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고 싶으면 해-410화 (40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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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으면 해

무슨 어디 뽑기에 나오는 소릴 하고 있는 견신 시스템.

‘꽝! 다음 기회에....’

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게 또 가장 현실적인 솔직한 대답이기도 했다. 한 번 내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듯이, 내가 한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일단 유혜라가 뻗어 있는 이 방에, 내가 더 이상 같이 있을 필요는 없었다.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나니, 내가 해야 할 일들도 몇 가지 생각이 났고 말이다.

“잘 자. 쪽!”

나는 떡 실신해도 아름다운 유혜라의 볼에 뽀뽀를 하고, 그녀의 알몸을 이불로 가려 준 뒤, 그 방을 나왔다.

그리고 벗어 놓은 옷부터 챙겨 입고는, 핸드폰을 챙겨서 다른 비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의 푹신한 침대에 일단 앉은 나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러자 시간 상 가장 먼저 확인 된 게 바로, 김 비서에게서 온 간결한 문자 메시지.

-이체 완료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서 플랙 머니 박 비서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가 보였다.

-분산 처리하고 세탁에 들어갔습니다. 근데 너무 많습니다.

박 비서의 메시지도 간결했는데, 거기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분산 처리했다는 건, 김 비서에게서 이체 받은 돈을 버진아일랜드의 내 비밀 계좌로 분산해서 예치했다는 소리고, 세탁은 말 그대로 그 돈을 내가 쓸 수 있게, 세탁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그리고 너무 많다는 건, 그 액수가 너무 크다는 얘기고.

나는 뒤늦게 박 비서에게 답 메시지를 보냈다. 수고했고. 세탁 할 때 조심하고 탄알은 바로 쓸 수 있게 준비해 두라고 말이다.

싸움은 무조건 선빵이 유리하다. 서진그룹과 내가 싸울 게 확실시 되는 지금, 내가 먼저 선빵을 날리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수 있었다.

그 선빵은 바로 서진그룹의 지주사인 서진제약의 주식을 내가 빠르게 선점하는 거고. 이미 박 비서에게 서진제약의 대주주들과 접촉할 것도 지시해 뒀다. 당연히 투자사 블랙 머니에서 그들을 만날 거다.

아마 내가 그 대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사들이고 나면. 서진그룹 김명진 회장도 알아채겠지. 내가 선빵을 날린 것을 말이다. 김 회장이라면 즉시 반격에 나서려 할 테지만, 그는 그럴 기회가 없을 거다.

“왜냐하면 내가 전 방위적으로 서진그룹을 압박할 계획이거든.”

정재계에 걸쳐서 말이다. 이를 위해서 내가 만나야 할 사람은 두 명이었다.

한 명은 청와대에 있었고, 또 한 명은 삼명그룹 본사에 있었다. 그 두 명 다 누군가의 복심으로 불리는 사람들.

맞다. 그들은 바로 청와대 비서실장과 삼명그룹 비서실장이었다.

그들의 권력은 대통령과 삼명그룹 회장에게서 나왔다.

대한민국 정재계의 최고 권력자들인 그들의 힘이 내게 좀 필요했다.

물론 무작정 그들을 만나진 않을 거다. 그랬다가는 내가 그들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자칫 내가 그들에게 질질 끌려 다녀야 할지 몰랐으니까.

때문에 그 시기를 두고 나도 생각이란 걸해야 했다. 하지만....

“급할 건 없지.”

지금 굳이 그 생각을 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마저 보고 있던 핸드폰을 더 확인했는데 그때였다.

-지금 당신을 은근하게 지켜보는 여자가 있습니다.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 오른 그녀를 취하세요. 성공 시 개지수 50포인트 지급은 물론, 역 아이템과 역 스킬 각각 1회 이용권을 쓸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 미션을 받아드리겠습니까?[Y/N]

“뭐?”

견신 시스템이 또 뜬금없는 소릴 했고, 그 뒤이어진 자세한 설명에 나는 너무 놀라서 두 눈이 동그래졌다.

* * *

유혜라의 근접 경호원으로 남해 행에 따라 나선 정민지. 그녀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백준열과 유혜라 곁을 지켰다.

하지만 안 보일 때는 몰랐는데, 막상 백준열과 유혜라가 같이 있는 걸 보게 되자, 속에서 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내가 왜 이러지?”

그러고 보니까 그녀가 지금 여기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지금처럼 속에 천불이 나서였다.

그래서 남해에 따라가겠다고 나섰고, 그랬더니 속이 괜찮아졌다.

한데 백준열과 유혜라가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간식을 먹고 점심을 먹을 때, 그 둘이 다정하게 있는 걸 보고 있자니, 또 속에 천불이 났다.

