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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424화 (42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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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괜찮아. 주말에 알아보는 게 어디 쉽나. 그래서 어떻게 됐어?”

-윤재구 회장이 보유한 서진제약과 TVM, 문성일보, 삼명호텔의 지분 율은 각각 4.7, 5.1. 4.9, 5.3%입니다.

박 비서로부터 전해들은 내가 말한 4곳의 지분은 대략 5%정도였다. 즉 윤재구 회장이 그들 4곳에 딱 임시주주총회를 열수 있는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윤 회장은 그들 회사의 경영권 분쟁에, 불을 붙이는 불쏘시개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건 그들 회사를 나름 주시하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역시 늙은 생강이야.’

투자에 관한한 그가 왜 백준열과 싸워도 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는지 알 거 같았다.

주식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보는 눈이었다. 그 보는 눈을 윤재구 회장은 타고 났다고 봐야 할 거 같았다.

아무래도 윤재구 회장에 대해서는 좀 더 확실히 파악해 두는 게 좋겠다 싶었다. 아까 철수에게 윤 회장에 세세하게 조사하라고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었다. 아무래도 그보다는 정재욱의 제거가 우선인 거 같아서 말이다.

‘그렇다면....’

사실 누구 뒤를 캐는 건 처리자 쪽을 이용하지 않아도 됐다. 원래 그들보다 더 확실하게 그 일을 알아봐 줄자들이, 내게는 원래부터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요즘 좀 격조 했네.”

나는 오랜만에 양태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태천파 조직 붕괴 후 조직 정비를 이유로 가급적 그에게 연락을 취하려 하지 않았더니, 그만 그의 존재감마저 깜빡한 거다. 물론 지금처럼 바로 생각날 사람이었지만.

-네. 대표님.

확실히 이전에 내가 전화 걸었을 때보다, 양태석의 목소리가 훨씬 더 밝고 힘이 넘쳤다.

“내가 전화 안한다고, You도 전화 안하면 어떡해?”

-죄송합니다.

“푹 쉬었어?”

-네. 덕분에....

“조직 정비도 확실하게 끝냈고?”

-네.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정도로....확실하게 정비가 끝났습니다.

대답하는 양태석에게의 말에 확신이 묻어나왔다. 한 동안 그에게 연락하지 않은 게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잘 됐네. 그럼 다시 하던 일 해 보자고.”

-뭐든 시켜 주십시오.

“JG자산투자운영의 윤재구 회장이라고 있어. 지금은 제주도에서 요양 중인데....

나는 양태석에게 윤재구 회장의 철저한 뒷조사를 맡겼다. 어차피 사채 시장과 조폭들은 떼려야 뗄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처리자 에이전시 쪽보다는 오히려 조폭 조직에서 윤재구 회장에 대해 더 깊이 있고 폭 넓은 뒷조사가 이뤄 질 가능성이 더 컸다.

그렇게 양태석과 막 통화를 끝내려는데, 양태석이 생뚱맞게 내게 물어왔다.

-대표님 근접 경호원으로 있는 정민지 팀원 말입니다. 그녀 요즘 잘 있습니까?

양태석이 왜 정민지에 대해 묻는지, 살짝 느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대 놓고 묻기는 양태석과 내가 터놓고 지내는 사이고 다니고....

“잘 지내지. 왜?”

-그럼 됐습니다. 더 시키실 일은?

“없어. 있으면 또 연락 할게.”

-네.

과묵한 양태석답게 그 뒤 아무 말이 없었고, 나는 알아서 먼저 전화를 끊었다.

* * *

악몽 같았던 제주도를 벗어나서, 서울로 돌아 온 정재욱. 하지만 김포공항을 빠져 나오는 그의 얼굴은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삶의 절반 이상이라도 해도 될, 그의 직장이자 그의 자긍심과 같았던 경찰조직과 경찰 신분을 다 잃었기 때문에.

정재욱은 더 이상 경찰이 아니었다. 제주경찰청에 사직서를 제출 했고 그게 수리 된 상태니 말이다.

“말도 안 돼. 반드시 복직하고 만다.”

이대로 순순히 물러 설 정재욱이 아니었다. 그는 불끈 두 주먹을 쥐면서 다짐을 했다.

비록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 했지만, 반전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특히 그를 이 지경으로 만든 원흉....

“배도철....”

그 배도철 제주경찰청 경찰 차장만큼은, 반드시 응징해서 자신을 건드린 걸 뼈저리도록 후회하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개새끼. 두고 보자. 바득!”

대 놓고 이를 갈며 김포공항 청사를 빠져 나온 정재욱. 그는 자신이 주차 해 놓은 차를 찾아서 공항 주차장을 좀 헤맸다.

분명 거기 대 놨다고 생각해서 간 곳에는, 그의 차가 없었던 것.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전에 그가 주차해 놨던 곳이었다. 그래서 더 생각해 보니까, 이 근처에 어디에 주차 해 놓은 거 같았고, 그곳을 찾아봤더니....

