장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김효석이라고 이번에 여기 QH엔터를 맡게 된 사람입니다.”

“네? 맡게 되다니 그게 무슨?”

민경식은 당연히 김효석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알기로 QH엔터의 대표는 홍대복이란 자였다.

“아아. 모르셨군요. 원래 여기 대표였던 홍대복씨가 검찰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기소 전 풀려나긴 했는데....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김효석의 설명이 쭉 이어졌고, 그 말을 들으면서 민경식은 눈살을 찌푸렸다. 왜냐하면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여기 대표가 검찰에 기소 된 상태로, 실종 된 상황이라는 게 문제였다. 즉 그가 먹으려는 먹잇감에 누가 먼저 재, 아니 농약을 뿌려 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름이 어떻게 되신다고요?”

“김효석입니다.”

새로운 먹잇감을 발견한 민경식의 눈이 번뜩였다. 누가 여기 대표 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에게 돈만 챙겨 주면 그만이지.

“일단 여기 문제가 있는 건 아실 거고. 추가로....”

민경식이 공정위에서 조사 나오면, 위에 분들이 늘 하던 대로 상대를 압박하려는 그 순간....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누군지 몰라도 참 눈치 없다는 생각과 함께, 전화번호를 확인한 민경식.

“1234?”

핸드폰 번호가 아닌 일반 전화번호. 그런데 너무도 눈에 익은 번호였다.

“아아. 맞다.”

바로 공정위 서울 사무실 전화번호였다. 그러니까 그가 일하는 사무실에서, 전화가 걸려 온 거다.

“누구지?”

이 시간에 사무실에서 그에게 특별히 볼 일이 있어서, 이렇게 전화를 걸 사람이 그가 암만 생각해도 없었다.

“여보세요?”

그래서 일단 민경식은 전화 건 사람이 누군지 그게 궁금해서 그 전화를 받았다. 그랬더니 누가 대뜸 그에게 반말을 했다.

“민 과장?”

“그런데요?”

목소리에서 윗선 같은 느낌이 강하게 풍겨져서, 상대와는 다르게 말을 높인 민경식.

그런 그에게 다행스럽게도 상대가 자기가 누군지를 먼저 밝혔다.

-나 부위원장 김석현이야.

“아네. 부위원장님.”

그냥 윗선이 아니었다. 공정위에서 제일 높으신 분, 다음 분이었다. 민경식으로서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서울 시내 연예기획사 한 곳에 나가 있다고?

“네.”

-그냥 접고 돌아와.

“네?”

-구멍가게 그만 들쑤시고 돌아오라고.

“하지만 신고가 들어와서....”

-민과장. 내가 두 말해야 하나?

“아, 아닙니다.”

-철수해. 내가 거기 말고 제대로 된 일거리 줄 테니까.

띠띠띠띠....

그 말 후 먼저 전화를 끊어 버린 부위원장. 민경식은 자기도 모르게 질끈 두 눈을 감아버렸다. 거기서 왜 허튼소리를 지껄여서....부위원장 심기를 건드리면서 제대로 눈밖에 나 버린 것이다.

게다가 일거리라니? 부위원장이 그에게 던져 줄 일거리가, 당연히 쉬운 일 일리 없었다.

“좆 됐네.”

당장 민경식이 아는 윗분 중 한 달째 퇴근도 못하고, 계속 그 일만 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만약 자신에게도 그런 골치 아픈 일이 맡겨진다면....아니 맡겨질 게 확실했다.

왜냐하면 부위원장의 눈밖에 확실히 나 버렸으니까.

“에이 C발....”

욕설과 함께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민경식. 그는 눈앞의 김효석은 보이지도 않는지. 개 무시하고 곧장 대표실을 나섰다. 그리곤 열심히 조사 중에 있던 공정위 직원들에게 말했다.

“다들 하던 거 멈추고 여기 주목! 부위원장님이 철수 하라 십니다. 그러니 지금 들고 있는 거 다 내려놓고, 올 때 모습 그대로 여기 나갑니다. 무슨 말인지 다들 아시죠?”

“네.”

민경식도 공정위 직원들도 다들 눈치는 있었다. 부위원장이 철수하라는 말 속에는, 이곳 QH엔터를 더는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도 포함 되어 있다는 걸 말이다.

쳐들어와서 괴롭힐 때만큼이나 빠르게 철수 해 버리는 공정위 사람들.

“역시....”