정민지는 자신이 왜 이러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시무룩하니 숨죽이고 있는 듯 없는 듯 지냈고, 그러다 남해에 도착했다.

“정민지. 너 오늘 좀 이상하다?”

“네?”

“무슨 일 있어? 내 눈에는 네가 오늘 따라 나사가 몇 개 빠진 거 같아 보이는데?”

그나마 JYB엔터의 경호팀원 중에서 가깝게 지내는 편인 문대식 팀장의 말에, 백준열과 유혜라가 쓰는 VVIP룸, 로얄스위트룸 밖의 복도를 지키던 정민지가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말을 얼버무렸다.

“그, 그게 좀....”

“안 되겠다. 너 들어가서 쉬어. 여기는 다른 경호팀원을 부를 테니까.”

“아, 아닙니다.”

정민지는 다른 경호팀원에게 폐가 될 수 없다며 버텼지만, 팀장은 문대식이었다. 결국 그곳에서 이탈해서 자기 방으로 가게 된 정민지.

“하아....진짜 미치겠네.”

자기가 자신을 컨트롤 하지 못하는 이런 일을,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정민지.

그러니 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래도 한 시간 정도 쉬고 나니 속은 괜찮아졌다. 그때 그녀 무전기로 연락이 왔다.

-치익! 백돌이 나간다. 전 경호원 1층 로비로 내려 올 것.

여기서 백돌이는 백준열 대표를 말하는 경호팀원들 간의 은어였다.

그러니까 백준열 대표가 숙소인 이곳을 두고 밖으로 나가니, 경호하러 1층 로비로 오란 소리였다.

정민지는 곧장 몸을 일으켜서 자기 방을 나섰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경호팀원들을 만나서 같이 1층 로비로 내려갔고, 1층 로비에서 그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현재 남해에 내려 온 경호팀원들 중 여자는 그녀 하나고, 또 워낙 정민지의 미모가 뛰어나다 보니, 미혼 경호팀원들 뿐 아니라 기혼 경호팀원들까지,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난리였다.

괜히 우리말에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문지방 넘을 힘만 있어도’ 성생활은 가능하다고 한 우스갯소리가 있는 게 아니었다.

이런 일을 어디 한두 번 겪어 본 정민지 이겠나? 미인의 숙명이랄까?

정민지는 그걸 알고 있었고, 지금은 그걸 즐길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러 있었다.

그래서 뭇 수컷들 사이에서도 그녀는 당당히 자기 할 말 다하면서, 아름다움이라는 매력을 한껏 더 뽐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의 그 매력을 한순간에 날려 버릴 여신이 등장했다.

바로 정민지가 근접 경호해야 할 대상인 배우 유혜라.

“와아....”

“쥑이네.”

좀 전까지 자신에게 넋이 나가 있던 남자 경호팀원들의 시선이 온통 유혜라에게 꽂히는 걸 보고, 정민지는 속으로 실소했다. 하지만 유혜라가 꾸미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누구보다 그녀가 더 잘 알았기에, 그것 때문에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한데....

그런 유혜라 옆에 우뚝 서 있는 잘생긴 젊은 남자. 그 남자를 보자마자 정민지의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유혜라와 다정하게 웃으며 얘기를 나누는 걸 보자, 그녀의 속에서 천불이 나기 시작했다.

‘설, 설마....’

그제야 정민지는 깨달았다. 지금까지 그녀의 속에 치밀어 올랐던 천불의 정체를 말이다.

그건 바로 강력한 질투심이었다. 백준열의 곁에서 그의 여자로 서 있는 유혜라에 대한....

‘그러니까 지금 내가....백 대표를 좋아한다는 거야?’

그 생각을 하며 백준열을 머릿속에 떠올리자, 심장이 두근거리며 금세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정민지.

“뭐야? 쉬라고 했더니. 얼굴이 왜 이래? 혹시 열나는 거 아냐?”

그때 나타난 문대식 팀장. 그가 얼굴이 빨개진 정민지를 보고 말했다. 그러자 정민지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런 그녀에게 문대식이 걱정 어린 얼굴로 물었다.

“배 탈 건데 괜찮겠어?”

“배요?”

배야 작전 수행 중에 많이 탔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는 괜찮다고 했고, 문 팀장이 멀미약 마시고 귀에 뭘 붙이며 호들갑을 떠는 걸 그냥 멀뚱히 지켜만 봤다. 그랬는데....

* * *

“우에에엑!”

아니었다. 요트를 타고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멀미를 시작한 정민지.

그녀는 오늘 먹은 거는 물론, 어제 먹은 거까지 다 토해 내고 선실 한쪽 구석에 누워 있었다. 그러다가 보게 됐다.

