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434화 (433/921)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하고 싶으면 해

그 충격과 아픔을 잊고 달래기 위해서, 특별히 저번 주말에 여자 연예인까지 데리고 횡성 골프장에 다녀왔건만, 그 후유증이 이제 그의 인생에 제대로 태클을 걸면서, 홍익태를 제대로 우울하게 만들고 있었다.

경영권 분쟁에서는 1%의 주식도 중요했다. 그 1%의 주식을 구하기 위해서 머리를 숙이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 만 했고. 그런데 그런 중요한 주식을, 그것도 5%나 날려 먹었으니....

“대표님. 일단 저희 쪽에 우호적인 국민연금과 기관에 연락해서, 그쪽 지분부터 확보해 놓으시는 게, 급선무일 거 같습니다만.”

비서실장의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홍익태. 그가 말했다.

“그, 그래. 어서 그쪽에 연락해서 자리부터 만들어.”

“네.”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국민연금과 기관 쪽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홍익태는 매번 술판을 벌였다. 성 접대를 기본으로 한 향응이 그들에게 제공됐다.

그 술판에 만족한 그들은 기꺼이 그를 위해서 나서 주었고. 이번 역시 거하게 술판 한 판 벌이면, 그들이 또 나서 줄 것이고, 그럼 경영권은 충분히 지킬 수 있었다.

국민연금과 기관 쪽에서 보유한 문성일보 주식만 25%였다. 그들로 그의 편에 서면 게임 끝이었다.

“백준열이....개새끼. 어디 두고 보자. 바득!”

홍익태는 이를 갈며 백준열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하지만 채 10분도 되지 않아 홍익태는 절망을 맛 봤다.

“큰, 큰일 났습니다.”

“왜?”

사색이 되어 대표실로 뛰어 들어 온 비서실장. 그가 다급히 홍익태에게 말했다.

“국민연금 김 본부장이 저희와 손절하려 하고 있습니다.”

“뭐? 손절해? 내가 술판 벌이면, 제일 먼저 달려오던 놈이?”

“네. 저보고 앞으로 연락하지 말라고....”

“이 새끼가....그 새끼한테 당장 전화 넣어.”

“네.”

비서실장이 전화를 걸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인 김영철이 신경질을 내면서 전화를 받았다.

-아니. 사람 말을 못 알아듣습니까? 전화하지 말라니까....

“김 본. 나야. 홍익태.”

-아아. 홍 대표님.

“뭐야? 뭔데 김 본이 이래? 똥개가 똥을 끊지 김 본이 술과 여자를 끊어?”

-하아....그게....이사장님이 그러라고 하시니....

“뭐? 그 양반이 왜?”

국민연금의 2인자로 실질적으로 국민연금을 이끌어 나가는 게, 바로 김영철 기금운용본부장이다. 하지만 그 기금운용본부장 위에 국민연금의 1인자인 이사장이 있었다. 평소 국민 연금 운영에 관해서 별 관심도 없는 양반이, 하필 문성일보 일에 관심을 보이는지 홍익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문성일보 뿐만 아닙니다. TVM에도 저보고 나서지 말라고....

“TVM? 거긴 종편 방송국이잖아? 거길 이사장이 왜....”

-아무튼....죄송하게 됐지만 이번 일은 못 돕습니다. 그런 줄 아시고....전 이만 바빠서....

“잠깐만! 김 본. 내 말을 좀....”

띠띠띠띠....

홍익태는 김 본부장에게 애기해서 국민연금 이사장을 만나게 해 달라는 부탁을 하려 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뭔가에 쫓기듯, 그의 전화를 끊어 버렸다. 해서 다시 비서실장을 시켜 김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 본에게 이사장과 다리 좀 놔 달라고 문자 보내 봐.”

“네.”

홍익태의 지시에 비서실장이 그렇게 하고 몇 분 뒤, 김 본부장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그런데....

“지, 지금 그럴 분위기가 아니랍니다. 이사장이 지금 감사팀장을 만나고 있다고....”

“하아. C발....”

되는 일이 없다며 투덜거리던 홍익태. 그가 비서실장에게 말했다.

“다른 기관 쪽에 연락 해 봐.”

국민연금은 물 건너갔지만, 그래도 다른 기관들이라도 끌어와야 경영권을 지킬 거 아닌가? 그런데....

“으아아악!”

와장창창!

홍익태가 전화 받다 말고 들고 있던 핸드폰을 대표실 장식장에 집어 던졌다.

“이 개새끼들. 좋다고 또 하자고 할 때는 언제고....이제 와서 발을 빼?”

국민연금 뿐 아니라 기관의 요직에 있는 작자들이 다들 홍익태의 초대에 거절을 해왔고, 그게 결국 홍익태를 빡 치게 만들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 그는 화를 낼 때가 아니었다. 어떡하든 기관 하나라도 더 붙잡아서, 그의 우호 지분 율을 높여가야 하는데, 성질이나 내고 있었으니....

