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421화 (4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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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인벤토리 항목을 보니 아까 윤재구 회장의 애견에게 쓰면서 사라졌던, 역 스킬 1회 이용권이 다시 생겨 있었다. 동시에 역 아이템 1회 이용권은 2장으로 늘어나 있었고.

뭐 미션과 추가 미션을 완수 했으니까, 당연히 받아야 할 보상을 받은 거다. 그리고 개 특성이 4차 업그레이드를 마쳤고, 개지수는 레벨 업을 하면서 00이 되어 있었다.

‘이제 한 번만 더 레벨 업을 하면....’

견신 시스템이 말한 레벨이 10이 될 것이고, 그때는 내가 보유중인 아이템과 스킬을, 이제는 나만 아닌 타인에게도 쓸 수 있게 될 거다.

그렇게 봤을 때 견신 시스템이 낸 이번 미션은 꼭 완수할 필요가 있었다. 왜냐하면 보상으로 주어지는 개지수가 무려 50포인트나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요트에서도 그랬지만 비행기 안에서 유혜라와 어떻게 빠구리를 한단 말인가?

‘이번에도 역시....’

비행기 안에서 밀폐된 공간은 세 곳 뿐이었다. 비행기를 조종하는 조종사들이 있는 조종실과 승무원들이 서비스 제공을 위한 공간인 승무원실과 주방, 그리고 마지막은 바로 화장실.

조종실과 승무원실은 통제구역이니, 나와 유혜라가 들어갈 수 없었고, 그렇다면 남은 곳은 화장실인데....

‘또 화장실은 좀....’

그래서 내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조종실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내가 이렇게 대담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게 뭔고 하니 이번에 3UP인 된 「충견」, 「개호구」스킬을 사용하게 된다면, 조종실 안에서 한 빠구리가 가능할 거 같기도 해서 말이다.

‘그러려면....’

먼저 사전 작업을 좀 해야겠지. 나와 유혜라가 조종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 말이다.

“저기 승무원님?”

“네. 고객님.”

비즈니스석에 따로 배치 된 승무원이 내가 부르자 곧장 내게로 다가왔다. 그때 내가 내 옆 자리의 유혜라를 돌아보며 말했다.

“여기 계신 유혜라씨가 조종실을 한 번 봤으면 하는데....가능할지 기장님께 좀 여쭤봐 주시겠습니까?”

“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동그랗게 눈을 뜨고 황당해 하는 승무원. 딱 봐도 그리 오래 승무원 생활을 해 온 거 같지는 않았다. 완전 신삥을 비즈니스석에 배치 했을 리는 없을 테고 말이다. 나는 당황해 하는 티가 역력한 그 승무원에게 말했다.

“어려우면 사무장을 불러 줄래요?”

“아네. 사무장님 모시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승무원이 휑하니 승무원실 쪽으로 가자, 내 옆의 유혜라가 날보고 말했다.

“내가 언제 조종실에 들어가 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들여보내 준다는데 안 들어갈 거야?”

“그, 그건 좀....생각해 봐야겠네요.”

‘내숭은....’

무려 유혜라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나는 유혜라가 내가 지금 하는 짓에 반드시 호응해 줄 거라 확신했다.

* * *

잠시 후 비즈니스석의 승무원이, 그녀보다 확실히 노련해 보이는 승무원을 데리고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사무장 김희연입니다. 저에게 하실 말씀이 계시다고....”

“네. 실은....”

나는 앞서 비즈니서석의 승무원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사무장에게 했다. 그러자 사무장이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고객님. 아시겠지만 조종실은 통제구역으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그러니까 기장님께 한번 여쭤 봐 달라는 거 아닙니까?”

“그게 좀....”

“참고로 저는 이 한국항공의 대주주라는 점이, 사무장님께서 이일을 판단하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한마디로 너희 회사 대주주인 내 말을 우습게 여겨서 좋을 게 없을 거란 엄포다.

“네?”

내가 자기 회사 대주주란 말에 상당히 놀라면서도 어이없어하는 사무장. 아마도 내 눈앞의 사무장은 자기 회사 대주주가 일개 승무원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거 같았다.

“하아. 좋습니다.”

해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사무장에게 알려주기로 했다.

“그쪽 객실승무본부장 한데 연락해서, 백준열이라는 사람을 아는지 물어보세요.”

비행기 안에서 핸드폰 통화는 안 되지만 기내 전화는 쓸 수 있었다. 비즈니스석에 옆에 유혜라를 앉힐 정도의 젊은 남자. 사무장은 딱 봐도 상대 사이즈가 나오는지 알았다며 승무원실로 돌아갔다. 그때 내 옆의 유혜라가 나를 보고 물었다.

