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432화 (43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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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김훈은 여기에 무슨 흑막이 있음을 직감했다.

“냄새가 나. 그것도 지독한 악취가....”

해서 김훈은 신비 에이전시 인수 합병을 위해, 따로 빼 둔 처리자 둘을 XX경찰서로 내려 보냈다. 그랬더니 그날 오후에 XX경찰서로 보낸 처리자들에게서, 흥미로운 보고가 그에게 전해져 왔다.

“뭐? 배성근 원장의 집을 압수수색해서 나온 컴퓨터 본체와 핸드폰을, XX경찰서에서 먼저 포렌식했다고? 그러니까 지금 XX경찰서에 그 포렌식 데이터가 있단 얘기잖아? 뭐? 1억? 그러니까 1억을 주면, 거기 형사가 그 포렌식 데이터를 넘기겠단 말이지? 하하하하. 이거 재미있군. 지금 1억 보낼 테니까, 그 포렌식 테이터 가지고 와. 당장.”

김훈은 XX경찰서에 가 있는 처리자의 계좌로 1억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그날 밤, 김훈은 XX경찰서에서 포렌식한 데어터를 볼 수 있었다.

“오호? 이거 봐라?”

그 데이터에는 강원도 XX요양원에서, 배성근 원장이 죽기 전 저질러 온 온갖 비리들이 낱낱이 기록 되어 있었다.

“서진의료재단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이....유명석 의원? 이거 매달 정기적으로 그 양반한테 돈이 들어갔잖아? 이 정도면 후원이라기보다....”

이건 걸면 충분히 이슈가 될 수 있는 문제였다. 왜냐하면 총선이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그 지역구에서 당선이 유력한 3선 국회의원에게, 이 문제를 걸고넘어지면....

“얼굴에 똥을 쳐 바르는 거나 다른 없거든.”

한마디로 유명석 의원이 낙선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거기다가....

“문성일보에 접대한 게 대체 얼마야?”

서진의료재단과 XX요양원에 우호적인 기사를 내 주는 조건으로, 문성일보 기자들에게 배성근 원장은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의 접대비를 쓴 내역이, 데이터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건 문성일보를 외부에서 흔들기 딱 좋은 정보였다. 마지막으로 한라건설 채병무 대표와는, 수차례 불법 수의계약과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정황 증거가 명백하게 남아 있었다.

“이거 백준열 대표 주면 아주 좋아하겠네.”

비록 신비 에이전시의 3장로를 그 앞에 끌어내 놓지는 못했지만, 그들을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나 단서는 넘겨 줄 수 있을 거 같았다.

백 대표가 어떻게 쓸지는 모르지만, 그라면 이 정도 데이터로 3장로를 다 쓸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다. 하지만....

“뭐? 그걸 그렇게 처리하면 어떡해!”

그의 에이전시에 문제가 생겼고, 그 문제를 처리하고 나자 또 다른 문제가 터졌다. 그것까지 김훈이 나서 처리하고 나자 주말이 싹 지나고 월요일 아침이었다.

“맞다. 그 포렌식 테이터, 백 대표한테 넘겨야지.”

김훈은 곧장 백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다행히 백준열이 그의 전화를 바로 받았다.

* * *

나를 태운 차가 JYB엔터 사옥에 다와 갈 무렵, 김훈 대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안 그래도 신비 에이전시란 곳의, 그 3장로라는 자들 문제도 김훈 대표와 통화를 하긴 해야 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고. 오전에 시간이 나면하고, 아니면 오후에 할 생각이었다.

근데 이렇게 이른 시간에 김훈 대표에게 전화가 걸려온 걸로 미뤄,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나는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대표님. 저 김훈입니다.

“압니다. 아침 일찍부터 무슨 일입니까?”

내가 바로 용건으로 들어가자, 김훈 대표가 내게 전화 건 이유를 바로 말했다.

-실은 그제 경찰 쪽에서 나온 정보가 있어서, 강원도 XX요양원의 원장 집에서 나온....

나는 김훈 대표의 얘기를 쭉 들었다. 그 얘기에 집중하다보니 차가 지하주차장에 도착해 차문이 열리고, 문 팀장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도 나는 내가 내릴 때란 걸 몰랐다.

“다 왔습니다. 그만 내리시죠?”

“어?”

“다 왔다고요.”

“어어. 그래. 잠깐만....김 대표. 그러니까 그 포렌식한 데이터를 지금 퀵 서비스로 보내놨단 말이지요?”

-네. 10분쯤 뒤에 거기 도착할 겁니다.

“그 포렌식한 데이터에 3명의 장로들의 비리가 다 들어 있단 거고?”

-그렇습니다. 그들을 어떤 식으로 처리할 지는, 그걸 보시고 대표님께서 결정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알았어요. 일단 그 포렌식한 데이터를 보고 나서, 내가 다시 전화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러시죠.

