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427화 (42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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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견신 시스템이 원귀에 대한 정보를 내 머릿속에 꾸역꾸역 주입시켜 주는 가운데, 가요 메들 리가 끝났다.

“....”

그러면서 찾아 온 노래방 안의 정적. 다행히 정민지와 빠구리가 끝났기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노래 대신 정민지의 신음소리가, 이 방 밖으로 새어 나갈 뻔했다. 노래방이란 곳이 방마다 방음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은 아니니까.

“하하하....”

나는 멋쩍게 웃으며 벗어 놓은 옷을 챙겨 입었다. 그러면서 정민지의 옷도 챙겨 주었다.

그러자 정민지도 일단 옷을 갖춰 입었고, 잠시 후 원 상태로 돌아 간 우리는 서로 부르고 싶은 곡을 골라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민지보다 내가 더 노래를 많이 불러야 했다.

“이 곡도 좀 불러줘요.”

정민지가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라면서 여러 곡을 미리 예약했고, 그 노래가 나오면 어김없이 내게 마이크를 넘겨왔기 때문에. 그래서 내 목소리가 살짝 잠길 무렵, 다행히 노래방 시간도 끝이 났다.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이쯤에서 파장하고 집에 가자.”

“그래도....이잉....”

같이 저녁 먹고 노래방까지 왔건만, 그래도 뭔가 부족한 듯 내게 살짝 투정을 부리는 정민지.

하지만 나는 노래방에서 볼짱을 다 봤기 때문에, 여기서 굳이 정민지와 더 붙어 있고 싶지 않았다.

‘그보다....’

에이미를 만나는 게 급선무였다. 이게 무슨 소리냐? 정민지와 노래를 부르다가 중간에 화장실 간다고 하고 잠깐 노래방을 나온 나는, 실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에이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에이미가 마침 그 전화를 받았다.

“에이미. 나야. 어. 그래. 오랜만이지? 그래서 널 좀 볼까하는데, 지금 어디야? 뭐 구의동? 구의동 어디? 뭐 별 다방 근처라고? 혹시 코스모스 빌라트와 가까워? 아아. 걸어서 10분 거리라고....으음. 그럼 1시간 뒤에 내가 그리로 갈 테니까, 내가 전화하면 숙소에서 바로 나와. 어어. 그때 봐.”

그렇게 에이미와 만나기로 약속을 했고, 이제 그 약속 시간까지 30분 정도 남은 상황. 정민지와 헤어지고 어서 에이미에게 가 봐야 하는데....

“저 집까지 데려다 주실 거죠?”

“뭐?”

집이라고 해 봐야 여기서 자빠지면 코앞에 있었다. 거기다 정민지는 내 근접경호원이다.

내가 알기로 그녀는 혼자 건장한 남자 세 넷은 가뿐하게 제압이 가능한 걸로....

“하아....”

그래도 자기가 여자라고 연약한 척 구는데, 여기서 그 환상을 깨는 건 좀....

해서 나는 정민지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뭐 그래 봐야 10분이면 충분 했으니까.

“잘 가.”

“대표님도 잘 가요.”

그렇게 나는 안 가려는 정민지를 그녀가 사는 코스모스 빌라트라는 주상복합 아파트로 억지로 밀어 넣은 뒤, 뒤 돌아 노래방 있는 건물로 다시 돌아왔다. 왜냐하면 그 건물 앞에 차를 대 놔서 말이다.

“자아. 이제 에이미한테 가 볼까?”

에이미가 있는 곳이 여기서 걸어서 10분 거리라니까, 차로가면 금방이었다. 해서 막 차에 타려는데....

“헉! 놀래라.”

내 눈앞에 귀신이 나타났다. 아까 내가 노래방에서 쫓아냈던 그 노래방 귀신이 말이다.

-내 얘기 들어 준다면서?

“아아. 맞다.”

그러고 보니 내가 눈앞에 원귀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에이미 보러 가야해서 원귀에게 물었다.

“너 혹시 나 따라 갈 수 있어?”

그러니까 지금 나는 한마디로 내 눈앞의 귀신을 보고, 너 지박령 인지를 묻고 있는 거였다.

지박령(地縛靈)은, 땅에 얽매여 있는 영혼이라는 뜻으로, 특정한 지역에 머물고 있으면서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있는 영혼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내가 말한 지박령은 노래방 귀신이 과연 노래방을 벗어나도 괜찮은 건지를 물었던 거고, 노래방 귀신은 맞다고 대답을 했다.

-해서 나는 노래방이 있는 이 건물에서 1리를 벗어 날 수 없다.

그리니까 노래방 귀신은 노래방이 있는 건물에서 반경 400미터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노래방 귀신을 데리고 에이미를 보러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해서 내가 말했다.

“노래방에 들어가 있어. 내가 좀 있다가 거기로 갈 테니까.”

즉 에이미를 만나서 그녀를 데리고 다시 그 건물 노래방에 또 갈 생각을 한 거다.

‘에이미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도 살펴 볼 겸....’

겸사겸사 나는 에이미를 여기 다시 데려 오기로 했다. 그런 내 생각을 귀신이 파악하기라도 한 듯 순순히 대답했다.