“객실승무본부장이 대표님 모른다고 하면 어쩌려고요?”

“대기업 본부장정도 되면 나를 모를 수가 없어.”

내 말 대로였다. 자신이 속한 부서의 최고 상관인 객실승무본부장으로부터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모르지만 내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 온 사무장. 그녀가 말했다.

“말씀하신대로 조종실의 기장님께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사무장은 곧장 조종실로 향했고, 잠시 뒤 조종실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몸의 절반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조종석의 기장과 얘기를 나눴는데,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내 귀에 쏙쏙 다 들렸다.

개 특성이 4UP되면서 *소리가 잘 들립니다.*를 사용하자, 기장과 사무장이 나누는 얘기가 이전 보다 더 선명하고 깨끗하게 들렸다.

* * *

제주도에서 김포공항 가는 한국항공의 국내선 비행기 기장인 설기혁은, 아무 문제없이 제 시간이 비행기가 이륙한 것에 흡족해하며, 조종을 부기장에게 맡기고 커피 한잔을 마셨다.

그러다 사무장에게 할 말이 있었는데, 깜빡한 게 생각나서 승무원실에 연락을 했다. 그랬더니....

-지금 사무장님 전화 통화 중이십니다.

“전화? 어디랑?”

-본사 객실승무본부장님과 통화 중이신 걸로 압니다.

“아아. 그럼 통화 끝나는 대로, 나 한데 연락 달라고 해줘요.”

-네. 기장님.

설기혁이 승무원실과 통화하는 걸 들은 듯 부기장이 말했다.

“객실승무본부장이 무슨 일로 사무장을, 그것도 비행 중일 때 찾은 걸까요?”

부기장은 당연히 객실승무본부장이 비행기로 연락을 해 온 줄 알았다. 그게 아니면 일개 사무장이, 본사의 본부장에게 먼저 전화 걸 일 따윈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게. 부디 나쁜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하지만 본사에서 좋은 일로 비행중인 사무장에게 전화 할 일은 거의 없다고 봤을 때, 안 좋은 일일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그때 사무장 김희연은 본사 객실승무본부장인 김장훈과 심각하게 통화 중이었다.

-백준열? 백준열이라면 그 개새끼....아니 JYB엔터 대표 같은데. 그 인간이 왜?

“저희 비행기에 탑승 중이신데 배우 유혜라씨가 조종실이 보고 싶다고....”

김희연이 저간의 사정을 쭉 얘기하자, 객실승무본부장인 김장훈 말했다.

-백준열 대표가 우리 회사 대주주인 건 맞아. 그 인간한데 경영본부장이 식겁을 했거든.

“경, 경영본부장님이라면....저희 회사....”

-어. 맞아. 회장님 둘째 딸내미고, 내 외사촌 여동생인 조은아.

그러니까 객실승무본부장인 김장훈의 이모가 한국항공 조명태 회장 사모님이란 얘기다. 한국의 대기업 중에서도, 특히 족벌 경영으로 유명한 기업이 바로 한국항공이었던 것.

-은아가 좀 싸가지가 없잖아? 그 얘가 멋모르고 백준열을 건드렸고 이에 화가 난 백준열이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버렸지. 그걸 알고 기겁한 회장님께서 은아를 데리고 백준열을 찾아가서 사과를 하고 나서, 겨우 임시주주총회를 취소시킬 수 있었는데, 그때 들리는 소문에는 은아가 백준열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얘기가 있었지.

객실승무본부장인 김장훈의 얘기를 쭉 들으며 사무장 김희연은 알 수 있었다. 자기 회사 대주주인 백준열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말이다.

회장 딸인 조은아는 말 한마디로 김희연을 자를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런 조은아를 무릎 꿇린 백준열은....그제야 백준열이 자기가 한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 하는 그녀를, 왜 그렇게 이상하게 쳐다봤는지 깨달은 김희연. 그런 그녀에게 본사 객실승무본부장인 김장훈이 조언이랍시고 말했다.

-나 같으면 그 인간 해 달라는 대로 다 해 준다. 안 그랬다가 그 인간 또 지랄 떨면....은아야 딸내미니까 회장님이 봐줬지. 사무장은 글쎄....그리고 어차피 결정은 기장이 내리는 거잖아? 사무장이야 백준열의 얘기를 기장에게 전하기만 하면 끝이고. 유혜라를 조종실 안으로 들이고 말고는 기장이 알아서 할 일이란 거지.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럼 이만....”

김희연은 자신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을 잡은 듯, 본사 객실승무본부장인 김장훈과 통화를 끝내자마자, 곧장 비즈니스석으로 가서 백준열에게 말했다. 그가 말 한대로 해주겠노라고. 그리곤 조종실로 가서 기장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자, 기장이 조종실 문을 열어주었다. 조종실 안으로 들어간 김희연. 그녀에게 기장인 설기혁이 바로 물었다.