“저기 있네.”

그렇게 겨우 자신의 차를 찾아서 집으로 향하던 정재욱.

“이 새끼들이....”

근데 이동 중 정재욱이 건, 전화를 받는 사람이 어떻게 된 게 한 명도 없었다.

그가 서울경찰청에 있었을 때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줄 거처럼 굴었던 인간들이 말이다.

“아버지만 그 꼴이 되지 않았어도....”

갑자기 부친이 원망스러운 정재욱이었다. 부친이 경찰청장에서 경질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기만 했어도 그는 여전히 부친의 후광 속에, 서울경찰청이나 경찰청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부친은 불명예스럽게 경찰청장 자리에서 쫓겨나고, 검찰수사까지 받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제주도로 좌천 됐다가, 결국 사직서 쓰고 서울로 돌아왔고.

“내가 왜 이렇게 됐지?”

자신을 비관하기 시작한 정재욱. 그런데 집에 도착해 보니....

“뭐?”

아내가 당분간 친정에 가 있겠다고, 쪽지 한 장 써 놓고 아들을 데리고 떠나고 없었다.

그렇게 텅 빈 집에서 정재욱이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크으....”

바로 쓴 소주를 마시는 거. 그리고 다시 핸드폰으로 어딘가 연락을 했다. 하지만 그가 경찰직을 내려놓은 걸 알게 된 사람들은, 누구도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아....”

결국 정재욱에게 있어서 최후의 보루라고도 볼 수 있는 그의 경찰대 동기이자, 지금 경찰청 인사담당관으로 있는 강동석에게까지 전화를 걸게 됐다.

-얘기는 들었다. 제주도에서 사표 썼다며?

강동석의 냉소적인 목소리에 평소라면 뭐라도 한 소리 했을 정재욱. 하지만 그는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그렇게 됐다.”

-아무리 힘들어도 사표는 아니지.

“너는 안 당해 봐서 몰라. 배 차장. 그 인간....하아. 아니다. 그보다 뭐 좀 알아 봐 주라.”

-뭐?

“내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 신세가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가 안 되거든. 그래서 말인데 혹시 경찰청 내에서 나에 대해 떠도는 소문 같은 거 없어?”

-경찰청 내 소문이야 늘 무성하지. 하지만 너에 대한 소문은 없어. 내가 아는 한은 말이야.

경찰청에서 정보통으로 불리는 강동석이었다. 그런 그가 들은 적 없다면, 경찰 조직 안에서 누군가 자신을 음해하려는 자들은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밖에서 누군가 그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건데....

-근데 너 술 마셨냐?

“어어. 뭐 소주 한잔 했어. 맨 정신으로 어떻게 버텨.”

-하아. 그래 뭐.... 나 지금 바쁘니까 끊는다.

“어어. 그래 일 봐.”

정재욱은 일단 자기가 제일 궁금했던 게 해결 되었기에 강동석과 통화를 끝냈다. 하지만 정재욱은 알지 못했다.

그 강동석이 혀를 차며 자기 핸드폰에 저장 된 정재욱의 번호를 싹 지워 버린 걸 말이다.

참고로 강동석은 자기 핸드폰에 이름으로 저장 되어 있지 않은, 일체 걸려 오는 전화는 받지 않았다. 즉 정재욱은 자신의 마지막 보루로 여기고 있던 동기에게 마저 버림을 받은 것이었다.

쪼르르르!

그것도 모르고 비어 있는 소주잔에 소주를 채운 다음, 그 잔을 입으로 가져 간 정재욱.

“크으....쓰다. 써.”

안주도 없이 마시는 소주가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쓴지. 정재욱은 안 되겠다 싶어서 냉장고를 열고, 그 안에 반찬 중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소주를 3병 쯤 마시고 있을 때였다.

“C발. 나하고 사이가 좋지 않은 인간이 어디 한 둘이어야지.”

일단 경찰 조직은 빼고 나서 자신에게 특히 원한이 있는 사람들 위주로 생각하던 정재욱. 그때 집에 혼자 있다는 게 너무 싫어서 틀어 놓은 TV에서, 마침 가요순위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당연히 여러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를 불렀고, 그 중에 절반 넘는 가수들은 아이돌들이었다.

“저런 게 노래라고....”

그렇게 나이가 많은 편도 아니었는데, 정재욱은 옛날 포크송이나 아날로그 감성의 노래들을 좋아했다. 그러니 그런 그의 귀에 요즘 아이돌의 빠른 템포의 노래나 랩은 시끄러운 소음으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하여튼 요즘 엔터사들 말이야. 제대로 된 가수는 키우지 않고 어디서 저런....어?”

그때였다. 정재욱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사람. 그건 그가 과거에 당한 원한을 갚기 위해서, 최근에 인생을 망쳐 버리려 했었던, 경찰대 후배 차은석이었다. 왜냐하면 그 차은석이 요즘 제일 잘나가는 엔터사에서 일하고 있었으니까.

“설, 설마....차은석? 하지만 그년이 무슨 힘이 있어서?”