-알았다. 노래방에서 기다리겠다.

그 말 후 내 눈앞의 귀신이 사라졌고, 나는 바로 내 차에 탔다.

* * *

나는 차를 몰아서 곧장 에이미와 만나기로 한, 그녀가 요즘 지내고 있다는 숙소로 향했다.

“저긴가?”

차를 몰고 2분쯤 갔을 까? 별다방이 나오고 조금 더 가자, 아까 전화통화 할 때 에이미가 말한 5층짜리 빌라가 하나 보였다.

나는 그 빌라 앞에 차를 대고,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에이미는 JYB엔터에서 이번에 데뷔시키기로 한 걸그룹의 멤버 중 한 명으로, 현재 다른 멤버들과 숙소 생활 중이었다.

당연히 매니저 허락 없이 외출이 금지 된 상태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나는 에이미에게 전화 걸기 전, 매니지먼트 사업부의 최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말이라도 회사 대표의 전화를 받지 않을 간 큰 직원은 없었다. 그게 이사급이라고 해도 마찬가지고.

-네. 대표님.

“주말에 쉬는 데 미안해요. 혹시 이번에 데뷔하는 걸그룹 전담 매니저 누군지 아세요?”

-네. 압니다. 주철현 팀장이라고....

그 매니저에 대해 쭉 얘기를 하는 최 이사. 하지만 내가 듣고 싶은 내용은 아니었다. 해서 그의 말을 중간에서 끊으며 내가 말했다.

“최 이사님. 주 팀장에게 나한테 전화 좀 하라고 해 줘요.”

-네? 혹, 혹시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 지 여쭤 봐도....

“아뇨. 물어 보지 마세요. 최 이사님은 그냥 주 팀장에게 연락해서, 저 한데 전화하라고만 말해 주시면 됩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내가 최 이사와 통화를 하고 나서, 2분 쯤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네. 여보세요?”

-백준열 대표님 전홥니까?“

“그런데요?”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저 매니지먼트 사업부의 주철현 팀장입니다.

“아아. 주 팀장.”

-저보고 전화 해 달라셨다고 최 이사님께 전해 들었는데....

“맞아요. 딴 건 아니고 이번에 데뷔하는 걸그룹 말입니다.”

-네. 레드문이요.

“그 레드문 멤버 중에 에이미라고 있죠?”

-네. 있습니다.

“그 에이미 좀 지금 숙소 밖으로 내 보내 주세요.”

-네?

“내가 지금 숙소 밖인데 에이미랑 할 말이 좀 있어서 그래요. 내가 얘기 할 거 다하고나면, 숙소에 알아서 들여보낼 테니까 그런 줄 알고요.”

-네. 뭐....알겠습니다.

대표가 그러라는데 지가 어쩔 거야?

주 팀장은 대답을 하면서 싫은 티를 팍팍 냈지만, 대표인 내말을 거스르진 못했다.

그렇게 주 팀장과 통화하고 나서 에이미가 숙소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견신 시스템에게 정민지의 미션 완수에 따른 보상이나 빨리 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견신 시스템의 목소리가 바로 내 머릿속을 울려왔다.

-정민지의 수줍은 버킷 리스트인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며 사랑 나누기를 완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개지수 30포인트와 역 스킬 1회 이용권을 지급합니다.

견신 시스템은 그 말 후 내 눈앞에 바로 바뀐 상태창을 띄웠다.

[이름: 백준열(Lv9)]

[나이: 27]

[보유 아이템: 「개눈깔」(3Up), 「개좆」(3Up)], 「개목걸이」(3Up), 「개코」(3Up), 「개방울」(3Up), 「개 알약」(일,3Up-1일 15회, 외상과 일부 내상(체내 2기 종양, 선천질환, 1일 2회) 한정), 「개불알」(2UP)

[보유 스킬: 「말하는 개」(일,3Up), 「충견」(일,3Up), 「개 끗발」(역,3Up), 「개호구」(역,3Up), 「만능 오프너」(일,3Up-모든 문(보이는 문에 한정)), 「개멋져」(일,3Up), 「개 짖는 소리」(일,2Up)

[인벤토리: 개톤백(In), 역 아이템 1회 이용권(2장), 역 스킬 1회 이용권(2장), 「1회용 개 물약-종양치료제」

[특성: 개(4차UP완료)]

*냄새를 잘 맡습니다.*

*소리가 잘 들립니다.*

*멀리 봅니다.*

*행동이 빠릅니다.*

*잘 짖습니다.*

*교미 합니다.*

*친화력이 뛰어납니다.*

[개지수: 80]

나는 바로 개지수가 +30포인트 더해져서 80포인트가 된 걸 확인하고, 인벤토리에 역 스킬 1회 이용권이 한 장 더 늘면서, 역 아이템 1회 이용권과 같이 2장이 된 걸 보고, 바로 눈앞에 상태창을 지웠다.

그렇게 내가 JYB엔터의 매니저사업부 최 이사와 통화 하고 나서 5분 쯤 뒤, 숙소인 빌라에서 드디어 에이미가 나왔다.