그런 그들을 이렇게 빨리 치워 버릴 수 있는 파워를 가진 백준열 대표가 김효석은 부러웠다. 그러면서 그런 대표를 모시고 있는 자신이, 얼마나 행운아 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

* * *

김효석은 QH엔터의 문제가 해결 되자, 백준열 대표에게 말 한대로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로 곧장 넘어갔다.

당연히 김효석의 방문에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는 발칵 뒤집어졌다.

하지만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의 위임장을 가지고 있는 김효석은, 그들에게 있어서 새로운 대표나 마찬가지였다.

“급하게 결재해야 할 서류들부터 가져 와요. 그리고 내부 문서들이 있을 건데, 그것도 가져 오고요.”

김효석은 엔터사 쪽 일에 훤했다. 그랬기에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의 임원들 중, 그를 속이려 한 자들이 누군지 속속 밝혀냈고, 당장 그들 직무부터 해제시켰다.

“이겁니까? 내부 문서가?”

“네.”

여기서 내부 문서라 함은, 그 회사의 기밀, 혹은 치부라고 보면 되는 것들을, 정리한 문서를 말했다. 치부책이라고도 보면 되겠다. 당연히 회사에서는 이를 숨기고 철저하게 관리를 한다.

아까 QH엔터에서 공정위에 걸린 것도, 바로 이 내부 문서 중 일부가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홍대복 대표가 없어선지 몰라도, QH엔터 직원들 기강이 헤이 해져서 그런 일이 일어난 거다. 해서 여기 오기 전 김효석은 그 문제를 잘 관리하지 못한, QH엔터의 임원을 해고해버렸다.

김효석은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에서도 부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랐다. 하지만....

“스폰서? 하아....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이런 짓을....”

QH엔터도 결국 홍대복 대표가 스폰서 문제로 그렇게 되었기에, 김효석으로서는 그 문제에 아주 민감했다.

“앞으로 우리 회사는 스폰 받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스폰서들 정리하세요.”

“하, 하지만 그랬다가는 스폰서들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가만있지 않으면요? 같이 죽자고요? 과연 그들이 그럴 수 있을 거 같습니까?”

가진 걸로 따지면, 만약 이 일이 외부로 알려졌을 시,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가 잃게 되는 거 보다, 그들이 잃을 게 더 컸다. 때문에 김효석은 스폰서들이 함부로 그 입을 놀리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내부 문서에는 스폰서들이 누군지, 또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의 어떤 연예인을 그들과 연결시켜 줬는지 다 나와 있었다.

“이게 뭐야? 파라다이스 호텔? 지금 그 짓을 시키려고 우리 연예인을 보냈다고요?”

“네. 그게....스폰서가 급하게 원해서....”

“하아. 당장 취소시키고, 그 연예인 회사로 오라고 해요.”

“네.”

김효석은 기가 차하면서 좀 더 자세히 스폰서들의 이름과 그들이 뭐하는 사람들인지를 살폈다. 그리고 발견한 뜻밖의 인물 두 명 때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한 명은 유명한 인권 변호사였고, 또 한 명은 요즘 인기 급부상 중인 젊은 정치인이었다.

둘 다 공통점은 스폰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반듯한 이미지에 요즘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으음....”

특히 그 둘의 신분 역시 범상치가 않았다. 인권 변호사의 경우는 대통령의 사위였고, 젊은 정치인은 야당 전 당 대표이자 앞 번 대선 때 대통령 후보의 아들이었다.

그러니까 현재 최고 권력과 이전 최고 권력자들과 혈연으로 엮여 있는 사람들이었다.

현 권력도 무섭지만 이전 권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걸 김효석은 잘 알았다.

“이거 대표님께 알려야겠군.”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이 어쩔 수 없는 범주의 일은, 백준열 대표에게 미리 보고하는 게 낫다는 걸, 김효석은 JYB엔터에서 일하면서 깨달았다.

해서 그는 바로 백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백준열이 그의 전화를 재깍 받았다.

-왜요?

“대표님. 여기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인데요. 내부 문서를 살피다 보니....”

김효석이 전후사전을 쭉 얘기하자, 그 말을 듣고 백준열이 말했다.

-그러니까 대통령 사위와 그 대통령과 저번 대선에서 경쟁했던 야당 쪽 대통령 후보 아들이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의 서폰서였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증거는 확실하고요?

“네. 죽은 추대표가 그거 하나는 확실히 챙겨 뒀더라고요.”

-경호팀원들 그쪽으로 보낼 테니까, 그들에게 그 증거들 넘기세요.

“알겠습니다.”