정재욱이 아는 차은석은 평범한 집안의 흙수저였다. 그런 그녀가 무슨 능력으로 자신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 수 있겠나? 하지만 혹시 모르지. 그년에게 자신이 모르는 뒷배가 있었는지 말이다.

“알아 봐야겠군.”

술기운이 불콰하게 올라 마침 기분도 더럽던 참이었다. 정재욱은 자신의 전화를 무조건 받을 수밖에 없는 작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정 과장님이 어쩐 일로 저를 다 찾으시고.

“요즘도 사채놀이 하고 있나?”

-사채놀이라니요? 대부업 등록한 합법적인 사업가한테 말입니다.

“합법적 좋아하시네. 내가 제대로 한 번 파 줘?”

-하하하하. 뭐가 또 우리 과장님의 심기를 어지럽혔나 모르겠군요. 말씀하시죠.

역시 자신이 경찰을 그만 둔 걸 놈은 알지 못했다. 여기서 놈이란 바로 명동의 사채꾼이자 작지만 조폭조직까지 이끌고 있는 최철기라는 작자였다.

원래는 윤재구라고 사채시장의 큰손 밑에 있었던 녀석이었는데 10년 전에 독립해서 이제는 명동에서 알짜 대부업자로, 또 사업가로 인정받고 있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 인간이 그렇게 성공한 건 다 정재욱이 그 뒤를 봐 줬기 때문이었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JYB엔터라고 연예 기획사가 있어. 거기 차은석이라고....”

정재욱은 차은석에 대해서 낱낱이 캐 보라고 최철기에게 지시를 내렸다.

정재욱이 왜 다른 조폭 두목들도 있는데도 굳이 최철기의 뒤를 봐줬나 하면, 녀석이 제법 쓸 만한 정보망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비밀인데 최철기가 바로 서울 흥신소 연합회의 회장이었던 것.

그 말인 즉슨 서울에 있는 흥신소들의 조직망을 최철기가 구축하고 있다는 얘기. 즉 최철기에게 시키면, 그가 알아서 흥신소들을 동원해서 정재욱이 원하는 정보를 알아 내 줄 거였다.

-알겠습니다. 그 차은석이란 여자에 대해서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가급적 빨리. 알지?”

-네.

정재욱은 그렇게 최철기와 통화를 끝내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휴우우. C발. 들킬까 쫄았네.”

그 말 후 재빨리 따라 놓은 소주잔에 소주를 마신 정재욱. 그가 쓴 혀를 반찬 안주로 달래고 있을 때, 그가 좀 전에 통화하면서 내뱉은 말을 누군가 싹 다 엿듣고 있다는 사실을, 정재욱은 전혀 알지 못했다.

* * *

백준열의 전화를 받은 철수. 그는 안드레이와 같이 정재욱이 서울에 오기 전, 그가 타는 차와 사는 집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 그리고 정재욱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던 중, 그가 최철기와 통화하는 걸 엿들었다.

“어? 차은석이 나왔다.”

그때 백준열이 말 한대로 정재욱의 입에서 차은석이란 말이 나왔고, 그걸 엿들은 철수는 백준열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랬더니 백준열이, 정재욱이 그 말을 한 부분의 도청 내용을 음성 파일로 보내 달라고 했다. 해서 간단하게 도청한 음성 파일을 편집해서 백준열에게 보냈다. 그랬더니 백준열이 그랬다.

“정재욱을 오늘 안에 제거하란 말이지?”

“음. 그러니까 바로 움직이자.”

“집에서 죽이게?”

“그게 낫지 않겠어? 경찰에서 잘리고 집에 갔더니, 마누라는 자식 데리고 친정에 가버렸고. 욱해서 술 마시다가 그만 하지 말았어야 할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만 거지.”

철수의 말에 세르게이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아무래도 처리자가 철수 너의 천직인 거 같다.”

“나야 말 뿐이지. 실제로 놈을 제거하는 건 너잖아.”

“그래. 너와 내가 함께 할 때 비로소 처리자가 되는 거지.”

그렇게 철수와 세르게이는 정재욱의 집으로 향했다. 이미 도청을 통해서 정재욱이 술에 취해 꽐라가 되어 있음을 아는 두 사람.

띠띠띠띠띠띠. 디로릭! 철컥!

그들은 최첨단 장비를 사용해서 정재욱의 집 비밀 번호를 이미 알고 있었다. 해서 정재욱의 집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바로 눌렀고, 도어록이 풀리며 문이 열리자, 곧장 집 안으로 들어갔다.

“크으으....술 냄새.”

“저기 있다.”

식탁에 앉아서 술을 퍼 마신 정재욱은, 이미 꽐라 상태로 식탁 위에 엎어져 있었다.

그런 녀석 주위로 빈 소주병이 다섯 개나 널려 있었고, 거기에 양주병 한 병이 더 비어 있었다.

아무래도 소주 다음에 양주를 한 병 마신 뒤, 이렇게 꽐라가 된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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