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416화 (41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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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헥헥헥헥....”

길게 혀를 내놓은 채,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 갈 거 같이 가쁜 숨을 몰아쉬는, 자신의 애견 윤정식을 보는 윤재구의 마음은 침울할 수밖에 없었다.

“허어....이럴 때 정말 아쉽구나. 네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고.”

마지막 가는 길에 아들보다 더 애틋한 애견 윤정식과, 제대로 대화도 못하고 이렇게 보내야 하다니 말이다. 물론 눈길로야 녀석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 거 같았다.

“그래. 네 자식들을 반드시 내가 지켜 주마.”

윤재구는 윤정식이 자기가 곧 죽을 줄 알고, 오늘 무리해 가며 옆집 암캐와 교접을 해서, 자신의 후세를 남기려 했다고 생각했다.

“네가 영물이긴 영물 인거 같구나.”

윤재구는 노구를 이끌고 저택 밖을 나섰다. 평소 집 밖을 잘 나가지 않은 그에게 있어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그의 경호팀장이 그에게 바로 물었다.

“회장님. 어디 가시려고....”

“옆집 갈 거야. 그러니 호들갑 떨 거 없이 경호원 두 명만 붙여.”

“네.”

경호팀장은 윤재구의 지시에 따라, 그에게 경호원 두 명만 붙였다. 윤재구는 그렇게 경호원 두 명을 달고, 뒷짐을 진 채 마실 나가듯 천천히 옆집으로 걸어갔다.

딩동! 딩동!

그리고 옆집 초인종을 눌렀다.

-뉘슈?

누가 들어도 나이 많아 보이는 목소리가, 초인종 스피커에서 들려왔고 윤재구는 나름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

“옆집 사는 윤가요. 할 말이 있어 왔소이다.”

-옆집? 아아. 재작년에 이사 오신 분. 무슨 할 말이 있다고....잠시만 기다리시오.

그렇게 몇 분 기다렸을까?

철커덩!

안에서 대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뒤 전원 주택에서는 잘 쓰지 않는 육중한 철제 대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웬 늙은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윤재구는 자기 또래로 보이는 그 늙은이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안녕하시오. 옆집 주인 윤재구요.”

“아네. 저는 이집 관리인 김동만이라고 합니다.”

“관리인?”

윤재구의 안 그래도 자글자글한 이마에 주름이 깊게 잡혔다. 윤재구가 여기 찾아 온 건, 자신의 애견 윤정식이 건드린 그 암캐 때문이었다. 한데 그 암캐에 대한 소유권이 있는 집 주인이 아닌, 집 관리인을 상대하는 게 그로서는 영 탐탁치가 않았다. 물론 저 관리인이 암캐의 주인일 수도 있으니, 말은 끝까지 해 봐야겠지만.

“....무슨 일로 오셨는지?”

윤재구가 잠깐 딴 생각을 할 동안 김동만이 뭐라 말을 했다. 다행히 뒷말은 윤재구도 들었기에 대답은 할 수 있었다.

“여기 개가 있던데?”

“개요? 있지요. 두 마리, 아니 세 마리가 있는데 그게 왜요?”

“그 세 마리 개를 좀 볼 수 있겠소?”

윤재구의 그 말에 이번에는 김동만의 이마에 주름이 깊어졌다.

“남의 개는 왜....”

* * *

비록 서울은 아닌 제주도지만, 그래도 삼명家의 별장 관리인으로서, 김동만의 자긍심은 대단했다. 그런 김동만은 저번 주에 서울에서 내려 온 백승렬 회장의 막내아들이 맡기고 간 암캐 엘베를 지극정성으로 돌 봤다.

물론 녀석이 워낙 영민해서, 그가 하는 말을 다 알아 들어 돌보는 데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이번 주말에도 오신다고 하셨으니....”

김동만은 삼명家 막내아들이 오늘 오기로 했기에, 아침부터 별장 청소를 하고 그를 맞을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바쁜 주말을 맞고 있던 김동만. 그때 초인종이 울리고 인터폰 비디오를 보니 화면에 웬 늙은이가 보였다.

“뭐야?”

그래서 누군지 물었더니 옆집 사는 사람이란다. 뭣 때문에 왔는지 그 용건을 물으려다가, 상대가 직접 찾아 왔을 때는 그 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해서 대문을 직접 열었더니....

“그러니까 댁이 우리 개를 사겠다고요?”

“그렇소. 생각하시는 가격의 10배를 주겠소이다.”

경호원까지 달고 있고 옆집 주인이라니 부자인 건 알겠다. 하지만 부자도 부자 나름이지.

어디 삼명家의 별장에 와서 돈 지랄을 하고 있단 말인가? 김동만은 확 부아가 치밀었다.

아무래도 상대는 자신이 키우는 진돗개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원하는 거 같은 데....

“10억 드리겠소.”

“네?”

“그 개를 내어주면 지금 바로 10억을 주겠다는 말이요.”

“진짜요?”

