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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부동산 컨설팅?’
이때만 해도 나는 노래방 귀신의 재능인 ‘부동산 컨설팅’에 대해 크게 기대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단지 그녀가 억울하게 죽은 게 맞았고, 그 한을 풀어 주는 게 사회 정의 구현에도 맞겠다 싶고, 또 좋은 일 한 번 하자 싶어서 노래방 귀신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예스.”
견신 시스템에게 대답을 했는데 정작 노래방 귀신이 먼저 반응을 했다.
-고맙다. 그리고 너 같은 남자를 만나지 못한 게 한스럽다.
뭐 원귀의 한을 일일이 다 들어 주다가는 끝도 없었다. 거기다 노래방의 시간도 이제 3분밖에 남지 않았고.
“이런....”
나는 서둘러 아직도 달게 자고 있는 에이미를 깨웠다.
“에이미. 일어나.”
“으으으음....아아아아함....어머나!”
에이미는 잘 자고 일어난 듯 기지개를 켜고 늘어지게 하품을 해 놓고 나를 보고, 또 자신이 홀딱 벗고 있는 걸 확인하고는 기겁해서, 내가 덮어 준 자기 옷가지로 자신의 알몸을 가렸다. 뭐 그런다가 다 가려질 그녀 몸도 아니었지만.
“등 돌려욧!”
버럭 소리치는 에이미에 나는 그녀에게서 몸을 돌렸고, 내 뒤로 에이미가 옷 입는 소리가 리얼하게 다 들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 눈앞에 거울....그 거울을 통해서 에이미가 옷 입는 걸 실시간으로 전부 다 감상 할 수가 있었다.
물론 나는 그 사실을 노래방을 나갈 때까지, 에이미에게 절대 말하지 않았다. 에이미가 옷을 다 챙겨 입고 나자 노래방 시간도 다 됐다.
“나가자.”
볼 짱 다 본 나로서는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가 없었고, 에이미도 딱히 여기 더 있고 싶지는 않은 지 순순히 나를 따라 나왔다. 노래방을 나올 때 보니까 카운터에 노래방 주인 말고, 알바생이 앉아 있었다.
“안녕히 가세요.”
“네. 수고하세요.”
대학생으로 보이는 그 알바생의 인사에 대꾸해 주고 막 노래방 밖으로 나왔는데, 그때 뒤에서 뭔가 끈적끈적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냥 모른 척하고 에이미와 같이 노래방을 나와서, 엘리베이터 말고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간 다음 그 건물 밖으로 나왔다.
“타.”
그리곤 그 건물 앞에 주차해 둔 내 차에 에이미를 태우고, 거길 빠져 나왔다. 그렇게 차로 한 500미터 정도 달렸을까?
“으음....”
끈적끈적하던 그 불쾌한 느낌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때 내 옆 조수석의 에이미가 말했다.
“후아. 이제야 속이 좀 괜찮아졌네.”
“뭐?”
“아니. 아까부터 속이 갑갑하더라고요. 근데 지금은 막힌 속이 뚫린 듯 시원해요. 히히히.”
어째 옷을 입을 때부터 시작해서 노래방을 나올 때까지 에이미의 표정이 어두웠던 이유가 있었다.
‘그 노래방 귀신 때문인가?’
어째든 그 노래방 귀신에 의해 기절까지 경험한 에이미가 아니던가? 그러니까 에이미에게 잠깐 귀신이 씌인 거다. 그 후유증으로 속이 갑갑했던 거고. 내가 그 노래방 귀신을 알아보지만 않았어도....
괜히 나 때문에 고생한 에이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에이미가 힐끗 날쳐다보며 물었다.
“대표님. 저 어땠어요?”
“뭐가?”
“저 데뷔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에이미는 자신이 연예인으로서 성공할지 여부가 많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당연하지. 넌 탑 스타가 될 거야.”
“진짜요?”
“그럼. 넌 모든 걸 다 갖췄어. 미모, 스타성, 그리고 색끼까지.”
“색끼요? 그거 욕 아니에요?”
한국말을 잘하는 에이미도 색끼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 거 같았다.
“새끼가 아니라, 색끼! 여기서 색끼란....”
나는 에이미에게 색끼를 10분 넘게 설명해야 했고 내 말을 알아들은 뒤에, 그녀가 간단하게 정리해서 말했다.
“Sexy Symbol? Hotness?”
뭐 대충 알아들은 거 같아서 나는 웃으며 맞다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 * *
시간이 자정이 다 되어 가는 터라, 에이미를 데리고 딱히 할 만 한 게 없었다.
커피 전문점들도 다들 문을 닫아서 우리는 차 댈만한 데 우선 차를 주차 시키고 근처 편의점을 찾았다.
편의점에서 에이미가 먹고 싶어 하는 거 하나를 사주고 나는 커피 한잔을 마셨다. 내가 편의점에서 에이미에게 사 준 건....