백준열 대표가 유혜라를 데리고 선실 안에 화장실로 같이 들어가는 걸 말이다. 그리고 그 화장실 안에서 들려오는 유혜라의 신음소리.

‘미친....’

그러니까 두 사람이 지금 선실 화장실 안에서 섹스를 하고 있는 거였다. 그런데 유혜라의 신음 소리를 듣고 있자니, 자기도 모르게 상상을 하기 시작한 정민지.

“아아아....”

자기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만지고 또 밑으로 손을 내려서, 그만 보지에 손가락까지 넣고 만 정민지.

“헉!”

뒤늦게 자신이 자위로 수음 행위를 하고 있는 걸 깨달은 정민지는 기겁을 했다.

그때 백준열과 유혜라가 급하게 섹스를 끝내고 화장실을 나왔고, 이후 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했다.

그렇게 요트를 타고 제주도로 온 정민지. 그녀의 속은 계속 좋지 않았다.

제주도에 도착하고 회를 먹을 때도, 그녀 눈에 다정해 보이는 백준열과 유혜라가 보였으니까. 그러다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 정민지의 속도 괜찮아졌다. 아무래도 백준열과 유혜라를 직접 보지 않다보니, 그런 거 같았는데 그것도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어. 민지씨.”

“교대 하러 왔어요.”

왜냐하면 오늘 밤 백준열과 유혜라가 쓰고 있는 성산 호텔 VVIP룸의 입구와 복도를 지키는, 일종의 불침번 역할을 정민지도 해야 했으니까. 아까 복도 경비 서는 걸 열외 받은 거에 대한 미안함에, 정민지가 문 팀장을 찾아가서 강력하게 요구한 결과였다.

해서 정민지는 불침번 중 제일 힘들다는 저녁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VVIP룸 입구에 서 있기로 했다.

한데 교대하기 전에 정민지가 들어 버렸다. 앞 번 입구를 지키던 두 명의 경호팀원들이 나누던 얘기를 말이다.

“우리 대표님 역시 대단하셔.”

“그러게. 어떻게 세 시간 동안 계속 그 짓을 할 수 있는지....”

“유혜라니까 가능한 거 아닐까?”

“하긴. 나도 상대가 유혜라라면 세 시간이 아니라 하루 종일도 할 수 있겠다.”

단순한 두 마리 수컷들의 음담패설이었지만, 그 대상이 문제였다.

백준열과 유혜라가 세 시간 넘게 섹스를 했다는, 그 사실이 정민지의 뇌리에 제대로 틀어 박혀 버린 것이다.

그게 바로 그녀 머릿속에 상상을 하게 만들었고, 정민지의 속에 또 천불이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민지씨. 정말 어디 아픈 거 아냐?”

“네?”

“얼굴이 너무 빨간데?”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정민지는 같이 VVIP룸 입구를 지키고 선 다른 경호팀원에게 최대한 웃으며 자신은 괜찮다고 어필을 했다. 그 사이 그녀의 빨개진 얼굴도 점차 정상으로 돌아왔고, 그제야 그 경호팀원도 더는 정민지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 경호 임무에 집중했다. 그때였다.

띠로릭! 철컥!

안에서 문이 열렸다. 그 말은 VVIP룸 안에 있는 백준열이랑, 유혜라 중 한 명이 밖으로 나오려 한다는 것. 순간 정민지와 같이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호팀원이 무전기를 열었다. 누가 나오는지 확인하고 ,바로 팀장에게 보고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슥!

그때 VVIP룸 안에서 백준열이 고개만 밖으로 내밀더니 두 경호팀원들을 확인하고, 그 중 정민지를 보고 말했다.

“정민지씨. 잠깐 안으로 들어와요. 그쪽은 거기 있고. 별일 아니니까 문 팀장에게 연락하지 마.”

백준열의 말에, 열어두고 있던 무전기에 막 말을 하려던 입구 앞의 경호팀원은 다시 무전기를 닫았다. 그 사이 정민지가 움직이며 열려 있는 VVIP룸의 문 안으로 들어갔다.

* * *

나는 견신 시스템이 낸 미션과 그에 대한 설명을 다 듣고도, 너무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나 보고 정민지랑 빠구리를 하란 거야?”

-그렇습니다.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그러자 견신 시스템이 내가 더 말을 이어나갈 수 없게끔 너무나도 명확한 대답을 했다.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됩니다. NO인 건가요?

개지수도 좋지만 내키지 않은 일은 굳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NO라고 말하려는 데....

-참고로 이 미션은 견신이 낸 일종의 돌발 미션입니다.

“뭐? 그러면 그렇다고 진작 얘기할 것이지. 예스. 할게. 해.”

견신이 내게 이런 미션을 냈다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나의 견신에 대한 믿음은 확고하고 견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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