“내가 농담할 사람으로 보이시오?”

“바, 바로 데리고 오겠습니다.”

김동만은 치밀었던 부아가 싹 사라지고 머릿속에 폭죽이 터졌다.

‘C발. 이게 웬 횡재냐!’

김동만에게 천만 원도 엄청나게 큰돈인데, 1억도 아니고 10억이란다. 그것도 고작 개 값이 말이다. 이건 로또나 마찬가지. 김동만은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갔고, 풀어 놓고 자신이 키우는 진돗개 두 마리를 불렀다.

“일동아! 일순아!”

주인이랍시고 김동만이 부르자, 두 마리 진돗개가 컹컹 거리며 그에게로 곧바로 달려왔다. 그리고 그를 올려다보고 마구 꼬리를 흔들었다. 맛난 간식이라도 줄까 해서 말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김동만은 간식대신 두 마리 진돗개의 목에 개 목줄을 걸었다.

“네 어미 동순이가 드디어 개 값을 하는구나.”

김동만은 신이 나서 두 개를 끌고 대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 영문도 모르는 두 마리 진돗개는

그저 주인과 같이 외부 산책을 나가는 줄 알고, 여전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그를 따라 움직였고.

* * *

윤재구가 개 얘기를 꺼내자 바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관리인. 그런 그에게 윤재구가 바로 물었다.

“그 개 주인이 혹시 이 집 주인이요?”

“아니오. 그 개 주인은 전데요.”

“아아....”

윤재구의 이마에 잡혀 있던 주름이 바로 펴졌다. 천만 다행스럽게도 그 개의 주인이 바로 눈앞의 관리인이란다. 그런데 처음 봤을 때부터 고작 이 집 사용인에 불과한 자가, 너무 거만한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이런 자를 관리인으로 쓰다니. 이곳 주인의 수준을 알 만하군.’

윤재구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걸 전혀 티내지는 않았다. 어째든 그는 윤정식이 건드린 암캐를 저 늙은이한테서 사들여야 했으니까. 괜히 저 자를 자극시켜서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 개를 사고 싶소.”

윤재구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관리인이 팍 인상을 썼다. 그걸 보고 윤재구는 생각했다.

‘이거 생각보다 협상이 쉽지 않겠어. 그렇다면....’

이럴 때는 확실하게 지르는 게 답이었다. 괜히 어물쩍 푼돈으로 상대를 자극시켰다가 판이 엎어지는 거 본 게 어디 한 두 번이던가? 해서 윤재구는 상대가 거절하지 못할 정도의 거금을 처음부터 제시했다.

“10억이요?”

상대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걸 보고 윤재구는 확신했다.

‘됐다.’

이제 자신의 애견 윤정식과 교배를 한 암캐는 그의 개나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이 집 관리인이 진돗개 두 마리를 끌고 나왔다.

“자아. 이중에 어떤 놈이요?”

“네?”

“아무나 데리고 가시오.”

“....”

하지만 눈앞의 두 진돗개는 자신의 애견인 윤정식과 교배한 그 암캐가 아니었다. 그때였다.

“멍멍멍멍....”

집 안에서 개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에 놀란 이 집 관리인이 집 안을 돌아보며 외쳤다.

“별 일 아니니까, 넌 나오지 마.”

“어?”

그때 대문 안을 쳐다 본 윤재구가 집 안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개요. 저 개. 내가 사고 싶은 개는, 바로 저 개란 말이오.”

“네에?”

윤재구의 그 말에 이 집 관리인이 어처구니 없어하며, 끌고 있던 진돗개 두 마리를 도로 끌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쾅!

그리곤 신경질적으로 집 대문을 닫아버렸다.

* * *

엘베는 이 별장 관리인 김동만의 말을 듣고, 오늘 백준열이 오는 날이란 걸 알았다.

“왈왈왈왈....(동만이 또 오버 하네.)”

백준열이 온다고 아침 댓바람부터 청소한다고 지랄을 해 대는, 김동만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던 엘베.

그녀는 먼저 풀풀 나는 집안을 나와서, 널따란 정원을 우아하게 걸으며 산책을 즐겼다.

“멍멍멍멍....(일동이랑 일순이 이것들은 어디 간 거야?)”

자신의 친구 동순이가 낳은 두 마리의 새끼 진돗개들. 물론 지금은 다 커서 그 크기가 엘베의 3배는 넘었지만, 그래도 엘베 눈에 그 녀석들은 새끼들일 뿐이었다.

“크르르....”

그때 엘베가 갑자기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럴 게 웬 잡종견 한마리가 옆집 담벼락 밑, 개구멍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던 것.

“월월월월....(너 뭐야? 여긴 내 구역인데)”

그러자 그 잡종견이 대꾸를 해왔다.

“왈왈왈왈....(반갑다. 나는 옆집 사는 정식이라고 해.)”

상대가 인사를 해 오니 엘베도 그 인사를 일단은 받아 주고, 바로 용건이 뭔지 물었다.