“그걸로 되겠어?”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몰라요.”
작은 사이즈의 컵 라면이었다. 그녀는 그걸 아껴가면서 먹었다. 하지만 국물은 거의 다 남겼다. 국물까지 다 먹으면 내일 인바디와 몸무게 검사에 걸린다나 뭐래나.
거기다 그녀는 바로 숙소에 들어가지 않고, 숙소 근처 공원길을 달렸다. 먹은 만큼 칼로리를 소모해야 한다나? 그 덕분에 나도 에이미와 같이 그 공원길을 달려야만 했다.
“이제 들어가.”
“네. 근데 저희 언제 또 봐요?”
에이미가 숙소 빌라 건물로 들어가다 말고 내게 물었다.
“데뷔하고 나서?”
“아아....”
데뷔가 얼마 남지 않은 그녀가 앞으로 얼마나 바쁠지 나도 알고 그녀도 알았다. 아마 몇 달은 못 보지 싶었다.
나는 이번에도 숙소로 안 들어가려는 에이미를 억지로 올려 보내고, 편의점 근처에 대 놓은 차로 움직였다.
“하아....”
그리곤 그 차에 타고 인근에서 가장 가까운 특급 호텔을 찾아서 그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호텔에 방을 잡고 들어가서 씻고 자려니, 벌써 시간이 새벽 1시를 훌쩍 넘겼다.
“자자. 자.”
그 말 후 침대에 꼬꾸라졌는데 언제 잠이 든 건지....
“으으으....”
눈을 뜨니 아침 8시였다.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알기에 몸을 일으켰다. 비몽사몽간에 욕실로 들어가서 샤워를 하니 그래도 정신이 들었다. 그때 문 팀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어.”
-올라갈까요? 아니면 로비로 내려오시겠습니까?
어제 여기 호텔에 체크 인하면서 문 팀장에게 문자를 보냈었다. 그랬더니 바로 경호팀원들을 데리고 여기로 온 거 같았다.
“내려갈게.”
호텔 측에서 제공하는 옷으로 싹 갈아입은 뒤, 이곳 로얄스위트 룸을 나서자, 문 팀장이 미리 올려 보낸 경호팀원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에워 싼 채 1층 로비로 내려갔다.
거기서 문 팀장과 합류해서 JYB엔터로 가는 도중에, 콩나물 해장국으로 유명한 식당에 들러서 아침을 먹었다. 그때 전화가 와서 확인하니 김비서였다.
“어어. 왔어?”
-네. 지금 김포 공항에서 택시 타고 바로 회사로 가는 중입니다.
“아침 식사는?”
-회사에 가서 해결하려고요.
“수고했어. 이따 봐.”
-네.
김 비서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녀보고 그 먼 몰도바까지 갔다 오느라 고생했다고, 바로 집에 들어가서 쉬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오늘 내가 바쁜 만큼 그런 나를 서포트 해줘야 할, 김 비서도 엄청 바쁠 예정인지라.
김 비서는 내게 있어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 정해진 휴일 외에 그녀를 쉬게 해 줄 수가 없었다. 뭐 이전의 백준열은 그 정해진 휴일에도 일을 시킨 모양인데, 나는 양심상 도저히 미안해서 그 짓까지는 할 수 없었다.
* * *
김 비서 전화를 받고 나서 바로 삼명그룹 본사 비서실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러니까 그쪽 비서실장이 나와 만나고 싶어 하니까 이번 주 중에 시간을 좀 내 달라? 알았어요. 이번 주 중 스케줄 살펴보고, 내 비서를 통해서 연락 주도록 하죠. 네.”
통화를 끝내자 내 옆에 문 팀장이 바로 물어왔다.
“이번에 새로 취임한 삼명그룹 비서실장이 대표님을 보자고 합니까?”
“어.”
나는 무성의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냉대에 익숙한 듯 문 팀장이 중얼거렸다.
“이번 비서실장은 성격이 좀 특이하네. 뭐 하러 우리 대표님을 만나려 하는 거지?”
문 팀장은 진심으로 그게 궁금한 모양이었다. 하긴 나를 삼명그룹 후계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테니까. 삼명그룹의 실질적인 2인자로 불리는 비서실장이, 후계자도 아닌 나를 따로 시간 내서 만나려는 이유가, 가만 생각해 보니 내가 문대식이라도 궁금하긴 할 거 같았다.
뭐 그렇다고 내가 여기서 문 팀장에게 삼명그룹 백승렬 회장이 나를 후계자로 점찍었다고 말하면....
‘날 미친 놈 쳐다보듯 할 거고....’
해서 나는 그냥 침묵하기로 했다. 괜히 침묵이 금이라고 했을까? 내가 자신의 궁금증에 대해 대답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자, 문 팀장도 그때부터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면서 차 안에 침묵이 흘렀는데, 그 침묵은 채 3분을 넘기지 못했다.
지이이잉!