* * *

결국 국민연금부터 시작해서, 기관 어디도 홍익태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끝났다.”

이대로 임시주주총회가 열리면 홍익태는 경영권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3대를 이어 온 문성일보였다. 여기서 사실상 사주가 바뀌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다면, 홍익태는 선대를 볼 면목이 없었다.

“대, 대표님. 제가 알아보니 국민연금 이사장과 백준열 대표가 같이 골프 치는 사이라고....그리고 기관 쪽 역시 기관장들이 백준열 대표와....”

“그만! 그 놈에 백준열....백준열....C발, 그 개새끼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백준열과 손잡고 투자를 할 때도 그랬다. 어린놈이 늘 두목 행세를 하려 들었다. 그게 꼴 보기 싫어서 녀석 뒤통수를 좀 쳤는데....그게 별로 아프지도 않았는지 그냥 연락만 끊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백준열이 그랬단다. 자기 보는 눈이 틀려서 그런 걸 누굴 탓하겠냐고 말이다.

그러니까 그와의 만남을 백준열이 똥 밟은 셈 친 거다. 홍익태가 백준열에게 똥이 된 것이다.

그 뒤 백준열을 재수 없어 하면서, 각자 자기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는데, 이번에 백준열이 제대로 홍익태를 찌른 것이다. 그것도 가슴을 아주 대 놓고 말이다.

“C발....내가 이대로 죽을 거 같아? 죽더라도 같이 죽자.”

홍익태는 자신에게 목숨과도 같은 문성일보를 뺏어가려는 백준열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해서 그가 몸담고 있는 은밀한 조직에 연락을 넣었다. 그가 그곳에 장로라는 걸아는 사람은 그 조직의 수뇌부 밖에 없었다.

신비 에이전시라는 그곳은, 사람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단연 최고였다. 여태 홍익태가 거기 의뢰해서 제거하지 못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그야말로 쥐도 새도 모르게 홍익태가 없애 달라고 한 사람을, 말 그대로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랬기에 홍익태는 그들이 백준열도 당연히 제거해 줄 거라 여겼다. 하지만....

“뭐? 안 돼?”

-네. 지금 저희 회사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런 거물급 인사에 대한 의뢰 자체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젠장 맞을....오늘 진짜 되는 일이 없네. 그래서 그 내부적인 문제가 언제 해결 되는 건데?”

-지금으로서는 뭐라 확답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정확한 대답을 듣길 원하신다면 저희 대표님과 직접 통화 해 보실 것을 추천 드립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똘마니인 자신을 그만 괴롭히고 더 할 말이 있으면, 이런 결정을 내린 신비 에이전시의 대표와 하란 소리였다. 하지만 홍익태가 신비 에이전시의 장로신분이라도, 대표에게 뭐라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의 위치는 아니었다.

3장로가 모두 뜻이 같아서 한꺼번에 들고 일어난다면, 신비 에이전시 대표도 그때에는 그들 말에 신경을 쓰려나? 아무튼 신비 에이전시에 있어서 대표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알았어. 그 내부적인 문제가 해결 되면 내게 바로 연락은 해 줄 수 있지?”

-네. 그 정도 편의는 봐 드릴 수 있습니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해줘.”

그렇게 신비 에이전시란 곳과 통화를 끝낸 홍익태가 길게 탄식을 하며 말했다.

“하아아....도저히 안 되겠다. 이 화를 풀지 않으면 내가 미쳐 버릴 거 같으니....”

해서 홍익태는 어제 그가 데리고 간 여자 연예인 말고, 그 보다 급이 좀 낮은 여자 연예인을 부르라고 비서실장에게 얘기했다.

어제 홍익태가 데리고 잔 여자 연예인은 ‘억’소리나가 돈이 들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그 돈이 아까운 홍익태였다.

다행히 그건 홍익태가 스폰서로 인연을 맺은 연예기획사와 얘기가 잘 된 모양이었다.

비서실장이 긍정적인 대답을 들고 오자, 그제야 홍익태도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거기 연예기획사가 어디라고 했지?”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입니다.”

“음. 거기 이미지 좋게 기사 좀 써 줘.”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디서 보기로 했지?”

“파라다이스호텔입니다.”

“몇 시?”

“보통 저녁 같이 드시기에 6시로 잡았습니다만....”

“너무 늦어 두 시간 당겨.”

“4시로 말입니까?”

“어어. 즐기고 나서 저녁 같이 먹지 뭐.”

지금은 뭘 해도 그게 손에 잡힐 거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홍익태는 먼저 자신의 끓어오르는 이 화를 식히는 게 우선이었다.