“머멍월월....(나는 엘베야. 근데 남의 집에는 왜 들어 와?)”

“월월멍멍....(여기서 좋은 냄새가 나서 왔어.)

“월왈왈월....(좋은 냄새? 동만이 개죽 끓이는 것도 아니고.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때였다. 그 잡종견이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엘베에게 다가왔다.

“월월, 멍멍멍....(야! 왜 이래? 저리 안가? 어디에다가 코를 들이미는 거야?)”

잡종견의 접근에 질겁하는 엘베. 그때였다. 갑자기 돌변한 잡종견이 엘베를 덮쳤다.

“왈왈왈, 머멍, 컹컹, 월월월....(야 이 미친놈아. 뭐하는 거야. 어머머. 어디를. 넣지 마. 안 돼. 하지 말라고.)”

엘베는 몸부림치며 반항했지만, 잡종견의 힘 앞에 별 수 없이 뒤를 내주었고, 그 잡종견은 기어코 엘베의 생식기에 녀석의 개자지를 쑤셔 넣었다. 그리고 엘베 위에 타고 헐떡거리는 잡종견.

“월월, 커컹, 왈왈왈, 멍멍멍....(야. 빼. 빼라고. 아하앙, 뭐야, 이 기분은, 안 되는데. 안 돼. 아니 돼. 되니까 더 세게 박아. 더, 더. 그래 좋아!)

엘베는 잡종견이 좆질이 시작되자, 이내 돌변해 좋다고 난리였다. 그렇게 잡종견과 엘베의 교배가 원만하게 이뤄지고....

“머멍멍멍....(야! 거기서. 그냥 가 버리면 어떡해!)”

엘베에게 볼일 다 본 잡종견은 휑하니 왔던 개구멍을 통해서 옆집으로 달아나 버렸다. 그걸 보고 엘베가 짜증 가득한 얼굴로 짖었다.

“왈왈왈왈....(하여튼 수컷들이란....싸지르면 단 줄 알아.)”

하지만 돌아서서 집으로 들어가는 엘베의 입 꼬리는 한껏 위로 올라가 있었다. 그녀 나이에 수컷과 교배를 한 게 어딘가? 거기다가 그 교배가 상당히 만족스러웠고.

집으로 들어간 엘베는 김동만이 정성껏 구운 소고기로 배를 치우고, 디저트로 짭조름하니 단맛 나는 개껌을 씹으며 TV를 시청했다.

요즘 동물과 관련 된 방송들을 많이했다. 엘베는 그 중에 ‘동물나라 농장’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일 좋아했다.

그걸 알아차린 김동만은 엘베가 볼 수 있게 항시 거실 TV에, 그 프로그램이 나오는 채널을 틀어 놓고 있었다.

비록 김동만이 청소 하느라 좀 시끄럽긴 했지만, 보는 데는 지장이 없었기에 엘베가 개껌을 씹으며 TV삼매경에 빠져 있을 때였다. 갑자기 초인종이 울리고, 김동만이 대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일동이와 일순이를 불렀다.

“왈....(뭐지?)”

궁금해진 엘베는 거실 소파에서 뛰어내려서 열려 있는 현관문을 나와 곧장 정원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열린 대문 밖에서 김동만이 목줄 채운 두 마리 진돗개를 데리고 서 있었다.

그걸 보고 엘베는 생각했다. 자기는 두고 저 두 마리 진돗개만 데리고 김동만이 외부 산책을 나가려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짖었다. 더럽고 치사하다고. 자신도 데리고 가라고 말이다.

그랬더니 대문 밖에서 웬 처음 보는 늙은이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뭐라고 했고, 그 말을 들은 김동만이 화를 내며 집으로 들어와서 대문을 도로 닫아버렸다. 그리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C발. 좋다가 말았네.”

그러자 밖에서 엘베, 그녀를 손짓으로 가리켰던 늙은이가 외쳤다.

“10억이요. 10억!”

그 소리에 김동만이 움찔 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엘베를 쳐다봤다. 탐욕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김동만의 눈길. 엘베는 김동만도 저런 눈빛을 보일 때가 있구나 싶었다.

“하아....”

하지만 김동만은 이내 길게 한숨을 내 쉬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이러면 안 되지.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어떻게 주인 집 개를 팔아. 그런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김동만은 탐욕의 욕망을 이겨 내고, 원래의 그 충직하고 성실한 관리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자신을 유혹한 대문 밖의 늙은이를 향해서 외쳤다.

“우리 엘베는 안 팝니다. 그러니 그만들 가 보시오.”

“20억 주겠소.”

“아이 C발. 안 판다고. 아니 못 팔아. 내 개도 아니란 말이요.”

“그럼 누구 개요?”

“여기 별장 주인 개요.”

“그럼 별장 주인을 만나게 해주시오.”

“주, 주인?”

상대로부터 별장 주인 얘기가 나오자, 김동만이 움찔거리며 동그랗게 뜬, 그의 동공에 지진이 크게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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