김효석은 백준열이 이걸 가지고 뭘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일절 관심이 없었다.

그가 할 일은 이걸 보고하고, 백준열이 필요하다면 넘기는 것. 딱 거기까지였다.

* * *

부친의 장례를 다 치르고, 주말 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한 표지수.

“하아....”

썰렁한 집안 분위기에 한숨만 나왔다. 같이 살던 사람 하나 없다고 이렇게 집안이 휑해지다니....처음에는 허탈감과 공허감이 그녀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불쑥 화가 치밀었다.

“박지수....가증스러운 년. 감히 아빠 장례식장에 딴 놈을 데리고 와? 고모도 그래. 그런 년 편이나 들고. 그년에게 뭔가 받은 게 분명해.”

한번 자기 눈 밖에 나면 그걸로 끝이었다. 고집이 너무 세서 표 감독 말고는 통제가 안 되는 표지수. 이제 표 감독도 죽고 없으니, 그녀는 한 마리 고삐 풀린 망아지나 다름없었다.

“일단 언론 플레이를 하기 전에 법적인 조치로 뭘 할 수 있는지부터 알아야지. 근데 김 변호사는 왜 여태 연락이 없는 거야?”

표지수는 선친, 그러니까 故 표준수 감독의 고문 변호사로, 이번 장례식부터 그녀의 상속 문제까지 도맡고 있는 이병찬 변호사에게, 그녀의 전 계모에 대한 법적 조치를, 벌써부터 문의 해 둔 상태였다.

“안 되겠어. 내가 먼저 전화해 봐야지.”

표지수는 장례 치르고 그 다음 주 첫날에, 그것도 오전부터 이병찬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이병찬 변호삽니다.

“변호사님. 저예요. 지수.”

-안다. 잘 쉬었고? 몸은?

이병찬 변호사는 선친의 대학 동기로 친한 친구사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표지수를 알고 지내 온 이병찬은 자연스럽게 표지수에게 말을 놓고 있었다. 반면 이병찬을 아저씨라 불러 왔던 표지수는, 그를 변호사로 지칭하고 있었다.

“전 괜찮아요. 그보다 그 문제 어떻게 됐어요?”

-무슨 문제 말이니?

이병찬이 지금 표지수와 연관 된 법적 문제가 제법 됐다. 그렇다보니 표지수가 말하는 문제가 뭔지 알 수 없었던 이병찬이 되묻자, 표지수가 바로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문제겠어요? 박지수, 그년 문제지. 법적으로 그년 감옥에 잡아 쳐 넣을 수 있는 거죠?”

-으음. 제수씨 말이구나?

“제, 제수씨? 누가 변호사님 제수씨에요? 아빠랑 나를 버리고 제 살겠다고 떠난 그년을....설마 지금까지 제수씨라고 부르고 계신 건 아니시죠?”

발끈하는 표지수 때문에 이병찬은 바로, 그녀에게 사과부터 했다. 왜냐하면 여기서 뭐라 더 말했다가는, 표지수와 언쟁만 벌어질 걸 이병찬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미안하다. 내가 말이 헛 나왔다. 어. 그 박지수씨 문제라면 그쪽에서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합의 이혼을 했기 때문에, 이쪽에서 그녀를 걸고넘어지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건다고 해도 재판부에서 그걸 인정해 줄 거 같지도 않고. 괜히 그쪽을 자극해서 당시 이혼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이혼파기 가처분 청구라도 한다면, 자칫 너에게 돌아갈 유산을 일부 그쪽에 넘겨야 할지도....

“미쳤어요? 내가 왜 아빠 재산을 그년에게 줘요?”

-그러니까 내 말이,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다는 소리다.

“좋아요. 그러니까 법적으로는 그년을 어쩔 수 없단 거네요?”

-뭐 그렇지.

“그렇다면 내가 그년을 상대로 언론 플레이를 좀 했을 때 문제가 될 소지는 요?”

-뭐?

그게 무슨 소리냐며 묻는 이병찬에게 표지수가 악의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년 잘 사는 꼴을 어떻게 봐요? 그년이 절 학대했다고 언론에 제보할 생각이에요.”

-뭐, 뭐라고? 제수, 아니 박지수씨가 언제 너를 학대했다고....그게 거짓임이 밝혀지면 네가 처벌 받아.

“그러니까요. 변호사님이 내가 처벌 안 받게 만들어 주셔야죠.”

-그, 그런....

이병찬은 표지수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려 하는지 알고는 부르르 치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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