그렇게 김훈 대표와 통화를 끝내고 나는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경호팀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엘리베이터 쪽으로 움직였다. 그때 문 팀장이 미리 보내 놓은 경호팀원이 엘리베이터를 잡아 놓고 있어서, 나는 그 엘리베이터를 바로 타고 대표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

근데 대표실에 들어가기 전에 늘 있었던 김 비서 그 자리에 없었다. 지금 쯤 서울에는 들어왔겠지.

“로비 안내데스크에 연락해서, 내 앞으로 퀵 오면 바로 대표실로 가지고 오라고 해 줘.”

나는 대표실에 들어가기 전 문 팀장에게 그 말을 하고서 대표실 안으로 들어갔다. 대표실에서 막 정장 상의를 벗어 옆으로 내 밀었는데, 막상 그걸 받아 주는 김 비서가 없었다.

“쩝....”

이래서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한 모양이었다. 나는 옷걸이에 내 정장 상의를 직접 걸고 책상에 앉았다. 그때 바로 노크 소리가 들리고, 문 팀장이 바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 그를 보고 내가 한 소리 했다.

“노크하자마자 바로 들어 올 거 같으면, 노크는 왜 해?”

그러자 문 팀장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안하고 들어왔으면 욕했을 거잖습니까?”

“허어....”

뭐 맞는 소리라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런 내게 쭉 다가 온 문 팀장. 그가 서류 봉투 하나를 내 책상 위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말씀하셨던 그 퀵 서비스로 온 겁니다.”

문 팀장은 그 말 후 뒤돌아서 휑하니 대표실을 나갔다. 나는 문 팀장이 대표실 문을 닫는 소리와 동시에 서류 봉투를 뜯었다. 그랬더니 그 안에 대용량 USB가 들어 있었다. 그 USB를 내 노트북에 연결시킨 뒤, 나는 김훈 대표가 말한 포렌식한 데이터의 내용을 살폈다.

“오오....”

김훈 대표가 말한 대로 그 신비 에이전시의 뒷배들이라는 3명의 장로들이 저지른 불법 자료들이 확실이 USB안의 포렌식한 데이터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나를 기쁘게 만든 건, 바로 서진의료재단의 전방위적 비리들이 여기 꽉 들어차 있다는 점이었다.

“하하하하. 이거 김명진 회장, 휠체어 타고 병원 들어가야 할 거 같은데....”

내가 크게 기뻐하며 웃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무식하게 문 팀장처럼 노크 후 바로 문을 열고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노크 소리가 너무 귀에 익었고, 문 밖에서 나는 냄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내 목소리 톤이 살짝 올라갔다.

“들어 와.”

내 허락이 있자 대표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김 비서가 들어왔다.

* * *

김 비서를 보는 순간 뭔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왜 이러지?’

김 비서와 한 사흘 떨어져 있었다고 이런 기분이 드는 건, 내가 생각해도 아니었다. 불금부터 시작해서 주말이 낀 사흘이었다.

‘그러고 보니 김 비서가 저번 주에는 주말까지 일을 했네.’

몰도바에서 하루 쉬게 해 주었지만, 그래도 타국에서 쉬는 게 제대로 쉬는 거였겠나? 휴가로 간 여행도 아니고 일을 하러 간 건데 말이다.

‘이번 주엔 목요일까지만 일시키고 금, 토, 일을 내리 쉬게 만들어 줘야겠네.’

김 비서에게는 3박 4일의 짧은 휴가를 즐길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었다.

“잘 다녀왔습니다.”

“그래. 수고 했고, 일 때문에 바로 쉬게 해주지 못해 미안해. 대신 이번 주에는 목요일까지만 나와.”

“네?”

“금, 토, 일을 내리 쉬라고.”

나는 내가 생각한 바를 김 비서에게 그대로 말했고, 그 말에 잠시 어리둥절해하던 김 비서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그, 그래도 돼요?”

“어어. 일한 만큼 벌고, 그 성과만큼 누리고 쉬자. 그게 요즘 내 인생 모토, 즉 좌우명이야.”

내가 좌우명 타령까지 하며 한 말에, 김 비서가 그제야 내가 헛소리 한 게 아니란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고, 고맙습니다.”

“통장에 수고비 넣어 놨어. 확인 해봐.”

“....”

3박 4일의 휴가에다가 일종의 휴가비까지 내가 지급했다니, 김 비서가 충격을 꽤 크게 받은 듯 아무 말도 못했다.

내 입장에서는 그녀가 나대신 큰일을 해줬으니 당연히 따르는 보상이지만, 여태 내 노예로 살아온 김 비서에게는, 이런 대우가 도무지 현실로 와 닿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 것을....