* * *

홍익태는 섹스광이었다. 그러니까 보통 사람보다 섹스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화가 치밀면 그 화를, 어째든 본인이 스스로 누그러트려야 하는데 그걸 잘 못했다.

그 때문에 사고도 몇 번 크게 쳤고. 그러다 알게 됐다. 화가 났을 때 여자와 섹스를 하고나면, 그 못 참겠던 화도 풀린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그 뒤로 진짜 화나는 일이 있으면 홍익태는 여자를 불러서 그 화를 식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자는 죽어나지만.

그 죽어난다는 게 홍익태가 섹스를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의 섹스가 좀 변태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섹스 할 때 가학적인 성향을 띨수록 화가 더 빨리 풀리자, 그의 섹스 성향도 그쪽으로 변해 간 거다.

물론 기구를 이용하거나 약물을 쓰는 짓은 하지 않았다. 단지 섹스 할 때 그가 교묘히 여자를 괴롭혔다보니, 그와 섹스 뒤 여자들은 며칠씩 앓아눕기 일쑤였다.

실제 어제 홍익태와 같이 잔 여자 연예인도, 오늘은 자리보전하고 누웠다는 얘기를, 홍익태의 비서실장은 오늘도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 쪽 사람에게 들어야만 했다.

그래도 돈을 바로 보내준다니까, 그쪽 사람이 자기 소속사의 다른 여자 연예인을 보내 주겠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나 먼저 퇴근할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 해.”

자기에게는 지금 화 푸는 게 급한 일이라, 오후 3시쯤 홍익태는 일찌감치 문성일보 사옥을 나와서 파라다이스 호텔로 향했다.

평소에는 호텔까지 30분은 걸렸는데, 오늘은 차가 하나도 안 막히면서 10분 빨리 도착했다. 그래서 홍익태는 먼저 씻고 나와서 맥주 한 캔 마시며, 찾아 올 여자 연예인을 기다렸다.

바로 그 시각, 연예인들이 가장 많이 타고 다닌다는, 카니발스 한 대가 파라다이스 호텔 입구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 안에서 딱 봐도 연예인이다 싶을 정도로 빼어난 미모의 여자와, 매니저로 보이는 30대 중반의 남자가 내렸다.

“지수야. 니가 이분만 잘 모시면 넌 앞으로 탄탄대로를 걷는 거야.”

매니저는 여자 연예인에게 계속 설레발을 쳐 댔다.

“미희알지? 미희도 이분이 스폰 해주고 계시잖아.”

“미, 미희 언니도요?”

“그래. 이 바닥에서 소위 말해 뜬 여배우들 치고, 스폰 안한 배우가 있는 줄 알아?”

“....”

매니저는 마치 스폰을 해야만 스타급 여배우가 될 수 있다고 계속해서 여자 연예인을 세뇌 시키고 있었다.

“하아. 알았어요. 들어 갈 테니까 제발 그만 좀 말해요. 박 실장님.”

“들어간다는 말 진짜지?”

“네. 약속할까요?”

“아니 뭐....그럼 조용히 있을 게.”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의 매니저먼트 실장인 박충교는, 회사의 묵인 아래 소속 여배우들 중 뜨지 못하고 빌빌 거리는 것들과, 스폰서를 연결 시켜 주는 가교 역할로 제법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스폰이 성공할 때마다 스폰비로 회사에서 받는 돈의 10%가 그의 몫이었다. 나머지 90% 중 50%는 여자 연예인이, 40%는 회사가 챙겼다.

어제 박충교는 횡성에서 천만 원 넘는 돈을 챙겼다. 더블 더블유(WW)엔터테인먼트의 여배우 중에서 그래도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이미희라는 주연급 배우를 스폰서와 연결해 주면서 말이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이미희에 비해 인지도 면에서 급이 떨어지면서, 조연급 배우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지수라는 여배우를, 스폰서와 연결해 주면 박충교는 바로 400만원의 돈을 챙길 수 있었다.

그러니 박충교가 이렇게 열심히, 그리고 여배우가 질릴 정도로 입을 털어서, 그녀를 스폰서의 방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고.

“저기다. 1611호.”

막상 스폰서가 있는 객실에 다다르자, 그에게 말한 거와 달리 주춤거리는 여자 연예인.

“지수야. 들어간다며?”

그런 그녀를 바로 재촉하는 박충교. 자기 입으로 한 말이 있으니, 그런 박충교에게 뭐라고 말도 못하고 미적거리는 여자 연예인. 하지만 박충교는 알고 있었다. 여자 연예인이 여기까지 왔을 때는, 저 방에 들어 갈 수밖에 없단 걸 말이다.

벨레레레레!

그때였다. 박충교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하니, 회사에서 그의 상관이자 스폰서를 총괄 관리하는 임은석 전무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