내 핸드폰이 또 울렸고 확인하니 블랙 머니의 박 비서였다. 매주 월요일마다 그랬듯이 오늘 나는 JYB엔터에 출근해서, 얼굴만 비추고 바로 블랙 머니로 갈 예정이었다.
박 비서도 그걸 알고 있고. 한데 내게 지금 전화를 한 건 그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리지 못할 긴급한 일이 일어났다는 얘기였다. 나는 바로 박 비서의 전화를 받았다.
“어. 왜?”
-대표님. 서진그룹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아. 그래? 지금까지 서진제약 지분은 얼마나 확보 했나?”
-어제 말씀 드렸던 대로 11%까지는 확보했습니다. 정확히는 11.3%입니다.
윤재구 회장이 오늘 내게 넘기기로 되어 있는 서진제약 지분이 4.7%였다. 합치면 16%이고 그 정도 지분이면 서진그룹의 2대 주주로, 서진그룹 내에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로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의 방해와 압박이 본격적으로 시작 될 테니, 서진제약 지분을 더 확보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었다.
“힘들겠지만 서진제약 지분 더 끌어 모아 봐. 맥시멈 2배야. 그 이상 부르면 사지 말고.”
-그렇게 되면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과는....
“이미 선빵 날렸어. 화해는 물 건너갔고. 둘 중 하나가 쪽박 차기 전에 끝나지 않을 싸움이야.”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뭐 결국 돈이 많은 쪽이 이길 수밖에 없는 머니 게임이 되겠군요.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버진아일랜드의 세탁 된 자금 2조만 끌어 와.”
일단 그 돈으로 서진그룹과 주식 싸움을 시작하면서, 서진그룹의 자금력을 차근차근 소진시켜 나갈 생각이었다.
김명진 회장은 어떡하든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지분 방어에 나서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여기 저기 돈을 끌어다 쓸 수밖에 없었다. 김 회장의 자기 자본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돈이 2조를 넘지는 못할 터.
결국 자기 주식까지 내 팔거나 담보로 잡힐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때 그 주식을 사들이면 되고. 국민연금과 은행, 외국투자사들의 지분율을 고려했을 때, 서진제약 주식을 30%까지만 확보하면 서진그룹 경영권을 가져 올 수 있었다.
그렇게 서진그룹 경영권을 수중에 넣는 수간 김명진 회장의 파멸은 정해진 수순에 의해 진행 될 것이고 그와 나의 싸움도 끝나게 될 거다.
뭐 그 전에 김명진 회장이 내 앞에 무릎이라도 꿇는다면 또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죽었으면 죽었지, 그럴 인간은 아니지.”
내가 아는, 아니 백준열이 아는 김명진 회장은 절대 그럴 작자가 아니었다. 나는 서진제약 말고도 TVM과 문성일보의 지분 인수 현황에 대해서는 블랙 머니에 가서 보고를 받기로 하고 박 비서와 통화를 끝냈다. 그때 차창 저 너머로 JYB엔터 사옥 건물이 보였다.
* * *
서울의 처리자 에이전시들 중에서 규모 면에서 탑 3에 들어가는 신비 에이전시를 인수합병 할 계획을 세운 김훈. 하지만 그곳의 배경들인 3장로들이 거기 버티고 있는 한, 신비 에이전시를 자신의 김훈 에이전시로 흡수하는 건 어려운 상황.
그래서 백준열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백준열로 부터 그들 3장로를 신비 에이전시에서 분리 시켜 주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백준열의 역할은, 결정적인 순간 나서 주는 거지,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맡아서 그들 3장로를 신비 에이전시에서 내쫓아 주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모든 건 김훈이 작전을 세우고 그들 3장로들을 끌어내야했다.
백준열 앞에다가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고심하던 김훈. 그런 그에게 토요일 아침에 정보팀에서 경찰 쪽에서 알아낸 재미있는 얘기를 전해왔다.
“그러니까 지금 서울 경찰청의 특수부에서 강원도 XX요양원. 배성근 원장 사망사건을 조사하고 있단 말이지?”
“네. 배성근 원장의 집을 압수수색해서 나온 컴퓨터 본체와 핸드폰을 포렌식하고 있는데, 주말까지 끝내고 월요일에 사건 종결 할 거란 소식입니다.”
“아니. 포렌식까지 하는데....더 수사를 이어나가야지. 그걸 왜 월요일에 종결 해?”
“주요 증거 분석 후에 사건 덮겠다는 얘기죠.”
“허어. 기가 찬다. 혹시 그 포렌식 한 데이터를 우리가 좀 볼 수는 없을까?”
“안 그래도 얘기 해봤는데. 절대 안 된답니다.”
“왜?”
“청장 지시랍니다.”
“뭐?”
그러니까 그 사건에 경찰청장이 개입됐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사건의 진짜 가해자라고 볼 수 있는, 배성근 원장을 죽인 살인범이, 바로 신비 에이전시 소속의 처리자 금명훈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