“에이미. 여기!”

내가 차 안에서 머리를 내밀고 손까지 흔들자, 그걸 보고 에이미가 쪼르르 내가 탄 차 쪽으로 뛰어왔다.

“타!”

그런 그녀에게 내가 외치자, 그녀가 알아서 내 차 앞을 돌아서 내 옆, 조수석에 탔다. 그런 그녀를 보고 내가 반갑게 인사를 하려는데....

“그 동안 잘 지냈....우웁!”

나는 하던 인사말을 다 하지 못하고, 에이미의 저돌적인 키스를 받아줘야만 했다. 에이미도 반가움을 표현하려고 내 입에 키스를 한 듯, 자기 입술만 세게 내 입술에 3초 정도 붙이고 있다가 뗐다. 그리곤 내 양 볼에 뽀뽀를 하고는 두 눈에서 하트를 뿅뿅 날리면서 말했다.

“보고 싶었어요.”

“어어. 뭐....나도.”

그녀가 갑작스런 애정공세에 살짝 당황한 내가, 그녀 말에 두루뭉술하게 대답하자, 그녀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저 보러 일부러 온 거죠?”

“어. 네가 잘하고 있나 살펴보기도 해야겠고.”

“저야 잘하죠. 벌써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 팀 마스코트로 자리 잡고 있답니다.”

안 그래도 넉살이 좋고 추진력 강했던 에이미였다. 걸그룹 멤버가 되었다고 그런 그녀 천성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그래? 그럼 그 실력 한 번 볼까?”

“네?”

내가 자기 실력을 보겠다니 에이미가 놀라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 긴장한 듯 마른 침을 삼켰고.

“근처에 보니까 노래방 있던데, 거기 가서 한 번 보자. 네가 걸그룹 멤버로 데뷔를 해도 될지 말이야.”

“그, 그건....”

에이미가 별로 자신 없어 보이는 얼굴로 내 눈치를 봤지만, 나는 불도저처럼 그걸 밀어 붙이며, 바로 차를 출발시켰다.

* * *

근처라 내 차는 금방 노래방이 있는 건물 앞에 도착했다. 다행히 내가 차를 뺐던 자리가 그대로 비어 있어서, 거기다가 다시 차를 댄 뒤 에이미와 같이 차에서 내린 내가 주도적으로 말했다.

“따라 와.”

그리곤 에이미를 데리고 좀 전까지 정민지와 같이 노래를 불렀던 노래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정민지와 같이 썼던 그 널찍한 방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쓰고 있었다.

“아깝네. 거기 넓어서, 네 춤 실력도 살펴 볼 수 있을 거 같아서, 딱 좋겠다 싶었는데 말이야.”

어쩔 수 없이 그냥 다른 방으로 들어가려는 데....

“으아아아....귀, 귀신이다.”

“귀, 귀신이....여자 귀신....으아아아....”

“여, 여자가 막 날아다녀....으흐흐흐....”

“C발....귀신이 있고 지랄....”

나와 정민지가 썼던 그 널찍한 방에서, 사람 넷이 사색이 되어 뛰쳐나왔다. 그런 그들에게 노래방 주인이 정색하며 말했다.

“아니 손님. 귀신이라니요?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다고....”

하지만 그 손님들은 노래방 주인과 더 말하기 싫다는 듯, 질겁한 채 주인 옆을 지나쳐서 그대로 줄행랑을 놔버렸다.

“하아. 여기 무슨 귀신이 있다고....”

노래방 주인이 기가 차하며 그 널찍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때 내 눈에 보였다. 그 방 안에 마이크를 입에 갖다 붙인 채, 허공에 떠 있는 젊은 여자 귀신을 말이다.

그 귀신의 모습은 노래방 주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으음? 없는데? 저 한국 귀신 꼭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 왜 노래 녹음할 때 귀신들 많이 나온다면서요? 그래서 저 그때를 기대하고 있어요.”

노래방 주인처럼 에이미 눈에도 귀신은 보이지 않는 거 같았다. 마이크 입에 갖다 대고 있는 귀신이, 저렇게 자신을 저렇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도, 에이미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저기, 그럼 여기 저희가 써도 될까요?”

내가 주인에게 묻자, 주인이 나와 에이미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말했다.

“뭐 그러던지. 그나저나 능력도 좋네. 이 여자, 저 여자....”

아무래도 노래방 주인이 나를 알아 본 거 같았다. 얼마 전에 정민지와 여기서 술 마시고 노래 불러 놓고, 또 다른 여자를 데리고 오니 이상하게 보는 거 같았다.

뭐 노래방 주인이야 뭐라고 하든지 말든지, 나야 내 볼일만 보면 되니까.

“음료 뭐 마실래? 술은 안 되는 건 알지?”

“당연하죠. 전 다이어트 좀 더 해야 해서 음료수는 됐고....그냥 물 마실게요.”

“그래. 그럼....”

당연히 에이미에게 술 먹일 생각은 없었다. 정민지처럼 노래방 시간 안에 볼일 보고 나서, 에이미도 바로 숙소에 떠밀어 넣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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