“나가 봐. 결제 할 거 빨리 올리고. 나 30분 뒤에 나가 봐야 하니까.”

“네. 대표님.”

김 비서도 오늘 내가 오전 중 블랙 머니에 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서둘러 대표실을 나갔다. 그리고 긴급을 요하거나 대표의 결정이 반드시 필요한 결재서류 3개를 들고 다시 대표실로 들어왔다.

“세 가지 모두 박인호 부대표님께서 결정을 못 내리신 것들로....”

나는 김 비서의 설명을 들으면서, 대표인 내가 책임져야 할 세 가지 사안들에 대해 생각을 하고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하나는 결재서류에 사인을 했고, 나머지 두 개는 보류시켰다. 말이 보류지 그 결재서류는 사실상 파기 처리 하란 뜻이었다.

“자아. 그럼 나는 이만 나가 볼게.”

내 오전 업무를 이쯤에서 끝낸 나는 옷걸이에 걸어 둔 상의를 걸치고 대표실을 나섰고, 대기 중이던 문 팀장이 경호팀원들에게 턱짓을 하자, 그들이 나를 에워싸서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JYB엔터 사옥을 나선 나는, 곧장 투자사 블랙 머니가 있는 서초구의 아크로텔 빌딩으로 향했다.

블랙 머니가 사무실로 쓰고 있는 아크로텔 빌딩은 내 소유 빌딩으로, 강남 역과 남부터미널 사이에 위치해 있었다.

지하 2층에 지상 10층인 이 빌딩은, 현재 사겠다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거길 굳이 팔 이유가 없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서울 빌딩 값, 특히 강남에 빌딩은 그냥 가지고 있기만 해도, 10년 뒤에는 거의 배는 오르는 데 뭐 하러 팔아?’

강남불패의 신화는 10년 뒤에도 깨지지 않는다. 그러니 강남의 부동산을 늘려 나가도 모자랄 판에 팔기는 개뿔....

* * *

그 아크로텔 빌딩을 사겠다는 사람이 제법 권력자인 모양이었다. 아크로텔 빌딩의 관리자에게 제법 압력을 넣은 걸로 봐서 말이다. 하지만 그건 늘 있어 온 일이었다.

서초구에는 대법원과 대검찰청이 있다. 그곳 출신들이 대부분 정치에 입문을 하고 거물급 정치인으로 거듭난다.

그들의 서초구에 대한 욕망이랄까? 그게 상당했다. 한때는 서초구에 빌딩하나 없는 정치인을 가리켜 쭉정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게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었다. 해서 이번 압박에 대해서 나는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늘 있어 오던 일이었으니까.

그것보다는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적인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야 했다. 나한테는 지금 그게 신비 에이전시의 3명의 장로들을 털어내는 일이었고. 그 해결책을 나는 이미 김훈 대표에게서 받아 놓은 상태였다.

“납니다. 넘긴 포렌식 된 데이터는 잘 봤습니다.”

나는 아크로텔 빌딩으로 가는 동안 김훈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빠서 요즘 내 전화도 생까던 김훈 대표. 하지만 자신의 에이전시의 인수합병 문제가 걸려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내 전화를 재깍 받았다.

“잘하면 그걸로 셋을 한꺼번에 처리해 버릴 수도 있을 거 같더군요. 네. 물론 그러려면 손 쓸데가 좀 있겠지만....”

그 손쓰는 게 중요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손쓰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겠지. 하지만 나는 딱 세 번만 손쓰면 됐다. 마침 그 중 한 곳은 아침 댓바람부터 만나자고 연락이 온 상태고 말이다.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김 대표는 그 신비 에이전시 인수에 집중하세요. 네. 으음.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빠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에는 그 3명의 장로들을 털어 버릴 테니까, 그런 줄 알고 합병 추진하시면 됩니다. 네. 문제 있으면 서로 연락하는 걸로 하고....”

나는 김훈 대표와 통화를 끝낸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런 일은 가급적 빨리 처리하는 게 좋았다. 그래야 뒤탈이 없는 법이고. 나는 고심 끝에 김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김 비서가 어김없이 내 전화를 바로 받았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늘 그렇듯 물을 거 묻고, 지시할 거 지시를 내렸다.

“오늘 퇴근 후 내 스케줄에 뭐 특별한 게 있나?”

-아뇨. 없습니다.

“그럼 삼명그룹 본사 비서실에 전화해서 비서실장과 약속 좀 잡아.”

-삼명그룹 이동훈 비서실장님과 말입니까?

“어어. 서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일이잖아. 피한다고 누가 해결해 줄 것도 아니고.”

-알겠습니다. 약속 잡겠습니다.

“부탁해.”

그렇게 김 비서와 통화를 하고나서, 나는 곧장 중앙지검의 반부패부 소속 나재석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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