“사무장님. 할 얘기가 뭡니까?”

김희연은 백준열이 기장에게 전하라는 대로, 그대도 말했고 그 말을 들은 기장이 좀 놀란 듯 말했다.

“누구? 유혜라? 그 배우 유혜라?”

“네. 그분이 조종실을 잠깐 구경하셨으면 하시는 데 가능할까요?”

그러자 그 말을 듣고 부기장이 발끈하며 말했다.

“아니. 여기가 백화점 판대대도 아니고 어딜 들어와? 안 돼요.”

그때 기장인 설기혁이 말했다.

“혜라님이 보고 싶다면 봐야지.”

“네? 하지만 기장님....”

“됐어. 여기 기장은 나거든. 나는 혜라님께 여기를 보여 드리고 싶어. 내가 일하는 이곳을....흐흐흐흐. 그 다음 사인을 받고 기념 촬영까지....”

딱 봐도 흥분한 티가 팍팍 풍기는 설기혁을 보고, 부기장이 그제야 자기 무릎을 치며 말했다.

“아아. 맞다. 기장님. 유혜라빠였지 참.”

잠시 후 부기장으로부터 비행기 조종을 다시 넘겨받은 설기혁이 사무장인 김희연에게 말했다.

“이제 유혜라씨 모시고 와요.”

“아아. 그리고 유혜라씨와 같이 한 분이 더 들어오실 건데....”

“상관없어요. 유 배우 매니저겠지.”

“네. 뭐....”

김희연이 봤을 때 매니저나 대표나, 유 배우를 케어해 주는 사람들이니 거기서 거기라고 보고, 조종실을 나와서 백준열과 유혜라가 있는 비즈니스 석으로 향했다.

* * *

사무장이 유혜라를 데리러 가고 나서, 옆 자리에서 인상을 쓰고 있는 부기장을 보고 설기혁이 말했다.

“부기장. 밖에서 차 한 잔 마시고 오지?”

“네?”

“자리 좀 비우라고. 여기 앉을 자리도 없잖아? 우리 유 배우님. 여기 구경만 시켜 드려서 되겠어? 조종석에 한번 앉아도 보셔야지.”

“하아....”

“안 나가?”

“갑니다. 가요.”

부기장은 뭐라 투덜거리며 조종석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조종실을 나갔고, 그때 사무장 김희연이 백준열에게 자신이 일궈 온 성과를 얘기 중에 있었다.

“기장님께서 된다고 하시네요. 알고 보니 기장님께서 유혜라님의 광팬이라지 뭐예요.”

“와아. 잘 됐네. 갑시다. 유 배우.”

“네. 대표님.”

그렇게 김희연이 백준열과 유혜라를 조종실로 안내 할 때, 그걸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던 부기장.

“부기장님. 여기 커피요.”

“어어. 고마워. 승연씨.”

승무원이 건네는 커피에 바로 웃는 얼굴로 돌변한 부기장. 기혼인 기장과 달리 아직 미혼인 부기장은 여승무원들에게 특히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외모가 확실히 떨어지는 편인 그를 여승무원들은 다들 기피하고 있었다. 근데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니....

“으음. 승연씨가 타 줘서 그런지 향이 끝내 주는데.”

“아하....네. 뭐....어어. 전 콜이 있어서 이만....”

승무원은 부기장이 그녀에게 치댈 기미를 보이자 황급히 승무원실을 나섰다. 고객의 콜이 있는 거처럼 굴면서.

그 사이 사무장과 백준열, 유혜라는 조종실에 도착했고.

“안녕하세요?”

“아이고. 어서 오세요. 유혜라씨. 만나서 영광입니다.”

유혜라의 인사에 입에 귀에 걸린 기장이 반갑게 그녀를 맞아 주었다. 하지만....

“반갑습니다.”

“네.”

백준열이 인사하자 힐끗 그를 본 설기혁 기장은 바로 시선을 돌려버리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기장님. 그럼 저는 이만....”

유혜라와 백준열을 조종실 안까지 안내한 사무장은 곧장 조종실 문을 닫고 나갔다.

그렇게 조종실 안에 셋만 남게 되었을 때, 설기혁 기장이 친절한 목소리로 유혜라에게 말했다.

“혜라씨. 제 옆에 앉으세요.”

“어머. 그, 그래도 돼요?”

“그럼요. 혜라씨 앉히려고 부기장도 일부러 내 보냈는데요 뭐.”

아주 노골적으로 나오는 설기혁 기장을 보고, 그의 뒤에 서 있던 백준열이 히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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